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90 290화. 기분 좋은 엘리스 (3)
'이건 어떻게 하냐.'
침대에 누운 엘리스는 기분 좋은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예뻐서 좋긴 한데… 착각을 하고 있다고 인지한 뒤에 얼굴을 바라보니, 확실히 올라간 입꼬리가 부자연스러웠다.
착각을 하게 된 계기는 이해를 했지만, 어떻게 풀어야 할지는 도통 감이 안 잡힌다.
나는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며 엘리스를 바라봤다.
"몸은 좀 괜찮아?"
"응. 어제 네 마사지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
엘리스는 양손으로 자신의 팔부터 허리까지 쓸어내렸다.
몸이 좋아졌다는 뜻이겠지만, 얇은 환자복을 입은 채 저러면 눈을 둘 곳이 없는데.
어쩌면 저것도 일부러 하는 걸지도 모른다.
원래는 저런 움직임도 없었으니, 노린 행동이 아니더라도 그만큼 경계가 풀어졌다고 봐도 되겠지.
나는 다른 대화 주제를 꺼냈다.
"… 아, 맞아. 현장 실습할 때 말인데. 프랑스까지 어떻게 가는 거야? 우리가 비행기를 예약해야 하나?"
"아니. 전용기가 데리러 올 거야. 화요일에 집 앞에 나와 있으면 돼. 마침 옆집이니까 편하겠네."
전용기…?
그게 뭐야. 무서워.
전용기면 우리 새집보다 비싼 거 아닌가?
확실히 차원이 다른 부잣집이긴 하네.
엘리스는 전용기를 신경쓰지도 않으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기숙사에서 나가니 어때? 좋아?"
"… 응."
"그 주변이 원래…."
엘리스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집 주변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다른 주제를 이야기해도 결국은 이사 얘기다.
뭐라고 할까. 평소보다 더 신나한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오래 고민하던 골치거리가 없어진 느낌.
나름 연기를 하려고 하는 거 같은데, 주체를 못 하는 모양이다.
'저러다가 우리 집에 여자만 4명 사는 거 알면 큰일 나는 거 아니야?'
나는 조심스럽게 엘리스의 말에 대답해주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생각했다.
착각을 풀던지, 이용하던지.
둘 중 하나는 해야겠지.
*
'반응이 뻔해.'
엘리스는 자신의 말에 대답하는 이호연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삼켰다.
새집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자 이호연은 당황한 듯 평소와 다른 태도를 보였다.
그녀가 생각한 대로였다.
이호연을 밀고 당기기에서 완벽히 제압했다.
'후후.'
역시, 메시지를 안 보내길 잘했어.
그 뿐만이 아니다.
계속 이호연에게 쌀쌀맞게 대한 것.
사소한 행동부터 조금씩 주도권을 가져온 거다.
이런 복잡한 인간관계를 어릴 적부터 경험한 엘리스는 이 분야의 프로였다.
이제는 당길 타이밍.
평소보다 살가운 태도를 보이는 자신을 보며눈을 끔벅거리는 이호연의 표정은 꽤 재밌었다.
엘리스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이렇게 조금씩 당기면 된다.
지금은 마나 마사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리한 관계에 있지만, 이호연이 자신에게 반한다면 관계를 역전하는 건 순식간이다.
'얼마 안 남았네.'
엘리스는 웃음을 유지하며 이호연을 바라봤다.
"아무튼… 집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하체가 뻐근해."
"응… 응. 바로 시작할까?"
엘리스는 여유롭게 눈을 감고 누웠다.
이제 이호연의 마사지를 즐기고, 상태 좋은 몸으로 아이리스 길드에 실습을 하러 가면 된다.
거기서 아무것도 모르는 이호연을 안내하다가… 기회가 되면 스카웃도 노려야지.
"흐읏…."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엘리스는, 이호연이 허벅지를 붙잡자마자 눈을 질끈 감았다.
마력회로를 누르는 아픔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조금 아플 거야. 참을 수 있지?"
"으, 응…."
이호연은 정 자세로 누운 엘리스를 내려다보며 그녀의 허벅지를 꾹꾹 눌렀다.
당연히 환자복을 입은 상태였다.
어제 상반신 마사지는 옷을 입고했지만… 아래까지 그렇게 할 순 없다.
그간 엘리스를 마사지하면서 느낀 직업 만족도의 원인은 엘리스의 맨살을 만질 수 있는 점이 컸다.
그러니, 이번에는 확실히 조절해야겠지.
이호연은 마력을 세밀하게 조작했다.
"하반신은 상반신보다 힘이 더 들어가거든? 혹시라도 불편하면 말해."
"알겠… 어. 후…."
열심히 다리에 있는 마나 회로를 넓히면서도, 마력의 줄기 하나는 사타구니 쪽으로 향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엄청난 마나 컨트롤이었지만 그는 한층 더 나아갔다.
다리의 마나 회로를 일부러 조금만 넓히는 것이다.
확실하게 마나회로를 뚫은 상반신과 다르게 졸졸 새는 수도꼭지처럼 애매한 양의 마력을 사용했다.
엘리스가 일부러 불편함을 느끼도록 유도한 것이다.
"으음, 음…."
"왜, 아파?"
"그건 아닌데… 아니야. 일단 계속해줘."
엘리스도 어색한 감촉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고통은 확실히 줄고 있었기에 불만을 꺼내진 않았다.
그리고 곧 익숙한 감촉도 찾아왔다.
그녀의 음부로 파고들어 간 마력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후, 우으읏… 흐…?"
하지만 그 마력들도 이호연이 컨트롤하는 것.
이호연은 엘리스의 보지 주변에 마력을 이용한 진동을 보냈다.
지금까지 마사지했을 때 주던 쾌감을 없앤 것이다.
기다리던 쾌감이 찾아오지 않자 엘리스도 의문을 느꼈다.
회로가 시원한 느낌도 없는데 쾌감까지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이호연이 마사지를 한 허벅지는 옅은 이질감이 남아있었다.
결국 엘리스는 이상함을 느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그… 호연아."
"응?"
"평소와 좀 다른 거 같은데… 이거."
"아… 역시 그런가?"
이호연은 마치 큰일 이라도 난 듯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걸 본 엘리스도 살짝 불안해졌다.
"왜,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자신의 몸에 있는 선천적 마력 장애를 고치고자 하는 마음은 그녀가 가장 컸다.
그렇기에 유일한 희망인 이호연이 저런 반응을 보이면 겁이 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팔보다는 다리의 마력 회로가 더 넓고 많아서… 맨살이 아니면 효과가 좀 적은 것 같아."
이호연은 엘리스의 반응을 살피면서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 벗으면 괜찮은 거야?"
"그렇긴 한데, 괜찮아? 옷 위로도 할 수는 있을 거야. 아마 느낌이 시원하지는 않아도… 효과는 비슷하게 날걸."
엘리스는 이호연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아마 방금처럼 미적지근하고 어색한 감촉을 말하는 거겠지.
사실 치료만 된다면 상관없었다.
그녀가 마사지를 받는 목적은 치료였으니까.
하지만… 지금도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
음부 주변을 자극하는 이 감각이 너무 불만족스러웠다.
기분이 좋을 듯 말듯. 놀리는 것 같은 이 감각 때문에 마사지가 제대로 되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지금까지 마사지로 몸이 시원해질 때마다 성적인 쾌감도 증폭되었다.
쾌감을 학습 당한 것이다.
"… 괜찮아. 벗을테니까 빨리 끝내자."
결국 엘리스는 맨살을 허락했다.
어차피 처음도 아닌데 굳이 튕길 필요도 없다. 라는 변명으로 스스로를 속이며, 상체를 일으켜 바지를 벗으려 했다.
"아니야. 누워 있어. 내가 벗길게."
"… 어?"
하지만 이호연의 손이 엘리스를 막았다.
"아직 불편해서 직접 벗기 힘들잖아."
"그렇긴 한데… 알았어."
딱히 거절할 말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거절할 이유도 없다.
어차피 벗어야 한다면 벗겨주는 게 더 편하니까.
실제로 본국에 있을 때 행사나 파티에 참여할 때 옷을 갈아입는 걸 도와주는 아티스트들이 있는 건 기본이었다.
하지만 엘리스는 생각하지 못했다.
마사지를 하기 전부터, 기대감때문에 젖어있던 자신의 속옷이 벗겨진다는 사실을.
찌익….
바지와 팬티가 같이 내려가며 하복부에 시원한 바람이 통했다.
아래를 본 엘리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의 보지와 속옷 사이를 잇는 질척한 애액의 끈.
부끄러움이 혈액을 타고 온 몸에 퍼지는 것 같았다.
'다 봤겠지….'
이호연은 신경 쓰지 않는 듯했지만, 젖은 속옷을 다 봤을 거다.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한 거야.
엘리스는 자신을 원망했지만, 이미 후회는 늦었다.
이호연이 손을 들었으니까.
"그럼 다시 할게?"
"응, 으응…."
"금방 끝낼테니까 걱정하지마."
이호연은 엘리스의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
손에 꽉 차는 부드러운 살결.
허벅지부터 매끈하게 이어지는 종아리와 발.
미인은 하체의 라인도 아름다웠다.
손가락 끝에서 마력을 넓히며 천천히 마나 회로를 마사지했다.
동시에 음부 주변에 자리 잡고 있던 마나를 움직이는 것도 까먹지 않았다.
클리토리스 주변과 소음순, 질 구멍까지.
확실하게 위치한 마나 들이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맨 살이 더 효과가 좋다는 걸 제대로 각인시키기 위함이다.
"으, 으읏… 하아…? 앗…?!"
이호연의 손은 종아리를 붙잡고 있지만, 엘리스의 모든 신경은 보지에 집중한 상태였다.
'이, 이거….'
기다리던 것.
제대로 된 마나 마사지.
몸 내부의 신경이 모두 다리 사이로 몰리는 것 같은 느낌.
이호연이 하는 마나 마사지만의 쾌감이다.
"아프진않지?"
"괜찮, 괜찮아… 으,응… 하아, 앗. 아앙…."
엘리스는 느껴지는 기분좋음을 즐겼다.
이미 하반신의 마력회로가 넓어지는 것 따위는 잊었다.
그의 마나 마사지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만약 마약이 있다면 이게 마약아닐까.
중독성 있고 짜릿하고 몸이 붕붕 뜨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녀는 이미 '밀당'같은 걸 잊어버린 채 이호연의 마력에 몸을 맡겼다.
젖어있는 허벅지를 살살 비비며, 주먹을 꽉 쥐었다.
사실 더 큰 자극을 원했다.
아까보다는 훨씬 좋았지만, 이호연이 아직도 쾌감을 조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손을 내려 클리토리스를 만지고 싶었다. 조금 더 강하게 하면 절정에 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술을 꽉 깨물며 참았다. 아무리 마사지의 일부라지만 차마 그런 추태를 보일 순 없었다.
대신 팔짱을 끼는 척하며 엄지손가락으로 유두를 비볐다.
그렇게라도 해야 버틸 수 있었다.
물론 위에서 엘리스를 내려다보는 이호연은 그 광경을 다 볼 수 있었다.
'진짜 좋은가 보네.'
이미 마사지 = 좋은 것. 이라는 공식이 엘리스의 머리 안에 새겨졌다.
종을 울리면 밥시간이라는 걸 아는 개처럼, 마사지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걸 몸이 알고 있다.
그렇기에 조금 더 열심히 마나를 움직였다.
클리토리스의 양옆을 비비기도 하고, 질구멍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러자 엘리스도 반응이 거세졌다.
신음이 새어나오는 건 기본이고, 몸을 이리저리 꿈틀거리며 최대한 반응을 숨기려했다.
그러다 팔짱을 낀 손가락으로 유두를 만지는 걸 보고 나서야 이호연은 마력을 조절했다.
흥분되는 모습이긴 했지만 이제 슬슬 생각한 말을 해야 한다.
결국 엘리스를 하렘에 넣으려면… 자신이 정실이 되어야 한다는 그 마음가짐을 뜯어고치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을까.
몸이 아파서 제대로 못 움직이는 엘리스는 내 마사지가 필수 불가결이다.
지금만큼 엘리스를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이 없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집 주변에 맛있는 식당이 많더라."
"으, 으응?"
엘리스는 갑자기 마사지를 멈추고 일상 대화를 시작한 이호연을 보고 눈을 끔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