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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야겜에 빙의했다-418화 (418/648)

〈 418화 〉 418화. 아이리스 길드 한국 지부 (2)

* * *

"저 먼저 일어날게요. 다음에 봐요. 그리고 제가 말한 거 잘 부탁드려요."

"…… 응."

나는 아이린과 대화를 마치고 카페를 빠져나왔다.

아이린은 무언가 부족하다는 표정으로 마지막까지 다른 조건을 물어봤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일단은 내 조건을 들어주면 생각해야지.

아마 아이린이라면 한국 지부장인 강효린 박사를 잘 설득할 거다.

'길드장 딸이면 무적이잖아.'

강효린 박사의 성격이 이상하긴 해도, 설마 아이린의 말을 무시하겠어.

나는 안심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 우와! 이거야!

현관부터 텐션이 올라간 릴리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집으로 들어가 보니 릴리아나와 스칼렛이 거실에서 떠드는 모습이 보였다.

"스카웃. 이거 봐봐. 엄청 멋있지. 서큐버스 뿔이야."

"그렇네요. 멋있습니다."

짝짝짝.

쟤들은 또 뭐하는거래.

나는 손뼉을 치는 스칼렛의 옆으로 다가갔다.

"엥? 이호연이 벌써 왔어!"

"오셨습니까."

"오늘은 둘이 놀고 있었구나."

"응. 레베카는 방에 있고 다은이는 훈련 중."

어쩐지 둘만 보이더라.

나는 그 옆에 앉아 릴리아나가 보여주는 서큐버스의 뿔을 구경했다.

릴리아나가 마력을 내뿜으면 뿔이 살짝 진동을 하는 퍼포먼스였다.

사실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둘 다 즐거워 보이니 괜찮겠지.

'그러고 보니 스칼렛이 강효린 박사 밑에서 일하잖아."

스칼렛한테는 말해놓는 게 낫겠네.

이런 건 미리 말해놔야 오해가 없다.

"스칼렛. 요즘도 강효린 박사님 밑에서 일하지?"

"당연하죠. 잘릴 걱정은 없는 직장입니다."

"잘됐네. 이번에 아이리스 길드 한국 지부에서 화동 던전을 조사한다는데, 나도 거기 끼려고 하거든."

"… 네?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닐 텐데요."

"아이린 씨한테 부탁해서 강효린 박사님을 설득해달라고 했어."

"으음…."

스칼렛은 내 말을 듣고는 눈을 찌푸렸다.

뭐가 불만인거야.

나는 스칼렛에게 말했다.

"내가 너무 갑작스럽게 말했나?"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강효린의 마음은 저도 알 수 없어서…."

"에이, 설마 아이린 씨가 말하는데 거절하겠어?"

"강효린의 성격은 아이리스 길드에서도 유명했습니다. 미친년, 아니 자기주장이 강하다고요."

"…."

스칼렛이 저렇게 말 할 정도면 진짜 미친 년인가보네.

물론 내가 잠깐 봤을 때도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하긴 했다.

그래도 예쁜 미친 년은 나쁘지않은데.

"어쩌면 거절당할지도 모르겠어요."

"그 정도야? 아이린이 직접 가는데?"

"네. 그리고 허락을 받더라도 절차가 있으니 시간이 꽤 걸릴 겁니다."

"그건 그렇네."

아이리스 길드가 동네 마트도 아니고, 절차가 꽤 복잡할 거다.

조사팀이라는 게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건 아니니까.

"한국 지부장만의 판단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거든요."

"음음. 맞아맞아."

스칼렛이 고개를 끄떡이며 말하던 그때.

띠리링­

내 스마트 워치가 울렸고, 나는 화면을 확인했다.

­ 강효린 박사 : 이호연 생도. 화동 길드 조사팀에 합류 건으로 연락했어요. 내 연구실로 와주세요.

메시지를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예전에 강효린 박사의 번호를 받아놓긴 했는데,뭐 이렇게 빨라.

방금 아이린과 헤어지고 왔는데?

"스칼렛."

"네?"

"이거 봐."

내 스마트 워치를 본 스칼렛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제가 아는 강효린은 절대…."

"스칼렛, 너 역시 아이리스 길드에서 잘린 거 아니야?"

"잘린 게 아니라고 말했잖습니까."

많이 당황한 것 같길래 장난을 좀 쳤더니 반응이 재밌었다.

스칼렛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고, 옆에서 우리 대화를 듣던 릴리아나는 스칼렛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괜찮아. 스카웃. 너는 재능이 뛰어나니까 뭘 해도 잘할 거야."

"그러니까 잘린 게… 하아."

나는 결국 참지못하고 웃음을 터트렸고, 스칼렛은 내 얼굴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

아카데미의 교수 연구실.

이호연과 헤어진 아이린은 곧바로 강효린 박사의 연구실로 향했다.

아이린은 강효린의 연구실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이호연을 화동 던전 조사팀에 넣어달라는 부탁.

지금까지 권력을 이용해 일을 처리해본 적이 없었던 아이린에게는 꽤나 큰 결심이 필요했다.

물론 강효린에게 아무 말도 하지않고 거절당했다며 이호연을 속이는 방법도 있었지만,그건 자신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못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아이리스 길드의 철학이다.

'어차피 상대는 강효린이야.'

강효린은 아이리스 길드에서 유명한 괴짜였다.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그녀라면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

"크흠. 들어가도 될까?"

"네~ 들어오세요."

목청을 가다듬은 아이린은 문을 열었다.

안 쪽은 깔끔했다.

청결하고 매력적인 장식. 안락한 접대 의자와 테이블.

세련되고 편안한 분위기의 연구실에는 편안한 표정으로 업무를 하던 강효린의 모습이 보였다.

강효린은 아이린의 얼굴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1 팀장님 오셨네요! 어서오세요!"

"… 지부장. 다시 말하지만 그렇게 말을 높일 필요는 없다니까."

본부의 팀장과 각 지부의 지부장은 비슷한 위치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나이까지 같은 둘이었으니 저렇게 높여서 말할 필요는 없었다.

"어떻게 아이린 님한테 그러겠어요. 여기 앉으세요. 제가 차라도 대접할게요."

"… 응."

강효린은 신난 듯 차를 준비했다.

'대체 뭐가 저렇게 신난 거야.'

항상 저런 분위기다 보니 아이린도 이제 적응했다.

아이린은 강효린이 준비한 차를 마시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오신거에요?"

"그, 이번에 화동 던전 조사가 있잖아."

"네네. 그렇죠."

"조사팀에 내가 아는 사람 한 명만 끼워줬으면 해서…."

"흐으음. 아는 사람이요?"

"… 응."

강효린은 아이린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에게 부탁을 할 사람이 아닌데, 저런 말을 꺼내는 이유가 궁금했다.

"아이린 님, 혹시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넣을 수 있으면 넣으라는 거야. 싫으면 안 넣어도 괜찮아. 정말이야."

"누구인데요?"

"이호연이야. 너도 알고 있지? 네가 가르치는 생도잖아."

"이호연…?"

아이린은 권력을 빌미로 부탁하는 지금 상황이 너무 불편했지만, 강효린은 진지하게 고민을 이어갔다.

'이호연.'

최근 이슈의 중심인 남자.

그는 천재 마법사인 임솔의 직속 제자다.

며칠 전 마법사 학회를 뒤집는 마법과 연구를 발표했고, 그 이후 마법사 학회장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빅토리아 아카데미의 이사장과도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며, 학생회실에 자주 들리는 걸 보면 학생 회장과도 친분이 있다.

정보 길드인 아이리스 길드의 한국 지부장이자 아카데미의 교수라면 모를 수가 없는 사내.

'그리고 스칼렛의 연인.'

마침 강효린도 그에게 흥미가 있었다.

얼굴이 잘생긴 건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매력 있는 사내길래 여자들이 그렇게 달라붙는 걸까.

자신의 친구인 스칼렛까지 사로잡았다면 엄청난 놈이겠지.

"다시 말하지만 안 넣어도 상관없…."

"허락하겠습니다."

강효린은 불안한 표정으로 말하는 아이린에게 말했다.

"… 정말?"

"예. 아이린 님의 말이라면 들어야죠."

"아니아니아니.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야. 괜찮…."

"몰래 합류하는 식으로 했다가는 불만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차라리 대대적으로 발표하죠. 아이리스 길드와 협업하는 방식으로요."

"그렇게 크게 벌릴 필요가 없다니까…?"

탁­ 타다닥­

아이린은 쓸데없는 일을 말리려 했지만,강효린은 아이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키보드를 두드렸다.

이호연을 조사팀에 정식으로 합류하게 만들기 위한 작업이었다.

"이호연 생도에게는 제가 연락해도 되겠습니까?"

"어, 어."

"그럼 제가 직접 접촉하겠습니다. 아이린 님은 편하게 있으세요."

"…응. 하아아."

역시 상대하기 힘든 사람이다.

'그래도 성공하긴 했네. 아니, 성공이라고 해야하나….'

아이린은 한숨을 내쉬며 신난 표정의 강효린을 쳐다봤다.

*

프랑스.

아이리스 길드 본부의 훈련장.

촤악­ 챡­

빠드드드득­

푸르게 빛나는 얼음 결정이 검을 감쌌다.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픽픽 쓰러져나가는 마인들.

검을 잡은 금발의 미녀는 빈틈을 노리는 마인에게 마법을 쏘아냈다.

­ 쿠어어어!

"흐읍…!"

마지막으로 남은 마인이 괴성을 지르며 다가왔고,호흡을 가다듬은 엘리스는 마지막 마인의 머리를 둘로 갈랐다.

그와 동시에 주변을 감싸던 마력 결계가 무너지며 훈련장의 시스템이 종료됐다.

치이이익­

"고생하셨습니다. 엘리스 아가씨."

"응. 고마워."

엘리스는 세바스 찬이 내미는 수건을 받아 땀을 닦아냈다.

프랑스에서 지내는 동안 훈련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

목표는 이호연.

따라잡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목표는 크게 잡는 법이니까.

"엄청난 성장이군. 소녀. 하지만 나 Wild Gladiator를 상대하려면 아직 멀었다. 마력의 낭비가 너무 심해."

"…."

꿀꺽꿀꺽.

엘리스는 옆에서 떠드는 켄타우로스를 철저히 무시하며 목을 축였다.

이호연이 한국으로 돌아간 뒤.

감옥에 갇혀있던 케이론은 성실한 태도로 수사에 임했고, 그의 태도와 재밌는 말투는 길드원들에게 호감을 사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순식간에 아이리스 길드에 융화되기 시작한 케이론은 길드장의 마음에 들었고, 마력구속구를 찬다는 조건 하에 길드 내부를 돌아다닐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케이론은 주로 훈련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의 강한 무력과 자신보다 약한 자들에게 취하는 너그러운 태도는 길드원들의 실력 향상에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었다.

아이리스 길드원들은 대부분 케이론에게 적응했지만, 이제 막 일주일 정도 얼굴을 본 엘리스는 아직도 이 괴물에 적응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 목숨을 걸고 싸우던 켄타우로스가 자신의 옆에서 헛소리를 하는 지금 상황을 그녀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엘리스는 케이론에게 들리지 않도록 세바스 찬에게 속삭였다.

"… 세바스 찬. 이 마수를 정말 믿어도 되는거야?"

"예. 괜찮습니다. 가끔 WIld Gladiator라고 불러주기만 하면 됩니다."

"Wild Gladitor…?"

"나를 불렀나. 소녀여."

"악!"

엘리스는 아직 얼음이 맺힌 검을 붕붕 휘두르며 케이론을 내쫓았다.

케이론은 거센 반항에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말을 이었다.

"무서운 소녀군. 하지만 나보다 약한 자는 건드리지 않는 게 내 긍지. 그것이 바로 Wild…."

"하아…."

저 미친 마수가 뭐가 좋다고 길드를 돌아다니는 걸까.

역시 오늘 당장 아빠한테 말해서 처리해달라고 해야지.

"다시 감옥에 가둬야 해. 아으."

엘리스는 훈련장을 빠져나오며 투덜거렸다.

지금은 저런 괴물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 착한 놈입니다. 말도 잘 듣습니다."

"… 됐어. 아까 하던 말이나 해봐. 이호연이 한국 지부에서 일하기로 했다며."

엘리스는 뒤따라오는 세바스 찬에게 말했다.

이호연이 아이리스 길드와 무언가 한다고 했었지.

"정확히 말하면 한국 지부와 협업입니다. 한국에서 이미지가 좋은 이호연 생도와 함께하면서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모양입니다."

"광고 같은 거구나. 비용은?"

"비용은 따로 없다고 합니다."

"… 정말?"

엘리스는 눈을 크게 뜨며 세바스 찬을 바라봤다.

'그 남자를 어떻게 구워삶은 거지…?'

그녀가 아는 이호연은 웬만하면 손해를 보지 않는 타입이었다.

그런 남자를 설득하다니, 역시 한국 지부장인가.

"마침 한국에 있는 던전을 조사하기로 했는데, 그 던전 조사팀에 합류한 모양입니다."

"아하… 거기 언니도 따라가는 거야?"

"그렇습니다."

"흐음""

하필 언니와 같이 간다는 사실이 조금 기분이 나빴지만, 이호연이 언니는 건드리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으니 괜찮을 거다.

아마 별일 없겠지.

'… 그걸 믿어?'

엘리스는 무의식적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미녀가 앞에 있는 이호연을 믿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

엘리스는 이호연의 얼굴을 떠올리며 고민했다.

생각해보면 저번에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이호연에게 정확히 어떤 저주가 걸렸는지는 모르지만, 이호연이 언니에게 먼저 다가가진 않을 거라고 분명히 말했었다.

'그러면 괜찮겠지.'

아무리 바람둥이라지만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면 괜찮다.

설마 언니가 이호연에게 다가가는 건 말이 안 되니까.

엘리스는 안심한 상태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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