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1화 (231/648)

*

"이야, 잘 막는데? 천재 마법사라더니 어마어마하긴 하네."

캉- 캉-

아이작은 이호연을 향해 마력을 던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

'미친놈.'

역시 이딴 길드는 빨리 버리고 이호연에게 갈아타야해.

스칼렛은 어떻게든 티를 내지 않으며 아이작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마치 '내 물건을 건드리면 이렇게 된다!' 라고 말하며 복수하는 남자애 같았다.

물론 엘리스를 물건이라고 생각하진 않겠지만… 너무 소중하다 보니 정신이 나간 거겠지.

"스칼렛. 무슨 생각해?"

그때 아이작이 웃으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순간 움찔한 스칼렛은 자연스럽게 이호연을 동정하는 표정 연기로 넘어갔다.

"… 이제 슬슬 모습을 드러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꽤 지체되었습니다."

이런 이상한 짓거리를 30분이 다 되도록 이어가고 있으니, 스칼렛은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강한 사람들은 어딘가 이상한 점이 하나씩 있다.

예를 들어 이호연은 여자에 미쳐있고, 아이작은 엘리스에 미쳐있는 식이다.

"저놈이 겁을 안 먹잖아. 저 결계도 쓸데없이 단단해서 기선제압을 할 수도 없고 말이야. 맞아도 안 아프게 쏘고 있는데."

세상에 저렇게 칼이 날아오는데 안 막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스칼렛은 최대한 이성적으로 아이작을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 그래도 사람이 다니는 길을 너무 오래 점거하고 있으면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그래? 보통 이렇게 결계가 깔려있으면 누가 싸우나보다~ 하고 지나가지 않나?"

"한국은 치안이 좋다 보니 그럴 일이 잘 없습니다."

운이 안좋다면 우연히 지나가던 고급 헌터가 신고를 할 수도 있다.

나쁜 사람도 많지만, 이상하게 착한 사람들도 많은 동네니까.

"스읍. 그래. 그러면 빨리 끝내자. 나도 너무 놀았던 것 같아."

겨우 생도 하나가 자신의 공격을 계속 막아내서 놀란 부분도 있었다.

당연히 힘을 많이 빼긴 했지만… 헌터라고 말하고 다니는 놈 중에 대부분은 그 정도 공격도 못 막으니까.

'이대로 끝내긴 아쉬워.'

[내가 엘리스의 아버지다.]

[이런 사람이 네가 흑심을 가진 여자의 아버지다.]

[감당할 수 있겠냐?]

이런 식으로 기선제압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멀리서 공격하다가 통하지 않아서 추하게 등장하는 건… 너무 자신의 철학과 맞지 않는다.

그렇게 모습을 공개할 거면 차라리 이대로 도망치는 게 낫다.

그때 이호연이 돌연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단단한 정체불명의 결계를 직접 해제한 것이다.

그러더니 골목의 안쪽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간을 억지로 늘린 마법이라 조금 더 가까이 왔다 간 마법이 드러날 우려가 있었다.

"뭐야 저건?"

"…."

역시 이호연도 정상은 아니구나.

스칼렛은 이해를 포기한 채 미친놈 두 명의 콜라보를 구경하기로 했다.

"지금 나 도발 하는 거 맞지?"

"… 모르겠습니다."

진짜 모르겠다.

대체 왜 저러는 걸까.

저렇게 하면 오히려 아이작이 화만 날 텐데.

"스칼렛."

"예."

"확실히 시간을 많이 끌긴 했나 봐. 생도 주제에 나한테 도발을 하고 말이야."

"… 아이작 님이 상대인 건 몰랐을 테니까요. 일단 진정하시고 이호연 생도를…."

"직접 간다. 1분 안에 바닥에 눕힌 상태로 이야기할 거니까 따라와."

"… 예. 알겠습니다."

하아.

스칼렛은 눈을 감은 채 아이작의 뒤를 따랐다.

'이제 나는 몰라.'

1분 안에 쓰러뜨린다.

아이작이 저렇게 말한 이상 전력을 다할거다.

그래도 상대가 생도고, 엘리스의 지인이니 죽이진 않겠지.

다만 많이 다치지는 않기를.

스칼렛은 즉시 만들 수 있는 고위 쉴드마법을 준비하며 골목길로 걸어갔다.

*

'… 이게 아니었나.'

확실히 도발은 효과가 있었다.

상대가 직접 뛰쳐나왔으니까.

캉! 촤자작!

문제는 너무 강하다는 것.

카가가강!

룬의 결계를 향해 날아온 마력을 막아냈다.

골목길을 구성하는 콘크리트는 내가 막아낸 마력의 잔재만으로 부서져 내렸다.

캉! 스슥-

그와 동시에 심한 충격도 느껴졌다.

무언가 내 룬의 결계를 계속 때리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속도로.

'개안'

눈에 안력을 집중하며 상대를 쫓으려 했지만, 잡을 수 없었다.

그만큼 엄청난 벽이 느껴졌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어제 레베카를 만났다는 것이다.

그 덕에 더욱더 단단해지고 업그레이드된 룬의 결계가 상대의 공격을 막아줬다.

만약 룬의 결계가 없었더라면 아예 반격 따위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화르륵-

내 손을 따라 흐르는 불길이 바닥에 달라붙어서 반경 10m의 원을 그린 후, 하늘로 치솟았다.

내 마력은 모든 불과 연결되어 있었다.

치직-

아주 조금이지만 느껴지는 이질감.

아무리 몸을 숨겼더라도, 물리법칙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공간에 존재한다면 불길에 닿을 수밖에 없다.

나는 그쪽으로 빠르게 불길을 집중시켰다.

화르륵-!

카가가가강!

하지만 불길 사이에서 빠져나온 무언가가 내 룬의 결계를 다시 공격했다.

나는 최대한 충격을 참아내며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발끝에서 나오는 마력이 상대방을 붙잡으려 덩굴처럼 상대의 형상을 쫓았다.

당연히 상대는 뒤로 빠졌지만, 거기까지가 내 노림수대로였다.

상대를 쫓아가는 척 마법진을 그린 것이다.

다시 한번 모든 공간에 만들어지는 불길.

억지로 빠져나왔으니 그만큼 자세가 무너졌을 터. 이번에 확실하게 노릴 생각이었다.

역시 반경 10m를 잡았기에, 절대 피하기 힘들거다.

하지만.

"… 시발 진짜."

상대가 사라졌다.

말 그대로.

내가 불길을 컨트롤했던 직경 10m 반경의 공간에서 상대가 사라졌다.

순식간에 바깥으로 도망쳤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아예 다른 느낌이었다.

그 자리에 존재하던 마력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이다.

마치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공간을 베던 남다은처럼.

공간에서 아예 사라진 느낌이었다.

콰아아앙!

그때, 갑자기 내 눈앞에 금발의 미남자가 나타났다.

이를 악문 상태로, 자존심이 상한 표정이지만 약간 즐거운 듯.

내 룬의 결계에 그대로 팔을 휘둘렀다.

지직- 우지직-

이미 손상이 너무 심했던 룬의 결계는 유리창처럼 깨져나갔고, 나는 그대로 뒤로 물러나야 했다.

"하아…."

정면에는 잘생긴 금발의 남자가 서 있었고, 그 뒤에는 스칼렛이 비서처럼 따라오고 있었다.

'아이작이구나.'

금발만으로는 확신하지 못했지만, 스칼렛이 있다면 확정이다.

스칼렛은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있었다.

아마 혹시라도 들킬까 우려해서 아예 접점을 만들지 않는 거 겠지.

다행히 아이작은 우리의 관계를 모르는 것 같았다.

후우- 후우-

나는 마라톤이라도 한 것처럼 숨을 헐떡이고 있었지만, 아이작은 아무렇지 않아했다.

'진짜 존나 강하네.'

내 모든 전력을 다했다.

공격할 틈이 없어서 스파이럴 같은 큰 기술을 쓰진 못했지만… 그것 또한 상대의 능력이다.

이 전투가 내 최대치였다.

역시 안 되는구나.

하긴, 벌써부터 세계관 최강자하고 맞먹으려 하면 양심이 없는거지.

저벅저벅.

아이작은 내게 다가왔고, 그제서야 느낄 수 있었다.

"이걸 어떻게 이겨."

기세를 숨기지 않은 아이작은 정말 격의 차이가 느껴졌다.

레베카에게 배운 룬의 결계라는 사기 스킬로 근근이 버티고 있었을 뿐이다.

방금건 제대로 된 전투가 아니었다.

아이작이 내 목숨을 노리지 않았기에 잠깐 대치했을 뿐이다.

두근- 두근-

아이작은 내게 살의를 품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차이 나는 힘 때문에 전투 감각이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고 있었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진심을 내면 바로 죽는다.

이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으니까.

아이작은 내게 다가왔다.

확실히, 나를 죽이려면 진작 죽일 수 있는 사내였다.

그런데도 10분이 넘게 나와 드잡이질을 했다면, 할 말이 있는 거겠지.

과연 무슨 소리를 하려고 날 이렇게 몰아붙인 걸까.

아이작이 내 앞에 서자, 그제서야 느낄 수 있었다.

살짝이지만, 숨이 흐트러졌다.

조금은 자존심이 선다.

나는 긴장한 채로 아이작을 바라봤고.

쩝.

아이작은 갑자기 입맛을 다시고는 입을 열었다.

"… 통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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