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5화 〉 405화. 학회 논문 발표 (2)
* * *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걸까.'
나는 침대에 누운 채 생각했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누워있는 임솔 교수님이 보였다.
"…."
"…."
교수님은 나를 바라보지도 않고 천장을 보고 있었는데, 이러니까 정말 뭘 하고 싶은 지 모르겠다.
'진짜 뭐야.'
아무 말이라도 좋으니 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주면 안 되나.
나는 오랜만에 임솔 교수님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 히로인 상태창
[임솔]
[ 호감도 : 99 ]
[ 성욕 : 75 ]
[ 식욕 : 35 ]
[ 피로도 : 40 ]
현재 상태 : 역시 내 욕심이었을지도 몰라. 언제까지 어린아이처럼 지낼 순 없으니까.
이건 무슨 말이야?
'욕심?'
나는 뜬금없이 튀어나온 단어의 뜻을 생각하며 계속 교수님의 얼굴을 바라봤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교수님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자 놀란 듯 몸을 움츠렸다.
그러다가 큰 결심을 한 듯 눈을 질끈 감았다.
타악
교수님은 삐걱거리면서 팔 한쪽을 내 몸에 올렸다.
끌어안는 것도 아니고 쓰다듬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 몸 위에 팔 하나를 턱 하니 올려놨다.
"…?"
이게 무슨 의미일까 잠깐 고민했다.
'애정표현?'
설마 위협은 아닐테니, 애정표현이겠지.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돼.
'상황은 괜찮은데….'
예쁜 여자와 단둘이 누워있는 상황을 싫어하는 남자는 세상에 없다.
지극히 평범한 남성인 나도 지금 상황이 참 좋았다.
마음 같아선 이대로 무언가 저지르고 싶을 정도.
하지만 그 전에 이유는 알고 싶다.
혹시 학회장한테 이상한 소리라도 들은 걸까?
나는 긴장으로 입을 꼬옥 다물고 있는 교수님에게 말을 걸었다.
"교수님. 무슨 일 있으시죠? 왜 그러세요."
"내가 우리 제자를 너무 신경 쓰지 않은 것 같아서 그래."
"갑자기요?"
"… 그냥 그렇다고 생각해."
교수님은 그 뒤로 다시 입을 다물었다.
아마 더 물어도 말해주진 않겠지.
'에라 모르겠다.'
나는 교수님의 팔을 잡으며 좀 더 몸을 가까이 붙였다.
목석처럼 굳어있던 교수님은 내가 가까이 오자 숨 쉬는 것도 잊은 듯 단단히 굳었다.
일정하게 들리는 심장 박동 소리와 따뜻한 체온.
은은하게 풍기는 여성의 체취.
나는 임솔 교수님의 얼굴에 손을 얹고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렸고,겁을 먹은 듯 동그랗게 뜬 눈이 나와 마주쳤다.
"…읏."
교수님은 잠깐 눈을 마주치더니 눈동자를 돌려 내 눈을 피했다.
역시 귀엽네.
저렇게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면 나도 참기가 힘든데.
'애초에 여기 누운 것부터 오케이아니야?'
내 얼굴로 천천히 교수님의 얼굴을 끌어당겼다.
"가만히 있어요."
"으읏… 읍, 응…."
곧 내 입술에 부드러운 게 맞닿았다.
첫 키스.
입술을 움직이며 교수님의 몸처럼 굳은 입술을 천천히 열었다.
저번에 했던 건 키스라기보단 입술 박치기였으니, 이걸 처음이라고 해도 되겠지.
나는 교수님의 달콤한 체향을 즐기며 입안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음… 흐읏."
처음에는 당황한 듯 가만히 있던 임솔 교수님도 천천히 혀를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익숙하지는 않아 보였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나는 천천히 교수님의 몸을 쓰다듬으며 정자세로 눕혔다.
허리에서 시작한 내 손길이 가슴까지 올라오자, 교수님도 조금씩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프하, 아, 아음…."
임솔 교수님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곧 찾아올 큰 변화를 알고 있는 듯이, 천천히 굳은 몸이 풀어지고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임솔 교수님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츄리닝 위로 곧바로 만져지는 부드러운 살결.
마법 연구할 때 속옷을 안 입는 나쁜 버릇이 미국에서도 안 고쳐졌구나.
"흐응, 으응…."
임솔 교수님은 가슴이 만져질 때마다 눈을 찡그리며 팔다리를 배배 꼬았다.
비정상적으로 음란한 목소리.
머리 끝까지 흥분이 올라온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잠시만.'
아니, 이건 아니다.
흐름대로 섹스까지 해버릴 뻔했네.
이렇게 첫경험을 할 거였으면 마법 수련을 하지도 않았다.
압도적으로 교수님을 이기고 전리품으로 임솔을 챙겨야 한다.
그래야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다.
지금 임솔 교수님은 평소와 달랐다.
대화를 조금 더 해야했다.
나는 교수님의 몸에서 손을 떼고, 흥분한 마음을 진정하며 말을 이었다.
"교수님. 정말 괜찮겠어요?"
"어, 음. 내가 경험이 없, 아니 적어서…."
나는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귀여운 거짓말이다.
경험이 있다는 사람치고는 너무 심하게 떨잖아.
"그게 아니고, 저 아직 교수님 못 이겼는데요?"
"… 아저씨가 10년이면 따라잡는다고 했잖아. 어차피 시간문제일텐데."
임솔 교수님은 입술을 내밀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래. 이런 반응이 나와야지.
교수님이 가진 마법에 대한 자신감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학회장이 10년이면 날 따라잡는다고 말해도 신경이나 쓰고 있을까?
아마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기분 나빠했을지도 모른다.
직접 느끼기 전까지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 거다.
그게 임솔이니까.
'그리고 그렇게 해야 뒤끝이 없지.'
이렇게 첫경험을 했다가 나중에 아쉬움이라도 남으면 그게 더 문제다.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임솔 교수님과 눈을 마주쳤다.
"거짓말 하지 마세요. 그렇게 생각 안 하면서."
"… 무슨 말이야."
"제가 아는 천재 마법사 임솔은 절대 그런 생각을 안 할 텐데."
"…."
나는 입을 다문 교수님을 바라봤다.
내심 자존심이 상하는 표정을 짓는 교수님이 귀여워서, 교수님의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걱정하지마세요. 교수님."
"뭐를?"
"무슨 일이 있어도 정정당당하게 이길 거에요. 교수님에게 인정받은 뒤에 야한 짓이든 이상한 짓이든 다 할 거니까, 그 때까지 기다리세요. 지금은 제가 거부하는거에요."
"…."
"교수님도 그게 좋죠? 아마 10년이나 걸리진 않을걸요."
"하아…."
나는 방긋방긋 웃으며 임솔 교수님과 눈을 마주쳤다.
임솔 교수님은 혼자서 '으으. 아아악.' 같은 소리를 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뭐가 그렇게 억울한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발을 동동거리더니, 곧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후으으…."
"괜찮은 거죠?"
"… 이호연."
"넵."
임솔 교수님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포기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 앞으로 단둘이 있을 때는 솔이라고 불러도 돼."
"정말요?"
"응."
"그럼 그렇게 부를게. 솔아."
"적어도 존댓말은 해야지."
"장난이에요. 솔이 누나. 근데 제가 이기면 그냥 솔이라고 불러도 되죠?"
"… 마음대로 해."
임솔은 붉어진 얼굴을 돌리며 내 말에 대답했다.
아. 진짜 왜 이렇게 귀엽지?
나는 임솔의 머리를 끌어안으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 섹스를 못 하는 건 아쉽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맞다.
오늘 밤 첫경험을 했다면 분명 아쉬움이 남았을거다.
임솔은 내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분명 기회를 줬어. 선택은 네가 한 거니까… 10년이나 걸리면 죽일 거야."
"죽이는 건 너무한데요."
"나한테 걸맞는 남자가 되려면 증명은 해야지."
"걱정하지 마세요."
어떻게든 될거다.
이번에 엄청난 마법도 하나 만들었고, 생각보다 금방 이길지도 모른다.
"하암."
긴장이 풀리자마자 나도 모르게 하품을 해버렸다.
임솔 교수님은 날 걱정하는 눈으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안 할 거면 잠이나 자자. 많이 피곤하지?"
"교수님. 아니, 솔이 누나."
"응?"
"자기전에 한 번만 해주시면 안 돼요?"
결국 못참고 부탁해버렸다.
방금 거절해놓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참 웃기지만, 며칠이나 참았더니 한 번은 꼭 하고싶었다.
"지금? 피곤하지 않아?"
"피곤한 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예쁜 여자가 한 발 빼주며 잠드는 밤.
거기 피곤이 들어갈 여지는 없다.
다행히 임솔은 별 거부반응 없이 허락해줬다.
"거기 누워봐."
"음, 오늘은 손으로 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손으로?"
"네. 여기 누워서 해주세요."
나는 팔 베개를 하듯 팔을 벌렸다.
임솔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내 팔 위에 누웠고, 나는 팔을 감아올리며 자연스럽게 임솔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 이게 좋아?"
"네. 이대로 잠들면 진짜 좋을 거 같아요."
"알겠어."
임솔은 천천히 내 바지를 내리고는 손을 집어넣었다.
사타구니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손의 감촉.
여자를 끌어안고 이대로 잠들 생각을 하는 게 참 이기적이긴 한데, 그만큼 기분이 좋았다.
"으으…."
임솔은 손으로 내 자지를 바지 밖으로 끄집어냈다.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는 손길에, 나는 온몸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하아…."
"피곤할 텐데 무리하는 거 아니야?"
"괜찮아요. 조금 더 세게. 네. 후우…."
나도 모르게 기분 좋은 한숨이 입 밖으로 나온다.
피곤해서 이대로 잠들고 싶은 마음과 조금 더 기분 좋아지고 싶은 마음.
이 두 가지가 내 머리에서 싸우고 있었다.
찔걱 찔걱
내 쿠퍼액을 윤활유삼아 자지를 잡은 임솔은 위 아래로 자지를 흔들었다.
사실 임솔의 펠라치오는 수준급이었지만, 대딸은 경험 부족으로 그렇게 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기분좋은 이유는 임솔이 예쁘기 때문도 있지만, 내가 쌓여있기 대문이다.
미국에 온 지 벌써 사 일째인데 그동안 한 번도 싸질 못했다.
첫 날에는 데이트 후에 잠들어버렸고, 두 번째 날과 세 번째 날은 연구를 하느라 못했다.
한국에서는 매일 몇 번이나 했던 섹스를 며칠간 못했으니 약한 자극도 너무 기분이 좋아서 금방 사정감이 몰려왔다.
"쌀 거 같아요. 교수님. 아니, 솔아…."
"입으로 받아도 괜찮아?"
"네. 그렇게 해주세요."
내 말을 들은 임솔은 자세를 바꿔 내 자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대로 손을 멈추지 않으며 대딸을 이어가다가, 사정하기 직전에 자지를 입에 넣고 쪽쪽 빨아줬다.
당연히 난 참지 못하고 그대로 입안에 사정했다.
몸에 있는 모든 정액이 빠져나가는 기분.
엄청난 쾌감이 몸을 강타했다.
그리고 사정의 여운과 동시에 피곤함이 몰려왔다.
"아…."
"음. 으음…."
꿀꺽. 꿀꺽.
아래에서는 내 정액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여자들도 대부분 정액을 삼키지만, 저렇게 맛있게 먹어주는 건 임솔 뿐이다.
"미안. 다 삼키려고 했는데 양이 많네."
"아니에요. 기분 좋았어요."
"역시 이게 제일 달아."
"고맙습니다…."
정액을 먹어주는 게 꼴리긴했지만,나는 몰려오는 수마를 버티지 못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임솔은 자지에 남은 정액을 청소하고 있었다.
나만 이대로 자도 되는걸까.
'괜찮겠지.'
이렇게 자보는 것도 언제 해보겠어.
여자한테 자지를 빨리면서 자는 경험을 해본 사람은 얼마 없을거다.
게다가 다른 여자라면 몰라도 임솔이라면 봐주겠지.
나는 그대로 긴장을 풀었고, 곧바로 잠에 들었다.
*
목요일 오후.
나는 오늘이 발표날인 걸 까먹고 계속 잠에 빠져있었다.
다행히 옆에서 자고있던 임솔이 깨워줘서간신히 학회 시간에 맞춰 일어날 수 있었다.
말을 들어보니 임솔도 내가 자는 걸 보고 그대로 잠에 들었다가 아슬아슬하게 일어난 모양이다.
하마터면 자느라 학회에 참석을 못 할 뻔 했다.
우리는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학회에 참여했고, 시간에 맞춰 발표장에 올 수 있었다.
"답답해."
"… 또 그러신다."
나는 찝찝한 표정을 짓는 임솔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임솔은 위 아래로 깔끔한 정장을 입고있었다.
매일같이 츄리닝만 입던 사람도 공식 석상에 설 때는 이렇게 품위를 갖췄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오랫동안 정장을 입고있는 게 불만이 많아보였다.
"마법사는 마법만 잘 하면 돼. 이런 쓸데없는 허례허식을 줄여야해."
"그래도 잘 어울리는데요."
"뭐?"
"잘 어울린다고요. 솔이가 여기서 제일 예쁜 것 같은데."
"… 조용히 해. 그리고 존댓말 해."
나는 조용해진 임솔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의외로 단순하시네.
릴리아나보다 컨트롤하기 쉬워.
"여기 있었구만!"
잠시 얼굴이 붉어진 임솔을 구경하고 있다보니, 멀리서 학회장이 다가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