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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야겜에 빙의했다-385화 (385/648)

〈 385화 〉 385화. 두근두근 가정방문!

* * *

쿵­ 쿵­

"… 빠르네."

나는 박살 난 은신처의 내부를 보며 침을 삼켰다.

아까까지만 해도 일반적인 회사의 로비같았던 곳이 완전히 부숴져있었다.

대체 셋이서 무슨 짓을 한 걸까.

로비에는 수많은 마인 들이 묶여있었는데, 기세를 보니 중요한 놈들을 골라 생포한 모양이다.

나는 그 사이에서 마인들의 얼굴을 살피고 있는 레베카에게 다가갔다.

"레베카 씨. 다 끝난 거에요?"

"애기 아빠? 응. 다 끝났지. 왜 이렇게 늦었어?"

"… 사정이 있었어요. 간부급이 아니라 더 강한 놈을 만났거든요."

"정말? 헉. 옷이 이게 뭐야. 다치진 않았고?"

"네. 다행히 상대가 도망쳤어요."

레베카는 입을 벌리며 내게 다가와 먼지를 털어줬다.

찢어진 내 옷들을 보고 놀라는 걸 보니 괜히 고맙긴 한데… 왜 안 도와주러 온 거야?

잘못하면 죽을 뻔 했다.

"근데 간부급 먼저 처리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금방 지원이 올 줄 알았는데 왜 다른 마인들을 상대한거에요?"

"스칼렛 양이 애기 아빠는 걱정 안 해도 혼자서 할 거라길래… 우리가 잔당을 처리하고 있었어."

"으음…."

"애기 아빠가 간 곳에 간부 대신 누가 있었는데? 센 놈이었어? 애기 아빠 여자친구 정보가 틀린 거야?"

"아니요. 저희보다 먼저 여기 침입한 놈이었어요. 생각해보니까 말을 안 했구나. 최근 마인을 사냥하는 마인이 있거든요. 그 자식이 저보다 먼저 와있었는데, 하필 딱 마주치는 바람에 전투가 일어났어요."

"아… 들어보긴 했어. 그 살인마 말하는거지."

"네. 근데 알고보니까 저랑 아는 사이더라고요."

언젠가 알게 될 거 미리 말해놓는 게 낫겠지.

나는 레베카에게 문성민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자 스칼렛을 데리러 간 남다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칼렛 씨. 이쪽이에요."

"… 호연님?"

"스칼렛. 왔구나. 다치진 않았네."

"네, 호연 님은 괜찮으십니까?"

내게 달려온 스칼렛은 날 보며 눈을 끔벅거렸다.

몰골이 말이 아니긴 하지.

옷은 이리저리 찢어지고 마력도 엄청나게 사용했다.

"스칼렛. 간부급을 죽이자마자 나머지 사람 먼저 지원하는 거 아니었어? 왜 작전이 바뀐거야?"

"죄송합니다. 호연님이라면 잘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 간부가 제일 약한 마인이라…."

"아니, 그러면 안 되지. 진짜 죽을 뻔했어. 다음부터는 주의해줘."

"… 알겠습니다."

이번엔 다행히 잘 풀렸지만, 큰일 났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해는 간다.

나도 여기서 문성민을 만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하지만 원래 작전대로였다면 안전했을테니 스칼렛의 실수가 맞다.

이런 작전을 많이 해봤을 스칼렛도 실수를 하는구나.

어쩌면 날 너무 믿은 걸까.

신뢰를 받아도 안 좋을 때가 있네.

나는 로비에 묶여있는 마인들을 보며 레베카에게 말을 걸었다.

"레베카 씨, 이 마인들은 어떡해요? 상태를 보니 아예 쓸모없는 놈들은 아닌 것 같은데."

"중요한 놈들만 잡아놨지. 협회에 연락해서 넘길 거야. 연락은 애기 아빠나 스칼렛 양이 해줘."

"제가요?"

"응. 난 신분이 없는 상태거든."

… 이 사람 밀입국자였어?

비행기는 어떻게 타고 온 거야.

"레베카 씨, 그럼 불법체류자예요?"

"아니. 가짜 신분이 있어. 하지만 그게 들키면 안 되잖아."

"아…."

당연한 말이네.

이런 엄청난 일을 해낸 사람의 신원을 조사하지 않을리가 없다.

게데가 이 정도 마인이면 보상금도 짭짤하니, 굳이 안 받을 이유도 없고.

이건 내가 연락하면 되겠지.

아니면 수린 누나에게 말해도 될 거다.

아카데미에서 마인을 소탕했다는 뉴스가 퍼지면 사람들도 안심하겠지.

아카데미의 이미지가 좋아지면 수린 누나도 기뻐할테고.

"그럼 아카데미에 연락할게요. 거기서 알아서 처리해줄 거에요."

"협회에 신고하면 보상금을 많이 받을텐데?"

"제가 말하면 그 정도는 챙겨주겠죠."

난 수린 누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나 : 수린 누나. 이번에 판데믹의 은신처를 소탕했는데요. 아카데미에서 처리했다고 발표하고 싶어서 연락했어요. 그리고 추적하다가 아버님을 만났는데 이것도 얘기해드릴게요.

근데 답장이 오기 전까지는 잠시 대기해야 하나?

은신처에 누가 찾아오기라도 하면 어떡해.

"레베카 씨, 혹시 여유 시간은 얼마나 있을까요?"

"아마 길어도 30분 정도? 내 기억엔 1시간마다 지부끼리 연락을 하는 걸로 알고 있어. 결계로 막아놔서 타인이 들어올 일은 없지만, 영영 막아놓을 수도 없으니까."

"음…."

판데믹에 있던 레베카의 말이니까 신뢰는 확실하다.

문제는 수린 누나가 연락을 안 받는다는 것.

오늘은 주말인데도 바쁜 건가?

이번에는 전화를 걸어봤다.

뚜우­ 뚜우­

­ 지금 거신 전화는 음성사서함으로….

뚝.

"… 왜 안 받는 건데."

나는 통화를 종료하고 스마트워치를 바라봤다.

선물을 주려고 해도 안 받으니까 줄 수가 없네.

어쩔 수 없이 협회에 신고해야 하나?

"응?"

아무생각없이 스마트 워치를 내리다 보니 저장된 번호 중에 '이사장 님'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 사람이 있구나.

"이사장 님한테 전화하면 되겠네."

수린 누나를 통해서 연락해도 되지만, 그냥 이사장 님한테 직통으로 해도 되는 거 아닌가?

이사장 님과 사이가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고… 최근에 날 챙겨준 걸 보면 손녀딸을 심하게 아낄 뿐 나름 착한 사람이다.

요즘 이름값도 많이 올랐으니 자신감도 생겼다.

나는 곧바로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링­ 띠리링­

­ 네 놈이 무슨 일이냐.

스마트 워치 너머에는 오랜만에 듣는 이사장 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못마땅한 목소리였지만, 이것도 노인의 정이겠지.

"이사장 님, 잘 지내셨어요? 안부라도 물으려고 연락드렸죠."

­ ….

"이사장 님?"

­ 빨리 용건이나 말하게. 수린이한테 전화하지 않고 내게 했다는 건 중요한 일인 것 같은데.

"쩝. 실은 아카데미 근처에 있던 판데믹의 은신처 하나를 박살 냈거든요. 간부급은 모두 죽였지만, 그 밑에 놈들은 많이 생포했어요."

"… 뭐?"

이사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듯 되물었다.

그때, 스칼렛이 내 어깨를 톡톡 건드리더니 내 귀에 속삭였다.

"호연 님, 간부급 하나는 살아있습니다."

"아, 그래? 죄송합니다. 간부급 하나에 나머지 똘마니들을 많이 생포했어요."

­ …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된 거지.

"이쪽에서 먼저 건드렸거든요. 열 받아서 밀어버렸죠. 아무튼 이걸 아카데미에 넘기고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 아카데미에 넘긴다라… 무슨 보상을 원하는 거지? 물론 협회보다는 잘 해주겠지만 너무 큰 걸 기대하면 곤란해.

"협회에 신고하면 받을 보상금만 챙겨주세요. 주소 찍어드릴 테니까 여기로 조사팀 보내주세요."

­ 정말 그거면 되는 건가? 모두 아카데미의 이름으로 가져가도 되는거겠지?

"네. 제 성의에요. 이사장 님. 잘 부탁드립니다.

뚝­

나는 전화를 끊고 메시지로 은신처의 주소를 보냈다.

­ 이사장 님 : 확인했다.

이제 안심해도 되겠지.

어차피 이제 명예는 필요없다.

천재 마법사라고 파파라치가 붙는 것도 지긋지긋한데 무슨 명예야.

언제쯤이면 룬의 결계 없이 산책을 하는 날이 올까.

나는 스마트워치를 종료하며 레베카와 눈을 마주쳤다.

"제가 다 처리했어요."

"호연아, 이사장 님이라고 하지 않았어?"

"응. 수린 누나가 연락을 안 받길래 이사장 님한테 전화했지."

"애기 아빠. 곧 조사팀이 오는 거면 나는 돌아갈게. 들키면 안 되거든."

"네네. 그럼 저 혼자 조사팀한테 넘길게요. 다은이랑 스칼렛도 돌아가."

"알겠어."

"… 알겠습니다."

레베카는 남다은과 스칼렛을 챙겨 은신처 밖으로 나갔다.

스칼렛의 표정이 안 좋아 보였는데 왜 그렇지?

혹시 아직 실수한 걸 신경 쓰고 있는 걸까.

난 이미 잊은 지 오래인데.

"자자, 가만히 있으세요."

나는 조사팀이 올 때까지 마인들을 묶은 마력 밧줄을 다시 확인했다.

이놈들 하나하나가 돈이니까, 다시 통장이 두둑해지겠구나.

*

"나름 금방 끝났네."

조사팀에서는 기본적인 신상을 조사하더니 날 금방 보내줬다.

꽤 오래 잡혀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행이다.

역시 이사장 님이 챙겨준 모양이다.

집에 돌아오자 거실에서 놀고 있는 남다은과 남다희가 보였다.

"나 왔어."

"오빠! 안녕!"

"응. 릴리아나는?"

"릴리아나 씨는 방송하고 있어."

"아하."

요즘 좀 뜸하다 싶었는데 다시 시작했구나.

이따가 방송 끝나면 인사해야지.

"그럼 오랜만에 다희랑 놀까?"

"좋아!"

나는 오랜만에 다희와 놀아주며 시간을 보냈다.

사실 놀아주며 보냈다고 하기엔 웃기겠지.

다은이가 놀아주는 걸 옆에서 구경할 뿐이었다.

"호연 님."

"응?"

둘이 소꿉장난 하는 걸 얼마나 보고 있었을까.

내 뒤에 나타난 스칼렛이 날 불렀다.

"잠시 이쪽으로 와주실 수 있습니까."

"지금?"

"예."

난 잘 놀고 있는 남다은 자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딱 보니까 나 없이도 잘 놀겠네.

스칼렛은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날 안내했다.

"무슨 일이야?"

"…… 죄송합니다."

"응?"

스칼렛은 우물쭈물하더니 내게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왜 이래?

"스칼렛, 갑자기 왜 그래?"

"… 저 때문에 당신이 위험해질 뻔했으니까요. 저는 당신이 마인을 일부러 천천히 처리하는 줄 알았어요."

"아."

뭐 때문에 이러나 했는데 은신처에서 있던 일 때문이구나.

위험하긴 했지만 뭐… 다음부터 그러지 않겠다고 했으니 괜찮은데.

"괜찮아. 이제부터 조심하면 되지."

"… 그래도 미안한 건 미안한 거니까요. 다음부터는 절대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

진심으로 사과하는 스칼렛의 모습을 보니 왠지 기분이 좋았다.

난 금방 까먹고 있었는데 나보다 더 신경 쓰고 있었구나.

장난기가 올라온 나는 능글맞게 웃으며 스칼렛의 손을 잡았다.

"그럼 지금 빨아줄래? 방금 전투를 해서 그런가 성욕이 올라왔어."

"알았어요."

"아니, 여기선 욕을 해야지. 스칼렛."

"… 그렇지만 죄송해서."

나는 스칼렛의 어깨를 툭툭 쳐줬다.

이렇게 주눅든 건 또 처음이네.

"그럴 수도 있지. 진짜 괜찮으니까 신경쓰지마."

"감사합니다."

스칼렛은 그제서야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런 걸로 걱정하는 걸 보니 왠지 귀엽네.

"호연님."

"응?"

"말은 그렇게 하면서 왜 몸을 붙이는 건가요."

"아니 뭐… 괜찮긴 한데 해준다면 말리지는 않지."

"… 알겠습니다."

스칼렛은 헛웃음을 지으며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

"어우… 왜 이렇게 힘드냐."

나는 스칼렛의 방에서 나와 내 방의 책상 앞에 앉았다.

블러드 비트를 써서 그런가 몸이 엄청나게 당겼다. 이 상태에서 한 발 빼니까 진짜 허리가 나갈 것 같았다.

사실 전투 때문에 흥분했다는 건 핑계였다.

이럴 때는 차라리 내가 뭐라도 요구하는 편이 낫거든.

그래야 스칼렛 쪽에서도 마음이 편해진다.

"이제 이건 어떡하지?"

나는 주머니에 있던 펜던트를 꺼냈다.

수린 누나의 가족사진이 담긴 펜던트.

혹시 몰라서 이사장에게도 얘기하지 않은 물건이다.

"연락은 왜 안 하는 거야."

아직도 연락이 없는 문수린을 보며 나는 입맛을 다셨다.

이게 수린 누나에게 소중한 물건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문성민이 아직 완전히 이성을 잃지않았다는 증거다.

게다가 추적마법을 사용해 문성민을 뒤쫓을 수도 있는 중요한 물건이다.

그래서 꼭 전해주고 싶은데, 연락이 없으니까 답답할 따름이다.

"잠시만. 수린 누나 집 주소 알잖아."

직접 가면 되는 거아닌가?

왜 이 생각을 안 했지.

나는 스마트워치로 수린 누나가 찍어준 주소를 확인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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