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아영이 자기 자신을 치료했던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아래에 가해지는 감각은 너무나도 생소했다.
처녀막을 재생했다는 이유로 보지의 상태가 처음으로 돌아가는 게 맞는건지 그녀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납득을 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까맣게 타버린 다음 잘려 나간 팔을 재생한다고 해서 까맣게 타버린 팔이 재생하는 건 아니니까.
최상의 상태로 재생하는 게 당연한 거다.
물론 지금 그녀에게 이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호연이 침대에 던져진 백아영에게 바로 자지를 박아넣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느낀 건 고통.
아직 젖지 않은 보지에 단단한 자지가 들락날락하는 것.
물론 조금씩 나오는 애액과 쿠퍼액 덕분에 고통이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아픈 건 아픈 거다.
하지만 행위가 계속될수록 그 이상으로 좋았다.
자신의 위에서 들리는 사랑하는 남성의 숨소리는 황홀했고, 보지 둔덕을 강하게 때리는 이호연의 살결은 충족감을 가져다줬다.
"좋아. 여보. 역시 너뿐이야."
"네. 네.. 여보…."
아픔은 여전했지만, 이호연이 만족하는 것만으로 백아영은 흥분하고 있었다.
아니, 최근 몇 번의 찐득하고 촉촉한 섹스보다 더욱 기분 좋고 황홀했다.
자신의 온몸을 누르는 체중도.
힘을 조절하지 않고 몸을 부술 듯이 눌러오는 저 손길도.
이호연이, 여보가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 사실 자체가 백아영은 너무 행복했다.
이게 그녀의 본질이었다.
성녀라는 이름 뒤에 숨은 변태 백아영의 본성이고, 이호연은 그걸 제일 이해해주는 남자였다.
"사랑해. 날 제대로 받아줄 수 있는 건 너뿐이야. 아영아."
이호연은 백아영의 귀에 대고 사랑의 말을 속삭일 때 마다, 백아영은 가슴 안 쪽이 움찔거렸다.
"네엣… 여보. 사랑해요. 정말 사랑해요…."
두근두근.
마치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이 남자는 자신을 이렇게 사랑해주는데.
자기 혼자 의심하고 다른 여자와 경쟁심을 가진 게 너무 미안했다.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는 사람인데.
백아영은 자신의 위에서 움직이는 이호연을 양다리로 끌어안았다.
어느새 고통은 거의 사라졌다.
남은 건 그저 이호연의 자지가 들어올 때마다 헐떡이는 암컷뿐이었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나서 오후 수업 시간이 온 걸 백아영은 진작 알았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최면 놀이가 끝나면 사라질 이 시간을 더욱 즐기기 위해서.
"아, 아흐읍, 끄흐읏…! 여, 여보…."
"하아… 쌀게요."
애액이 촉촉해진 보지가 질척이며 자지를 감싸왔다.
방금까지 처녀였던 보지지만 이미 내 자지의 모양을 기억할 정도로 내게 맞춰왔다.
난 사정감을 참지 않고 그대로 자지를 자궁구에 닿게 집어넣었다.
뷰르릇- 꿀렁꿀렁.
안쪽에 깊게 사정하자 백아영의 몸도 부르르 떨렸다.
"하읏… 흡. 흐앗…."
절정에 달하는 백아영을 끌어안고 부드러운 여체를 느끼며 사정의 여운을 잠시 즐겼다.
하아하아-
백아영의 숨소리를 들으며 살짝 고개를 돌려 시계를 확인했다.
시간은 오후 3시.
점심시간이 12시부터였으니, 대충잡아도 3시간이나 섹스했다.
백아영의 보지는 처음과 달리 흠뻑 젖어있었다.
물론 처음에 너무 강렬하게 움직였는지, 살짝 미안할 정도로 부어있었다.
'쩝. 아파 보이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천천히 자지를 빼냈다.
"아, 흐으아…."
귀두가 질벽을 긁으면서 빠져나오자 백아영도 살짝 신음했다.
"클린…, 아니지."
오랜만에 강간 플레이를 했는데, 기념샷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나는 스마트 워치를 작동 시켜 다리를 벌린 채 널부러져있는 백아영의 몸을 찍었다.
다리 사이에서 내 정액이 흘러나오는 모습은 엄청나게 야했다. 사진을 찍고 싶을 정도로.
찰칵- 찰칵-
'이러니까 확실히 예전 추억이 생각나네.'
그때는 참 좋았는데.
협박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고.
찰칵- 찰칵-
각도를 다르게 해서 몇 장이나 사진을 찍자, 그제서야 백아영도 이쪽을 바라봤다.
"여보…."
처음에 던전에서 사진을 찍었을 때는 거의 발작 수준으로 달라붙었는데, 이제는 그러진 않는구나.
"기념으로 간직하려고요. 안 돼요?"
"으, 으…."
백아영은 불만인 듯 끙끙댔지만 거부하진 않았다.
침묵은 긍정이니까 괜찮은 거겠지.
"왜요. 혹시 뿌리기라도 할까 봐?"
"… 아니요."
처음과 확실하게 달라진 반응에,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백아영에게 내 자지를 내밀었다.
백아영은 자연스럽게 정액과 애액이 범벅인 자지를 입 깊숙이 물고 쪽쪽 빨아줬다.
그 모습이 참 기특해서 자지를 빠는 백아영의 볼을 쓰다듬었다.
"안 뿌려요. 여보 사진을 왜 다른 사람한테 보여줘."
"… 쪽. 쯉쯉."
볼을 쓰다듬다가 엉덩이도 톡톡 쳐보고, 가슴도 꾹꾹 눌렀다.
재밌네 이거.
마음 같아선 이대로 백아영의 몸을 즐기면서 좀 더 뒹굴고 싶지만,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한다.
치료라는 핑계가 있더라도 일단은 나한테 우등생 이미지가 있으니까.
아직 쓰지도 못하고 쌓아온 이미지를 버리긴 아까웠다.
물론 결석 한 번으로 이미지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중간에라도 들어오면 출석 처리가 될거다.
치료가 끝나자마자 바로 수업에 돌아온 학구열이 높은 생도 이미지를 쌓을 기회기도 하고.
쪽쪽- 쯉-
백아영이 자지를 빠는 동안, 나는 클린으로 주변을 정리했다.
환자용 침대니까 확실하게 깨끗이 만들어야지.
침대에 있던 부산물들을 모두 치운 후.
뽁-
이미 자지가 깨끗해졌는데도 계속 쪽쪽 빨아대는 백아영의 입에서 자지를 빼냈다.
"… 냠."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백아영을 보며,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내가 가지기엔 너무 예쁜 여자다.
성벽은 이상하지만.
"여보. 갈게요."
"… 네. 여보."
옷을 챙겨입으면서 말하는데, 백아영은 가만히 날 바라보고 있었다.
왜 가만히 있는 건가 하고 생각했더니 최면에 걸린 컨셉을 지키는 거였다.
"아, 맞다. 아직 최면에 걸렸었지."
난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 으으. 머, 뭐지."
내가 신호를 주자마자, 백아영은 갑자기 이마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귀여운 목소리로 끙끙대다가 어지러운 척하며 고개를 숙였다.
"스읍…."
어떻게든 끝까지 연기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참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아영 씨. 괜찮아요?"
"머, 머리가… 아파."
"… 후우. 오늘 피곤하신가 봐요. 계속 주무시던데. 내일 다시 올게요."
심호흡을 하며 간신히 참아냈다.
진짜 웃음이 튀어나올 뻔했다.
지금 밝혀도 되겠지만, 아직 이 최면 놀이를 끝내긴 싫었다. 좀 더 이어가도 늦지 않다.
"응. 호연아. 내일 그, 기념회 때 보자. 오늘은 좀 피곤하네."
12시에 만났는데 헤어지는 시간은 3시.
정말 최면에 걸렸다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할 만도 할 텐데, 자세한 건 서로 묻지 않았다.
암묵적인 룰 같은 거다.
나는 끝까지 어지러운 연기를 하는 백아영을 두고 양호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앞에 있던 직원에게 다가갔다.
"양호 선생님이 마나를 많이 쓰셔서 잠시 쉬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아, 그렇습니까…. 대기 중인 생도가 많은데. 쯧. 알겠습니다."
바쁘게 삑삑 무전을 돌리는 직원을 보며 나는 건물을 빠져나왔다.
방금까지 격렬하게 섹스를 해서 컨디션이 안 좋을 텐데, 바로 일을 시작하게 두면 안 되지.
건물 밖에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걸 보니 살짝 미안했지만, 기다리는 사람의 대부분이 남자인 걸 보자마자 그 마음이 식었다.
어차피 저기 대부분은 우리 여보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려고 온 남자들이라 상관없다.
진짜 아프면 의료팀한테 찾아가겠지.
거긴 줄이 없어서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으니까.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빠르게 A클래스로 달려갔다.
이미 한참 수업 중일 테니 조심스럽게 들어가야겠지.
가속까지 쓰면서 1학년 수업 동으로 향하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 그냥 들어가면 되겠지?'
나는 조용히 뒷문을 열고 강의실로 들어갔다.
드르륵-
문을 열고 빼꼼 고개를 들이밀자, 강의실 안에 있던 모든 인원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시발.'
뭐야 이거.
이제 보니 교수도 수업하는 게 아니라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었다.
아마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수업 중에 슬며시 들어가 앉으려고 했는데 타이밍도 더럽게 안 맞네.
"… 크흠. 죄송합니다. 그, 치료가 좀 늦어져서요."
"괜찮아요. 이호연 생도. 마침 쉬는 시간이었으니 자리에 앉으세요."
공식적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내가 점심시간에 양호실에 가는 걸 알고 있다.
그때는 백아영이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출입을 금지하는 것도 직원을 통해 퍼져나갔다.
둘이 이상한 관계가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지만, 양호실이라는 공간에서 그런 행위를 할 사람들이 아니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이게 다 평소에 쌓아온 이미지 덕분이다.
조용히 루시와 루미 곁에 가서 앉으려는데, 엘리스와 시선이 마주쳤다.
날 보며 살짝 고개를 젓는 게, 아무래도 늦은 이유를 눈치챈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엘리스가 발설하진 않을 테니 상관없다.
남다은과도 눈이 마주쳤지만, 남다은 쪽에서 먼저 가벼운 눈인사만 하고 고개를 돌리며 아는 척을 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과의 관계까지 밝혀지면 내가 귀찮아질 거라는 걸 아는 거겠지.
든든함을 느끼며 루시와 루미 곁에 앉자, 루시가 내 팔을 붙잡아왔다.
"괘, 괜찮아? 괜찮은 거지…?"
"응. 걱정하지 마."
목소리가 떨리는 걸 보니 걱정을 많이 했나 보네.
괜히 미안해져서 책상 밑으로 루시의 손을 꽉 잡아줬다.
"호연 씨. 루시가 수업 내내 걱정해서 힘들었어요."
"그래? 미안하네."
"마, 말도 안 하고 사라진 네 탓이잖아…."
살며시 웃으며 고자질하는 루미의 말에 루시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미안미안. 내일 재밌게 놀아줄게."
나는 루시와 루미에게 사죄를 구하며 머쓱하게 웃었다.
이렇게 걱정했는데 나는 기분좋게 놀다 왔으니까.
탁- 탁-
그 때 강의실의 앞에서 책상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자, 이제 그만 쉬고 다시 수업 시작하자."
- 네. 알겠습니다.
교수의 말과 함께 다시 수업이 시작했고, 나도 열심히 수업 듣는 척을 시작했다.
*
오후 수업이 끝나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지금부터 내일 있을 기말고사 기념회를 위해 학생회에서 있을 회의에 참석해야 했다.
어차피 같이 갈 거, 엘리스와 같이 가기 위함이었는데 엘리스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행동 참 빠르네.'
역시 사람들 앞에서 나랑 엮이기 싫은 걸까.
찾던 엘리스 대신 루시와 루미가 내게 달라붙었다.
"오늘도 학생회가?"
"응. 내일이 당장 기념회잖아."
"솔직히 준비할 것도 없잖아. 굳이 가야 해?"
"… 그렇긴 한데."
회의라고 해봤자 별거 없다.
아마 큰 이유는 없지만 명목상 하는 거겠지.
"루시. 호연 씨 너무 붙잡지 마."
내 팔을 붙잡고 있는 루시에게 루미가 웃으면서 말했다.
"… 알았다 뭐. 그냥 심심해서 그런 거니까."
저번에 3P를 한 후, 쌍둥이들이 확실히 더 달라붙어 왔다.
★ 히로인 상태창
[루시]
- [ 호감도 : 99 ] (+ 0.2)
- [ 성욕 : 87 ]
- [ 식욕 : 45 ]
- [ 피로도 : 30 ]
현재 상태 : 오늘도 안 되면 내일은 기념회인데… 괜찮으려나.
★ 히로인 상태창
[루미]
- [ 호감도 : 99 ] (+ 0.7)
- [ 성욕 : 87 ]
- [ 식욕 : 40 ]
- [ 피로도 : 30 ]
현재 상태 : 내일 오전에 슬쩍 화장실로 데려가면… 아, 루시는 어쩌지.
"…."
서로 경험이 다른 쌍둥이의 생각이 꽤 재밌었다.
근데 뭔가 무섭네.
"아무튼, 내일 보자."
"네. 호연 씨."
"알았어. 내일 봐 그럼."
간신히 쌍둥이들을 설득하고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동아리 건물은 그리 멀지 않으니 금방 걸어갈 수 있다. 그런데 1학년 수업 동을 빠져나오자마자 내 옆에 누군가가 달라붙었다.
찰랑이는 금발과, 붉은색 눈동자가 내 각막에 비쳤다.
내게 다가온 그녀는 주변을 살피며 말을 걸었다.
"… 너, 이번에 현장 실습을 아이리스 길드로 온다면서."
"맞아. 말해주려고 했는데 너도 들었구나."
금발의 그녀는 당연히 엘리스였다.
이럴 거면 강의실부터 같이 오면 될 텐데.
"응, 그건 숨기기 힘들 테니까 미리 말해준 것 같아."
"아하."
아이리스 길드 장인 아이작은 소중한 딸을 소중하게 지키고 싶어 했고, 엘리스는 아버지의 과보호에 반항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숨기기엔 무리였나 보네.
내가 말하기 전에 엘리스가 알고 있으니까.
사실 현장 실습에 참여하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다.
엄청난 기밀도 아니고, 어차피 내가 오늘 말할 생각이었으니까.
"그나저나, 너."
그래서 별생각 없이 '그랬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옆에서 걷던 엘리스가 날 째려봤다.
"점심시간에 성녀님 하고 섹스 했지."
"야, 뭔…."
갑자기 수위가 높아진 발언에 깜짝 놀라 주변을 살피는데, 어느새 내 주변에 얇은 결계가 쳐져 있었다.
나도 엘리스가 말 한 뒤에야 인식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어느새 이렇게 수준이 높아진거지?
물론 이상한 건 아니다.
엘리스도 재능있는 마법사였으니까. 특히 결계와 역산에 재능이 뛰어나다.
진짜 문제는 왜 갑자기 이러냐는 거겠지.
"… 무슨 소리야."
룬의 결계를 확실히 쳤으니 증거는 없다.
그래서 일단 부정해봤는데, 엘리스는 내 말을 들은 채도 하지 않고 옆에서 툴툴대기 시작했다.
이미 확신한 모양이다.
"너 말이야. 네가 있는 위치가 얼마나 높으면서 위태로운지 알아야 해. 걸리면 어떡할 거냐고. 네가 스캔들에 휘말리는 순간 전 세계가 알게 돼버려. 널 노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 응."
왜 혼나는 분위기가 된 걸까.
사실 뭐라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더 혼날까 봐 가만히 있기로 했다.
"그러면 우리 아빠도 널 싫어하게 될 거고, 그럼 켄타우로스를 보고 싶다는 네 계획도 무너지고, 나랑 한 마사지 계약도 힘들어지고, 우리가 보는 것도 힘들어질 거라고. 알아?"
"…."
'우리가 보는 게 힘들어져?'
이거 계속 듣다 보니까 혼내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진짜 나를 걱정해주는 것 같았다.
★ 히로인 상태창
[엘리스]
- [ 호감도 : 77 ]
- [ 성욕 : 83 ]
- [ 식욕 : 50 ]
- [ 피로도 : 30 ]
현재 상태 : 변태 같은 새끼. 내가 제대로 케어해주지 않으면 안 되겠어.
예전에는 내 여자관계를 눈치채자마자 차가운 태도를 취했는데, 호감도가 높으니까 걱정해주는구나.
이건 정말 긍정적인 변화다.
"엘리스. 걱정해주는 거야? 고마워."
나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엘리스에게 감사를 전했다.
"… 걱정이 아니라. 하아. 미쳤어."
내 감사를 들은 엘리스는 눈을 찌푸리더니,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무래도 부끄러운 모양이다.
"… 질투하냐고 말했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네."
감사를 해도 욕을 먹었으니 질투하냐고 했으면 칼을 뽑았을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쟤는 왜 앞으로 가고 있어? 우측으로 돌면 바로 동아리 건물인데.
"엘리스! 그쪽 아니야!"
우뚝-
내 말을 듣자마자 엘리스는 자연스럽게 뒤로 돌았다.
그리고 걸어간 길을 되돌아와 내 앞에 섰다.
"… 가."
"그래. 같이 가자."
빨개진 엘리스의 귀를 못 본 척해주며 나는 앞장서서 걸어갔다.
앞장선 나는 엘리스와 함께 동아리 건물로 향했다.
처음에 살짝 부끄러워 하던 엘리스는 곧 컨디션을 되찾고 말을 이었다.
"어차피 아이리스 길드에 현장 실습을 가는 생도는 너랑 나 밖에 없을거야. 원래는 나만을 위한 자리였는데 너까지 추가한거거든."
"오… 근데 자기 길드로 실습을 가도 괜찮은 거야?"
상식적으로 자신의 딸이 현장 실습을 왔다면, 일을 시킬리가 없다.
시켜봤자 뒤에서 따라다니는 정도로 명분만 챙기겠지.
그래놓고 평가 만점을 준다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닌가?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러는 줄 알아? 빅토리아 아카데미도 이해관계라는 게 있잖아."
"으흠…."
확실히 이런 쪽은 엘리스가 경험이 많은 것 같았다.
나는 대기업의 뒷사정같은 건 모르니까.
"그리고 아이리스 길드에 오면 우리 언니… 아니다. 이건 그 때 설명해줄게."
"응. 아니면 회의 끝나고 얘기하자."
동아리 건물 까지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더 대화를 이어가기는 애매했다.
"회의 끝나고는 너랑 친하신 회장님께서 달라붙을 거 아니야."
"…."
엘리스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수린 누나가 엘리스를 내보넀던 그 날이 많이 서운했나보다.
그러고보니 물어보고 싶은 게 생각났다.
"맞아. 너 그 날 왜 나가자마자 그냥 가버린거야?"
할 말이 있으니 기다리라고 해놓고, 나가자마자 할 말이 없으니 나중에 보자고 메시지를 보냈었다.
나야 어차피 맞춰주는 입장이니 괜찮지만,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으면 엄청 당황했을거다.
"… 나도 몰라."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엘리스는 성큼성큼 걸어가 동아리 건물로 들어가버렸다.
"저건 역시 질투아니야?."
엘리스의 입으로 직접 말하진 않겠지만 아무래도 맞는 것 같은데.
뭐, 사실 엘리스의 언니에 대한 것도 다 알고 있다.
원작에서 엘리스 루트를 진행하다보면 나오는 인물이니까.
어릴적부터 엘리스를 괴롭히고, 장난감을 뺏으며 즐거워하는 흔한 자매사이.
전형적으로 이 쪽은 장난이지만 저 쪽은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관계다.
물론 깊이 들어가면 또 다른 사정이 있는데, 그건 나중에 생각해도 될거다.
나는 이미 사라져버린 엘리스를 따라 동아리 건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학생회가 있는 꼭대기 층에 도착하자, 회의실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엘리스는 나랑 관계없는 사람처럼 이미 의자에 앉아있었다.
'딱 봐도 내가 제일 늦었네.'
나는 재빨리 회의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