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야겜에 빙의했다-472화 (472/648)

〈 472화 〉 472화. 실전 대련 (3)

* * *

"으흐음~. 마법진 오케이. 안내방송 오케이. 관객 입장 시간도 오케이. 됐네!"

문수린은 대련장의 안전을 재확인했다.

아카데미에서도 혼신을 기울이고 있으니 사고는 없어야 한다.

홀짝.

문수린은 이호연이 사다준 커피를 입으로 가져갔다.

별 거 아닌데도 입꼬리가 올라가고 기분이 좋아지는 신기한 맛이다.

"회장님.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응응. 고생했어. 오전 경기는 관객이 많이 없을 테니까 이 정도로 마무리하자."

교수 실전 대련은 오전과 오후 경기로 나뉜다.

생도들도 수준의 차이가 있고, 관객들이나 관계자들이 기대하는 생도가 있다.

조금 더 이목이 집중되는 경기를 오후에 배치해놨으니 오전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적겠지.

다른 학생회 인원들이 모두 사라진 뒤.

혼자 남은 문수린은 이호연이 준 커피를 이리저리 살폈다.

"흐으음. 오늘은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였던 것 같은데."

이호연의 안색이 안 좋았다.

혹시 건강에 이상이라도 생긴 걸까.... 그러면 정말 슬플 텐데.

"아니면 마음에 안 드는 거라도 있나? 으음. 난 아니면 좋겠다."

문수린은 자신이 잘못한 게 있는지 잠시 고민했다.

역시 없는 것 같은데.

"저, 저기...."

"응?"

그때, 옆에서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학생회장 님."

"안녕하세요.... 학생회장 님."

"으음... 그러니까, 루시랑 루미 맞지?"

문수린은 살짝 시선을 내려 다가온 두 명을 바라봤다.

루시와 루미.

교내에서 유명한 쌍둥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고 하던데, 소문은 정말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마치 귀여운 인형 같아서 끌어안고 싶었다.

"회장님...?"

"아, 으응. 미안. 무슨 일이야? 루시의 대련은 오후 예정일 텐데."

"방금까지 호연이랑 같이 계셨죠?"

대련을 기다리던 루시와 루미는 대련장에서 이호연과 대화하는 문수린을 보고 아래로 내려왔다.

마침 이호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타깃이었던 남다은이 보이지 않으니, 다른 타깃을 찾아야 했다.

"응? 그렇지. 호연이도 학생회잖아."

"저희가 할 말이 있어서요..."

"할 말?"

갑자기 이호연의 이름이 왜 나오는 걸까.

쌍둥이들이 이호연과 친한 건 알고 있다. 경쟁자라고 생각은 했지만... 혹시 싸움을 걸려는 건 아니겠지?

이호연은 좋지만 싸움은 싫었다.

문수린은 살짝 긴장하며 루시가 하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

대강당 내부의 의료팀.

이호연은 생도들의 신상 자료를 전달하기 위해 의료팀으로 향했다.

이 쪽도 혹시나 생길 사고에 대비해 꽤나 바빠 보였다.

이호연은 지나가던 의료팀 한 명을 붙잡았다.

"고생하십니다. 학생회에서 나왔어요. 자료를 전달하러 왔는데 어디로 가야 할까요?"

"아아. 감사합니다. 저한테 주시면 제가 보고할게요."

자료를 넘긴 이호연은 주변을 살폈다.

백아영은 어디 있지? 분명 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성녀 님은 어디 있는지 아세요?"

"아마 안 쪽에서 일하고 계실 거예요. 하지만 외부인 출입은 금지예요."

"감사합니다."

외부인 출입 금지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백아영 얼굴은 보고 가야지.

물론 방학 내내 자주 들렸지만, 백아영이 응급실 멤버로 들어가면서 예전만큼은 자주 못 보고 있다.

"저기 있네."

"만약 대련장 마법진이 진동하면 곧바로 대련 중지.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대기는 해야 하고...."

이호연은 서류를 보며 중얼거리는 백아영을 발견했다.

아마 대련에서 해야 할 일이겠지.

이호연은 소리를 줄이며 살금살금 백아영의 뒤로 다가갔다.

★ 히로인 상태창

[백아영]

­ [ 호감도 : 100 ] (+ 3.0)

­ [ 성욕 : 50 ]

­ [ 식욕 : 30 ]

­ [ 피로도 : 70 ]

현재 상태 :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생각은 하고 있어야지.

[호감도 100 달성시 이호연의 애정을 갈구합니다.]

백아영은 일에 집중하느라 다가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이호연은 미소를 지으며 백아영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탁.

"아영 씨. 바빠 보이네요."

"히기익!"

서류에 집중하던 백아영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뒤에는 미소를 짓고 있는 이호연의 얼굴이 보였고, 백아영은 갑자기 나타난 이호연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놀러 왔어요. 너무 놀라는 거 아니에요?"

"여, 여보... 으으. 깜짝 놀랐어."

백아영은 양팔을 벌리고 이호연을 끌어안았다.

며칠 만에 봐서 그런 건지 훨씬 더 반가웠다.

"바빠 보이네요."

"할 일이 있어서...."

이호연은 백아영이 보던 서류를 슬쩍 훔쳐봤다.

특이사항이 발생했을 때 의료팀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쓰여있는 서류였다.

"대련장 마법이 있는데도 문제가 있나 봐요?"

"예상치 못한 상황은 언제나 발생하는 법이니까... 대련장 마법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대련 중에 흥분하면 대련장 마법진이 버티지 못할 정도로 싸울 때도 있어."

"하긴... 사람 자존심이라는 게 그런 거니까요."

"물론 오늘은 괜찮을 거야. 둘 다 생도면 몰라도 한쪽은 교수니까. 중재할 사람이 있잖아."

"하긴. 그렇죠. 음...."

이호연은 잠시 고민했다.

만약 임솔과 대련에서 곧 승부가 나는 상황일 때.

임솔은 대련장을 생각하며 마법을 멈출까?

나름 사리분별은 하는 사람이지만, 마법 관련이라면 눈이 돌아가곤 한다.

... 물론 이호연도 마찬가지. 승부가 가려질 것 같은 상황에서는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여보? 표정이 이상해."

"크흠.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 맞아. 임솔 교수님 대기실이 어딘 지 아세요?"

대련 전에 임솔 얼굴도 보고 싶었는데, 임솔에게 연락을 해도 답장이 없었다.

게다가 강당이 워낙 복잡해서 교수들이 대기하는 곳도 찾을 수가 없었다.

"솔이는 아침부터 안 보여. 아마 대련에 집중하기 위해 대련 직전에 나올 것 같아."

"아... 그래요?"

연구실까지 찾아가기는 좀 그렇네.

답장을 안 하는 걸 보면 사정이 있겠지.

이호연은 눈을 깜박거리고 있는 백아영을 뻔히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다.

"그럼 오랜만에 아영 씨랑 좀 놀까요?"

"으, 으으음. 그렇지만 여기는 사람도 많이 돌아다니고... 조금 위험할 것 같은데...."

"... 아니요. 야한 거는 굳이 안 해도 괜찮아요. 그냥 잡담이라도 하면서 놀자는 뜻인데."

"아..."

백아영은 아쉬운 듯 신음을 흘렸다.

... 하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이호연은 백아영 옆 자리에 앉으며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그냥 쉬죠. 저도 곧 대련이 있으니까."

"맞아. 여보 곧 대련이 있으니 컨디션 관리해야 해요."

백아영은 이호연의 팔을 붙잡은 채 얼굴을 비비적댔다.

섹스도 좋지만, 그녀는 대화도 좋아했다.

특히 이호연이 자주 와주지 않는 만큼,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백아영은 서운한 듯 입술을 삐죽였다.

"흐으.... 여보. 더 보고 싶은데. 너무 바빠요."

"미안해요."

"흑. 오늘도 솔이가 있었으면 솔이한테 갔을 거면서... 너무 슬퍼. 역시 사랑의 증표가 필요해...."

"...."

이걸 어쩌냐.

이호연은 팔에 매달린 백아영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예전과 비교하면 만나는 횟수가 줄긴 했지.

그래도 백아영은 방학 내내 꾸준히 신경 썼는데, 본인이 느끼기에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자자. 이리와 요. 오늘은 대련 시작하기 전까지 같이 있을 테니까."

"으음, 사람이 지나다니는데...."

"이 정도는 안 들켜요."

"아, 아응.... 쪽."

백아영을 조심스럽게 끌어안은 이호연은 부드러운 입술에 짧은 키스를 건넸다.

히로인들이 자신을 원해주는 건 좋지만, 확실히 점점 부담이 심해진다.

자신이 이걸 극복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백아영에게 좀 더 애정을 줘야겠지.

고민은 나중에 해도 된다. 눈앞에 있는 백아영에게 집중하자.

이호연은 백아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잡념을 지워냈다.

*

프랑스 아이리스 길드.

오늘도 아이리스 길드 내부 훈련장에는 있어서는 안 될 마수가 서있었다.

"인간. 자세가 좋지 않군. 자네는 쓸데없는 움직임이 너무 많아."

"아, 죄송합니다...."

"기죽을 필요는 없다.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경지에 이를 테니."

"가, 감사합니다!"

"...."

아이리스 길드원에게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는 케이론의 트레이닝.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곧바로 집어주는 데다가 Wild gladiator라고 불러주기면 하면 돈을 낼 필요도 없다.

비록 엘리스는 마지막 날까지 익숙해지지 못했지만, 다른 길드원들은 모두가 케이론을 좋아했다.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되는군."

"무슨 말인가. Strange nightmare."

"날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라. 케이론. 자네를 Wild gladiator라고 부르면 기분이 어떻겠어?"

"좋은 아침입니다. Wild gladiator님.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음, 알겠다. 인간."

"...."

알베도는 기쁜 듯 대답하는 케이론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알베도가 아이리스 길드에서 지내게 된 지 벌써 한 달은 지났다.

물리적 거세를 당한 뒤 몇 주간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는 성욕만 느끼지 못할 뿐 다른 행동은 가능했다.

그렇기에 케이론을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어. 어째서 케이론 네가 이런 곳에 있는 거지?"

"인간을 가르치는 건 꽤 재밌다네. 자네도 요즘은 열심히 하고 있지 않은가."

"... 그건 반항할 힘이 없어서다. 케이론 너는 도망칠 힘도 있으면서 왜 가만히 있는 거냐."

"나보다 약한 자는 건드리지 않는다. 그것이 나 Wild gladiator의 긍지다."

알베도는 더 이상의 대화를 포기했다.

이 미친 자식하고 더 대화를 하다간 자신마저 망가질 것이다.

"Strange nightmare님. 오늘 정신 공격 훈련으로 찾아왔습니다."

"날 그딴 이름으로 부르지 마."

"네, 네? 하지만 Wild gladiator 님께서 그렇게 부르라고...."

"케이론...!"

알베도는 눈을 부라리며 고개를 돌렸다.

대체 왜 자신의 이름을 저렇게 만드는 건가.

이건 지옥의 수치. 케이론 같은 별종이 지옥의 이미지를 망치고 있다.

"... 이건?"

"무슨 짓이냐. 케이론. 내 이름을 망가뜨리지 마라. 인간에게 이상한 말도 하지 말라고."

알베도는 눈을 감고 있는 케이론을 쏘아붙였다.

하지만 케이론은 알베도의 말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결국 모두 이끌린 것인가. 그렇다면 마지막은 마왕...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뭐?"

저벅. 저벅.

케이론은 훈련장에서 제일 높은 인간에게 다가갔다.

힘을 잃은 알베도는 느끼지 못한 것 같았지만, 자신은 느꼈다.

파멸의 악마. 그의 등장을.

"이봐. 인간."

"넵. 왜 그러십니까. Wild gladiator님."

"마지막 한 명이 나타났다. 이호연에게 당장 도망치라는 전갈을 보내라."

"... 네? 이호연이라면 이호연 생도 말인가요? 갑자기 무슨...?"

"음, 그리고 나와 친우인 소녀. 엘리스와 아이린에게 전해라. 이호연 주변에 커다란 풍파가 몰아칠 것이라고...."

케이론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저었다.

Killer Queen. 그녀는 모든 기억을 잃었다.

약한 자에게 관용을 베푸는 게 케이론의 긍지였으니, 그의 등장 정도는 말해줘도 되겠지.

아이리스 길드의 2 팀장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하는 케이론을 멀뚱히 쳐다보다가, 스마트 워치를 들었다.

켄타우로스의 헛소리는 익숙하지만, 저렇게 딱 집어서 전갈을 보내라는 말은 한 적이 없었다.

아이린에게 보고할 가치는 있어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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