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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야겜에 빙의했다-417화 (417/648)

〈 417화 〉 417화. 아이리스 길드 한국 지부

* * *

"맞아요…. 공항을 나오는데 기자들이 얼마나 귀찮던지."

"그래도 운이 좋았네. 잘 도망칠 수 있었잖아."

"그렇긴하죠. 수린 누나는 어때요? 요즘도 기자들이 많아요?"

"요즘은 괜찮아. 호연이가 유명해져서 그런 걸까?"

우리는 차를 홀짝거리며 근황을 나눴다.

수린 누나는 날 스토킹하면서 스토커에 대한 공포를 떨쳐냈다.

동기 자체는 이상해도 결과는 좋았다.

다행히 이제 스토커에 대한 건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다.

'대신 내 사진을 모으긴 하지만, 괜찮겠지."

예쁜 여자가 내 사진을 모으는 건 언제나 환영이다.

나는 문수린과 대화를 나누다가, 찾아온 용건이 생각나 입을 열었다.

"수린 누나는 아무래도 정보를 얻을 창구가 많죠?"

"아무래도 그렇지? 혹시 물어볼 거 있어?"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요."

나는 목을 축이며 릴리아나가 본 인터넷 기사에 대해 말했다.

던전의 마나 측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 사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확인해서 나쁠 건 없겠지.

내 말을 들은 수린 누나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을 이었다.

"던전… 안 그래도 이런 말이 있긴 했어."

착­ 착­

문수린은 깔끔한 책상의 서류더미를 뒤지다가, 서류 하나를 뽑았다.

수린 누나는 서류를 보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전 세계에 이상한 던전이 생겼다는 보고가 늘어났어."

"그래요?"

"응. 사실 그런 사건은 흔해서 그렇게 신경 쓸만한 일은 아니었는데, 요즘은 빈도가 신기할 정도로 많이 늘어났거든. 그래서 몇몇 전문가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

"고마워요. 수린 누나."

이러면 릴리아나가 느낀 위화감이 틀리지 않았다고 봐도 되겠지.

확실히 무언가 수상한 점이 있는 거다.

'그리고 수상한 던전이 많아지는 건 희소식이야.'

그럼 내 가짜 던전도 스리슬쩍 넘어갈 수 있겠지.

기회가 되면 한 번 조사해보고 싶네.

직접 확인해야 확실하게 특이점을 파악할 수 있다.

"도움이 됐다니 기쁘네."

문수린은 서류를 정리하며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누나 일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나?"

"네. 그… 아버님 일이요."

나는 조심스럽게 마인 문성민에 대한 말을 꺼냈다.

사실 가족과 관련된 일은 안 건드리고 싶지만,그래도 나랑 관련 있는 일이니까 물어는 봐야지.

내가 도울 수 있다면 돕는 것도 하고 싶었다.

"워낙 잘 숨던 분이잖아. 10년 넘게 숨어계셔서… 찾기가 쉽지 않네."

"그렇긴 하죠."

심지어 그에겐 마법으로 추적되지 않는 이동능력까지 있었다.

웬만하면 잡기 힘들겠지.

"그래도 호연이가 찾아온 펜던트 덕분에 더 쉬워졌어. 고마워."

"에이. 제가 뭘 했다고."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주제가 주제다 보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괜히 부담스러워진다.

수린 누나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호연아. 나 안아줘."

"… 네네."

나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 수린 누나의 뒤에 섰다.

단순하게 팔로 상체를 덮는 포옹이었지만, 수린 누나는 그것만으로도 만족인 지 내 손을 쓰다듬으며 기뻐했다.

"항상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 그러게요."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수린 누나의 정수리를 턱으로 눌렀다.

"으, 아파. 왜 그래?"

"그냥 귀여워서요."

투정을 부리는 모습도 예쁘니까 다 받아줄 수 있다.

항상 여러 가지 일 때문에 피곤해 보이니까 나랑 있을 때는 기분 좋게 해 줘야지.

"그렇게 계속 누르면… 으응."

나는 칭얼대는 문수린의 얼굴을 옆으로 돌려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키스.

입술의 감촉을 즐기며 얼굴을 쓰다듬는 스킨십은 언제 해도 기분이 좋았다.

"흐으, 호연아. 나 아직 일이…."

"누나도 좋잖아."

"…으응"

나는 배시시 웃는 문수린을 보며 키스를 이어갔다.

*

수린 누나와 짧은 사랑을 나눈 뒤.

아직 할 일이 남은 수린 누나에게 키스를 해주고 학생회실을 나왔다.

"후우…."

옷매무새를 정돈하며 동아리 건물을 빠져나왔다.

오늘 일정은 끝이다.

집에 가서 레베카랑 마법 연구라도 해야지.

'아니면 릴리아나 방송 모니터링이라도 할까?'

요즘 점점 이상해지는 릴리아나의 방송을 체크해보는 것도 좋겠네.

대체 무슨 방송을 하고 있길래 그러는거야.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동아리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또각­ 또각­

가벼운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내게 가까워지는 것 같은 소리.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긴장한 얼굴의 아이린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구나.'

적어도 집에 도착한 뒤에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의외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안녕하세요?"

"… 응."

"미국에서 어제 돌아왔거든요. 저도 여기서 볼 줄은 몰랐네요."

"그렇네. 반가워."

아이린은 심호흡을 하고 표정을 풀더니 내게 다가왔다.

"… 자리를 옮길까? 여기서 대화를 하다가는 학생회장이 볼 수도 있어."

"좋아요."

문수린에게 들키는 건 나와 아이린 둘 다 좋은 일이 아니다.

나는 아이린의 뒤를 따라 가까운 카페로 향했다.

또각. 또각.

저벅. 저벅.

서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는데, 나는 아이린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의외로 침착하네.'

저번에는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화를 냈었다.

아마 내가 미국에 간 동안 혼자 생각을 많이 했겠지.

엘리스를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할지는 나도 궁금했다.

'웬만하면 내가 나쁜 역할을 해주고 싶은데.'

아이린과 엘리스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어차피 쓰레기 취급이니 괜찮겠지.

그리고 어느 정도 이미지가 나빠져도 가짜 던전 계획에서 뒤집을 수 있다.

'이러다가 가짜 던전 계획이 망하면 어쩌지.'

사실상 내 복잡한 여자 관계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다.

전력을 다해서 완벽한 계획으로 만들 생각이지만, 원래 인생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법.

모든 걸 걸었어도 실패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걸 막기 위해서 최대한 준비를 완벽하게 해야한다.

'… 생각해보니 아이린이 있네.'

가짜 던전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선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

레베카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도움도 있으면 좋겠지.

내 여자관계를 알면서도 신경 쓰지 않을 사람.

게다가 날 도와줄 능력까지 있는 사람.

아이린.

가짜 던전 계획을 도와주기에 딱 맞지 않나?

협조는 강제로 시키면 되잖아.

"뭐해?"

"아, 지금 갈게요."

생각에 빠져있다 보니 카페의 문을 열고 기다리는 아이린을 보지 못했다.

나는 빠르게 카페로 들어갔다.

음료를 시키고 자리에 앉은 뒤.

맞은편에 앉은 아이린에게 말을 걸었다.

"미국에 갔다 온 동안 잘 지내셨어요?"

"우리가 안부를 나눌 사이는 아니잖아."

"기분 나빴으면 죄송해요."

"… 사과할 건 없어."

아이린은 내가 하는 사과에 순간 놀란 듯했지만, 금방 표정을 굳혔다.

오늘은 진지한 분위기로 말하고 싶나 보네.

나도 바로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생각은 다 정리하셨어요?"

"내 생각은 똑같아. 엘리스는 내 소중한 가족이야."

"저도 나쁜 짓을 하는 건 아닌데요."

내가 엘리스에게 얼마나 사랑을 주고 있는데.

"널 믿을 수 없어. 엘리스가 너를 만난 이후로 이상해졌거든."

"대신 저한테 뭘 해주실 건데요?"

"네가 원하는 대로… 뭐든 해줄게."

"마침 집에 엘리스도 없으니까 편하겠네요."

아이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누가 보면 내가 악당인 줄 알겠네.

나만큼 여자를 배려하는 남자가 어디 있다고.

"아무리 그래도 집에서 하는 건 안 돼. 엘리스가 언제 돌아올지…."

"일단 그 얘기는 됐고요. 뭐 좀 물어볼게요."

나는 아이린의 말을 끊고 말했다.

정보 길드의 1 팀장을 만났으니 아이린에게도 던전에 대해 물어봐야지.

수린 누나에게 물어서 무언가 있다는 걸 알았으니, 아이린에게도 정보를 뜯어야한다.

"내가 대답해줄 거라고 생각해?"

"뭐든지 해준다면서요."

"그거랑 정보랑 상관없잖아."

"네? 혹시 저랑 다른 걸 생각하신 건가? 뭘 생각하신 거지."

"… 뭐든 물어봐."

내가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웃자, 아이린은 불편한 표정으로 커피를 쪽쪽 빨았다.

★ 히로인 상태창

[아이린]

­ [ 호감도 : 45 ] (+ 0.2)

­ [ 성욕 : 60 ]

­ [ 식욕 : 40 ]

­ [ 피로도 : 40 ]

현재 상태 : 설마 추가적인 약속이라는 게 정보 제공은 아니겠지. 설마….

상태창을 확인해보니 역시 야한 약속을 기대한 모양.

물론 야한 약속도 받아내야겠지만, 일단은 정보를 얻을 생각이다.

아이린에게도 수린 누나에게 말한 것과 똑같이 던전의 이상현상에 대해 물었다.

내 말을 들은 아이린은 스마트 워치를 확인했다.

"어떻게 네가 그 사건을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아이리스 길드가 조사 중이야."

"정말요?"

"던전에 대한 정보는 원하는 길드가 많아서 비싸게 팔리는 경우가 많으니까."

나는 아이린이 보여주는 스마트 워치 화면을 확인했다.

화면에는 아이리스 길드의 조사 과정이 나와있었는데, 한국의 던전도 조사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다.

"화동 던전은 한국에 있네요?"

"맞아. 곧 한국 지부가 조사하겠지."

"잘 됐네요. 그거 저도 끼워주세요."

"응?"

"조사하는 거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직접 내 눈으로 던전을 확인하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였다.

특이한 던전의 정보가 많이 생긴다면 가짜 던전의 완성도도 올라가겠지.

"그건 내 권한이 아니라 한국 지부장의…."

"아이린 씨한테 안 되는 게 어딨어요. 길드장 님 딸이면서."

누굴 바보로 아나.

아이린은 1 팀장이자 길드장의 딸.

조사팀에 사람 하나 정도 꽂는 건 누워서 떡먹기다.

아이린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내게 말했다.

"정말 그걸로… 엘리스와 관계를 끊을 거야?"

"일단 해보고요."

정보도 뜯어내고 아이린의 몸도 취하는 게 베스트다.

물론 아이린을 배려할 수 있도록 좋은 방안을 생각해야겠지.

"… 나중에 부족하다고 조건을 추가하지 말고 지금 모두 말해."

"당장은 생각이 안 나서 그래요. 혹시 아이린 씨는 생각하고 있던 조건이 있어요?"

"……."

아이린은 입을 다물고 눈을 찌푸렸다.

분명 아이린은 섹스를 생각하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자신의 입으로 섹스라고 말하기는 힘들겠지.

나와 했던 관계가 좋았던 걸 인정하기도 싫을 거다.

나한테 약점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그래도 정보를 솔직하게 말해주는 점을 보면 아이린도 성격이 나쁜 건 아니다.

엘리스처럼 약속에 민감한 타입인가?

"그러고 보니 엘리스는 언제 온대요?"

"… 나도 몰라."

"거짓말하지 마세요."

"진짜 몰라서 그래. 길드장님이 만족하실 때까지 프랑스에 있기로 했으니까."

아무래도 엘리스가 언제 오는지는 정말 모르는 듯했다.

'이왕이면 엘리스랑 아이린의 관계도 개선하고 싶은데.'

차라리 루시 루미처럼 쌍둥이였으면 편했을 텐데, 나이 차이가 있는 자매다 보니 설득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아무튼, 일단 조사팀에 끼워주세요. 그다음에 생각해볼게요."

"정말 그거면 돼?"

"네. 일단은요."

아이린은 머리가 아픈 듯 스마트워치를 두드렸고, 나는 아이린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방학 내내 할 일이 생기겠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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