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0화 〉 390화. 방학식 (2)
* * *
아카데미인근의고급호텔.
조용한방안에앉아있던남자는웃음을지었다.
"재미있어."
마에스트로의두눈은열망으로가득찼다.
평소판데믹의마인들에게는보여주지않는모습.
테이블위에는이호연의정보들이가득했다.
이호연은확실히이상했다.
20살생도라고는믿겨지지않는커리어와힘.그리고마력.
직접만나본그는하급S급마인정도는쉽게제압할수있을강함을가지고있었다.
유망주라는단어로는설명할수없는강함과성장속도.
그에게는특별한게있었다.
마에스트로는방금만남을되새겼다.
그는이호연의존재를확인하자마자다가갔고,가장강한세뇌를심었다.
'하지만세뇌에걸리지않았어.'
그는이세계의운명을알고있다.
이세계는이미멸망의길이정해졌다.
지옥의마왕이강림하는순간불바다가되어버릴테니까.
그리고그지옥의마왕을강림시키는건바로자신이다.
여기까지가정해진운명.
운명이라는건피할수없기에운명이다.
"하지만그도운명을타고났다면…."
자신의세뇌능력은운명의산물.
세뇌를무시하는그의능력도운명의산물일가능성이높다.
마에스트로는눈을감고고민을이어갔다.
세계를멸망시켜야하는자신의운명과그걸막는이호연의운명.
그사이에서자신이해야할일은무엇인가.
"투아르마마에스트로."
마에스트로는자신에게세뇌를시도했다.
명령은'이호연을도와세계를지켜라.'
치지직
하지만세뇌는금방꺼졌다.
마치누군가가마력을차단하는것처럼,자신의마력인데도조종할수가없었다.
"…투아르마마에스트로."
마에스트로는다시마력을일으켰다.
이번에는다른명령이었다.
'이호연을죽이고판데믹의위상을높여라.'
스르륵
마에스트로는그즉시자신의몸에가득차는고양감을느꼈다.
무슨수를써서라도이호연을죽여야한다는의무감이느껴졌다.
강제로움직이는팔은판데믹에연락을취하고있었다.
마에스트로님.무슨일이십니까?
"…아무것도아니에요."
탁
위험해지기전에마력을끊어낸마에스트로는입을다물었다.
이번에도똑같았다.
이빌어먹을운명은자신에게세계를멸망시키기를강요했다.
자신은그파도앞에서아무것도할수있는게없었다.
지끈
마에스트로는몸을채우는무력감에조용히눈을감았다.
*
"…후우."
나는거리에주저앉아멍하니허공을바라보다가몸을일으켰다.
마에스트로가사라졌는데도심장의두근거림이멈추지않았지만,계속이러고있을수는없으니까.
떨리는손으로주먹을강하게쥐며생각했다.
마에스트로.
확실히게임으로보는것과직접마주치는건느낌이확연히달랐다.
저게최종보스라는놈인가.
강함은모르겠지만,분위기와포스에서아우라가풍겨나왔다.
"…."
심호흡을하며긴장을풀었다.
다행히점차가슴의떨림이줄어들었고,방금의만남을되뇌일여유가생겼다.
"일단은…세뇌확인먼저."
룬의결계를강하게사용하고있었고,특전인[뚜렷한정신력]으로정신계방어도확실했다.
하지만직접만나본마에스트로의기운은상상이상.
이렇게 방어했는데도 자신을 바로 알아본 걸 보면, 세뇌가 내 방어를 뚫고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
혹시모르니세뇌 여부를확인해야지.
"투아르마마에스트로."
만약세뇌를당했다면극심한고통이찾아오며기억이돌아오는트리거가걸린세뇌어.
눈을 살짝 감고 고통을 대비했지만세뇌어를말한뒤에도고통이찾아오진않았다.
"…다행히세뇌에는면역인가?"
세뇌를안걸었을가능성도있지만, 걸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마에스트로의가장큰능력을방어한다는건좋은소식이네.
'근데왜내앞에나타난거지?'
세뇌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나는 고민을 이어갔다.
마에스트로를만나서느낀공포는그렇다치자.
최종보스라면그정도는해줘야지.
게다가이번에느낀감각은확실히기억했다.
아직시간은많이남아있으니,대책을세울수도있다.
문제는마에스트로가왜여기있냐는것.
만약일부러나를찾아온거라면,겨우길만묻고사라질이유가없잖아.
게다가그에게는적의가하나도없었다. 전투 감각이 발동하지 않은 게 그 증거다.
"머리아프네…."
나는천천히고민을이어가며케이크를집어들었다.
내부를슬쩍보자완전히뭉개진케이크가보였다.
"…이건어쩌지.아,복구하면되는구나?"
레베카에게배운룬의결계를이용해케이크를되돌리면된다.
프랑스에서 스칼렛의 상처를 치유했던 경험이 있으니 그걸 응용하면….
'레베카?'
그때,내머리에레베카의존재가스쳤다.
현재 레베카는 판데믹에게 쫒기는 중이다.
한국의 은신처를 박살내면서 잠깐 주춤하다 싶었는데,혹시판데믹에서배신한레베카를잡기위해 마에스트로가 직접한국에온건가?
나는불안감에레베카에게전화를걸었다.
여보세요.애기아빠~무슨일이야?
레베카의목소리는밝았다.
다행히아직별일은없구나.
"레베카씨.지금어디예요?"
잠시나와있어.병원에들렀다가마트라도가려고.왜?
"어디인지 말해요. 빨리!"
이 사람은 집에 박혀있지 왜 돌아다니고 난리야.
나는 답답함에 목소리를 높였다.
빅토리아산부인과야.왜화를내고그래.무슨일있어?
"거기서기다려요.지금갈테니까."
뚝
나는전화를끊고빠르게달리기시작했다.
빅토리아산부인과.
아카데미주변에서본기억이있었다.
마에스트로라도아카데미한복판에서이상한짓을하지는않을것같지만…혹시모르니얼굴은봐야겠다.
*
"애기 아빠가오늘따라좀이상하네?"
레베카는스마트워치를보며고개를갸웃거렸다.
저렇게 화를 내는성격이아니었는데무슨일이라도있는걸까.
"이수아씨.들어오세요."
"네~!"
레베카는많은 가명을 가지고 있었고,이수아는 그 중 하나였다.
레베카는기대감을 품고검사실로들어갔다.
오늘은 임신을 확인하는 날.
드디어 애기 아빠와 자신의 결실이….
"임신은아닌것같습니다."
"아…."
하지만아쉽게도임신은실패.
레베카는터덜터덜걸으며검사실을빠져나왔다.
1년에1명씩은낳을줄알았는데임신하는것부터이렇게어려울줄이야.
"으음…그래.기회는많으니까."
겨우 한 번 실패했을 뿐.
레베카는 다시 다짐하며 병원을 빠져나가려다가, 멈춰섰다.
"맞아.애기아빠가여기가만히있으라고했었지."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다급해보였으니 일단 대기해볼까.
병원로비에가만히앉아있던레베카는스마트워치를실행했다.
그리고 검색창을 열었다.
임신잘되는법
"으음.적절한운동과충분한수면…술안먹기담배안피기.이건다하는거고."
임신을위해생각을이어가다보니자신감이올라오는것같았다.
마음가짐도다시잡았으니임신도잘되겠지.
"레베카씨!"
그때익숙한목소리가들려왔다.
고개를들어보니숨을헐떡이는이호연의모습이보였다.
"애기아빠왔구나?"
"하아,네.후…괜찮아요?"
"응.당연히괜찮지.무슨일이라도있었어? 왜 이렇게 급하게 뛰어온거야."
이렇게다급한모습은오랜만에봤다.
혹시임신결과가궁금했나?
어차피집에가면말해줄텐데.
"방금마에스트로를만났어요."
"…마에스트로를?"
"네.저를알아보는것같았는데적의는없길래…혹시레베카씨가목표일까하고달려왔죠.아무일도없어서진짜다행이네요.후으…."
"뭐야….애기아빠,감동이야!"
얼마나급하게달려왔는지이호연의이마에는땀이송골송골맺혀있었다.
레베카는이호연의땀을닦아주며왠지모를따뜻함을느꼈다.
오랜만에느껴보는자신을챙겨주는감각은,룬의일족만을생각하던레베카에게괜찮은기분을선사했다.
"큰일날수도있다니까요.조심하셔야해요."
"알겠어.이건뭐야?혹시급하게오느라다뭉개진거야?"
"아…괜찮아요."
"괜찮긴뭘.잠깐줘봐."
레베카는이호연의손에들려있는케이크를빼내룬의결계를펼쳤다.
마력을듬뿍머금은결계는금방케이크를복원해냈다.
스르륵
"자.애기아빠.걱정해줘서고마워."
"…뭘요.혹시모르니까바로집으로돌아가세요. 아니다. 제가 집까지 데려다드릴게요."
"아니야. 놀러가는 중이었던 것 같은데 나 혼자 갈게."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위험할 수도 있다니까요."
"응. 아, 애기 아빠. 나 임신이 안 됐대. 우리 더 노력해야겠어."
"아오. 이 사람 진짜."
레베카는한송이꽃같은매력적인미소를지었다.
배시시 웃는 그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이호연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피했다.
*
"이제 좀 안심이네."
혼자 돌아가겠다는 레베카와 말싸움을 하다가, 결국 스칼렛을 부르는 걸로 합의했다.
레베카에게아무일도없는걸보니더욱마에스트로의행동이이해가안가지만…그래도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니까.
생각해도나오지않는답은무시하는수 밖에 없다.
"너무늦은건아니겠지?"
케이크를사고마에스트로를만났다가레베카까지만나니 시간이 꽤 많이 지났다.
1시간이 넘게 지났으니까.
잠깐케이크를사러갔다왔다기엔꽤늦은시간.
나는빠르게아카데미동아리건물로달려갔다.
동아리건물에도착한후. 동아리방까지도금방갈수있었다.
조용히문을열자,루시의신난목소리가들렸다.
"이거닷!"
"아…."
테이블에는망연자실한표정의남다은과카드를들고기뻐하는루시가보였다.
그 옆에 루미는 웃으며 짝짝 손뼉을 치고 있었다.
손에 남은 조커를 쳐다보던 남다은은 실망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게임이어려워.다들너무잘해."
"다은양은조커를보면눈동자가휙휙돌아가거든요….그래서뽑기쉬워요."
"그랬구나….조심할게."
"루미!그걸말해주면어떡해.이제못이기잖아!"
잘놀고있네.
그래도 다행이다.
나는케이크를가지고안쪽으로걸어들어갔다.
"응?호연아."
"호연 씨?"
"뭐야.왜이렇게늦었어?"
"미안미안.오다가일이있어서.그래도케이크는사왔어."
나는사과하며케이크를내려놨다.
루미는 내 손을 잡고 테이블에 앉혔다.
"호연씨도같이놀아요.이제2대2로펭귄사냥을할수있어요…!"
"…펭귄사냥? 처음 들어보는데."
나는 흥분한 듯 눈을 크게 뜬 루미를 보며 눈을 끔벅거렸다.
"괜찮아. 배우면서 하면 돼."
"다은 양도 처음이니까 그럼 저랑 루시랑 팀을 나눌게요."
"으응…."
루시와 루미는 귀여운 펭귄들을 테이블에 내려놨다.
앞을 슬쩍 보니 남다은도 귀여운 펭귄들을 보고 기대하는 것 같았다.
그래.
너희들이 좋다면 나도 좋다.
펭귄사냥이뭔지는모르겠지만지금은마음의평화가필요했다.
재밌는게임을하다보면조금진정되겠지.
나는루미의옆에앉아게임을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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