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8화 (278/648)

EP.278 278화. 이호연 하렘 계획!

"아이고…."

사실 별로 정리할 건 없었다.

나는 문수린을 옆으로 살짝 밀어서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침대 위에 있는 몇 번이나 사랑을 나눈 흔적을 보며 침을 삼켰다.

수린 누나가 이렇게 성욕이 강할 줄은 꿈에도 상상도 못 했다.

히로인 중 유일한 양심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아니네.'

저 정도로 좋아하는 걸 보면 언제 다시 덮칠지 모른다.

나는 찝찝한 상태 그대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백아영이 고급 병실에 넣어줘서 욕실도 붙어있기 때문이다.

클린 마법이 있어도 직접 물이 닿는 게 마음이 편했다. 마법으로도 깨끗해지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마음가짐의 차이였다.

이렇게 찝찝한 상태에서 마법을 바로 사용하면 뭔가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것 같단 말이야.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면 가슴까지 깨끗해진다.

대충 샤워를 끝내고 나와보니, 문수린이 침대에 앉아있었다.

아직 완전히 정신을 각성한 건 아닌 듯, 허공을 보며 멍하니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

아마 현실과 꿈의 경계에 있는 것 같았다.

"누나. 일어났어?"

나는 머리의 물을 털어내고 옷을 챙겨입으며 문수린을 바라봤다.

"… 아."

문수린은 그제야 이 쪽을 바라봤다가,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얇은 천 하나 걸치지 않은 태어날 때 그대로의 모습.

책임없는 쾌락의 위험성을 알려주기 위해 클린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내버려 뒀다.

다음에도 할텐데, 그 때 놀라는 것 보단 지금 놀라는 게 낫지.

"아, 아. 아아악…."

곧 양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른 채 침대 시트에 머리를 박는 문수린을 볼 수 있었다.

마치 흑역사를 생각하며 이불킥을 하던 내 모습 같았다.

고개를 마구 젓는 게 섹스할 때의 기억이라도 떠오른 모양이다.

"누나. 왜 그래."

"나, 나… 어째서 이런 일이…."

마치 세상을 잃은 표정으로 눈을 떨고 있길래, 옆에 앉아서 손을 잡아줬다.

슬픈 눈을 하는 건 덤이었다.

"미안해. 누나. 나랑 사랑을 나눈 게 그렇게 싫었구나…."

"아, 아니야! 그건 너무 좋았어. 아니, 그게 아니라…."

문수린은 깜짝 놀라 손을 마구 저으며 허둥거렸고,나는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클린.'

딱-

아직도 당황을 감추지 못한 문수린의 몸에 붙어있던 사랑의 흔적들이 서서히 증발했다.

침대 옆에 곱게 접혀있던 크롭티와 청바지도 건네줬다.

"누나, 이거 입으세요. 침대는 내가 치울게요."

"환자한테 그런 걸 시킬 순…."

"환자 아닌 거 알면서."

나는 꿈틀거리며 면회인 의자에 앉아 옷을 입은 문수린을 지켜보며 침대를 정리했다.

책임 어쩌고 했지만, 또 여자한테 그런 걸 시킬 순 없지.

이럴 때 스윗 스택을 쌓아놔야 한다.

'막상 반말을 하려고 하니까 입에 잘 안 달라붙네.'

방금 나도 모르게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뭐, 그쪽은 서서히 익숙해져 가면 되겠지.

모든 흔적과 냄새를 지운 병실.

서로 옷을 챙겨입은 우리는 침대에 앉았다.

"어. 어…."

문수린은 날 보며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섹스가 끝난 후 현자타임의 남녀.

이럴 때는 쉬운 해결책이 있다.

"누나."

"응. 응응… 할 말 있어?"

내가 먼저 말을 꺼내자, 문수린도 반색하며 입을 열었다.

"키스할까요?"

"어?"

나는 문수린의 손목을 잡아당기고 목덜미에 손을 얹었다.

부드러운 입술이 겹치고, 문수린의 체취를 흠뻑 느끼며 혀를 밀어 넣었다.

"흐읍… 읍…."

첫 경험 이후에 미묘한 감정에 빠져있는 여자와 키스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이렇게 서로 할 말이 없는 상황에서 이것만큼 좋은 게 없다.

머리를 멍하게 만들어서 쓸데없는 고민은 지워버리니까.

"푸하, 하아… 흐으…."

짧았던 키스가 끝나고, 입술과 입술 사이를 잇는 타액의 실이 끊어졌다.

문수린의 얼굴은 잘 익은 사과처럼 달아올랐다.

사실 청소펠라를 시키고 싶었지만, 순수한 수린 누나의 얼굴을 보니 도저히 그러진 못하겠더라.

 아무리 나라도 그 정도 쓰레기는 아니다.

게다가 그런 것도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 해야지 수린 누나처럼 펠라도 잘 모르던 사람한테 시키기엔 허들이 너무 높다.

'아닌가? 해달라고하면 해줄 거 같긴 한데.'

쩝.

나는 숨을 색색거리는 문수린의 입술을 다시 훔쳤다.

"흐으, 읍… 흐읏… 쯉."

이 맛있어보이는 입술이 내 눈에 보이니까 그런 잡념이 드는 거다.

입술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혀에 긴장하던 문수린은 목석처럼 굳은 채 파들파들 떨다가, 결국 포기하고 내게 맞춰왔다.

이럴 때마다 여자를 아래에 두는 정복감이라고 해야 하나. 음침하지만 기분 좋은 감정이 가슴을 간질인다.

문수린에게서 새어 나오는 숨결이 뜨거워질 때 즈음 우리는 입을 뗐다.

상기된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문수린의 얼굴은 여전히 귀여웠다.

길었던 키스로 흘린 땀 때문에 머리가 조금 헝클어졌지만, 저 정도는 그녀의 미모에 흠집을 줄 정도가 아니었다.

"으… 왜, 왜 그래. 혹시 부족해…?"

"그냥 예쁘길래 해봤어요."

"… 내 호연이는 이렇지 않았는데."

"싫어?"

"아니. 좋아…."

문수린은 내 말에 대답하며 시선을 피했다.

난 미소를 유지하며 붉어진 볼을 쓰다듬었다.

"후으으… 나도 가서 씻어야겠어."

문수린의 볼에서 땀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서로 몸을 붙이며 키스했기에 클린 마법을 사용했는데도 땀이 흘렀다.

땀에 젖은 크롭티는 몸에 딱 달라붙었고, 상기된 문수린의 얼굴과 합쳐지니 꽤 야한 모습을 연출했다.

"누나, 그거 다 비치는데."

"응? 으, 으으…."

내 말에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날 노려보던 문수린은 등을 돌리고 클린 마법을 사용했다.

나랑 눈도 똑바로 마주치지 못하면서, 하는 행동은 머리부터 발 끝까지 귀여웠다.

저렇게 평소에는 연상처럼 굴다가 밤에 귀여운 여자가 진짜 좋은건데.

문수린은 마법으로 옷을 말린 뒤에,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았다.

"음. 음…."

시간은 밤에 가까워지는 오후 7시 즈음.

우리는 어색하게 서로를 바라봤다.

키스로 넘어가 보려 했지만 결국 실패구나.

문수린이 직접 나가지 않는다면 내가 내보낼 수도 없었다.

'누나, 이제 다 했으니까 나가요.' 라고 말할 순 없으니까.

그래서 결국은 이 어색한 상황이 발생해버렸다.

억지로 밀어붙여 고백하고 섹스까지 한 건 좋다.

다 좋은데….

★ 히로인 상태창

[문수린]

- [ 호감도 : 100 ]

- [ 성욕 : 92 ]

- [ 식욕 : 55 ]

- [ 피로도 : 70 ]

현재 상태 : 이, 이제 호연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지. … 남자친구?

그래. 항상 이게 문제지.

다행히 수린 누나 공략은 제대로 성공했다.

이렇게 몰아붙이면 쉽게 해결될 일이었는데.

다만 언제나 사후 처리가 문제다.

한 명의 히로인에게 집중하면 다른 히로인의 서사가 나오지 않는, 평범한 게임과는 다르다.

현실에서는 모두의 시간이 동시에 흐른다.

설령 히로인의 호감도를 100까지 올려놔도, 눈이 돌아가 버리면 어떻게 막을지 모르겠다는 거다.

물론 이번에 대책을 생각해놓긴 했는데… 이것도 일단 시도해봐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상대가 수린 누나라는 걸까.

"호, 호연아… 앞으로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문수린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나는 최대한 믿음직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수린 누나와 눈을 마주쳤다.

"누나가 편한 대로 하셔도 돼요. 저는 언제나 누나 편이잖아요."

쓰레기 같지만, 이렇게 할 수밖에 없나.

착한 문수린의 심성을 이용하는 거다.

수린 누나라면 서로의 입장을 배려해서 이상한 짓을 하진 않을 거다.

여자의 온정에 기대는 나쁜 남자지만… 어쩔 수 없다.

'일단은 살아야 할 거 아니야….'

아등바등 여자를 한 명씩 늘려갈 때마다 점점 목숨이 위험해지는 거 같은 이 느낌은 대체 뭘까.

"그, 그럼 역시 평소대로 지내야겠지? 호연이 너도 사정이 있으니까…."

"그러면 정말 고맙죠. 누나."

나는 문수린의 손을 꼭 잡았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우리 착한 수린 누나!

히로인 중에 유일한 양심!

날 배려해주는구나.

"아, 그래도… 딱 하나만 부탁할 수 있을까?"

"당연하죠. 얼마든지 말하세요."

다른 히로인처럼 사고를 치지 않는 것 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다.

그러나, 내가 실실 웃으면서 긍정의 대답을 한 순간.

꾸욱-

문수린의 분위기가 변했다.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내 손을 꽉 붙잡고, 나와 눈을 마주쳤다.

지금까지 부끄러워하던 문수린의 모습과는 달랐다.

적어도 이 말만은 꼭 해야겠다는 기백이 느껴졌다.

"보고해."

"… 보고요?"

내 손을 잡은 문수린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 얼마나 강한지,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일변한 문수린의 태도에 나는 살짝 몸을 움츠렸다.

"응. 누구랑 어디에 가는지. 뭘 먹는지. 뭘 했는지. …몇 번이나 잤는지. 다 알려줘. 호연이의 모든 걸 알고 싶거든."

"… 네?"

내 인지능력이 따라가질 못했다.

잠시만. 잠시만….

"사진, 녹음, 동영상. 어떤 것이든 좋으니까. 증거도 있어야 해."

이 사람 내가 알던 수린 누나 맞지?

분명 히로인 중에서 유일한 양심이었는데….

"… 해줄 수 있지?"

"네, 네."

문수린은 웃으면서 날 바라봤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갈게. 호연아."

"네. 누나."

"신동민을 고문해서 나온 정보는 바로 알려줄 거야."

"응. 고마워요."

문수린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병실에서 나갔다.

"… 좀 무섭네."

문수린과는 이후에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아까는 분명히 분위기가 일변했었다.

내가 알았다고 하자마자 다시원래대로 돌아오긴 했는데…

'이거 진짜 보고해야 하나.'

후우.

심호흡을 한 나는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보고할지 말지는 조금 이따 생각하자.

"숨어있지 말고 나와보세요."

스르륵-

내 말과 동시에 허공에서 적색 머리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애기아빠. 어떻게 알았어?"

"제 주변에 숨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요. 그나저나 레베카 씨. 마력 차단 결계 같은 게 있으면 말해줘야죠."

"당연히 나도 몰랐지. 아직 연구 중인 물건이라고 들었는데… 벌써 그렇게 사용 가능하다니."

하긴, 알면 미리 말해줬겠지.

레베카도 내가 없으면 안되는 입장이니까.

"이거 받아요."

탁-

나는 레베카에게 신동민의 품에서 나왔다는 돌을 건넸다.

"이건…? 흐음…."

"뭔가 알 것 같으세요? 제 생각에는 결계의 재료같아서요."

[마력 감응]으로 최대한 감지해봤더니, 결계를 유지하는 용도 같았다.

"응. 그런 것 같네. 도대체 어떻게 한 건가 싶었는데… 본부에 남아있던 모든 재료를 가져와서 뭉친 모양이야. 아무리 그래도 작동되는 건 신기한데… 운이 좋았나 보네."

"쩝. 아무튼… 레베카 씨. 그걸로 마력 차단 결계 비슷한 거 만들 수 있어요?"

"마력 차단 결계…? 그건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왜. 애기 아빠도 필요해? 애기 아빠는 마력 없으면 약하지않아?"

"음, 사실 구상 중인 게 있거든요."

신동민의 마력 차단 결계를 보고, 임솔이 내게 재료를 준 순간부터 생각한 계획이다.

어쩌면 내게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도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나는 레베카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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