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83 283화. 이호연 하렘 계획! (6)
"너는 또 왜 그래."
방금까지 섹스하자며 달라붙던 서큐버스는 어디 가고, 벌벌 떠는 찐따 릴리아나만 있었다.
"으, 미친 여자…."
"… 아니, 미친 여자고 뭐고 레베카 씨랑 알아낸 거 없냐고."
내 질문에도 릴리아나는 입술을 파들파들 떨 뿐이었다.
"저기. 릴리아나 씨?"
"어, 없어… 그, 그 여자가 내 마력을 억지로 막 꺼내서…."
"…."
릴리아나는 무슨 살인마라도 본 표정이었다.
대체 뭘 당했길래 이러는 거야.
★ 히로인 상태창
[릴리아나]
- [ 호감도 : 98 ] ( + 2.5 )
- [ 성욕 : 93 ]
- [ 식욕 : 60 ]
- [ 피로도 : 30 ]
현재 상태 : 기분 나빴어… 주인님도 아닌데 착정당하는 느낌….
'착정?'
다행히 별문제 아닌가 보네.
난 또 강제로 나쁜 짓이라도 당한 줄 알았다.
서큐버스에게 마력을 뺏어가는 게 착정같은 거였구나.
"흐음…."
그나저나 이거 좀 문제아닌가.
생각해보면 레베카 쪽에서도 별말이 없었으니, 진짜 아무것도 못 찾았을 수도 있다.
켄타우로스를 찾으러 가는데 정작 만났을 때 대처가 없으면 안 되잖아.
나는 겁먹은 릴리아나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벌벌 떠는 릴리아나의 가슴을 만져줬다.
주물주물-
릴리아나는 곧 안정을 되찾았다!
"릴리아나. 지옥의 마법 같은 거 잘 알지?"
히키코모리 서큐버스답지않게, 릴리아나는 의외로 잡지식이 많다. 특히 지옥에 대한 건 풍부하다.
"대충은 알아. 이래 보여도 어릴 때는 엘리트 서큐버스였거든."
릴리아나는 잘난듯이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
"어릴 적 기억 잘 안 난다며."
"어, 어… 아무튼 엘리트였어."
"그래. 그건 그렇다치고. 그럼 마법 같은 거 직접 보면 좀 알 수 있냐?"
"아마도 그렇지않을까?"
릴리아나에게 더이상 기대를 걸지 않기로 했지만 이번에도 물어보기로 했다.
지옥의 마법에 대해 아는 건 릴리아나 밖에 없다.
"근데 지옥에 마력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도망가는 마법도 있어?"
"그런 건 없는데… 어쩌면 지옥의 마력이라 못 알아채는 걸 수도 있어. 내가 보면 알걸? 어쩌면 네가 직접 봐도 알 수도 있고."
"그런가? 전에 레베카는 널 보자마자 켄타우로스랑 네 마력이 비슷한 걸 알아냈잖아."
추적조에 아이작도 섞여 있을 텐데, 그걸 추적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싶다.
실제로 만나본 아이작의 힘은 솔직히 뭐든 가능할 것 같았다. 레베카랑 비교했을 때 우위를 가리지 못하겠다.
"흔적을 최소화하면서 도망치는 마법은 여러 개 있어. 예를 들어 내가 목걸이로 변하는 마법도 비슷한 원리야. 그때 레베카가 왔다면 못 알아봤을걸."
"오, 그래?"
뭐야. 오늘따라 왜 이렇게 도움이 되는 거야. 이 서큐버스.
"역시 지옥은 홈그라운드라 잘 아는구나."
"당연하지… 근데 언제까지 이 얘기 할 거야? 나 졸령."
릴리아나는 대충 이야기가 정리되는 분위기가 되자마자 내 가슴에 얼굴을 비벼댔다.
"하. 그렇게 하고 싶어?"
"당연하지…. 주인님."
이미 서큐버스의 눈이 되어버렸다.
저 상태의 릴리아나는 억지로 떼놓으면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
"그래. 프랑스 가면 둘이 좋은 곳도 같이 가자. 전에 약속했잖아."
릴리아나도 목걸이로 바꾼 채 데리고 다녀야한다. 여행의 목적 자체가 릴리아나와 켄타우로스를 만나게 하는 거니까.
시간이 되면 데이트하기로 분명 약속했으니 노력해야지.
"데, 데이트… 주인님과…."
"맛집이라도 가면 되니까. 아, 근데 스칼렛은 어디 갔어?"
나갈 때는 두 명이었는데 들어오니까 한 명밖에 안 남았다.
스칼렛도 히로인 상태창이 떴으니 공략할 수 있으면 해야 하는데.
"스카웃? 방금까지 여기… 응? 어디 갔지. 내가 누워있을 때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으음… 뭐, 됐어."
걔는 정말 속을 모르겠단 말이야. 날 좋아하는 건지 간을 보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당장 목숨이 걸린 정도로 시급한 일은 아니니… 지내다 보면 기회가 있겠지.
나는 말을 멈추고 릴리아나의 옷 안에 손을 집어넣으며 내 몸쪽으로 잡아당겼다.
"됐어. 이리 와."
"으, 으응. 주인님…."
*
다음 날 아침.
자연스럽게 눈을 뜨자 아침햇살이 비치는 창문이 보였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6시 30분.
아카데미에 다니던 버릇 때문에 늦게 자도 이 정도 시간에 항상 일어나게 된다. 이것도 몸이 건강하니까 그런 거겠지.
예전에 자취생일 때는 늦게자면 늦게일어났는데.
나는 내 가슴 위에서 귀여운 얼굴로 자고있는 서큐버스의 볼을 찔렀다.
"일어나. 일어나. 빨리 숨어."
아침 7시는 메디컬 체크를 하는 시간이다.
내 몸 상태는 사실 거의 문제가 없다.
다만 혹시나 뒤늦게 반동이 올 수도 있다면서 하루만 입원한 거다.
밤 귀가 밝다는 이유로 밤에는 상태를 확인하러 오지 말라고 했지만, 아침에 체크하는 것도 거부할 구실은 없었다.
그러니 빨리 이 서큐버스를 내 위에서 일으켜 숨겨야 한다.
"으, 으응… 주인님…."
"일어나라고. 야. 간호사 오면 너 들킨다."
내게 고개를 비비던 릴리아나는 들킨다는 말에 바로 눈을 떴다.
"스읍. 헉. 수- 숨어. 스카웃! 어딨어?!"
"여기 있습니다. 릴리아나 님."
나는 방금 일어나 정신 못 차리는 릴리아나를 스칼렛에게 넘겼다.
"릴리아나 님은 제가 데리고 기숙사에 가 있겠습니다. 퇴원하면 들려주세요."
"응. 오늘 안에 퇴원할 거야."
타닥-
스칼렛은 익숙한 듯 릴리아나를 쌀포대처럼 들고는 사라졌다.
쟤는 밤 내내 어디있다가 이제 온거야?
그리고 스칼렛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후, 나는 엘리스와의 약속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밤에 오라고 했는데 오늘 안에 가겠다고 해버렸네.
흠.
"7시도 밤은 밤이지."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틀린 말은 아니잖아. 대충 어두워지면 밤 되는 거지 뭐.
똑똑똑-
"메디컬 체크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네. 들어오세요."
*
분명 간호사가 와서 가볍게 건강 체크만 한다고 했는데, 막상 온 건 백아영이었다.
분명 바쁜 양호 선생님일 텐데도 그녀는 내 병실에서 1시간 넘게 시간을 보냈다.
"여보…."
"미안. 실습이라 어쩔 수 없어요."
"외국에서 사기당하면 안 돼요. 특히 환전 사기나…."
"… 알았어. 여보."
나는 울상인 채 내게 매달리는 백아영을 바라보며 쓰게 웃었다.
아이리스 길드로 실습을 가는 것 때문에 우울해 보였다. 언제 한 번 최면술 놀이를 또 해야하는데. 시간이 없네.
분명 앞으로 멀리 떨어질 일도 많아질거다. 늘어난 히로인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벌써 걱정이다.
역시 레베카밖에 믿을 사람이 없나.
결국 백아영은 일이 밀렸다는 연락을 받고는 슬픈 표정으로 돌아갔다.
절차는 밟아놨으니 언제든지 퇴원하고 싶으면 퇴원해도 된다고 한다.
"시간이 애매하네."
엘리스와 밤에 만나기로 했으니 집에 돌아가는 시간은 늦은 밤이겠지.
그때까지 시간이 빈다.
나는 스마트워치를 키고 이것저것 검색을 시작했다.
뉴스부터 정치, 사회, 경제, 마법 연구… 등등 관심은 없었지만 알아둬야 할 정보를 찾았다.
[빅토리아 아카데미 기숙사에서 의문의 폭발 사고. 원인은 생도의 실험으로 밝혀져….]
[빅토리아 아카데미 기말고사 기념회. 테러를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더 이상 무뢰한들이 아카데미를 더럽히게 하지 않겠다." 이사장 단독 인터뷰….]
"… 참 애쓴다."
빅토리아 아카데미는 전 세계에서 제일가는 교육기관이다.
그만큼 뉴스도 많이 나오는데, 저기 별거 아닌 것처럼 쓰여 있는 뉴스들은 다 내가 엮인 사고들이다.
S급 마인인 해골 가면들이 기숙사를 습격했던 사건은 의문의 폭발사고가 되었고, 신동민이 마력 차단 결계라는 엄청난 물건을 가져왔던 기념회 테러도 성공적으로 막은 테러가 되었다.
뉴스 안에도 자세한 내용은 쓰여 있지 않았다. 중요한 부분은 적당히 넘기며 이사장의 인터뷰만 줄줄이 나와있을 뿐이었다.
물론 이사장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현명한 처세다.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닌만큼 여러 이해관계가 있을 테고, 언론에서도 무조건 진실만을 전달한다면 패닉에 빠지는 사람이 많을 테니 적당히 조절하는 거겠지.
내가 당한 피해가 아무리 크더라도 이렇게 덮어버리면 끝이다.
세상은 이렇게 유지되는 거다.
내 이름이 쓸데없이 언급되는 것보다야 낫지만, 씁쓸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병실의 창문에 서서 바깥을 바라봤다.
아침 일찍부터 약속이 있는 듯 달려가는 사람과 그걸 이상한 듯 쳐다보는 사람.
빌딩의 창문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책상에 앉아 전화를 받는 사무원.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호객행위를 하는 남자.
곳곳에서 사람들의 생활감이 느껴진다. 이곳은 게임이 아니고 실제 세상이었다.
저 사람들 하나하나에게 각자의 삶이 있다.
내가 여자와 노닥거리는 시간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판데믹도 움직인다.
원작에 비해 빠르게 히로인들을 공략했다. 내 힘도 훨씬 빠르게 성장했다.
어떻게 보면 아주 좋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끝까지 방심하면 안 된다.
결국 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내가 믿을 건 단 하나. 나 자신 뿐이다.
히로인들의 도움은 어디까지나 보조에 불과하다.
몸 안에서 마력을 회전시켰다. 정신을 집중하고 감각을 극대화했다.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 식당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
눈에 보이는 모든 공간이 마치 내 옆이 된 것 같았다.
사실 전투력에 대한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지금까지 내 전투는 완전 주먹구구식이었다.
대충 기본적인 마법들을 응용해 전투 센스만으로 싸우는 스타일.
게다가 속성을 드러내면 안 된다는 페널티까지 있다. 모든 속성을 쓸 수 있는데도 얼음과 불이라는 두 가지 속성만 이용해야 한다.
'그냥 드러내 버릴까.'
분명 드러내는 순간 엄청난 이슈가 될 사건이기에 아무 이유 없이 공개하는 게 떨떠름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목숨보다 소중하진 않은 법.
빠지직-
손에 마력을 집중 시켜 전류를 흐르게 만들었다.
전격 속성 마법은 써본 적이 없지만, 마치 익숙한 도구를 사용하듯 마법을 사용했다.
어떤 마법이든 상상하는 대로 구현할 수 있는 재능.
나는 히로인들에 집중하느라 이 재능을 너무 썩히고 있었다.
"… 오랜만에 훈련장이나 가야겠네."
여자들과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물론 레베카와의 계획이 성공한다는 가정하에서지만 성공만 한다면…
적어도 오체분시를 당하진 않을 거다.
이제는 내 성장에 시간을 투자할 때가 되었다.
"…."
나는 멍하니 밖을 바라보다가 옷을 챙겨입었다. 생각난김에 바로 행동해야지, 안 그러면 또 잊고말거다.
그러다 한 가지 사실이 머리에 스쳤다.
'수린 누나한테 보고해야 하는데.'
이걸 진짜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기는 한데….
뭔가 안 하면 큰일 날 것 같단 말이야.
그때 수린 누나의 눈빛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 나 : [누나! 저 오늘 훈련장 가요!]
결국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이게 뭐 하는 짓이람…."
어린 아이도 아니고 이런 보고를 하는 데에 잠시 창피함을 느꼈지만....
띠링-
바로 답장이 도착 했다.
- 수린 누나 : [고마워. 호연아. 나는 학생회실에서 집무 중!(하트 들고 있는 문어 이모티콘)]
... 귀엽긴 하네.
쩝. 역시 예쁜 여자는 얼굴 믿고 막 나가도 되는구나. 전혀 화가 안 난다.
오히려 저런 문자 한 번으로 미녀와 메세지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야지.
섹스에 대해서는 일단 보고하지 말고, 잡일만 보고해야겠다.
아무리 그래도 섹스를 보고하는 건 남자의 자존심에 금이 가니까.
나는 그대로 옷을 챙겨 훈련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