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가 나간 후.
나는 수린 누나와 눈을 마주쳤다.
엘리스보다 밝은 금빛의 머리카락과 새하얀 피부는 언제나 그녀를 돋보이게 했고.
왼쪽 눈 아래에 박힌 눈물점은 아름다운 얼굴의 매력을 부각시켰다.
육감적인 몸매는 물론이고, 안경을 벗음으로써 그나마 남아있던 모범생 느낌까지 사라졌다.
아무튼, 누나가 내게 할 말이 있다고 했으니 꽤 중요한 일이겠지.
심지어 엘리스에게 약간 무례한 행동까지 하면서 날 불렀다.
어쩌면 공략의 열쇠가 될지도 모를 문수린의 말을, 나는 집중하며 기다렸다.
"네. 누나."
엘리스의 발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날 바라보던 수린 누나는 입을 열었다.
"이사는 왜 가는 거야?"
"… 이사요?
너무 일상적인 얘기라 약간 맥이 빠졌지만, 이건 그거겠지.
중요한 얘기를 하기 전에 서론.
서로의 긴장을 풀기 위한 잡담.
원활한 대화를 위해선 필요한 과정이다.
"그냥 좀 넓은 집에서 살고 싶어서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요."
"아하. 그렇구나… 맞아. 그, 혹시 인터넷 방송 같은 거 해보는 건 어때? 호연이는 잘 생겼으니까 인기도 많을…."
나와 수린 누나는 계속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이사 얘기가 끝나고는 자주 가던 풍미당이라는 식당 얘기.
그다음에 기념회 준비에 대한 주제까지 꺼내는 수린 누나의 얼굴을 보니 그제야 나도 알 수 있었다.
'아, 이 사람 별로 중요한 얘기가 없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긴장이 풀렸다.
이런 잡담을 할 거라면 엘리스를 왜 내보냈나 싶긴 하지만… 뭐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하니까.
단순히 단둘이 나누는 잡담이 많이 그리웠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신경전이 오간건가?
"그래도 기념회만 끝나면 이제 큰 행사는 끝이야."
내 생각을 끊는 수린 누나의 말이 내 귀로 파고들었다.
문수린은 싱긋 웃으며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다행이네요. 그럼 누나도 좀 쉴 시간이 생기겠어요."
요즘은 덜한 것 같지만, 예전에는 확실히 과로인 모습이 보였다.
슬슬 편해질 타이밍에 부회장이 사라져서 더욱 힘들어졌을거다.
"글쎄. 그랬으면 좋겠네."
지금까지 관찰하며 느낀 거지만, 수린 누나는 빅토리아 아카데미에 진심인 것 같았다.
아마 여러 이유가 있겠지.
이사장을 맡은 할아버지나 어느 날 사라져버린 아버지.
그 때문에 수린 누나는 아카데미의 관리까지 맡고 있다.
무슨 개 같은 집안인가 싶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여러 사정이 있다.
이것도 사실 내가 먼저 얘기를 꺼낼 수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어떻게 유도해야 할까.
"그러고 보니 이사장님은 잘 지내세요?"
이사장과 좋은 추억은 없지만… 그래도 수린 누나의 할아버지니까 싫어할 순 없다.
언젠가 [열심히 키운 손녀딸은 제가 잘 받아갑니다!]라고 말해야 하니까.
"잘 지내지. 너무 잘 지내서 문제야. 호연이 널 죽일 듯이 싫어했으면서, 네가 유명해지니까 생각해보니 사윗감으로 좋다고 그러는 거 있지."
겉으로는 싫다고 하지만, 어투에 이사장에 대한 애정이 묻어있었다.
근데 문수린의 말에서 하나 이상한 단어를 들었다.
"사윗감이요? 이사장님이 저를요?"
"응? 아, 아아…."
맞은 편에 앉아있던 수린 누나의 얼굴이 조금씩 빨개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말실수를 알아챈 모양이다.
"그, 사윗감이라는 게. 내 의견이 아니라 할아버지의… 아, 그렇다고 네가 싫다는 건 아니야. 알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당황한 티를 내는 문수린을 보며 나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냈다.
"알아요 알아요. 저도 누나 좋아요."
"… 그래?"
"당연하죠. 아, 그러고 보니 다음 주에 체험학습 예정도 있나요?"
수린 누나의 표정이 밝아지는 걸 보며, 나는 체험학습에 대한 걸 물었다.
정확한 예정을 알아야 프랑스 행에 더 도움이 될 테니까.
"예정에 있긴 한데… 어떻게 알았어?"
"임솔 교수님한테 들었어요."
"아하… 응. 아마 다음 주에 진행될 거야. 혹시 가고 싶은 곳 있어?"
"네. 프랑스 쪽으로 가볼까 해요."
내 말을 들은 문수린은 눈을 찌푸렸다.
"프랑스라면… 아이리스 길드? 접촉이 오긴 했는데… 나는 엘리스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그럼 엘리스랑 같이 가는 거야?"
"어… 아마도요? 저도 외국의 시스템이란든가, 좀 배우고 싶은 게 많아서요."
"흐으음… 아이리스 길드."
이거 혹시 잘못 말한 걸까.
수린 누나의 표정이 안 좋아진 것 같다.
생각해보니 너무 성급했을지도 모르겠네.
프랑스 하면 아이리스 길드뿐인데.
"크흠, 근데 저한테 할 얘기가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쩔 수 없이 나는 대화 주제를 돌렸다.
굳이 다른 여자 얘기를 하고 싶진 않았으니까.
"나랑 평범한 잡담하는 건 싫어?"
수린 누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대놓고 하는 귀여운 척이지만, 귀여운 사람이 하니까 진짜 귀여웠다
"싫은 건 아닌데… 전 또 급한 일이 있는 줄 알았어요"
다행이다.
이 정도면 주제를 돌리는 데 성공한 것 같다.
"흐음, 할 얘기. 할 얘기라…. 그러고 보니 호연이 네가 힘들면 말하라고 했었지?"
확실히 그랬었다.
스토커 사건을 대비하기 위한 떡밥이었다.
… 범인이 사라져버려서 문제지만.
원래 목적과 다르더라도 그래도 도와달라면 전력을 다해서 도와줄 생각이다.
수린 누나도 중요한 사람이니까.
"네. 뭐든 얘기하세요."
"그럼, 음…."
말을 늘어뜨리던 수린 누나는 갑자기 눈을 피했다.
뜬금없이 허공을 바라보기도 하고, 다시 눈을 마주쳤다가 고개를 푹 숙이기도 했다.
"… 누나?"
내 눈치를 보는 수린 누나의 행동이 궁금해질 때 즈음.
누나는 슬쩍 날 바라봤다.
"… 나도 마사지해 줘"
"마사지요?"
마사지라는 단어에 순간 흠칫했지만, 수린 누나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엘리스한테 했던 것처럼. 어깨 주물러줘… 괜찮아?"
부끄러운 듯이 눈을 피하며 내게 어깨를 주물러 달라고 하는 누나를 보니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큭."
"왜, 왜 웃어! 나도 요즘 힘들어서, 그냥 할 수 있으면 해달라고 하는 건데…."
"귀여워서요. 그 정도는 해드릴 수 있죠. 누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수린의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별 생각없이 어깨를 붙잡았다.
꾸욱-
"흐으으…."
"이 정도면 안 아프죠?"
"으응, 더 세게 해도 괜찮아. 그, 엘리스한테 했던 것처럼...."
"네네."
수린 누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내 마사지를 받았다.
슬쩍 아래를 내려다봤는데, 귀가 엄청나게 붉어져 있었다.
왜 이렇게 창피해하나 했는데, 생각해보니 당연했다.
'수린 누나랑 스킨십이 거의 없었구나.'
이러는 걸 보니 괜히 미안하기도 하다.
처음 빙의했을 때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 히로인 중에 제일 공략을 늦게 하고 있으니까.
"으, 으으…."
아직도 창피해서 신음을 흘리고 있는 문수린을 보며, 감사를 담아 어깨를 열심히 주물렀다.
*
"좋다 좋아."
수린 누나를 마사지해주며 놀다 보니 시간이 꽤 지났다.
확실히 스킨십을 하면서 대화하는 건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너무 가까워져서 문제였는지, 마지막에 수린 누나는 거의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날 배웅했다.
"귀엽다니까. 그런 모습도."
변태 쌍둥이나 미친 서큐버스, 일 안 하는 교수와 변태 성녀 등등
이상한 사람들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인 사람이다.
앞으로도 잘 챙겨줘야지.
밖으로 나온 나는 엘리스를 찾았다.
수린 누나와 노는 게 꽤 시간이 지체돼서 미안했다.
혹시 화났을까 하고 스마트 워치를 확인했는데, 메시지가 하나 와있었다.
[생각해보니 할 말이 없네. 나중에 봐.]
엘리스가 메시지를 보낸 시간은 2시간 전.
"… 돌았나?"
쉽게 말해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나가서는 저 메시지를 바로 보낸 거다.
뭐, 나야 기숙사에 갈 수 있으니 좋긴 하다만.
무슨 생각인지는 도통 모르겠네.
기숙사로 방향을 잡고, 슬슬 어둑어둑해지는 거리를 걸으며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했다.
당장 눈 앞에 온 행사는 내일 모래 있을 기말고사 기념회.
여기서 수린 누나와 무언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길 거다.
그리고 분명.
분명히, 조용히 넘어갈 리가 없다.
그다음 주에는 프랑스의 아이리스 길드.
체험 학습을 빌미로 가서 켄타우로스를 만날 계획이다.
그다음은 예정이 없지만… 아마 루시루미와 놀기. 혹은 백아영과 맞춰주기 정도가 있겠지.
엘리스는 프랑스에 간 김에 좀 더 진도를 나갈 수 있을 거다.
'생각해보니 이사도 있구나.'
남다은이나 릴리아나는 집을 구하면 같이 살면서 더 챙겨줄 수 있고.
레베카도 엘리스와 비슷하게 공략 할 수 있다.
이 쪽은 정액만 주면 오케이 될 지도 모르겠네.
"계획은 완벽해."
이론상 히로인들의 공략은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내 계획대로 된 적이 거의 없긴하지만.
여러 생각을 하다 보니 기숙사에 도착했다.
띠링-
익숙한 알림을 들으며 현관으로 들어갔다.
거실은 역시나 평소와 같은 광경이었다.
테이블에 앉아서 스마트 워치를 하다가 나를 보고 미소짓는 남다은.
그리고 거실 침대와 바닥에서 TV를 틀어놓고 무언가 하고있는 릴리아나와 남다희.
옆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스칼렛.
익숙한 광경에 안심하며 겉옷을 벗어놓고 거실로 들어갔다.
"어, 오빠! 왔어?!"
"오! 잘 왔어. 빨리 이리 와봐. 해 볼 게 있어!"
"잠시만잠시만."
남다희와 릴리아나의 격한 환영을 받으며, 일단 남다은에게 다가갔다.
남다은은 내가 기숙사에 들어온 이후로 계속 날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늦었네. 뭐 하다 온 거야?"
"학생회 일 때문에."
의자에 앉자 남다은이 자신이 먹던 커피를 내게 내밀었다.
"… 뭐야 이건?"
"마지막 잔이라. 나눠 먹을까 해서."
"괜찮아. 너 먹어."
이것도 배려… 겠지?
남다은이 마시던 걸 마시는 건 불쾌하지 않다.
오히려 좋을지도 모른다.
그냥 커피를 별로 안 마시고 싶을 뿐이다.
"음, 맛있는데. 알았어."
홀짝-
커피를 마시는 남다은을 보다가, 나는 거실로 향했다.
"오셨습니까."
"응. 근데 뭐 하는 거야?"
사실 기숙사에 들어 왔을 때부터 궁금했다.
침대에 앉은 릴리아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무언가 흔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건 얇은 줄에 매달린 동전이었는데,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있는 게 평범한 동전은 아닌 것 같았다.
마치 TV나 영화에 나오는 최면술사가 사용할 것 같은 물건이었다.
그리고 내 생각이라도 읽은 듯, 릴리아나는 그 동전을 흔들기 시작했다.
"자, 당신은 점점 잠에 듭니다…."
"언니… 하나도 안 졸리다니까."
"스읍. 집중을 안 해서 그래. 다시!"
남다희는 입꼬리를 삐죽 내리고 릴리아나의 말을 듣고 있었다.
솔직히, 저게 무슨 짓거리인지 모르겠다.
그냥 다희 괴롭히는 거 아니야?
나는 옆에 있던 스칼렛에게 물었다.
"스칼렛. 내가 보고 있는 게 맞는 거냐? 저거 최면술이야?"
"네. 아까부터 최면을 걸고 싶다고 하셔서요. 저는 보조 중입니다."
이제 보니 스칼렛도 적색의 천을 들고 있었다.
얘도 똑같구나.
나는 릴리아나의 이상한 짓을 지켜보다가 앞으로 나섰다.
남다희가 너무 괴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릴리아나. 다희 좀 그만 괴롭혀."
"오빠아… 릴리아나 언니가 과자 먹었다고 괴롭혀."
릴리아나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 내 말을 듣자마자 남다희는 처량한 표정으로 내 뒤에 숨어버렸다.
"괴롭힌 거 아니거든! 인간 세상의 최면술 키트는 얼마나 좋은지 실험해본 것뿐이야!"
릴리아나는 억울한 듯 동전을 들고 부들부들 떨었다.
"… 그럼 다희 말고 나한테 해봐."
솔직히 궁금하긴 해.
과연 저런 건 효과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예전부터 있었다.
"좋아. 이 동전을 잘 봐. 꼭 집중해야 해."
나는 정자세로 침대에 앉았고, 릴리아나는 큼큼. 하면서 헛기침을 하더니 내 앞에서 동전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 모습이 꽤나 진지해서 나도 동전에 최대한 집중했다.
"자, 당신은 잠에 듭니다…. 서서히 눈이 감기고, 몸이 무거워집니다…."
"…."
"눈꺼풀이 천천히 무거워집니다. 자, 무거워지고… 무거워지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릴리아나와의 관계를 생각해 인내심 있게 기다려줬지만, 릴리아나는 여전히 똑같은 말을 반복 중이었다.
"다시 한번 눈이 무거워집니다…."
"야, 야. 내놔. 그냥 내놔."
10분 정도 참고 들어줬는데, 더 이상은 못 들어주겠다.
나는 릴리아나를 덮쳐서 동전을 빼앗았다.
"아, 안돼. 그거 비싼 거라고!"
릴리아나는 내 몸에 달라붙으며 동전을 뺏으려 했지만, 릴리아나는 날 이길 수 없으니 가볍게 무시했다.
"이런 걸 왜 돈 주고 사냐고. 스칼렛, 이거 얼마야?"
"50달러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해외직구냐고.
과자는 사서 숨겨놓으면서 왜 이딴 동전에 그런 거금을 쓰는 거야.
내게 매달리던 릴리아나는 금새 흥미를 잃고 떨어졌다.
"쩝. 역시 인간 세상의 기술은 믿을만하지가 않네."
"언니. 같이 과자 먹자."
내가 동전을 빼가자 남다희도 안심했는지 다시 릴리아나에게 다가갔다.
"진짜 이해가 안 되네…."
나는 줄에 달린 동전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그냥 동그란 쇳덩이에 줄만 달린 거잖아.
이걸로 최면을 거는 게 말이 되냐고.
"…."
줄에 달린 동전을 이리저리 흔들면서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무언가 떠올렸다.
'잠시만.'
이거 쓸 데가 있을 것 같은데.
빅토리아 아카데미의 학생회장, 문수린은 아무도 없는 학생회실에서 기분 좋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오늘의 일도 전부 끝났고, 이호연도 만났기 때문이다.
'결국 옷은 못 물어봤어….'
나름 노력해봤지만, 그쪽으로 대화를 유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터넷 방송으로 대화 주제를 잡아봤지만 이호연은 그쪽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았으니까.
직접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라 꽤 힘들었다.
그래도, 오늘은 큰 수확이 있었다.
문수린은 손을 들어 자신의 어깨를 만졌다. 아직 이호연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흐, 후우…."
이호연의 손이 닿은 생도복.
문수린은 자신의 생도복 상의를 벗은 후에 조심스럽게 접어서 그대로 가방에 집어넣었다.
"역시 이것도 보관해야겠지. 흐."
저번에 이호연에게 받았던 오버사이즈 티셔츠와 함께 보관해놔야 한다.
보존마법을 걸면 냄새와 온도를 그대로 보존할 수 있으니까.
속옷 차림의 문수린은 학생회장실에 구비되어있던 예비용 생도복을 챙겨입고, 책상에 앉아 정보를 정리했다.
이호연과 대화에서 이해 되지 않는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펜과 노트를 꺼낸 문수린은 생각나는 점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 프랑스 아이리스 길드와 물 밑에서 교류가 있었음.
- 혹은 엘리스와 이야기?
아무리 임솔 교수에게 현장 실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더라도 거기에 아이리스 길드가 참여한다는 걸 알진 못한다.
교수라고 해서 참여 길드의 명단을 받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이호연과 아이리스 길드 간의 직접적인 교류를 생각해야 한다.
"이유는… 엘리스인가? 아무래도 그렇겠지?"
- 엘리스….
톡. 톡.
펜으로 책상을 때리던 문수린은 다시 무언가를 써 내려갔다.
- 갑작스러운 이사.
"이사…. 이사."
세계 최고의 교육기관인 빅토리아 아카데미는 시설도 완벽하다.
기숙사는 1인 1실이 기본이고, 아카데미 주변에 있는 주택들보다 좋은 환경이다.
"으으음, 이건 그럴 수도 있어."'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숙사를 나가는 게 이상한 건 아니다.
기숙사의 특성상 사람을 자주 마주치는데, 유명인인 호연이는 그게 싫을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저번의 습격 때문에 기숙사에 정이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여러 원인이 있으니 이건 의심할 게 아니다.
"신청은 잘했겠지?"
문수린은 전산 시스템에 접속해 기숙사 관리를 확인했다.
이호연이 잘 신청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다행이다. 잘했구나."
끄덕끄덕.
장하다는 표정으로 로그를 보던 문수린은 잠시 후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 응?
----------------------
[1학년 A클래스 이호연. 기숙사 퇴실 요청.]
1시간 전.
[1학년 A클래스 남다은. 기숙사 퇴실 요청.]
1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