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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야겜에 빙의했다-428화 (428/648)

〈 428화 〉 428화. 망나니 인큐버스 (6)

* * *

"방학에는 뭐 하실 거예요? 이제 학회도 끝났는데."

"일정은 따로 없어. 아마 마법 연구를 하지 않을까."

임솔은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표정이었다.

이 사람은 진짜 마법 말고 모르는 건가?

결국 모든 이야기가 마법으로 통한다.

가끔은 무서울 정도지만, 그래도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참 기특하긴 하다.

연구실에 박혀서 다른 남자를 만날 일도 없으니 더욱 만족이다.

걷다보니 어느새 아카데미에 다시 들어왔다.

단 둘이 있는 조용한 길을 걸으며 우리는 담소를 나눴다.

"오늘 대련도 한 번 할까요? 마천궁을 실전에서 더 써봐야 하거든요."

"나쁘지 않지. 가서 준비할게."

임솔과 대련하면서 마법의 숙련도를 올려야 한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 훈련장에 자주 가긴 하지만, 실전만큼 효과적인 훈련은 없었다.

어차피 마천궁은 학회에서 보여줬으니 손해도 없었다.

"맞아요. 그러고 보니 아까 아영 씨랑… 음?"

별생각 없이 대화를 이어가고 있던 그때.

임솔의 팔에 무언가 묻어있는 걸 발견했다.

"… 잠시만요."

"왜?"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임솔의 걸음을 멈추고 팔에 묻어있던 마력 조각을 떼어냈다.

… 인큐버스의 마력이었다.

백아영에게 붙어있던 것과 똑같았다.

'대체 어느 틈에 이게 있었던 거지?'

분명 레스토랑에서 나올 때까지만 해도 수상한 흔적이 없었다.

나와 임솔이 화기애애하게 떠들던 그 짧은 시간 사이.

내가 옆에 있었는데도 인큐버스의 마력이 붙은 것이다.

"…."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한 채 주변에 마력을 퍼트렸지만, 감지되는 건 없었다.

꽤 거리가 있거나, 나한테도 숨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확실한 건 인큐버스가 내 감각도 뚫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떡하지?'

한 번 내 감각을 뚫은 순간부터 내 경계는 훨씬 높아졌다.

정기 측정만 내 감각을 뚫을 수 있다.... 같은 여유로운 생각은 안 하는 게 낫겠지.

상대는 이미 임솔을 타깃으로 삼았다.

정기를 읽었다면 임솔이 처녀라는 것도 파악했을거다.

인큐버스는 내 감각과 임솔의 결계를 가볍게 뚫었다.

너무 상대를 과소평가했을지도 모른다.

'알람 마법은 불안해.'

알람이 울리면 내가 막으러 온다.

이런 단순한 계획으로 대처할 수 있는 놈이 아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거다.

분명 더 획기적인 방법이….

"호연아. 무슨 일 있어? 그게 뭔데?"

"아…."

임솔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얼굴을 숙이며 날 바라봤다.

혼자 꽤 오래 고민한 모양이다.

나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잠시 고민할 게 있어서요."

"스승님한테 털어놔도 돼. 뽀뽀라도 해줄까?"

"… 괜찮아요."

괜찮다고 했는데도 임솔은 내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빛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임솔의 얼굴이 내게 가까이 다가왔고, 향수 냄새 같은 달콤한 향이 확 풍겨왔다.

나는 근심이 담긴 임솔의 얼굴을 잠시 쳐다봤다.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은발.

곧은 눈썹과 자칫 보면 날카로운 눈매.

높은 콧대와 얇은 입술.

하지만 항상 멍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날 선 분위기는 없는 특이한 사람.

나는 임솔의 예쁜 연분홍색 입술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싸우기 전에 적을 이해해야 한다.

내가 인큐버스라면 어떻게 할까.

임솔이 처녀라는 걸 안 순간, 임솔의 정기를 흡수하기 위해 그녀가 혼자 있을 때를 노리고 싶을 거다.

지금처럼 누군가가 같이 있을 때는 불편하겠지.

게다가 임솔을 목표로 삼은 이상, 남자인 나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도 어딘가에서 보고 있지 않을까?

임솔이 혼자가 될 때 습격하기위해, 내가 사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거다.

어쩌면 남자인 내가 임솔을 건드리진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상황은 위기가 아니라 적을 끌어들일 기회일지도 모른다.

"… 솔이 누나."

"으응?"

생각정리를 끝낸 나는 임솔을 쳐다보며 천천히 턱을 들어 올렸다.

임솔의 푸른 눈동자가 조심스럽게 움직여 날 바라봤다.

"지금 키스 한 번만 해주세요."

"… 응?"

"중요한 일이에요."

"잠시만. 왜. 왜…? 이유라도 말해줘야…."

"제자한테 상 준다는 느낌으로?"

나는 긴 말없이 임솔의 뒤통수를 팔로 감싸며 얼굴을 가져갔다.

임솔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은 듯 떨었다.

방금까지 뽀뽀라도 해줄까 하며 장난을 치던 임솔은 어디 갔는지, 가녀린 여자 하나만 남았다.

갑작스러운 일에 당황하던 임솔도 거부할 생각은 아닌지 눈을 감았다.

아무도 없는 아카데미의 거리.

결계를 치고 있으니 일반인들은 우릴 보지 못한다.

볼 수 있는 건 그 결계를 뚫고도 임솔의 정기를 읽은 인큐버스뿐.

나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고,나의 입술이 임솔의 입술과 맞닿았다.

따뜻하고 말랑한 입술을 혀로 노크했다.

임솔의 입술이 천천히 열리고, 내 혀는 그녀의 입술 안으로 파고들어 갔다.

"으, 아음…."

임솔의 입에서 옅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한 손으로 임솔의 허리를 고정했다. 마음 같아서는 가슴에 손을 올리고 싶었지만, 길거리에서 그러는 건 임솔에게 난이도가 높겠지.

맞물린 입술 사이에서 서로를 탐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보란 듯이 임솔의 혀를 휘감으며 키스를 이어갔다.

혹시 누군가가 보면 화가 잔뜩 나도록, 당장이라도 덮칠 기세로 애정을 갈구했다.

서로의 숨결과 타액을 교환하며 한참 밀도 있는 키스를 이어가다 보니, 숨이 차올랐다.

임솔이 몸을 파르르 떨었다.

임솔의 익숙하지 않은 키스와 가녀린 몸이 날 더욱 흥분하게 했지만, 지금 끝까지 갈 생각은 없었다.

나는 짧은 키스를 끝내고 임솔에게서 얼굴을 떼어냈다.

습기에 젖은 임솔의 숨결이 느껴졌다.

그녀도 나처럼 호흡이 가쁜 듯 숨을 쉬었고, 나는 임솔의 허리를 잡고 있던 손을 떼며 옆구리를 건드렸다.

"이, 이거… 으응…."

살짝 건드린 것만으로도 반응하는 걸 보면 임솔도 꽤 흥분한 것 같았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임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본방은 이기고 할 테니까."

"……."

얼굴이 새빨개진 임솔이 눈을 이리저리 돌리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나는 다시 마력 감지를 돌렸다.

아까보다 더욱 은밀하고 세심하게.

속도는 느렸지만 정밀한 마력 감지가 주변에 퍼져나갔다.

내 착각이라면 아쉽지만 연구실에 돌아가 다른 방안을 찾아야겠지.

하지만 인큐버스가 이 장면을 봤다면, 분명 반응이 있을 거다.

'찾았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빠른 속도로 이 쪽으로 다가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는 아직 멍한 표정을 짓는 임솔에게 말했다.

"솔아. 준비해."

"그, 그렇게 부르지… 어?"

임솔은 그제야 다가오는 무언가를 감지한 느낌이었다.

키스 때문에 너무 놀라서 이제야 알아챈 거겠지.

나는 마력을 끌어올리며 다가오는 상대를 기다렸다.

적의를 느낀 임솔도 마찬가지.

방금까지 귀여웠던 모습 대신 마법사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전환이 빠르네요."

"… 조용히 해."

임솔의 얼굴이 다시 살짝 붉어졌다.

장난은 여기까지 해야겠지.

나는 다가오는 금발의 남자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작전 성공.

인큐버스의 마음을 완벽하게 읽었다.

저벅저벅.

잠시 후 눈앞에 나타난 금발의 생도의 얼굴은 익숙했다.

화동 던전에서 봤던 인큐버스였다.

문득 생각난 거지만 저 생도복은 어디서 구한 걸까.

'생포하면 물어볼 게 많겠네.'

금발의 인큐버스는 증오스러운 눈빛으로 날 보며 입을 열었다.

"이 더러운 인간 자식이…."

"칭찬 고맙다."

"끝까지 내 앞길을 막을 생각이라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인큐버스는 날 분한 듯 노려봤다.

미소녀가 저러면 참 기분 좋을 텐데, 아무리 잘생겼더라도 남자가 저러면 기분이 나쁘다.

"그렇게 봐도 기분좋지않은데."

"닥쳐라. 쓰레기 같은 인간."

나는 대화가 엇나간 걸 느꼈다.

처음에는 임솔때문에 화났다고 생각했는데, 저 놈이 보이는 적의는 그 이상이었다.

마치 원수를 상대하는 느낌이다.

누가 보면 한 10번은 막은 줄 알겠어.

'근데 대화도 이번이 처음이잖아.'

사실 화동 던전에서 봤을 때도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즉 놈은 내 정보를 몰라야한다.

뭐, 내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정보는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있겠지.

저렇게 화가 나서 욕을 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네.

… 혹시 나쁜 남자 컨셉으로 나도 노리는 건가?

릴리아나의 말에 따르면 인큐버스든 서큐버스든 이성뿐만 아니라 동성도 유혹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성에 비해 그 힘이 약해지지만, 효과는 있다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꼬시기 힘들걸. 남자는 취향이 아니라서."

"언제까지 그런 태도를 보일지 궁금하군."

그런 건 아닌가보네.

인큐버스는 나와 대화할 마음이 없는 듯, 위협스러운 마력을 드러냈다.

"… 저게 네가 말한 인큐버스야?"

"네. 저래 보여도 꽤 귀찮으니까 조심하세요."

"응."

내 옆에 서있던 임솔은 눈을 찌푸리며 인큐버스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인큐버스라고 하면 여자로서 불편한 감정이 들겠지.

마력을 끌어올리는 인큐버스를 보며 전투를 준비했다.

"마천궁 전개."

나는 마천궁과 룬의 결계를 펼쳤다.

당연하게도, 대화로 해결될 기미는 안 보였다.

'블레이즈 템페스트.'

화르륵­!

뜨겁게 불타는 폭풍이 내 주변을 감쌌다.

임솔도 내 옆에서 마법을 캐스팅했고, 차가운 냉기가 바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마법이 준비됨과 동시에, 인큐버스도 마력을 뿜어냈다.

파아아악­

인큐버스의 마력이 일대에 퍼져나갔다.

정체모를 불길한 기운.

화동 던전에서 봤던 그대로였다.

지옥 특유의 기분 나쁜 마력.

던전에서는 확실히 막아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직 불타고있는 내 불길과 다르게 임솔의 마법은 완전히 사라졌다.

"으, 으윽…."

"괜찮아요?!"

내 옆에 있던 임솔은 고통스러운 듯 무릎을 꿇었다.

머리를 감싼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보면 고통이 심한 것 같았다.

룬의 결계와 임솔의 결계, 이 중으로 막았는데 저 정도라니.

'이 정도는 괜찮아.'

하지만 최악은 아니었다.

혹시나 임솔이 매혹을 당해서 나를 공격하기라도 하면 진짜 골치 아팠을 텐데, 저 정도라면 괜찮다.

이중으로 친 결계가 도움이 됐겠지.

어쩌면 방금 나와 키스해서 매혹의 효과가 덜했을지도 모른다.

객관적으로 봐도 내가 쟤보단 낫거든.

이건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 말도 안 돼. 순결한 처녀가 내 매혹을 저항하다니… 아니, 분명 통했는데…."

인큐버스는 임솔의 상태를 보고 놀란 듯 중얼거렸다.

사실 그 임솔을 무릎 꿇게 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단 둘이 있었다면 임솔은 아무 저항도 못했다는 말이니까.

나는 다시 마법진을 그렸다.

인큐버스가 이상한 짓을 하기 전에 승부를 봐야했다.

'아크, 소닉 버스터.'

내 몸을 감싸는 3개의 마력구에서 음속의 바람이 솟구쳤다.

땅을 가르는 마법은 불길의 폭풍과 함께 인큐버스를 덮쳤고, 강한 폭발을 만들어냈다.

콰아아아아앙­!

붉은 불길이 하늘을 매우며 인큐버스가 서있던 땅이 깊게 파였다.

"끄흐으으으…!"

인큐버스는 불길을 쓸어내리며 뒤로 물러섰다.

제대로 된 반격이 아니라 몸을 사리는 모습.

예상대로 전투력 자체는 약하다.

지구에 온 반동인지 아니면 원래 특이한 놈인지 몰라도, 놈은 매혹밖에 쓸 수 없는 상태였다.

억지로 놈을 끌어낸 지금 승부를 봐야겠지.

나는 인큐버스와 거리를 줄이며 마법을 캐스팅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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