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1화 〉 461화. 개학 (3) [수정 후 재업]
* * *
빅토리아아카데미는기본적으로능력자를양성하는곳이다.
대부분의생도는전투직이지만,전투직이라고필기수업이필요없는건아니다.
특히던전연구학이나현대헌터학은현장에서도도움이되는것들을가르치기에실기수업의비중이커져도여전히중요한수업이었다.
"검은기둥이등장한지벌써몇주가지났어요.아직교육과정에넣을정도로연구가진행되지는않았지만…현대헌터학수업에서빼놓을수도없겠죠?"
현대헌터학수업을진행하는강효린박사는미소를지으며생도들을바라봤다.
A클래스에서는현대헌터학수업이한창진행중이었다.
방학이끝나자마자수업이라니,교수인자신도싫은데생도들은얼마나싫을까.
수업을듣는생도들의얼굴에서도그감정이그대로드러났다.
특히예쁜생도둘사이에앉아있던이호연.그는누가봐도지루하다는티를풀풀내고있었다.
강효린은지루한표정을짓는이호연에게말을걸었다.
"최근나타난검은기둥에대해서이호연생도가말해볼까요?이호연생도라면검은기둥에대한연구도파악하고있겠죠?렌털교수의던전과검은기둥의관계에대한논문,혹시알고있나요?"
"…네.관련논문은알고있습니다.발표라도할까요?"
"음,아니요.그냥알고있나궁금했어요.모두이호연생도의연구의지를본받도록합시다."
짝짝.
강효린은이호연의대답에고개를끄덕이며박수를쳤다.
다른생도들은상황을제대로파악하지못했지만,분위기를따라박수를쳤다.
만족스러운미소를지은강효린은이호연의표정을살폈다.
여전히귀찮아하고있었지만,분명히속으로는기뻐하고있을거다.
이호연이검은기둥의연구를위해1팀장과함께돌아다니는건잘알고있다.
이정도논문은당연히익히고있겠지.
'아이린님이이호연과물밑으로접촉하고있는거야.'
천하의1팀장아이린이아무이유없이이호연과접촉할리가없다.
설마이호연과데이트라도하는게아니라면,당연히길드영입을목표로하고있는게분명.
이호연도관심이있으니까아이린의호의를받고있는것일터.
'이호연이아이리스길드에오면…한국지부로들어오겠지?'
그의여자친구들이한국에있는건강효린도알고있다.
프랑스의본부로가기에는이호연도한국에남고싶겠지.아마한국지부로올가능성이높다.
이런식으로미래의후배에게미리호감도를쌓아놓는게사회생활이라는것.
강효린은박수를치는생도들을훑어봤다.
자신의칭찬으로인해이호연을우러러보고있는다른생도들의시선을봐라.
저나이대생도의기분은자신도잘알고있다.
겉으로는부끄러워해도당연히기분좋아하겠지.
강효린은자신의사회생활에만족하며수업을이어갔다.
'저사람은왜나를저런눈으로보는거야?'
이호연은눈을찌푸리며강효린의뒷모습을바라봤다.
중간중간웃으며나를보는게왠지기분이나쁘다.
쓸데없이칭찬해서관심받는것도귀찮은데왜계속훑어보는거야.
'…아니야.그럴수있지.좀더긍정적으로생각하자.'
이호연은고개를휘휘저었다.
요즘바쁘다보니너무세상을부정적으로바라보는것일지도모른다.
저사람은원래이상했다.
그냥아는사이니까깊은생각없이행동했을거다.
서걱서걱.
이호연은다시수업에들어간강효린의뒷모습을보며노트에무언가를끄적였다.
감정컨트롤….
요즈음이호연은자기자신을의심하고있었다.
자신의능력을믿어의심치않았지만,감정컨트롤에있어서는의심해야할지도모른다.
'…내가그렇게연기를못하나.'
모든여자들이입을모아표정에감정이드러난다고말한다.
아무리생각해도그정도는아닌데말이야.
"이호연.무슨생각을그렇게해?"
"응?아.논문에대해생각하고있었어."
"거짓말.슬픈얼굴이었는데?아까얘기했던슬픈영화생각이라도한거야?"
"…사실맞아."
"매일수업을안듣는데어떻게1등인거야.불공평해."
루시는치치.하고입술을내밀며연필을돌렸다.
그반응을본이호연은입을다물고고민했다.
'…또들켰네.'
곧있을가짜던전계획.
계획의세부내용은거의다짜놨다.
먼저아카데미에있는모든사람을납치하는거대한던전을만들어낸다.
던전의내부에서는검은기둥의영향으로마력을원활히사용하지못한다.
하지만던전을구성하는마법진은이호연의것.
그렇기에이호연은던전의마력을이용해어느정도마력을사용할수있다.
그차이에서연출하는극적인상황.
가장좋은건이호연의희생으로히로인들을살린다.혹은납치당한히로인들을구하는것.
'내가희생하는게더그림이좋겠지?'
적대하지못할정도로강한적을만들어내고,이호연이희생하며히로인들을구해주는상황이좋을것같았다.
정확한건던전내부에서분위기를보고정하겠지만…지금은그게제일가능성이높았다.
'다만들어놓고표정으로들키는거만큼어이없는일이없지.'
이런계획을세워놓고,표정으로이상한감정을들키는것만큼어이없는일이없다.
이호연도그렇게들키기는싫었다.
'마법으로표정을숨겨야하나?그런데에마력을낭비하긴싫은데…아니면스칼렛한테암살자의포커페이스라도배워볼까.'
마법진은완벽했으니이런사소한곳을놓치긴싫었다.
조금만더.
아주조금만안정적이면좋을텐데….
"어?"
이호연이아쉬움을느끼던그때.
갑자기가슴에고통이느껴지기시작했다.
눈을찌푸릴정도의고통에가슴을감싼이호연은밝게빛나는자신의심장부를내려다봤다.
'…뭐지?어째서지금….'
[감정증폭]
주변의마력을이용해감각적인자극을주며범위내대상의감정을증폭시킵니다.
사용자본인을제외한모든생명체에게적용될수있습니다.
다만본래가지고있던감정만증폭시킬수있으며,부정적인감정에만사용할수있습니다.
이호연이상황을파악하기도전에,눈앞에메시지창이나타났다.
"…뭐야."
"호연씨,왜그러세요?"
"아니지금…."
이호연은똘망똘망한루미의눈을보며입을다물었다.
아직도자신의가슴에서는빛이새어나오고있었다.
이빛에관심이없는걸보면이건자신에게만보인다고생각하는게맞겠지.
'…선물?'
이호연은문득내기의신이준선물을떠올렸다.
그가자신의심장에준선물.
받은지꽤시간이지났는데지금까지정보가없었다.
이게그선물이라는건가?
'그게하필지금나온거야?'
집에혼자있을때는아무리마력을집어넣어도안나오더니,수업중에튀어나온것이다.
이호연은고개를갸웃거리는루미에게양해를구한뒤눈앞의메시지를읽었다.
마력으로감정을증폭시킨다니…이게무슨소리지?
'지금은실험하기좀그렇고…이따가실험해보자.'
일단받았으니써봐야겠지.
이호연은수업을대충넘기며시간이지나길기다렸다.
*
"한번줄때좀시원하게주면얼마나좋냐."
수업이끝난뒤.
임솔의연구실로걸어가던이호연은가슴을꾹누르며불편한표정을지었다.
내기의신이준선물인[감정증폭]
아카데미내부를걸어다니며여러모로실험을해봤는데,써봐도딱히감이오질않았다.
애초에부정적인감정만을증폭시키는게무슨의미가있는지도모르겠다.
싸우는커플이라도있었으면해봤겠지만….
'아니,그건좀아닌가.부정적인감정을증폭하는거니까.'
내기의신의입장을이해하지못하는건아니다.
이호연이하는건이세계,[섹스아카데미]의신과진행하는내기다.중재하는입장에서공정성을무너뜨리는선물을줄순없었겠지.
이런선물을주는자체가편의를봐주는것이다.
"…이해는하겠는데,그럼사용설명서라도주든가."
이호연은불평하며마도관내부로들어갔다.
방학에왔을때는사람이거의없었는데,개학이라그런지건물내부에사람이꽤많았다.
익숙하게로비를지난이호연은엘리베이터에탑승했다.
임솔교수를보러온이유는딱히없었다.
굳이생각해보면실전대련에대해서묻기위해.
하지만크게중요한일은아니었다.그냥얼굴보러온거지.
"감정증폭을솔이한테써볼까?"
지나가는사람들에게는별로효과가없었지만,단둘이라면효과를확인하기쉬울거다.
게다가직접감정을유도할수도있다.
"솔이한테써봐야들키는지안들키는지도알수있을거고…음.좋네."
마력을이용하는스킬인만큼미리확인해야겠지.
띠링
엘리베이터가2층에도착하고,익숙하게연구실에들어간이호연은자리에앉아있는임솔을발견했다.
그녀는언제나처럼마법도구를만지며연구를하고있었다.
"교수님!저왔어요!"
"응.올거같았는데정말왔네."
이호연이들어오자마자연구를멈춘임솔은손가락을튕겼다.
허공에서날아온커피잔과주전자가알아서커피를내왔고,쿠키와초콜릿이자동으로포장을뜯어내고책상에올라왔다.
이호연은응접용소파에앉아임솔의대접을받았다.
'대우가더좋아졌어.'
원래는자신이와도연구를멈추지않았는데,이제는말을안해도응접용소파에앉아준다.
기분이좋아지는게당연하지.
★히로인상태창
[임솔]
[호감도:99]
[성욕:70]
[식욕:33]
[피로도:40]
현재상태:첫날부터연구실에온걸보면역시내제자야.
이호연은임솔의상태창을보며고개를끄덕였다.
호감도는아직99였지만,상태를보면애정은분명히느껴졌다.
아마임솔을완벽히이기는순간남은1이오르겠지.
"그냥솔이누나가보고싶어서왔는데괜찮죠?"
"당연하지.항상그랬잖아."
이호연은자신의앞에서초콜릿을먹는임솔을보며생각했다.
감정증폭을임솔에게사용하는건좋은데,어떻게사용해야할까가문제겠지.
부정적인감정만을증폭하는스킬이라이호연이직접상황을만들어야한다.
게다가그능력의효과나은밀성까지확인해야한다.
그래도임솔이라면테스트하기좋은상대다.들키더라도새로운마법이라고둘러대면되니까.
마법에진심인임솔은너그럽게용서해주겠지.
"…솔이누나.빅토리아농장수입의20%가뭔지알아요?정답은메추리알.이유는매출2할이니까."
이호연은언제나처럼헛소리를하며임솔의반응을살폈다.
평소의임솔이라면분명히….
"그러고보니검은기둥봤어?"
"어,네.봤는데요."
"나도직접가봤는데,실제로마력의이동이엄청나게힘들었어.거기서마법을연구하면다른결과가나오지않을까싶기도한데…나중에해볼래?"
임솔은언제나처럼미소를지으며초콜릿을집어먹었다.
이호연의개그를무시하고자신의할말만이어갔는데,놀랍게도이게평소와똑같은반응이다.
이번에는감정증폭을사용해볼까.
이호연은주변의마력을움직였다.
"솔이누나.부엉이가물에빠지면뭔지알아요?정답은첨부엉첨부엉."
이호연은마력을불쾌함과무례함으로감정을바꿨다.
하지만이번개그는자신이봐도웃겼는데,이게효과가있을까.
"호연이너,지금뭐라고했어?"
"네?"
하지만이호연의생각과다르게임솔의표정은곧바로찌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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