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야겜에 빙의했다-412화 (412/648)

〈 412화 〉 412화. 괴도 이호연

* * *

콰아아앙­

에이든의 저택앞.

구속 영장도 없이 쳐들어온 아서는 저택의 앞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분명 집 밖으로 나간 흔적이 없는데 응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켜."

마법사들을 뒤로 밀어낸 아서는, 마력을 실은 주먹으로 에이든의 저택 대문을 박살냈다.

뒤에서 대기하던 인원들은 아서의 돌발행동에 눈을 크게 뜨며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하, 학회장님. 정말 이래도 괜찮은 겁니까? 아직 체포 허가도 없습니다."

"이미 증거는 잡았어. 책임은 내가 질 테니 걱정하지 마라."

아서는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에이든의 저택으로 들어갔다.

그 뒤에는 아서의 몇몇 심복과 임솔, 그리고 이호연이 따라붙었다.

이호연은 맨 뒤에서 임솔에게 속삭였다.

"교수님. 여기 숨어있는 거 맞아요?"

"그렇겠지. 도망갈 시간도 없었을 거야."

이호연은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증언이 나오자마자 들이닥쳤으니 에이든의 입장에선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소식이겠지.

저택의 안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사람들이 이렇게나 들이닥쳤는데 집주인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무언가 찜찜한 점이 있다는 뜻이다.

"학회장 님. 나눠서 수색합니까?"

"그래. 외부로 나가는 길은 모두 막아놨으니 순간이동 마법진만 막으면 된다."

"비켜요. 제가 처리할 테니까."

그때, 뒤에서 지켜보던 임솔이 귀찮은 표정을 하며 앞으로 나섰다.

파악­

임솔은 결계를 전개하며 마력을 펼쳤다.

순식간에 펼쳐진 결계는 저택을 감싸고, 그 안에서 임솔의 마력이 팽창했다.

빠르게 마력 탐색을 마친 임솔은 몸을 돌려 2층으로 향했다.

"솔아, 무언가 찾은 거냐?"

"2층에 순간이동 마법진이 있어요. 아마 긴급 대피용인 것 같아요."

"이런! 당장 올라가!"

타다다닥­

아서를 중심으로 한 마법사들이 2층으로 올라가고, 임솔의 지시에 따라 좌측의 잠겨있던 방을 억지로 열었다.

빛나고 있는 마법진과 그 위에 올라가 있는 에이든.

에이든은 눈 앞에 들이닥친 마법사들을 보며 당황을 숨기지 못했다.

"제, 젠장!"

"즉시 체포해! 어서!"

"다가오지 마! 다가오는 순간 죽여버…! 크읍!"

에이든도 가만히 있던 건 아니었다.

그는 준비했던 마법진을 펼쳤다.

자신의 집에 누군가 침입한 걸 안 이상 그도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수 십개의 강한 화력을 가진 마법들.

완벽하게 준비하진 못했지만 잠깐의 틈만 벌면 괜찮았다.

사르륵­

하지만, 상대가 안좋았다.

에이든이 준비한 마법은 임솔의 손짓 한 번에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차기 학회장 후보인 에이든이 약한 마법사는 아니었지만, 천재 마법사 임솔과는 격이 달랐다.

에이든은 멈춰버린 순간이동 마법진을 보며 혼이 빠진 듯 중얼거렸다.

"마, 말도 안되는…."

"에이든. 당신이 내통 중이라는 마인의 증언이 나왔습니다. 아직 진위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도주 우려가 있기에 긴급 체포하겠습니다."

"내가 누군 지 알고 이러는 거냐! 아서! 정말 당신이 감당할 수 있겠어?!"

마법사들은 에이든의 몸을 구속했고, 에이든은 몸을 비틀며 아서에게 독설을 쏘아붙였다.

아직 그의 뒤에는 판데믹과 원로들이 있었다.

이렇게 무너지기에는….

"그건 내가 할 말이다. 에이든. 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아서는 주먹을 꽉 쥐고, 굳은 표정으로 에이든에게 다가갔다.

본래 착하게 살지는 못해도 나쁘게 살지말자는 주의였던 그는 에이든의 심한 행패를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빠악­

아서는 꽉 쥔 주먹으로 에이든의 명치를 강하게 후려갈겼다.

"크흐윽!"

주먹에 맞은 에이든은 날아가듯 바닥에 뒹굴었고, 옆에 있던 마법사들이 아서의 양 팔을 잡으며 말렸다.

"학회장 님! 그만하십시오! 그만!"

"괜찮아. 티 안 나게 때렸으니 안 들켜. 김 비서는 지금 당장 학회에 연락해 절차를 밟아. 나머지는 그 사이에 미리 증거를 확보해놓는다.'

"예! 알겠습니다!"

비서에게 명령을 마친 아서는 임솔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솔아, 너도 부탁한다. 부끄럽지만 학회의 조사팀도 완전히 믿을 순 없어. 그들이 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야 해."

"알겠어요. 아저씨."

"그리고 이호연 자네도… 응? 솔아, 이호연 생도가 안 보인다."

아서는 고개를 돌리며 이호연을 찾았지만 방 안에 이호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2층에 같이 올라오는 건 봤어요. 아마 길이라도 잃은 거 아닐까요. 호연이가 의외로 덤벙대는 구석이 있거든요."

임솔은 무언가 생각난 듯 미소를 지었고, 아서는 임솔을 보며 눈을 끔벅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 이호연 생도는 믿을 수 있으니 괜찮다. 일단 에이든을 포박하고 증거를 찾는 걸 우선 순위로 하자."

이런 곳에서까지 임솔을 놀릴 정도로 아서는 멍청이가 아니었다.

아서는 마법사들과 함께 에이든의 저택을 뒤지기 시작했다.

*

아서와 임솔이 에이든을 만난 시각.

"여기가 맞는 거 같은데…."

나는 에이든의 방으로 보이는 곳에 들어갔다.

임솔이 마력 탐지를 할 때 당연히 나도 마력을 펼쳤다.

2층의 구석에서 순간이동 마법진이 발견되었고, 모두가 그 쪽으로 향하는 동안 나는 슬쩍 우측으로 빠졌다.

미약하지만 은폐되어있는 마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마천궁 전개."

스으윽­

나는 천천히 방을 둘러보며 수상한 곳을 찾았다.

마천궁의 안에서는 내 마력 컨트롤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내가 찾으려는 무한의 엔트로피는 마력 에너지 그 자체.

즉 아무리 꽁꽁 숨겨놨더라도….

지이잉­

"이 밑이구나."

나라면 찾아낼 수 있었다.

에이든의 책상 밑의 공간.

그 곳에서 은폐된 마력이 느껴졌다.

책상 밑으로 들어가 손으로 바닥을 더듬자 열쇠 구멍이 만져졌다.

아마 마법진을 안 쪽 깊숙이 설치하며 최대한 숨긴 모양이다.

콰드득­

물론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나는 바닥을 통째로 뜯어내고 안 쪽의 금고를 챙겼다.

물건을 확인해보고 싶지만, 지금 당장 이걸 해제할 수는 없었다.

무한의 엔트로피가 어떤 성질을 가졌는 지 모르기 때문이다.

일단은 룬의 결계를 펼쳐 금고만 챙겨야한다.

'이건 제가 먹겠습니다. 학회장 님.'

사실 이 정도면 싸지 않나?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도, 나는 충분히 할 일을 했다.

마인도 잡아줘, 정적도 잡아줘, 쩌는 연구도 하나 해줘.

며칠동안은 내가 명예 학회장이나 마찬가지였잖아.

학회장 상을 한 5개는 받아야지.

싫으면 임솔하고 소개팅이라도 주선해주든가.

아무것도 안 해줄 거면 이 정도는 챙겨야한다.

"이봐! 이 주변도 뒤져! 저기가 에이든의 방이다!"

그때, 바깥에서 같이 온 마법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룬의 결계로 책상 아래를 원상복구하고, 자연스럽게 책상의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봐! 아, 이호연 마법사였나. 먼저 와있었군!"

"네. 이 쪽에 수상한 서류들이 있어서 확인중이었습니다."

"수상한 서류?! 우리도 확인하지!"

나는 비밀 마법 결사의 서류로 보이는 것들을 마법사에게 넘기며 미소를 지었다.

*

에이든 체포가 끝난 후.

나와 임솔은 스위트 룸에서 짐을 정리하며 대화를 나눴다.

임솔은 미국에서 산 마법 물건이 많아서 짐이 꽤 많았지만, 나는 금방 정리할 수 있었다.

­ 차기 학회장 후보 에이든. 비밀 마법 결사의 수장이었던 걸로 밝혀져 충격….

­ 학회에 숨어있던 판데믹의 끄나풀. 학회의 원로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 학회장 아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학회의 썩은 곳을 모두 도려내겠다" 발표.

"파장이 엄청나네요."

나는 스마트워치를 보며 중얼거렸다.

"응. 아저씨가 학회장이 되기 전부터 준비하던 일이야. 기회를 잡았을 때 제대로 밀어붙일 생각인가 봐."

"이 정도면 거의 끝난 거 아니에요?"

"그렇지. 에이든의 집에서 비밀 마법 결사에 대한 증거가 나왔다고 해. 에이든이 자백한 것도 많다고 하고."

"흐음… 다행이네."

처음 마인의 습격을 받았을 땐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쩌다 보니 전화위복이 되었다.

역시 나는 운이 좋다니까.

"에이든이 잡히는 모습을 못 본 건 아쉽네요."

에이든이 마력 밧줄에 묶여있는 모습을 보긴 했지만, 그는 나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않았다.

나라도 그러겠지.

자존심이 바닥까지 떨어졌으니까.

무한의 엔트로피를 챙기느라 그걸 못 봐서 조금 아쉬웠다.

사람이 없었으면 발로 툭툭 차기라도 했을텐데 사람이 많아서 그러지도 못했다.

"괜찮아. 내가 복수했거든. 그러고 보니 아까 에이든을 잡을 때 어디 있던 거야?"

"… 길을 잃었어요."

"그럴 것 같았어. 조심해."

"…."

임솔은 평소에 날 어떤 눈으로 보길래 길을 잃었다는 말에 저렇게 쉽게 동의하는걸까.

'의심 안해주는 걸 고맙게 생각하자.'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가방을 바라봤다.

아까 챙겨온 무한의 엔트로피는 내 가방 깊은 곳에 보관 중이다.

집에 돌아가서 천천히 열어봐야지.

미국에 있을 때 확인하기에는 뭔가 양심에 찔린다.게다가 임솔도 옆에 있으니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나는 주제를 돌리기 위해 말을 이었다.

"학회장님하고 인사는 못하겠죠?"

"많이 바쁠걸. 그리고 며칠간 계속 봤더니 이제 아저씨 얼굴도 질려."

"저도 계속 봤잖아요."

"…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

나는 고개를 돌리는 임솔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찰랑거리는 은발을 쓰다듬어보고 싶지만 그랬다간 화내겠지.

"아, 맞아. 이거."

툭­

나는 임솔이 던진 붉은 마력구를 양 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았다.

마력구에서는 꽤 진한 마력이 느껴졌다.

"이게 뭐에요?"

"에이든의 집에서 몰래 챙긴 거야. 아마 아티팩트일걸."

"… 네?"

"우리 제자가 그렇게 고생했는데 아저씨는 나중에 보상한다면서 입 싹 닫고 넘어가려고 하잖아. 그걸 어떻게 믿어. 나라도 챙겨줘야지."

임솔은 당당하게 가슴을 피며 이야기했다.

마치 받아야 할 걸 당연히 받은 것 같은 얼굴이었다.

"큭."

"뭐가 웃겨. 너 생각해서 가져온거야."

"고마워서 그래요. 진짜 잘 쓸게요."

조사 현장에서 남들 몰래 주머니에 마력구를 챙기는 임솔을 떠올렸더니 나도 모르게웃음이 나왔다.

역시 내 스승님 답구나.

챙길 수 있는 건 챙겨야지. 아주 좋아.

내 예비 여자친구로서 바람직한 자세다.

"호연이 네가 제일 고생했어. 논문도 그렇고 아저씨를 도와준 것도 그렇고. 역시 내 제자답네."

"이게 다 좋은 스승이 있어서 그렇죠. 학회에서 성과는 좀 마음에 드세요?"

"당연하지. 마법사라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연구였거든."

"저는 솔이 누나가 좋다면 다 좋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강해지면 완벽하겠어."

"… 노력해볼게요. 근데 이게 무슨 아티팩트인지는 모르세요?"

나는 붉은 마력구를 빙빙 돌려가며 말했다.

────[ 붉은 마력구 ]────

▶ 최상 등급

▶ 불길한 마력이 담긴 마력구

▶ 의식이나 제사에 사용되는 물건으로 추정된다.

불길한 마력이 담겨있다.

────────────

등급이 높은 걸 보면 고급아티팩트인데, 내 능력으로 봐도 딱히 활용처가 안보였다.

어쩌면 특수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마력만 잔뜩 담아놓은 물건일지도 모른다.

"나도 조사할 시간이 없었거든. 장물이니까 사용하지 말고 팔아버려. 아마 한국에서 팔면 괜찮을 거야. 내가 사람 좀 소개해줄까?"

"아니요. 일단 제가 조사 좀 해볼게요."

이런 건 잡일 전문 스칼렛에게 맡기면 된다.

팔아서 릴리아나 식비로 쓰면 되겠네.

나는 마력구를 짐에 쑤셔 넣고, 정리를 거의 다 끝낸 임솔의 옆에 딱 붙었다.

"내일이면 돌아가는 거죠?"

"뒤처리는 귀찮으니 아저씨한테 맡길 거야. 우리는 가야지."

"그럼 오늘이 마지막 밤인데… 같은 방에서 자요."

"그러고 싶어?"

"네. 손만 잡고 잘게요."

"그럼 그렇게 할까? 마지막 날이니까."

"흐흐…."

원래 모든 건 손부터 시작하는 거지.

나는 큭큭 웃으며 임솔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임솔은 눈을 찌푸리며 날 밀어냈지만, 내가 꾸역꾸역 얼굴을 비볐다.

"계속 이상하게 웃으면 각방이야."

"죄송합니다."

물론 차가운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사과하며 임솔에게 몸을 떼어냈다.

그래도 마지막에 임솔의 볼이 뜨거웠던 건 착각이 아닐거다.

나는 귀가 빨개진 임솔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괜찮은 시간이었어.'

꽤 강해졌고, 좋은 물건도 얻었다.

임솔과 더 친해진 건 말할 필요도 없지.

미국에서의 마지막 날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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