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2화 (312/648)

EP.312 312화. 출격 준비 (2)

"혹시 모르니 연락은 남겨야겠다."

스칼렛이 숙소로 돌아갈 것 같긴한데, 정말 혹시 모르니까.

- 나 : 스칼렛. 숙소에 가서 릴리아나랑 놀아줘.

스칼렛에게 메시지를 남긴 뒤 엘리스의 숙소로 향했다.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위치를 스칼렛에게 들은 적은 있었다.

아이리스 길드의 본관 자체는 으리으리하지 않은데, 길드의 부지는 꽤 넓었다.

이것도 방어를 위해서일까.

슬슬 해가 붉은 노을을 만들며 산 뒤로 떨어지는 시간이었고,나는 엘리스의 숙소로 걸을을 재촉했다.

"뭐 이렇게 고급스럽게 생겼냐."

호화로운 장식이 잔뜩 되어있는 건물에는 큰 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대문 앞에 선 나는 엘리스에게 연락을 보냈다.

- 나 : 도착했는데, 어떻게 들어가?

- 엘리스 : 지금 열어줄게.

지이잉-

"시설 좋네."

열린 문 안쪽으로 들어가자 엘리스의 거처가 보였다.

안쪽의 건물은 내 숙소랑 비슷했는데, 아마 안전을 위해 이런 장치가 있는 거겠지.

"실례합니다."

현관문은 이미 열려있었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보니 엘리스가 내 방을 보고 좁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본국에 있는 엘리스의 집이 그대로 옮겨진 것처럼 넓은 숙소였다.

이러니까 내 숙소를 보고 놀랐구나.

"일찍 왔네?"

현관에서 잠시 기다리자, 엘리스가 마중 나왔다.

처음 봤을 때 부터 저렇게 기분좋은 미소를 짓는 건 처음이네.

"응. 마침 할 것도 없어서 바로 왔어."

"고마워. 이쪽으로 들어와."

엘리스를 따라 복도를 걸어가면서 말을 걸었다.

대충 예상은 되지만, 왜 불렀는지는 물어봐야지.

"무슨 일 때문에 부른 거야?"

"이번에 출격한다고 해서, 그 전에 몸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싶어."

"그렇지. 실전이니까 할 수 있는 대비는 다 해놔야해."

"응. 갑작스러워서 미안해. 나도 소식을 오늘 들었거든. 혹시 부탁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

다행히 내 생각과 똑같네.

엘리스의 뒤를 따라, 그녀의 침실로 보이는 방에 들어갔다.

고급 원목으로 만들어진 가구들 사이에 분홍색 레이스 침대가 놓여있었는데, 여기도 한국의 집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핑크 핑크 한 소품들이 놓여져 있는 여성스러운 방.

엘리스의 겉모습과는 약간 이미지가 다르지만, 그렇기에 더 귀여웠다.

털썩-

엘리스는 침대에 앉아 날 바라봤다.

그렇게 똘망똘망하게 보고있으면 어쩌라는 거야.

그냥 바로 하자는 건가?

"여기서 해도 괜찮겠어?"

"응. 안 돼?"

"안 되는 건 아닌데… 땀이 나거나 하면 불편하지 않아?"

땀도 문제지만 다리 사이에서 나오는 물 때문에 시트가 흠뻑 젖을 텐데.

아무리 마법으로 정리할 수 있다지만 찝찝하지 않나?

"그냥 하자. 시간도 부족하잖아."

"음. 몸에 마력은 어느 정도 남았어?"

"적진 않아.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완전히 채우고 싶어."

엘리스는 겉옷을 벗으며 대답했다.

고객이 원한다면 해줘야지.

사실 오기 전에 고민을 좀 했었다.

내가 무슨 태도를 취해야 할까에 대해서다.

엘리스에게 자신감이 생긴 건 좋은데, 사실 프랑스에 온 김에 아이린과의 관계도 이용하고 싶었거든.

결국은 엘리스의 호감도도 높여야 하니까.

아니면 이번 기회에 아이린에 대한 열등감도 털어낼 수 있으려나?

"잠깐 뒤 돌아줄래?"

"아, 응."

엘리스는 나를 방에서 내보내지도 않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아니 이런 쪽에서도 자신감이 늘어난 거야?

스르륵-

등 뒤에서 엘리스의 옷과 살이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고민을 이어갔다.

사실 어제 엘리스의 태도를 보니 나도 밀당이 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히로인과의 관계에서는 내가 무조건 갑이 되어야 한다.

이건 히로인을 생각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여러 여자와 만나야 하는 내 입장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준비됐어."

엘리스의 말에 고개를 돌리자, 속옷만 입은 채 엎드려있는 엘리스의 모습이 보였다.

아기 피부처럼 매끄러운 살결과 들어갈 덴 들어가고 나올 덴 나온 굴곡진 몸매.

성적 매력이 넘치는 엘리스의 몸을 보며 나는 천천히 침대에 다가갔다.

"바로 시작해도 괜찮지?"

"응."

엘리스는 내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린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살짝 눌린 옆 가슴과 탐스러운 엉덩이를 구경하다가, 나는 등에 손을 올렸다.

"오늘은 조금만 하자. 내일 전투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도 괜찮을까? 혹시라도 풀 컨디션이 나오지 않으면 조금 불안해서…."

엘리스는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

그래도 긴장을 하긴 하는구나.

자신감을 찾았다지만 아무래도 첫 실전에 대한 두려움은 좀 남아있는 모양이다.

"괜찮아. 길드장님도 있고 나도 있잖아. 아이린 씨도 있고."

"… 그렇지. 다들 날 지켜줄 거니까. 사실 그래서 더 싫어."

꾹- 꾸욱-

나는 부드러운 등을 누르며 엘리스의 말을 경청했다.

"괜히 짐이 되는 거 같아. 나도 충분히 혼자서 잘 할 수 있는데 신경 쓰는 사람이 너무 많아. …하지만 동시에 불안해."

무슨 느낌인지는 알 것 같다.

날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하지만, 막상 신경 안 쓰면 또 서운한 느낌.

이기적인 태도지만 뭐 어쩌겠어.

다들 속으로는 그렇게 이기적이다. 다만 티를 안 낼 뿐이지.

이렇게 솔직히 말해주는 것도 나와 관계가 깊어졌으니 가능한 일이다.

"내가 많이 도와줄게. 어차피 난 추적조에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빠져도 상관없잖아."

"응. 고마워."

조금 편안한 표정이 된 엘리스의 등을 마무리한 뒤, 나는 어깨에 손을 올렸다.

엉덩이도 만지고 싶었지만, 대화가 계속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 그러고 보니 너는 내 몸을 보고 아무 생각도 안 들어?"

엘리스는 또 이상한 질문을 해왔다.

혹시 자신감이 늘어난 게 아니라 변태가 된 건 아니겠지?

"아니. 나도 남자잖아. 그래도 프로 정신으로 참고 있어."

"…다행이네."

잠시만. 이거 자신감이 올랐다기보다 그냥 내 칭찬을 좋아하는 거 아니야?

★ 히로인 상태창

[엘리스]

- [ 호감도 : 92 ]

- [ 성욕 : 85 ]

- [ 식욕 : 30 ]

- [ 피로도 : 30 ]

현재 상태 : 참을 수 있을 정도라면 덜 매력적이라는 건가? 여자가 그렇게 많은 데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

얘는 대체 날 어떻게 보고 있는 걸까.

나만큼 좋은 남자도 얼마 없는데, 히로인들이 점점 나를 이상하게 보고 있다.

이런 풍조를 없애야 할 텐데. 쯧.

"흐응?!"

나는 살짝 서운함을 담아 엘리스의 엉덩이를 양옆으로 벌렸다.

엘리스는 깜짝 놀란 듯이 엉덩이에 힘을 줬고, 나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미안. 힘 조절을 잘못했네."

"괘, 괜찮아."

"좀 더 제대로 해볼게. 앞으로 돌아볼래?"

"… 응."

나는 몸을 돌리는 엘리스를 보며 손가락을 풀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밀당은 마사지밖에 없으니, 여기서 주도권을 잡는 수밖에.

*

"고생하십니다!"

"응. 고생했어-."

아이리스 길드의 1팀장 아이린은 오늘도 일을 마치고 퇴근을 준비했다.

이번 주에는 특이하게도 켄타우로스가 나타나지 않았기에 추적팀의 일도 여유 있었다.

물론 이런 휴식도 오늘이 끝이다.

내일부터는 테러의 지원을 나가기로 했으니까.

아마 갑작스러운 지원은 엘리스의 실전 경험이겠지.

이호연과 엘리스에게 설득당해버린 아버지는 자신이 아무리 말해도 듣질 않았다.

'그래도 다행이야.'

그녀로선 켄타우로스가 나타나지 않은 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엘리스를 위험한 곳에 데려가지 않아도 괜찮았으니까.

다만 아쉬운 건 이호연이 주말까지 아이리스 길드에 있기로 한 점이다.

추적팀에 엘리스를 데려가는 수고야 얼마든지 환영이지만, 이호연까지 데려가야 하니까.

"고생하셨습니다."

"세바스찬! 내일 출격 준비는 끝났지?"

엘리스의 비서로 일하는 세바스 찬을 보며 아이린은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꽤 능력 있는 남자였고, 당분간 추적조에 합류하기로 했기에 아이린과 같이 일하고 있었다.

"네. 추적팀과 엘리스 아가씨, 이호연 생도에게 전달 완료했습니다."

"흐음. 이호연 걔는 방에만 박혀있는 거야?"

어제 엘리스와 식사를 하고 왔다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조용히 방에 박혀있을 것이지. 쯧.

"네. 아, 오늘 저녁에 엘리스 아가씨의 숙소에 방문했다는 말을 듣긴 했습니다."

"… 뭐?"

"둘도 성인이니까요. 그 귀여운 아가씨가 어느새 커버린 게 참 슬픕니다만…."

세바스 찬은 어린 엘리스를 생각하며 감동인 듯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그는 자신과 같이 엘리스의 성장을 본 아이린도 공감해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린의 반응은 달랐다.

"음? 아이린 아가씨?"

그녀는 세바스 찬의 말을 듣자마자 엘리스의 숙소로 달려갔다.

가는 길에 마주친 길드원의 인사도 무시하고,조용한 대문을 지나 엘리스의 숙소에 잠입했다.

딱히 사람의 출입 흔적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엘리스의 방 앞에서 도착한 그녀는 마력의 흐름을 느꼈다.

'이게 무슨….'

엘리스의 방 주변에 설치되어 있던 건 결계.

이런 결계따위 뚫어내고 내부를 훔쳐보려던 아이린은, 마력을 일으키기 직전에 숨을 삼켰다.

아이리스 길드의 1팀장의 자리에 있는 만큼 아이린도 엄청난 수준의 강자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이 결계를 건드는 순간,술사가 눈치챈다.

그 정도로 세밀하고 완벽한 결계였다.

아이린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 결계를 뚫고 내부를 확인해야 할까.'

그녀는 엘리스에게 미움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 선을 타면서 엘리스를 놀리는 건 재밌었지만, 진심으로 미움받았다간 꽤 큰 상처일테니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이린이 잠깐 틈을 보는 사이 결계가 해제되기 시작했다.

아이린은 재빨리 자리를 벗어나 숙소 바깥 멀리에서 몸을 숨겼다.

몇 분 후, 이호연이 숙소에서 걸어 나왔다.

그의 표정은 꽤 편안해 보였다.

안에서 동생이랑 무슨 짓을 한걸까.

'설마. 설마 아니겠지.'

아이린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엘리스의 숙소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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