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1화 〉 441화. 빅토리아 빌딩 (4)
* * *
그는진심으로자신이하고있는일이대의를위한일이라고생각했다.
처음엔마인이무서웠다.
인간과다른생김새.다른마력.다른감정.
마인은인간과비슷하지만너무나다른존재였다.
그놈들은사람을농락하면서죽이는걸낄낄대며즐겼다.
범죄를저지르면서도죄책감하나갖지않았다.
그게마인이라는존재였다.
처음에마인을죽인건,살해당한아내때문이었다.
복수심을갈면서천천히계획적으로그들을추적하며마인을처리했다.
복수만을생각하던처음몇년은정말미친듯이마인을죽였다.
전세계어디든지마인이많다는곳은전부찾아갔다.
그과정에서힘이부족했던그는결국자신의몸을마인으로만들었다.
즐거웠다.
마인을죽이고그피를흩뿌릴때마다죽은아내가미소를짓는것만같았다.
하지만시간이지나고,마인을죽이면죽일수록깨달았다.
아무리마인을죽이고복수의기쁨을누려도사랑했던아내는돌아오지않는다.
수많은마인의피를몸에적시고서야그의정신이깨어났다.
'지금돌아갈수있을까?'
모든걸내팽개치고떠난지10년.
마인이된내자리는어디에도없을것이고,인간들에게차가운눈초리만받겠지.
나는인간과다른마력을가지고있고,다른감정을가지고있다.
인간이아닌괴물.
문성민이라는인간은이미죽었다.
자신은껍데기.
그저목숨을빌어먹은괴물에불과하다.
그렇다면,이목숨을불태우자.
모든마인들.
아직숨이붙은채이땅을밟고있는마인들을죽여야한다.
나를위해.내딸을위해.모두를위해내가희생해야한다.
그는진심으로그렇게생각했고,죽이고또죽였다.
사람은일부러건드리지않았다.
수많은마인을죽이는사이에도인간의피를손에묻힌적은없었다.
그의몸은마인이되었지만정신은인간이라고생각했기때문이다.
하지만이제그딴배려를할시간이없다.
자신은인간이아니다.
한명이라도더많이.더빨리마인을죽이기위해서움직였다.
자신의앞길을막는놈들은마인이나마찬가지라고생각했다.
문성민은어느순간부터방해하는놈들을신경쓰지않고마인들을척살했다.
마인을죽이는게그에게는술이고마약.
살아가는이유이자원동력이었다.
다시현재.
그의앞에서있는이호연은마력을갈무리했다.
마천궁의마력이이호연의주변에자리잡았다.
하나.둘.셋.
이호연의머리위에3개의아크가마법진을그리기시작하고,언제든지전투를시작할수있는준비를끝냈다.
이호연은눈앞의마인을보며쩝.입맛을다셨다.
볼때마다수척해지고눈이퀭해진다.
점점정신이마모되어가는게보였다.
솔직히장인어른에게는질자신이없었다.
문성민의마력도예전보다는많이강해진것같았다.
하지만이호연의성장은차원이달랐다.
마천궁과아크컨저레이션.
전투를보조하는마법두가지가이호연의경지를극한으로끌어올렸다.지금이호연의컨디션은최고조.
이호연은문성민의얼굴을바라봤다.
마인을죽이다못해민간인과헌터까지건드린범죄자.
'…혹시나했는데판데믹의세뇌는아닌거같고,그냥정신이나간건가?'
사람의마음은강하지만의외로연약하다.
10년이나복수를이어간강한정신력이있던그도결국버티지못하고부러져버렸다.
문성민은사랑하는아내를잃은충격으로마인이라는존재를없애려고한다.
이호연은문성민과아내의관계를모른다.그둘사이에어떤사랑이오고갔는지알수없다.
그러니그복수를평가할수는없다.
하지만자신이미친걸자각하지못하고남에게민폐를끼치는건봐줄수없다.
수린누나로도모자라나한테까지이러면내가가만히있을수가없잖아.
"장인어른.딸을보기에부끄럽지도않습니까?마인을죽이는데거슬린다며민간인과헌터까지다죽였잖아요.이제수린누나가도와줄수도없는처지예요."
"상관없다.명예는이미포기한지오래.마인을죽이기위해서라면더럽고추한일이라도할수있다."
"더럽고추한일이문제가아니라니까…쯧.마인을죽이기위해마인과똑같은행동을한다면,그게무슨의미가있는복수입니까?"
이호연은안타까움을느끼고있었다.
문성민과문수린두명에게.
아내를위해미쳐버린남자와저런아버지를둬서고생하는문수린에게동정심을느꼈다.
마인만죽였다면정상참작여지가있겠지만,민간인을건드린순간끝이다.
법의심판을받고오랫동안감옥에서썩어야겠지.
정신을차리고문수린과대화를해줬으면했지만,눈앞의문성민에게는그럴기미가안보였다.
"자네가정말수린이의애인이라면,미안하다.하지만이미늦었어."
촤악
문성민의허리춤에서검광이터져나왔다.
"에휴."
그래.
애초에설득은기대도안했다.
내주제에무슨설득이야.
이호연은마천궁내부의마력을조정하며문성민이쏘아낸검강을소멸시켰다.
문성민이눈을크게뜨며놀랐고,동시에아크에서마력이터져나왔다.
얼마전까지만해도이호연의약점은근접전이었다.
하지만마천궁의마력지배력은적의약한견제정도는무력화할수있었고,아크의다중캐스팅능력은이호연이공격을막을시간을벌어줬다.
최선의방어는공격이라는말이있다.
이호연을상대하는적은한명을상대하면서도수준급의마법사몇명과상대하는기분이들었다.
문성민도마찬가지였다.
틈을노려공격하려했지만,곳곳에서견제가날아온다.
뜨거운불길과땅에서솟아오르는날카로운송곳.
무엇이진짜이고무엇이가짜인지구별할필요도없었다.
모든것이유효타.
맞기만하면배에구멍이뚫릴정도의강한마법이었다.
'…말도안된다.이정도의차이가난다고?'
공격할틈이없다.
쉴새없이몰아치는마법은문성민을점점뒷걸음질치게만들었고,억지로파고들어간주먹에는이미이호연의실드가기다리고있었다.
화동던전에서만났을때도더강해졌다는걸알았지만,제대로싸우면할만할거라고생각했다.
하지만그때진심을내지않았던건이호연도마찬가지였다.
'더럽게빠르네.'
아마방학이시작하기전이었다면이호연이위험했을지도모른다.
그때는빠르게다가오는적을견제할수단이없었고,문성민의물흐르듯이어지는공격을막으면서역공할방법이없었다.
하지만지금은다르다.
'이제진짜임솔이랑도할만하겠는데.'
마천궁과아크의조합이상상이상으로뛰어났다.
미안한말이지만,문성민이평생마인을죽이며갈고닦은힘은이호연과비교하기미안한수준이었다.
'…방법이없나.'
문성민은공세를멈추고거리를벌렸다.
이호연이차이를실감했으니문성민도느꼈다.
지금이대로는절대뒤집을수없다.
도박수를던질수밖에.
스르륵
문성민의몸이연기로변했다.
그의권능인단거리텔레포트를발동하면서,동시에주먹하나에마력을집중했다.
뒤에서있는여자에게는마력의움직임을막는능력이있다.
하지만직접당해보며느꼈다.
그능력은자신에게사용하는게아니라그녀를중심으로공간에퍼져나가는것이다.
즉,지금이라면이호연도그능력에노출된다는뜻이다.
'내이동을끊으려는순간을노린다.'
문성민의마지막노림수는날카로웠다.
혹시자신의이동을끊으려고한다면이호연에게큰피해를입힐수있고,막지않는다면그대로도망치면된다.
물론권능과공격을동시에준비하는만큼머리가어질거렸지만그는어떻게든버텨냈다.
'또도망가려고하는건가?'
이호연은눈을찌푸렸다.
혹시마천궁으로막을수있을까기대했는데,역시안되는모양이다.
'방법.방법이없나…?'
몇번이나이방식으로놓쳤다.
더이상놓치기는 죽어도싫었다.
이호연이도망치려는문성민을잡으려마법을캐스팅할때.
아무징조도없이.
그의어깻죽지가자줏빛으로베어졌다.
*
문성민이식당으로떨어진후.
강효린과아이린,그리고문수린까지그뒤를따라밑으로내려왔다.
다행히문성민과떨어진마인들은문성민에게당해민간인들을건드릴수없는상태였다.
바닥에착지한문수린은주변을확인했다.
살짝떨어진거리에먼저떨어진문성민의모습이보였다.
그리고그앞에서있는남자도보였다.
이호연.
문성민은이호연과마주보고있었다.
"…어?"
문수린은순간당황하며눈을끔벅거렸다.
호연이가왜여기있는거지.?
이호연은화가난듯얼굴을찌푸리고있었고,짙은마력을풍기고있었다.
그리고이호연이방금일어난것처럼보이는테이블에는주변에는,처음보는여자들의얼굴이보였다.
'어?어어?'
아이린은문수린보다상황파악이빨랐다.
이호연을보고당황한건마찬가지지만,바로옆에있던스칼렛을발견했기때문이다.
"…스칼렛?"
"1팀장님?어째서여기에….잠시만요.강효린.지금상황을설명해줬으면좋겠는데."
"으음,아니.어쩌다보니빅토리아빌딩이작전지가되어버렸어.딱히너를보험으로부른건아니야.스칼렛,날그런눈으로보지마.정말아니라니까?우리사이에그런의심을한다고?"
"이미친년이진짜…하아."
스칼렛은머리가아픈듯미간을주물렀다.
갑자기예약이비었다길래고맙게받았는데,자신을보험으로부른게분명했다.
이딴직장은당장때려치우든지해야지.
"…레베카씨.이게무슨상황일까요?"
"나도잘모르겠네.저기있는사람들은스칼렛양의전동료들인가봐.저기아이린씨가유명한사람이거든.그옆에는아카데미의학생회장도있네."
"회장님은저도알지만…."
남다은과레베카는처음보는스칼렛의감정적인모습에놀라긴했지만,빠르게상황을파악했다.
갑자기천장이무너진것도놀라운데마인이떨어지더니이호연과싸우기시작했고,웬여자들이내려와스칼렛과대화를하기시작했다.
레베카는아이린의얼굴을프랑스에서본기억이있었으니정체를알수있었다.
"릴리아나언니.나졸린데…."
"응.괜찮아.살짝눈감고있어."
가장으로서가장약한남다희는자신이챙겨야하는법.
릴리아나는남다희에게수면마법을걸고서서히눈을감는남다희를마력으로보호했다.
"저기,이게어떻게된일인가요?스칼렛씨?상황을아시는거예요?"
"…다은양.저도자세한사항은잘모릅니다.하지만이제부터물어볼예정이에요."
"아.아악.머리잡아당기지마.스칼렛.잠시만.바로말해줄테니까…."
"스칼렛…당신이왜여기있는거죠?이곳은한국이잖아요.이호연도그렇고당신이왜여기…."
"오랜만입니다.아이린님.저도제상황을설명하고싶지만,일단닥친일을먼저해결해야한다고생각하는데요."
아이린은스칼렛의말에자신도모르게고개를끄덕였다.
그녀도당황한건마찬가지.
아이린은내려오자마자이호연의모습을발견했다.이호연이어째서여기있는지궁금하지만,질문보다는자신이아는정보를공유하는게우선이다.
"최근시끄러웠던마인연쇄살인사건의범인의꼬리를잡아서추적중이었는데,마인이도망치는과정에서바닥을부숴건물아래로떨어졌고,때마침그곳에당신들이있었어요."
"너때문맞잖아."
"아아악!제발,나도몰랐어…!그냥이호연이랑단둘이올줄알았지!"
"이호연?거기서이호연의이름이왜나오죠?"
아이린의질문에대답하지않은스칼렛은강효린의머리를잡아뜯을기세로잡아당겼다.
물론강효린도이렇게다같이올거라고는생각하지못한모양이다.
이호연과스칼렛이라면충분히강한예비전력이다.
혹시나모를상황을대비해보험으로데려온모양인데,그건스칼렛이알바가아니었다.
"…다은양?다은양이여기왜있어요?"
"학생회장님…?왜위에서떨어지시는거예요?"
"그건,조사하던일이있어서…."
문수린은남다은을보며내심놀랐다.
남다은이이호연을좋아하는사실은알고있다.
그는인기가많은남자니까.
그런데같이식사를할정도로친한사이였구나.
'…근데여자들이뭐이렇게많아.'
이호연이앉아있던것으로보이는테이블의주변을본문수린은얼굴을찌푸렸다.
여자가하나둘셋넷…다섯.
순간그녀의머리에문성민이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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