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1화 (291/648)

EP.291 291화. 기분 좋은 엘리스 (4)

주물주물-

이호연은 엘리스의 허벅지를 누르면서 말을 이었다.

"이사 기념으로 짜장면 먹었거든. 아, 너는 배달음식 같은 거 안 시켜 먹나?"

시선은 허벅지로.

일부러 엘리스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지금의 대화는 큰 의미가 있는 게 아닌 마사지 도중에 있는 일상 대화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엘리스는 이호연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몰래 유두를 비비던 엄지를 멈췄다.

슬쩍 이호연의 눈치를 봤지만, 다행히 눈치는 못 챈 것 같았다.

"어, 응. 요리사가 요리를 잘해서."

뜬금없는 대화에 약간은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배달음식 같은 걸 시켜 먹을 이유가 없다.

매일같이 집에 오는 출장 요리사가 있으니까.

"한국에서는 이사할 때 그러는 게 보통이거든."

"아니, 그래도 가끔은 먹어. 문화도 알고는 있고…."

엘리스는 순간적으로 이호연의 말에 동조했다.

그가 주도하는 대화의 핀트를 벗어나고 싶지는 않았다.

"으으음. 프랑스 음식이랑은 많이 다를 텐데, 적응이 빠른 모양이네. 나는…."

이호연은 엘리스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마사지를 이어가고는 있었지만, 아까보다 강도를 훨씬 낮추며 엘리스의 표정을 살폈다.

방금까지 눈을 감고 무의식적으로 가슴까지 만지던 엘리스는 어느새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 응."

엘리스는 이호연의 말을 들으며 고민했다.

'갑자기 왜 이런 대화를 하는 거지?'

아니, 물론 이유는 알고 있다.

긴장감을 풀기 위해서 손님과 대화를 하는 건 프로들도 자주 하는 일이다.

이상한 행동은 아니라는 걸 이해는 한다.

'그런데 왜 지금 하는 거야…."

한참 좋을 때.

마사지의 느낌에 몸을 맡기기 직전이었다.

조금만 더 했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엘리스는 아쉬움을 느꼈다.

그래도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다.

급한 듯 계속 대화를 거는 이호연을 보며 엘리스는 생각했다.

밀당이 제대로 되고 있다고.

방금까지 쾌락에 몸부림치며 가슴을 건드리던 기억은 사라졌는지, 엘리스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눈으로 이호연을 바라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실습 때는 그 비서님이랑 같이 가는 거야? 나도 얼굴을 볼 수 있겠네."

"… 으, 응."

하지만 이호연의 적당한 힘 조절은, 엘리스가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게 했다.

대화하는 도중에도 누군가 보지를 쓰다듬고 있는 느낌.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호연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엘리스는 숨을 삼켰다.

대화하면서도 멈추지 않는 마사지.

그녀가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나쁜 손이었다.

원래 이런 마사지라고는 하지만, 이상하게 하면 할수록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부끄러워서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민감해진 몸은, 엘리스 자신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다.

"아, 맞아. 혹시 정원관리사는 어디서 구했어? 너희 집 정원이 멋있던데."

"그, 그건 내 비서가… 음, 취미로 관리해."

"아하. 그랬구나."

꾸욱-

이호연의 손길이 더욱 강해졌다.

약하게 보지를 쓰다듬던 마력이 단단하게 형태를 갖추고 움직였다.

"하아… 하악… 흣, 아…."

당연히 엘리스도 그 감촉을 느꼈다.

이상할 정도로 좋은 기분에 머리가 혼란스러워졌지만…

"많이 아파? 아무래도 마력 회로가 많이 손상돼서 그래. 괜히 나 때문에 그런 것 같아서 더 미안하네."

"… 아니야."

이호연의 걱정이 깃든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엘리스는 부끄러워졌다.

저쪽은 프로답게 마사지를 하고 있는데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원래 이런 마사지라면 그냥 몸을 맡기면 될 텐데… 항상 자존심이 문제였다.

저번에도 마사지가 끝난 뒤에 혼자 성희롱을 당했다며 분노했었는데, 결국은 효과가 엄청나서 놀랐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겠지. 경험상 기분이 좋을수록 효과는 더 좋았다.

그런 경험이 있다보니 자연스레 이호연이 몸을 만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줄었다.

"그러면 집 정리만 하면 되겠네."

별거 아니라는 듯 대화를 이어가는 저 모습도 엘리스를 더욱 창피하게 만들었다.

"… 우리 집 청소부 소개해줄까? 어차피 다음 주면 우리 집이 둘 다 비잖아."

이호연과 자신은 프랑스로 떠나야 한다.

마침 빈 집을 청소하는 직원을 구했으니 한 집 정도 더 맡겨도 큰 상관은 없을 거다.

"아… 아니, 괜찮아."

"…? 어차피 집이 비면, 아."

엘리스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호연은 기숙사부터 몰래 여자와 같이 살고 있었다.

집을 구했는데 그 여자가 떨어져 나갈 리가.

당연한 사실이었는데, 잊고 있었다.

"응. 집이 안 비거든. 사람이 많아서."

"… 두 명 아니야?"

엘리스는 이호연의 말에 눈을 찌푸렸다.

설마 그사이에 동거녀를 늘리기라도 한 걸까?

"응. 남다은 알지? 사실 다은이랑 다은이 동생이 갈 곳이 없다고 해서 재워주고 있거든."

"그게 대체 무슨 소리… 흣?!"

엘리스는 몸을 비틀었다.

이호연의 손이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는 지금까지 대화에 큰 집중을 하지 않았다.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느라 말이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감해진 몸은 그의 손길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당연히 그의 말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은 당황스러운 말을 들은 바람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한 명과 같이 사는 것도 문제인데 집에 여러 명을 들이고 있다니?

이건 쓰레기 중의 쓰레기인 자신의 아버지도 놀랄 일이다.

"여자 세, 셋이… 앗, 아, 아, 아… 아흐앗…."

하지만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호연의 손길이 클리토리스에 닿았다. 약하고 부드럽던 손길은 사라지고 기분 좋은 쾌감이 울렸다.

참기힘든 쾌감이 다시 몰려왔다.

찌걱-

이호연은 엘리스의 말을 듣고도 반응을 하지 않았다.

꾸욱꾸욱 보지를 누르며 클리토리스 주변을 간지럽혔다.

섹시한 턱선과 쇄골. 날렵한 어깨. 마른 허리 덕분에 부각되는 골반. 날씬한 발목. 얇은 손가락.

남자를 자극하는 매력 포인트가 모여서 만들어진 것 같은 몸매.

그런 여자가 자신의 손길에 반응하는 걸 보는 것은 남자로서 큰 자부심이 들게 했다.

"가만히 있어. 너무 움직이면 다칠 수도 있거든. 몸에 긴장 풀고 힘 빼."

"하, 아… 읏…."

엘리스는 이호연의 말대로 몸의 긴장을 풀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뭐야.'

이호연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줄 알았는데.

밀당 하는 여자한테 보통 저런 걸 말하나?

자신의 치부를 숨겨도 모자랄 판에 먼저 드러내다니.

사실 모든 게 자신의 착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자신이 남자라면, 관심이 있는 여성에게 저런 말을 할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아니. 그건 다른 문제야….'

하지만 엘리스는, 그런 가정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애초에 이상한 놈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이호연은 바람둥이니까… 저런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응. 그렇겠지.

저 바람둥이가 자신을 노리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호연에게 여자가 얼마나 있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그 감정을 이용해 이호연을 컨트롤하는 것이니까.

여기서 당황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엘리스는 이호연의 말을 최대한 머리에서 지웠다.

지금 중요한 것은 마나 마사지.

이게 끝난 후에 이호연의 반응을 살피면 된다. 만약 정말 밀당이라면 그 때 확인할 수 있겠지.

"아, 앗… 후으읏…."

어느새 이호연의 손에 의해 벌려진 두 다리.

자신의 부끄러운 곳이 이호연의 시야에 모두 들어갔다.

찔걱-

"흐, 읏... 하앙... 흡."

"괜찮아. 창피해하지말고 소리내도 돼."

이번 마사지의 목표는 깔끔하고 빠르게.

목표는 엘리스의 뒤를 따라가는 게 아니다.

그녀가 자신을 쫓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이호연은 부드러운 엘리스의 몸을 쓰다듬었다. 마나회로를 늘리는 작업은 끝났지만, 엘리스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미 애무까지 마사지에 포함되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찔걱- 찔걱-

"하아… 앗, 흐읏… 으, 읏. 읏. 으으읏…!"

남성의 손이 직접 클리토리스에 닿는 감촉.

이번이 두 번째지만, 엘리스는 저번보다 더욱 기분 좋음을 느꼈다.

혹시나 다른 여자에 비해 모양이 안 예쁘면 어떡하지. 같은 음란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애교 섞인 신음 소리도, 애액을 뿜어내는 보지도 막을 수 없었다.

그녀의 다리는 어느새 이호연의 손을 구걸하듯 활짝 벌어져 있었다.

"아, 아… 흣, 흑… 앗…."

"그대로 눈 감아. 얼마 안 남았어."

이호연의 손이 위로, 아래로, 옆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흠뻑 젖은 클리토리스를 자극했다.

부드럽게 질구에 들어온 검지와 중지는 질 천장을 긁으며 몸을 들어 올렸다.

"흐아, 앗… 아읏… 하, 헤에엑…."

딸꾹질을 하듯 끊기는 신음소리.

몸이 붕 뜨는 것 같은 부유감.

입에 고이는 침을 삼키지 못할 정도로 쾌감이 빠르게 쌓였다.

곧 온다.

마사지로 몇 번이나 겪었던 절정.

혼자서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양감.

"흑, 아… 그만, 그만해…."

"괜찮아. 그대로 받아들여도 돼."

"싫… 으, 아… 하앗, 멈, 제바…."

하반신이 긴장되고 머리가 꿍꿍 울리는 것 같았다.

이 때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이호연에게 매달리게 된다.

더 이상 가면 안 될것 같은 두려움때문에 그만하라고 애원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뒤를 기대하는 모순적인 행동.

여자는 알면서도 이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어진다.

이호연은 자신의 팔을 꼭 잡아오는 엘리스를 보며 살짝 웃었다.

"기분 좋아?"

"응, 응… 좋다고… 그러니까, 후아, 앗… 오흐으읏…."

엘리스는 동물 같은 신음을 뱉어냈다.

이 기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바보가 될 것 같았고, 아무 생각도 못 하는 쾌감.

이성이 날아가고 짐승같이 쾌락을 추구하는 자신의 모습이 싫었지만, 거절하기도 싫었다.

"후읏, 오, 오흣... 흡, 헤엑, 헤에엑... 하앙...! 아, 아앙!"

그녀의 몸 안에 쌓여있던 쾌감이 한 번에 터져 나왔다.

멋대로 움직이는 허리는 이미 통제를 벗어났다.

"하, 아윽… 흡… 아, 아… 하아…."

온몸에 느껴지는 기분 좋은 피로감과 약간의 허무함.

다행히 저번처럼 기절은 하지 않은 게 그녀의 자존심은 지켜주고 있었다.

초점이 흐린 눈으로고개를 돌리자, 피로한 표정의 이호연이 보였다. 그는 옆에 놓여있던 수건으로 손을 닦고 있었다.

축축하게 젖은 저 손의 액체가 다 자신에게서 나왔다고 생각하니 엘리스는 다시 창피해졌다.

"후우… 고생했어. 엘리스."

"… 으응."

"다음에는 프랑스에 가서 해도 되겠네. 점점 몸이 좋아지는 게 느껴져."

"…맞아."

확실히, 점점 그녀의 몸은 나아지고 있었다.

마사지할 때마다 마나의 최저점이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아무튼. 내일 아카데미에서 보자."

"…."

엘리스는 다리를 접고 이호연을 바라봤다.

수건으로 손의 물기를 털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호연은, 정말 자신과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무언의 시선을 보내자, 이호연은 조용히 엘리스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몸이 불편하면 씻겨줄까?"

"아, 아니. 됐거든."

"농담이야. 갈게."

이호연은 그대로 병실 밖으로 나갔다.

여자와 같이 살고 있다는 말에 대해 핑계도 하지 않은 채,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

엘리스는 조용한 병실에서 눈을 끔벅거렸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호연에 대해. 자신에 대해. 마사지에 대해. 남자와 여자에 대해.

가쁜 호흡을 잠재우고 뜨거운 열기를 식히며 눈을 감았다.

그녀의 뇌리에 남는 건 하나뿐이었다.

"… 역시 씻겨달라고 할 걸 그랬나."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