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0화 (320/648)

EP.320 320화. 애국자 이호연

"으으음…. 너무 머리 아파."

"그게 그렇게 복잡해?

나는 머리를 쥐어잡은 릴리아나를 보며 물었다.

"으응. 레베카가 도와주고 있지만 힘들어."

"나도 좀 도와줄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없는 것보단 낫겠지.

"괜찮아. 내게 비책이 있거든."

"뭔데?"

"바로 밤새도록 엄청 열심히 하는 거야."

"… 그런 건 정공법이라고 하지. 보통 비책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아."

"그런강?"

스칼렛은 자기가 해결한다고 하더니 바로 숙소 밖으로 나가버렸다.

해결해준다면서 어디 간 거야.

"애기 아빠는 쉬고 있어. 나랑 릴리아나랑 할게."

"에이. 그래도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레베카는 쉬라고 했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지않을까?

나도 나름 지옥의 마력을 읽을 수 있으니까.

"릴리아나. 일단 나도 보여줘 봐."

"호연 님."

그때, 자신만만하게 사라졌던 스칼렛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스카웃. 벌써 왔어?"

"그러게. 해결은 다 끝났어?"

"길드장님 호출입니다."

"길드장님이?"

아이작이 날 불렀다고?

… 얘 혹시 이상한 말을 한 건 아니겠지.

"나 뭐 잘못한 거야?"

"아닙니다. 좋은 소식일 거에요."

"… 네가 웃는 건 믿을 수가 없어."

스칼렛의 미소에 한 두 번 속았어야지.

나는 릴리아나와 레베카의 연구를 잠시 지켜보다가 바깥으로 나왔다.

*

바깥은 이미 어두웠다.

더욱 강해진 것 같은 주변의 마력을 느끼며 나는 본관으로 걸어갔다.

길드장실에 아이작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으니, 직접 만나러 가야지.

용건이 있으면 직접 오는 게 맞지 않나 싶지만… 왔다가 릴리아나랑 레베카를 보는 것보단 이게 낫다.

아이리스 길드의 건물은 대부분 불이 꺼진 상태였다.

정보 길드가 이게 맞나 싶은데, 진짜는 지하라니까 뭐.

똑똑-

"이호연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저번에 엘리스와 왔던 길드장실.

내 노크에 응답하듯 문이 열렸다.

안쪽에는 서류를 보는 아이작의 모습이 보였다.

서류를 보는 게 바쁜 사람들 특징인 걸까.

수린 누나나 임솔 교수님도 항상 일하고 있던데.

"길드장님."

"음. 잠시만, 거기 앉아서 기다리게."

난 엘리스와 같이 앉았던 소파에 앉아 아이작을 기다렸다.

잠시 후 서류를 대충 정리한 듯 아이작이 내 맞은 편에 앉았다.

"미안하네. 처리할 게 있어서."

"괜찮습니다. 그보다 저를 부르셨다고 해서요."

"아, 그렇지. 일단 상황을 설명해줬으면 좋겠는데. 자세한 걸 못 들어서."

나는 아이작에게 연구에 대해 보고했다.

켄타우로스의 위치를 추적하려면 마나를 분석해야 하고, 그 과정이 하루에서 이틀은 걸린다는 것.

하지만 내일부터 아카데미의 기말고사라 가봐야한다는 것.

최대한 예의 바르고 풀어서 얘기했는데, 내 말을 들은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쉽게 말하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거 아닌가? 한국에 가져가서 분석하기엔 같이 일을 처리하기도 힘들 테니."

"어… 일정이랑 안 맞긴하죠."

"걱정 말게. 해결해줄 테니."

"…?"

이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아카데미의 기말고사인데.

"가서 쉬고 있어. 내일이면 해결될 거다."

"이게 끝이에요?"

"그래. 가봐라. 아, 그때 너한테 덤볐던 놈은 그날 바로 길드에서 제명시켰다. 엘리스를 지켜줬다고 하던데,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하지."

"… 아닙니다."

아이작은 할 말이 다 끝났다는 듯 테이블에 있던 커피를 입에 가져갔다.

축객령도 내려졌으니 나가야겠지만, 그때 나는 한가지 질문이 생각났다.

"아… 길드장님. 마지막으로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뭐지?"

나는 며칠 전부터 내 마음속에 들어있던 궁금증에 관해 물었다.

*

일요일의 아침.

"아오…."

피곤한 몸을 강제로 침대에서 일으켰다.

어제 밤새도록 레베카와 릴리아나의 연구를 돕다 보니 몸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나는 옆에서 자고있는 릴리아나의 볼을 주무르다가, 스마트워치를 켰다.

언제 원작의 사건이 터질지 몰라 매일같이 뉴스를 확인하는 게 매일 아침의 일상이거든.

그런데, 이상한 기사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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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영웅! 빅토리아 아카데미 이호연 생도.]

[프랑스 정부에서 빅토리아 아카데미에 공식 지원 요청. 겨우 생도 한 명을 위해?!]

[천재 마법사 이호연. 그는 누구인가?]

[아카데미 최초로 공익을 위한 특별 시험 계획 예정]

[이사장 인터뷰. 이건 특혜가 아니다. 이호연 생도에게도 똑같은 시험을 보게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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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시발."

포털사이트 메인에 떠 있는 내 이름을 보니 잠이 확 깼다.

나는 빅토리아 아카데미의 커뮤니티 에브리데이에도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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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프랑스 지원이슈 완벽 정리]

일어나자마자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할 사람들을 위해 직접 정리해왔다.

1. 이호연이 아이리스 길드 실습 체험을 갔다가 주말에 우연히 테러 지원을 했고, 그 과정에서 프랑스의 골칫거리인 켄타우로스를 만남.

2. 혹시 켄타우로스를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하자면 프랑스에 나타난 괴수인데 프랑스의 헌터들이 다 모여도 추적하는 게 불가능한 정체불명의 마력을 사용함.

3. 근데 실습 갔던 생도인 이호연이 그 마력을 보자마자 분석하면서 추적 중이래. 하지만 내일부터 아카데미의 기말고사라 아카데미로 돌아가겠다고 했더니 프랑스 정부에서 아카데미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한거임.

4. 그래서 빅토리아 아카데미 이사장이 이호연을 위해 돌아오면 특별 시험을 보겠다고 함. 근데 특별 시험이라고 특별한 게 아니라 1학년 생도가 본 시험을 똑같이 보게한대. 그것도 하루만에 다 본다고 하니 오히려 다른 생도보다 불리한거임. 근데 이호연이 그걸 듣고도 수락했다더라….

그저 한국의 자랑.

[사진]

'이호연'

자랑스러우면 추천.

추천 : 4500 비추천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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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난 놈들은 진짜 생도 때부터 전 세계적으로 돌아다니는구나]

[아니 저게 말이 되는거임? 프랑스의 헌터들이 다 못한 걸 생도가 어떻게 함? 걍 주작 같은데]

[ㄴ 그러면 프랑스 정부에서 이호연을 조작한 거냐? 병신임? ㅋㅋㅋㅋㅋㅋ]

[ㄴㄴ ㄹㅇ ㅋㅋ 한 나라의 정부를 걍 좆으로 보네]

[이호연 얼굴 볼 때마다 짜증 나서 비추]

[ㄴ 얘 이호연 기사마다 있던데 사실 팬 아님?]

[자랑스러운 건 이호연인데 추천은 왜 네가 받냐?]

"… 난리 났네."

제일 위에 글만 들어갔는데 이 정도였고, 그 외에도 내 이름이 더럽게 많이 보였다.

이 정도의 사안은 좀 미리 말해주면 좋을 텐데.

왜 내 주변 사람들은 정보공유를 안 하는 걸까.

아니, 그리고 특별 시험에 동의한 건 무슨 소리야. 난 듣지도 못했다고.

"잠시만.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나는 빠르게 히로인들에게 메시지를 돌렸다.

프랑스 정부의 협력이 갑작스럽게 들어와서 기말고사에 맞추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으으응, 무슨 일인뎅?"

"… 아무것도 아니야. 다시 자도 돼."

"으웅…."

릴리아나는 내 목소리에 깼다가, 졸린 듯 하품하며 다시 누웠다.

어제 밤을 새우며 연구했으니 피곤하겠지.

잠이 다 깨버린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레베카는 거실의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

저 사람도 자는 모습은 꽤 귀엽네.

일어나있을 때의 세 보이는 얼굴과는 정반대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호연 님."

"그래. 스칼렛. 근데 이런 건 진작 좀 말해주지 그랬어."

스칼렛은 테이블에 앉아 모닝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맞은 편에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 잔이 놓여있었는데, 마치 나한테 마시라고 하는 것 같아서 나도 그 자리에 앉았다.

"그래도 유명인이 되셨습니다."

"… 필요없다니까."

나는 고개를 저으며 커피를 입에 가져갔다.

이미 이렇게 된 거 어쩌겠어. 즐겨야지.

대중들의 관심은 이미 익숙한 법.

이게 유명인의 삶이지.

홀짝-.

'더럽게 쓰네.'

뭐, 아무튼 며칠 시간을 벌었다.

어제 밤새워서 연구를 도왔더니 마나 분석도 많이 진행되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다 했고, 이제는 릴리아나와 레베카의 영역만이 남았다.

'오늘은 뭐하지.'

당장 시간이 붕 떠버렸다.

물론 마법 연습도 해야 하고 할 거는 많지만, 어제 너무 열심히 했더니 좀 쉬고 싶단 말이지.

나는 앞에서 커피를 홀짝이는 스칼렛을 보며 말을 걸었다.

"스칼렛. 우리끼리 놀러 갈래?"

"… 저 말씀이십니까?

"응. 너도 고생했으니까 밥이라도 사줄게."

"흐음, 저는 밥 정도로 쉽게 넘어가는 여자가 아닌데요."

나는 스칼렛의 장난스러운 미소를 보며 웃음으로 답했다.

"그럼 뭘 원하는데? 야한 짓이라도 해줘?"

"돈과 명예."

"너도 드디어 미쳤구나."

스칼렛은 눈 옆에서 엄지와 검지를 비비며 씨익 웃었다.

저래 보여도 아이리스 길드의 에이스라고 하니, 연봉도 많이 받을 거 아니야.

나한테 뭘 바라는거냐.

"뭐, 그래도 점심을 사주신다면 같이 먹겠습니다."

"그래? 그럼 같이 가자. 맛집 잘 알아?"

"당연하죠. 제가 이래 보여도 인기가 얼마나 많았는지 호연님은 모르실거에요."

"아무리 그래도 나보다 많았을까."

"…… 문득 든 생각이 있는데 말해도 괜찮겠습니까?"

"말하지 마."

"호연님은 그 얼굴만 아니었어도 여자의 적이었을 겁니다."

"스칼렛. 말하지 말라고."

스칼렛은 조용히 앞으로 걸어갔다.

쟤는 나와 했던 계약을 이미 까먹은 거 아닐까.

그거 나름 노예계약이었는데.

"그게 또 매력이긴 하지만요."

"… 뭐라고?"

"저도 준비하고 나오겠습니다."

총총총.

스칼렛은 할 말만 하고 방안으로 쏙 들어갔다.

… 참나.

매력 어필하는 거야 뭐야.

나는 닫힌 문을 보며 어젯밤 길드장과의 대화를 되새겼다.

- 길드장님.

- 음. 말하게.

- 스칼렛은 길드장님께 저와 무슨 관계라고 보고했나요?

- … 알고 있었나?

- 제가 눈치가 워낙 빠르잖아요. 하지만 악감정은 없습니다. 진짜 궁금해서거든요.

- 으음. 그냥 솔직히 말하겠네. 이미 서로 호감이 있는 상태이고, 한 발짝 선을 넘기만 하면 된다고 들었네. 하지만 엘리스와 만날 생각이라면 절대 그렇게는 못 내버려두네.

- … 예. 걱정하지마세요.

나는 올라오는 웃음을 열심히 참았다.

서로 호감이 있고 한 발짝 선만 넘기면 되는 사이라니.

오늘 점심 식사때 놀려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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