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5화 (285/648)

EP.285 285화. 마법사로서의 길 (2)

룬의 일족 생존자인 레베카.

아이리스 길드의 길드장인 아이작.

아마도 세계에서 손 꼽히는 강자인 이 둘을 만났을 때 느낀 건, 나와 격이 다르다는 감상이었다.

'내가 동네 뒷산이면 저기는 백두산정도 되겠구나.' 이런 느낌이다.

아마 실제로도 그 정도 차이가 나겠지.

하지만 강한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법이다.

그 둘과는 서로 추구하는 강함이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든 몸을 비틀면 한 번은 틈을 만들 수 있을거다.

그 공격이 통할지 말지는 다음 문제지만, 틈을 만들 순 있다는거다.

임솔 교수는 달랐다.

내가 지닌 [마나 감응].

게다가 같은 마법사다 보니, 상대의 수준을 훨씬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내 마력이 호수라면, 교수님은 바다였다. 마력에 끝이 없었다.

하필 추구하는 강함도 같았다. 결국 마법사들의 싸움은 마력의 속도와 힘. 그리고 수 싸움이다.

그런데 임솔에게는 세 가지 모두가 밀렸다.

그러니 틈을 만들기가 힘들 수밖에.

"그것밖에 안 돼?"

콰앙-!

"대체 나한테 얼마나 바라는 건데요…!"

나는 날아오는 마력을 피해내며 불평했다.

두근- 두근-

대련이 시작한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봐주지 않겠다는 말은 진심이었는지, 임솔은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왔다.

그런 교수님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했다.

이미 [전투 감각]이 최대한으로 몸을 굴리고 있었고, [개안] 과 [블러드 비트]를 같이 사용하면서 몸에 반동을 어마어마하게 주고 있었다.

날아오는 마법은 또 왜 저렇게 빠른 건지 모르겠고, 중간중간 [가속]까지 사용하니까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곧 쓰러져도 무리가 아니다. 정신력과 전투 감각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을 뿐이다.

나는 마법을 신나게 쏘고 있는 임솔을 노려봤다.

왜 저렇게 즐거운 듯 웃으면서 공격하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네.

같은 재능의 마법사를 만나서 좋은 거면 파티라도 해주든가…!

쉬이익-

다행히 임솔 교수님은 교수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은 듯, 전력을 다하면서도 나를 지도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 번 쓴 마법을 다시 쓰지 않았다.

자체 페널티를 걸고 나와 대련하고 있는 거였다.

물론 내가 모르는 마법이 끝도 없이 나오고 있어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긴 하지만…

강해지고 싶다는 내 말을 듣고 여러 싸움을 경험시켜주려는 거겠지.

"교수님 저 진짜 죽을 것 같거든요?!"

방금까지 내가 밟고 있던 땅에 정체불명의 검은 구멍이 뚫렸다.

나는 깜짝 놀라서 마력 발판을 만들어 구멍 밖으로 뛰었다.

저기 빠졌으면 그대로 우주로 떨어지는건가?

"괜찮아. 죽기 직전에 막아줄게."

두근-

임솔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나는 슬슬 심장에 무리가 오는 걸 느꼈다.

마나 부족 현상.

내 전투력이 어느 정도 선에 올라오고 나서는 겪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느슨해진 몸에게 제대로 기강을 잡고 있었다.

'조금만 버티자.'

아직 내 노림수를 사용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임솔이 구성한 다음 마법도, 역시 새로운 마법이었다.

악몽을 보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는 정신계 마법.

나이트메어.

'왔다…!'

드디어 내가 노리던 마법이 튀어나왔다.

정신계 조작 마법.

나는 [침착한 정신력]이라는 특전 덕분에 아예 정신을 조작하는 마법에는 완전면역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 사실을 모른다. 알아봤자 '정신력이 강하다.' 정도로 알고 있겠지.

임솔도 그렇게 생각해서 내게 틈을 준거다.

그녀의 마력이라면 내 정신력 정도는 가볍게 뚫을 줄 알았을거다.

나는 이를 악물고 임솔을 향해 일직선으로 뛰어갔다. 남은 마력량을 보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바인드.'

나이트 메어를 스쳐 지나감과 동시에 마력을 손에서 실처럼 뿜어냈다.

상대의 몸을 묶는 기본 마법인 '바인드'다.

"… 뭐야?"

임솔은 내가 마법을 스쳐지나간 것을 보고 잠시 당황한 것 같았지만, 침착하게 나이트 메어를 무효화시키고 몸에 쉴드를 둘렀다.

나는 쉴드를 사용하는 임솔을 보며 씩 웃음을 지었다.

내가 아는 교수님이라면 피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걸 위해 지금까지 마법에 진심을 다하지 않았거든.

이윽고 임솔의 쉴드에 닿은 내 바인드는 보잘것없이 막혔지만, 나는 순식간에 마력을 재구축했다.

이미 완성된 마법을 재구성해서 다른 마법으로 바꾸는 나만이 할 수 있는 특기다.

"이, 이게 무슨?"

쉴드에 달라붙어 일체화하기 시작한 내 마력.

나는 바인드가 쉴드를 무력화시키는 데에 성공했다고 확신했다.

그렇기에 동시에 다음 마법을 사용했다.

'리버스 그라운드.'

우드드드득-

이리저리 임솔의 마법을 피하면서 땅 아래에 준비해놓은 마법진.

임솔의 눈이 커짐과 동시에 나는 마력을 움직였다.

공간 전체를 장악한 내 마력이, 엄청난 양의 흙을 지배했다.

그 거대한 질량은 순식간에 임솔을 중심으로 모여 흙먼지를 일으켰다.

'컴프레션.'

마지막으로 더블 캐스팅해놓은 마법.

빠득- 빠드득-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흙의 구가 압축하기 시작했다.

더 작게. 더더욱 작게.

육안으로 봤을 때 좁은 틈도 없이 만들어진 완벽한 구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방금 마법이 남은 마력의 전부를 때려 박은 마법이었다.

몰래몰래 준비한 마법진부터 시작해서 이 엄청난 양의 흙을 들어 올리고, 압축까지 시킨 거다.

기대감을 안고 하늘을 살짝 올려다봤지만, 대련장의 체력 포인트는 여전히… 100 대 45를 가리키고 있었다.

당연히 내가 45다.

전력을 다해서 마법을 때려박았는데 실패한거다.

"아니 이게 말이 되냐ㄱ… 크흡?!"

타앙-

가슴을 채우는 허탈함에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는데, 그와 동시에 내 가슴에 무언가가 날아와 꽂혔다.

나도 인지하지 못한 속도의 마력탄이었다.

내 전신을 둘러싸고 있던 얇은 마나 막이 부숴지는 소리와 함께, 나는 처참하게 바닥에 널브러졌다.

"… 개 같네."

마지막 반항은 하늘을 보며 욕짓거리를 내뱉는 것 뿐이었다.

시야에 가득 찬 파란 하늘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걸 아는데도 슬펐다.

우지직-

이상한 소리에 하늘을 올려다보자, 내가 만들어낸 흙의 구가 위에서부터 반으로 쪼개지고 있었다.

'저기 마력이 얼마나 들어갔는데…'

내 노력을 비웃듯 정말 가볍게 찢겨나갔다.

"방금 건 놀랐네. 실전이었다면… 아카데미 교수급도 당했을 거야. 정말 좋은 시도였어."

저벅저벅-

안에서 튀어나온 임솔의 뒤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나 있었다.

마법진에서는 승자를 축하하는 것 같이 후광이 비쳤다.

"상대가 나라서 문제지만."

"… 진심이라고 해놓고선."

물론 임솔의 마법 하나하나는 진심이었지만 죽일 기세로 한 건 아니었다.

같은 마법을 다시 쓰지도 않았고, 더블 캐스팅을 쓰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엄청난 불이익을 가지고 나를 압도한 거다.

그래놓고 마지막에 진짜 진심을 보여주면 자존심이 좀 상하는데.

"이건 나로서도 조금 무리야. 진심은 아까 보여준 게 진심."

"서운할 뻔했어요."

나는 임솔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래도 세계관 최강자 중의 한 명에게 진심을 끌어냈다면 그걸로도 만족이다.

물론 엄청나게 유리한 싸움이었지만… 난 더 성장할테니까.

임솔은 상쾌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같은 마법사로서 저 느낌 뭔지 알지.

근데 제자를 이렇게 만들고 저런 표정을 짓는 게 교수로서 올바른 행동인지에 대해서는 고찰이 필요하다.

"일어나. 엄살 부리지 말고."

임솔은 입꼬리를 올리며 내 허리를 툭툭 쳤다.

마치 소악마같은 미소였다.

"아니, 진짜 못 움직이겠거든요. 나름대로 도핑 스킬까지 다 끌어쓴 거라…."

엘리스의 마나 마사지에서 영감을 얻은 '블러드 비트'

대련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효율로 돌려대서 몸에 과부하가 와버렸다.

신동민이랑 싸웠을 때 만큼은 아니더라도 휴식이 필요하다.

"그래?"

부웅-

내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

임솔이 마나로 날 들어 올린 것이다.

"일단 연구실로 가자. 그거 얼마나 못 움직일 거 같아?"

"어… 글쎄요. 2~3시간?"

원래 이 정도면 반나절은 못 움직이지만, 재생력이 올라갔기에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2~3시간이면… 충분하네."

"네?"

"당보충."

당보충이라는 단어 하나로 팔에 소름이 돋았다.

"… 교수님. 적어도 제가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 해주시면 안될까요."

몸을 못 움직이는 상태에서 착정당하는 것만큼 힘든 게 없는데.

아니, 힘든 게 문제가 아니라 그건 진짜 고문 수준이다.

허리를 움직이고 싶은 남자의 본능을 강제로 억눌러야하니까.

"괜찮아. 괜찮아. 서운할 뻔했다며. 다 풀어줄게."

"… 그건 좋긴 한데."

그래.

서운함이 뭐가 중요하냐. 세상 사는데 아무 도움 안 된다.

나는 허공에 둥둥 뜬 채 임솔 교수님의 연구실로 끌려갔다.

*

"좋아?"

"… 네."

임솔의 펠라를 받으며, 나는 몸에 마력을 돌렸다.

제발 빨리 나아라. 몸아.

허리를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이질 못하니까 답답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그걸 배려해주는 건지, 임솔은 입술을 다물고 더 빠르게 고개를 움직여줬다.

질척질척거리는 타액이 귀두와 기둥을 감싸왔다.

끈적거리고 뜨거운 입 안쪽과 휘감겨오는 혀는 최고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전투로 달아오른 몸이라 그런지, 더 기분 좋았다.

아니. 이상하게 오늘의 펠라치오는 다른 감정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사랑이라던가.

"교수님… 더 빠르게 해주세요."

"쯉… 이거보다 더?"

"네, 네. 부탁드려요."

임솔은 내 말에 한 치의 고민도 없이 허벅지를 양손으로 잡았다. 그리고는 사타구니에 고개를 박으며 왕복운동을 시작했다.

허리를 하나도 못 움직이는데도 만족할 정도로, 입술이 내 자지를 감싸며 빠르게 움직여줬다.

살결이 비벼지는 감촉보다는 미끌미끌한 타액에서 느껴지는 쾌감이 좋았다.

"싼, 아… 교수님. 쌀게요…!"

나는 사정감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임솔의 안에 정액을 뱉어냈다.

쮸웁- 쯉-

임솔은 평소처럼 내 정액을 끝까지 빨아먹었다.

사정할 때 귀두를 핥아주면서 사정을 도와주는 건, 사정 빼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든다.

"잘 먹었어."

임솔은 야한 표정으로 얼굴 옆에 묻은 정액을 입으로 가져갔다.

"… 네에."

나는 대자로 소파에 뻗었다.

힘도 없고, 마력도 없고, 정액도 없다.

몸 안에 모든 걸 교수님에게 짜여버렸다.

임솔은 바지도 안 올리고 누워있는 내 자지를 혀로 이리저리 핥아왔다.

'근데 오늘은 진짜 열심히 해주시네.'

평소에도 달다며 잘 해줬지만, 오늘은 더 좋았다.

받는 사람은 느낄 수 있었다.

"교수님. 안 힘드세요?"

"힘들긴 한데, 맛있으니까 괜찮아."

"음, 네."

하지만 어떻게 말해야 될 지 모르겠단말이야.

오늘 펠라치오는 더 좋았어요. 이렇게 말해볼까?

하지만 그건 너무 없어보이잖아.

"제가 좋아하는 거 아시죠?"

"갑자기 무슨 말이야?"

"… 그냥 좋아한다고요."

나름 용기를 내서 한 말인데.

아니, 우리 뽀뽀도 했잖아요. 교수님.

임솔은 내 자지에서 입을 떼고 나와 눈을 마주쳤다.

"왜, 뽀뽀라도 해줄까?"

"부탁드립니다."

제발요.

나는 진심으로 부탁했는데, 임솔은 고개를 저었다.

"안돼."

"… 왜요?"

"기준을 못 넘었잖아. 솔직히 기대했는데 실망이야."

"…?"

★ 히로인 상태창

[임솔]

- [ 호감도 : 92 ]

- [ 성욕 : 55 ]

- [ 식욕 : 30 ]

- [ 피로도 : 70 ]

현재 상태 : 그래도 생각보다 강했지? 게다가 마지막에 보여준 그 마력 운용은 더 연구해볼 필요가….

'생각보다 강했다… 기준….'

이렇게 단서가 있으면 좀 해결이 가능하지.

드디어 내 머릿속에서 가설 하나가 잡혔다.

"교수님, 혹시 그 기준이요… 나보다 약한 남자랑 사귈 수 없다. 뭐 이런 거 아니죠?"

내가 조심스럽게 꺼낸 말에, 임솔은 반색하며 손뼉을 쳤다.

"역시 우리 제자는 똑똑하네."

그리고 칭찬하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예쁜 여자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건 당연히 좋긴한데….

"너무 높아서 오히려 힘이 빠지는데요."

큰 일났네.

임솔을 이기려면 대체 몇 년이 필요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될 것 같은데.

너무 높은 목표를 받았더니 의욕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원래 0점이 50점 맞는 것 보다 95점이 100점 맞는 게 더 어려운 법인데, 임솔 교수님은 105점 정도는 되니까.

만점을 받고도 채점자를 감동시켜 추가 점수를 받아야한다.

"그래?"

"네. 좀 절충안이 필요… 읍?!"

쪽-

진지하게 다른 방식을 제안하던 내 입이, 부드러운 무언가로 틀어막혔다.

나는 천천히 눈을 끔벅였다.

임솔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저번처럼 짧은 입맞춤이 아니었다.

부드럽고 촉촉한 입술이 날 잡아먹으려는 듯 움직였고 양팔은 내 머리를 끌어안았다.

이런 공격적인 겉과 다르게 창피한 듯 내 입안을 노크하는 임솔의 혀는, 부끄러우면서도 강한 척하는 처녀 같았다.

나는 그대로 임솔의 혀에 입안을 농락당했다.

서로의 타액을 교환하고, 짧게 내뱉는 숨소리를 들으며 소리 없는 대화를 나눴다.

한참 맞물려있던 입술이 떨어지자 날 감싸던 포근하고 부드러운 감촉도 사라졌다.

"아…."

나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아쉬웠다. 이 키스가 끝난다는 게.

임솔은 내 볼을 쓰다듬으며, 입술을 핥았다.

"목표가 높으면, 노력을 더 높여. 할 수 있지?"

싱긋 웃는 교수님의 얼굴은, 더럽게 예뻤다.

거절하기 싫은, 아니 거절할 수 없는 매력.

이것도 교수님의 마법 중 하나가 아닐까.

나는 살짝 볼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조금 나아진 고개를 끄덕였다.

"… 네."

오늘부터 내 하루 일정에 마법 수련이 추가되었다.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