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졸-
빅토리아 아카데미 재학생인 여 생도 두 명은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었다.
기념회를 돌아다니면서 화장이 지워졌기 때문이다.
"기념회에 의외로 할 게 엄청 많다. 그치?"
"웅웅. 그래도 아쉬운 건 아까 이호연을 못 본 거야. 중앙 분수 쪽에 있었다는데."
"맞아 맞아. 항상 같이 있던 쌍둥이랑 있다고 했어. 부럽다…."
이호연과 쌍둥이가 같이 다니는 건 유명한 사실이다.
아카데미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같이 보내기 때문이다.
"나도. 이호연이랑 놀게 해주면 밤마다 밤 시중도 들어줄 수 있는데."
"어머, 얘가 진짜 못 하는 말이 없네."
꺄르르-
젊은 혈기를 뽐내던 그녀들은 깔깔 웃으며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응? 근데 무슨 소리 안나?"
"물 떨어지는 소리 같은데. 일단 가자."
총총총.
여 생도들이 돌아간 후.
조용한 화장실의 제일 안쪽 칸에서, 이호연은 다시 움직임을 시작했다.
찔걱- 꾸욱- 푹-
다른 생도들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루시의 보지가 조여오는 게 엄청나게 기분 좋았다.
"들었어? 우리 얘기하던데."
"바, 바보… 다른 사람들 있을 때는 움직이지 말라고 했잖아…."
내 품에 안겨있는 루시는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나는 루시의 허리와 엉덩이를 잡고 번쩍 든 상태로 벽에 루시의 등을 딱 붙인 상태였다.
루시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팔로 내 목덜미를 감싼 채 몸을 움찔거렸다.
역시 루시 정도의 체격이어야 이 자세에 안정감이 생긴다.
체중도 적다 보니 내가 들고 박기도 편하다.
나는 루시의 가벼운 압박감을 즐기며 허리를 올렸다.
"흐, 읍… 내 말을 듣고는 있는…. 흡!"
딸랑-
루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장실에 새로운 손님이 왔다.
다시 물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손을 씻으러 온 모양이다.
나는 잠시 멈췄던 허리를 조용히 올려치기 시작했다.
"제, 제발… 그마안…."
"쉿. 조용히 하면 안 들켜."
"흐, 흐으읏…."
물론 룬의 결계를 진작 설치해놨으니 어차피 안 들킨다.
그냥 재미로 놀리는 것뿐이다.
쮸걱- 찔걱-
"흐, 아. 으…."
루시는 싫다고 하면서도 축축한 보지에 자지가 잘 박힐 수 있도록 허리를 굽혀왔다.
그 모습이 꼴려서 나는 더 열심히 자지를 놀렸다.
내 자지가 들락날락할 때마다 애액을 내뿜는 보지는 어떻게든 질벽으로 자지를 휘감아왔다.
나는 엉덩이를 주무르고 허리를 쓰다듬으며, 숨을 헐떡이는 루시와 입을 맞췄다.
아직도 밖에서 물소리가 끊기지 않았지만 루시도 이제 참을 수 없는지 혀를 휘감아왔다.
쯉- 쫍-
챱챱- 찌걱찌걱-
남녀의 혀가 얽히고 타액을 교환하는 소리와 허리를 튕길 때마다 나는 물소리는 더욱 흥분을 높였다.
"윽, 읍…. 조, 조아. 흣, 아응…."
처음에 화장실에서 관계를 겁내던 루시도 어느새 신음을 흘렸다.
방금 건 꽤 컸으니 결계가 없었다면 무조건 밖에까지 들렸을 거다.
"좋아?"
"으, 으응… 흡."
"등이 차갑진 않고?"
"몰라… 그냥 좋아… 흡. 아, 아, 아앙…."
루시는 쾌락을 참기 힘든지 점점 고개를 숙여왔다
이제는 아예 내 가슴에 얼굴을 들이박은 상태였다.
내 자지에 여자가 기분 좋아하는 모습은 언제나 큰 만족감을 선사했다.
게다가 이런 체위는 처음이라 더욱 흥분되었다.
여자를 들고 박는 이 체위는 체구가 작은 쌍둥이에게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슬슬 쌀까.'
나는 사정을 위한 스퍼트로 더욱더 빠르게 자지를 움직였다.
자지를 박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목을 두르고 있는 루시의 팔에서 느껴지는 힘도 더욱 강해졌다.
"히읍, 흣, 아, 나, 으아… 나, 나…."
루시는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기 부끄러운 지 말을 더듬으며 내 눈을 애처롭게 바라봤다.
나는 익숙하게 웃으며 손으로 부드러운 루시의 몸을 쓰다듬었다.
"응. 가도 돼. 나도 곧 쌀게."
"히으잇, 읍, 흐으읏…! 가, 가버려…."
내가 허리를 올려 칠 때마다 흔들리는 루시의 가슴을 보며 나는 보지 깊은 곳에 사정을 시작했다.
루시의 몸은 절정으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보지는 더욱 강하게 내 자지를 압박했다.
얼굴을 보니 살짝 넋이 나간 것 같기도 했다.
"루시. 한 번 더 해도 되지?"
내 자지는 아직도 단단했다.
촉촉하게 조여오는 보지를 느끼면서 나는 살짝씩 허리를 털었고, 루시는 그때마다 흠칫거리며 신음을 흘렸다.
"아앙. 아, 안 돼. 루미가 기다릴 거야."
"괜찮아. 그 라이브 두시간짜리더라."
"안 되는데…."
루시는 끝까지 고민인 것 같았다.
하긴, 나도 루미를 오래 내버려 두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절충안은 있다.
"그럼 딱 한 번만 할게. 응?"
"아, 알겠어… 딱 한 번만."
남자친구가 매달리자 거절하지 못하고 노콘을 허락한 여자친구 같은 표정으로, 루시는 다시 내 목덜미에 팔을 둘렀다.
"다은아. 오랜만이네."
남다은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영업용 미소를 지은 엘리스가 서 있었다.
"… 안녕."
갑작스럽게 말을 걸어온 엘리스를 보고 남다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엘리스와 불편한 사이는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감사하고 있다.
이호연을 몸으로 유혹하라는 힌트를 줬기에 이호연과의 관계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리스 길드로 영입하려는 움직임만 없다면 좋은 친구다.
'분명 저번에 확실하게 거절한 기억이 있는데.'
하지만 그 건은 이미 끝난 일이다.
솔직히 말해서, 아이리스 길드에 영입 목적이 아니라면 엘리스가 먼저 말을 걸어올 이유가 없다.
남다은은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엘리스를 바라봤다.
살갑게 웃고 있는 모습.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평소와 다른 모습이다.
이런 모습도 남다은에게는 꽤 부담이었다.
본모습을 숨기는 사람만큼 못 미더운 사람은 없다는 걸, 남다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뭐 하고 있는 거야?"
엘리스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웃는 상이라 예쁘다는 말을 할 정도로 미소가 배인 얼굴이었다.
"그냥 돌아다니고 있어."
"흐으음, 옆에 분은 누구야?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엘리스는 곧바로 묻고 싶었던 걸 질문했다.
"… 친구야."
"빅토리아 아카데미 생도?"
"응."
"그래? 이상하다. 생도의 얼굴은 다 외우고 있는데."
엘리스는 남다은이 어떻게 변명하든 반박할 자신이 있었기에, 신기한 듯 말을 이었다.
"내가 모르는 생도가 있네."
그리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릴리아나를 뻔히 바라봤다.
이 정도 되면 릴리아나도 눈치를 채기 마련이다.
저쪽이 자신에게 무언가 목적이 있다는 걸.
릴리아나는 닭꼬치를 들고 있던 팔을 슬쩍 내리고 남다은을 바라봤다.
'어, 어떻게 하지?!'
집에서 여포인 릴리아나도 바깥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저 남다은을 바라볼 뿐이었다.
남다은도 그 사실을 알기에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변명을 궁리해냈다.
"미안, 사실 생도가 아니고 친구야. 바깥에서 데려오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 그냥 데려왔어."
기말고사 기념회는 생도들의 이벤트기 때문에, 외부인의 출입은 금지된다.
하지만 막상 들켜도 큰 처벌을 받진 않는다. 특히 남다은같은 우등생이라면 더더욱.
물론 보안상 굉장히 위험한 일이지만, 사실 그런 일은 현실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쉬쉬하고 넘어가는 분위기다.
미래의 인재에게 겨우 이런 일로 혼을 낼 순 없으니까.
아마 가벼운 주의 정도만 받겠지.
"그래? 신기하네. 이호연의 동거녀와 어떻게 친구가 된 거야?"
물론 엘리스는 그렇게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
남다은은아직도 싱긋 웃고 있는 엘리스를 보며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다 알고 있었구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지만, 남다은은표정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이런 연기는 어렵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해왔으니까.
일단 확실한 건, 릴리아나에 대한 건 모두 비밀로 해야 한다.
엘리스가 어떻게 알아냈는지 모르겠지만 인정할 순 없다.
어떻게든 말이 되는 변명을 생각해서 이 상황을 넘겨야 했다.
일단 릴리아나를 숨기기만 하면 이호연이나 레베카 씨, 스칼렛 씨가 해결할 거다.
물론 엘리스는 남다은보다 한 수 위였다.
남다은의 연기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당황했다는 걸 알아챘다.
그렇기에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었다.
한편 남다은은 계속 궁리했다.
'릴리아나 씨를 숨겨야해.'
여유롭고 부드럽게 상황을 넘겨야하지만, 남다은은 그런 화법을 몰랐다.
배울 기회도 없었고 시간도 없었다.
그녀의 표현법은 간단했다.
참고 말하지 않든가.
하고 싶은 말을 최대한 간결하고 직설적으로 말하든가.
다행히 남다은은 화법이 특이할 뿐 눈치가 없는 건 아니었다.
바이어 길드 밑에서 눈칫밥을 오래 먹어왔기 때문이다.
'어째서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걸까.'
남다은은 침착함을 되찾고 금방 생각을 정리했다.
만약 엘리스가 이호연의 동거녀인 릴리아나를 문제 삼고 싶었다면, 이렇게 다가올 게 아니라 바로 조치를 취했을 거다.
그렇게 하지 않고 먼저 이 쪽으로 왔다면, 원하는 게 있는 거다.
상황을 파악한 남다은은 조금 여유로워졌다.
"엘리스."
"응. 다은아."
"하고 싶은 말이 뭔 지, 확실히 얘기해줘. 내가 호연이의 동거녀랑 친하면 안 돼?"
남다은은 그대로, 자신이 궁금한 걸 물었다.
그리고 질문을 들은 엘리스는 당황에 빠졌다.
'내가 하고 싶은 말…?'
남다은에게 말을 건 이유는?
이호연의 동거녀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여서.
그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남다은이 이호연의 동거녀와 친하게 지내면, 내게 어떤 문제가 생기길래?
어차피 이호연에게 동거녀가 있든말든 고발할 생각 따위는 없다.
이호연은 자신과도 계약관계니까.
그것도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세계에서 단 한 명뿐인 소중한 마사지사다.
그런 사람에게 피해를 줄 생각은 없다.
이호연에게 피해가 간다면 곧 자신에게도 피해가 온다는 걸, 엘리스는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다.
'내가 왜 이렇게 행동했지?'
성급했구나.
엘리스는 그제서야 늦은 후회를 했다.
조금 더 침착했어야 했는데.
이런 방식보다 더 효율적으로 조사할 수 있었다.
세바스 찬을 이용해 이호연과 동거녀의 관계를 제대로 조사하고, 동거녀와 남다은의 관계까지도 조사하는 게 더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정말 '정보'가 목적이었다면 이렇게 행동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
그렇게 하면… 지금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 답답한 감정을 풀 수 없기 때문이다.
이호연의 동거녀는 아카데미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다.
무슨 방법을 사용하는지 몰라도 지금까지 용케 들키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비밀스러운 동거녀가 남다은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남다은은 이호연에게 도움을 받았다.
연심이 생기는 것 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왜 동거녀와 저렇게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거지?
남다은은 엘리스가 말한 이호연의 동거녀라는 표현에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엘리스를 놀란 듯 바라봤다.
그걸 어떻게 아냐는 눈빛이었다.
그렇다면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뜻이다.
만약 이호연과 남다은이 가까운 관계가 아니라면, 남다은은 동거녀의 존재를 알 수 없다.
만약 가까운 관계라면, 동거녀의 존재를 알더라도 허용하기 힘들 거다.
그런데 둘은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전혀 친해질 수 없는 둘이 친해진 이유.
그게 너무 궁금했다.
대체 어떤 관계를 구축했길래 저렇게 하하호호 웃고 있는 걸까.
물론 남다은이 이호연에게 단 하나의 호감도 없으며 동거녀가 있든 말든 단순 비즈니스 관계로 인연을 이어가다가 친해졌다는 가설도 있지만….
남다은의 눈빛을 보고 그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저들에게는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깊은 신뢰도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 모든 의문을 함축해서 물을 수 있는 질문은 단 하나였다.
엘리스는 남다은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너, 이호연이랑 무슨 관계야."
어느 순간 엘리스의 영업용 미소가 깨졌다.
약간 분한 듯, 입술을 깨무는 엘리스를 보며 무표정을 짓던 남다은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엘리스는 무언가를 요구할 생각이 아니었다.
저 표정에 담긴 감정.
그녀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호연에게 은혜가 있는 남다은 자신도 꽤 시간이 걸린 일이었다.
자존심이 강한 엘리스는 절대 인정할 수 없겠지.
남다은도 자신있게 엘리스를 관찰했다.
엘리스의 눈은 조금이지만 떨리고 있었다.
마치 다음에 나올 말이 두려운 것 같았다.
그걸 느낀 남다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내 소중한 사람이야."
그건 승리자의 미소였다.
*
"으, 이럴 줄 알았어… 한 번만 한다고 해놓고."
결계를 치고 화장실에서 나온 나와 루시는 천천히 루미에게로 돌아갔다.
루시는 아직도 창피한 듯 얼굴이 붉어진 상태였다.
"아무한테도 안 들켰으니까 괜찮아."
"그게 문제가 아니고… 하아. 알겠어. 빨리 루미한테 가자."
"응."
사실 꽤 시간이 지났다.
딱 한 번만 하기로 했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서.
그래도 인내심을 발휘해 두 번 밖에 안 했다.
재빨리 천막으로 돌아왔는데 주변에 너무 신경을 안 쓴다고 해야 할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루미는 팝콘까지 먹으면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내 생각에 얘는 우리가 사라진 것도 몰랐을 거다.
혼자 남은 루미가 서운해하지 않을까 걱정하던 루시는 어이가 없는 듯 루미에게 다가갔다.
"루미, 슬슬 가자. 시간 없어."
"아, 앗. 저기. 조금만 있으면 감동의 라이브가…."
"루미, 그건 집에서 봐도 되잖아. 지금 이호연이랑 노는 중인데."
"흡! 마, 맞다. 죄송합니다. 호연 씨…."
루미는 루시의 말에 눈을 크게 뜨더니 미안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얘 나랑 루시 사라진 거 진짜 몰랐구나.
"… 아니, 괜찮아."
우리는 오타쿠 천막을 나와 다른 곳으로 향했다.
기념회 초반에 어디가 재밌는지 몰라 중앙 분수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각각 좋아하는 곳을 찾아 많이 흩어졌다.
그 덕에 우리도 조금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으, 악악! 악! 못 참아! 뽑을 때 까지 할 거야!"
이번엔 루시가 눈이 돌아가서 문제지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인형 뽑기 기계가 잔뜩 모여있는 천막에 들어왔는데, 루시가 그중 하나에 꽂혔다.
노란색 머리핀이 꽂혀있는 귀여운 보라색 소녀 인형이었다.
"루시, 너 저번에도 그랬다가 1시간이나 걸렸잖아."
"이번에는 달라. 경험이 있으니까 금방 뽑을 수 있어."
루시는 승부욕이 돌았는지 인형 뽑기 기계를 발로 차기 시작했다.
"루, 루시… 그거 차면 안 돼. 여기 선배분들이 화낼 거야…."
"으으으… 짜증 나. 짜증 나."
루시는 또 기계에 돈을 집어넣었다.
저 돈으로 그냥 인터넷에서 사면된다니까.
저번에도 저러더니 또 저러네.
그래도 30분이면 뽑겠지.
마침 피곤하기도 했다.
자리에 앉아 인형뽑기 구경을 하며 여유롭게 기다리려는데, 내 옆에 서있던 루미가 내 팔을 슬쩍 잡아당겼다.
루미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
"…."
루시는 내가 데려갔는데, 루미는 직접 요구하는구나.
루미는 이미 눈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가자고.
나는 루시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루미의 귀에 속삭였다.
"루미, 일단 루시가…."
"저, 저번에도 루시는 저렇게 30분 동안 집중하고 있었으니까… 딱 30분만요…."
"… 알았어. 가자."
하긴, 루시만 해주는 것도 밸런스가 안 맞으니까.
나는 인형 뽑기 기계에 정신이 팔려있는 루시를 보며 조용히 천막을 빠져나왔다.
'쌍둥이라 저런 부분도 비슷하구나.'
루미는 애니메이션이더니 루시는 인형뽑기네.
내 뒤에는 발 끝을 들고 있는 루미도 따라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