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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아나와 이호연이 막 섹스를 시작한 시간.
"으음…."
자신의 침대에 누워있던 엘리스는 서서히 눈을 떴다.
"흐으읏…!"
그리고 동시에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하아… 하아…."
엘리스는 제일 먼저 자신의 팔과 다리를 살폈다.
깔끔한 잠옷이 입혀져있었다.
다리 사이도 끈적거리지 않고 뽀송뽀송했다.
방 안을 둘러보니 마사지 침대도 없었다.
역시 악몽이었구나.
후우.
엘리스는 한숨을 내뱉었다.
분명 이호연에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농락당하다가 기절하는 꿈을 꿨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는 꿈이다.
'…꿈인가?'
엘리스는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꿈이라기엔 너무 현실적이었다.
이호연이 자신의 몸을 만지던 감촉이 지금도 떠오르니까.
심지어 마지막에 가버리던 때의 쾌감도… 선명했다.
다시 느끼고 싶을 정도로.
"… 스칼렛."
엘리스는 어딘가에 있을 스칼렛을 불렀다.
세바스 찬이 없을 때는 언제나 자신의 주변에 대기하고 있을 거다.
"네. 아가씨."
그리고 예상대로 스칼렛이 천장에서 떨어졌다.
"… 호연이는 돌아간 지 얼마나 됐어?"
"한 시간쯤 전에 기숙사로 돌아가셨습니다."
"… 그럼 나는 얼마나 잔 거야?"
"마사지가 끝날 때 즈음부터 두 시간 정도 잠드셨습니다."
"알았어. 이제 세바스 찬이랑 교대해도 좋아."
"네. 알겠습니다."
스칼렛이 사라진 뒤, 엘리스는 이를 악물었다.
"… 마사지가 아니잖아."
당했다.
여자를 후리고 다니는 남자인 만큼 주의를 해야 했는데.
그렇게 아래를… 푹푹 쑤시는 게 무슨 마사지야. 성희롱이지.
"하아… 꿈은 무슨."
엘리스는 한숨을 쉬며 저택에 있는 개인 훈련실로 향했다.
그래도 성희롱 도중에 마나 마사지를 하긴 한 모양이다.
몸에 돌고 있는 마나가 느껴졌다.
비싼 돈 주고받는 마사지니까, 테스트는 해봐야겠지.
웅웅-
"어…?"
그리고 마력을 일으킨 엘리스는 눈을 크게 떴다.
몸에 느껴지는 마력이 다섯 배, 아니… 여섯 배.
평소에 마석을 이용하는 것보다 두 배 이상의 효율이었다.
말도 안 되는 효율.
엘리스는 애용하는 검인 아이리스에 마력을 담아봤다.
우웅-
지금까지 만들어 본 적이 없는 크기의 정제된 마력검강.
무려 5M가 넘었다.
평소에 아무리 마력을 쥐어짜도 2M도 만들지 못하던 걸 생각하면 눈에 띄는 성장이었다.
엘리스는 자신이 만들어낸 마력을 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 그게 진짜 마사지였어?"
정말 이런 마사지였고, 자신 혼자 이상한 생각을 한 걸까?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상식적으로 그딴 마사지가 있을 리가 없다.
이게 제대로 된 세상이라면 존재하면 안 된다.
자신도 이상하게 분위기를 탔기에 가능한 거지… 평소였다면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거다.
그 정도로 해괴한 마사지였다.
하지만 엘리스의 몸에 넘쳐흐르는 마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
아무래도 다음 마사지 예약을 잡아야겠다.
또 그런 마사지라면… 좋긴 하지만 너무 자극이 세다.
조금 쉬었다가 해야지.
엘리스는 마력을 갈무리하고 훈련장 밖으로 빠져나왔다.
"아, 아가씨…."
그리고 훈련장 밖에서 기다리던 세바스 찬을 마주쳤다.
세바스 찬은 평소의 여유로운 모습과 달리 다급한 표정이었다.
"세바스 찬?"
"기, 길드장님이…!"
전 세계에 정보 길드는 많지만, 그중 어디가 최고냐고 물으면 백이면 백 프랑스의 [아이리스 길드]라고 대답할 것이다.
개인이나 가문에서 운영하는 정보길드는 물론이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길드라도 다를 바 없다.
다른 정보 길드들이 아이리스 길드를 부르길 '넘을 수 없는 벽.'
아이리스 길드가 정보 길드 중 최고로 올라온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오랫동안 길드를 유지하며 쌓아온 정보의 두터움과 신뢰감.
정보 길드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수 십 년간 절대 무너지지 않은 굳건함.
아무리 어려운 의뢰더라도 비용만 맞는다면 해결하는 능력.
하지만 그중에서도 아이리스 길드를 최고로 만드는데 공여한 제일 큰 원인이 뭐냐고 물어보면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할 것이다.
길드장인 '아이작' 때문이라고.
단신으로 밤의 황제라는 이명을 얻고 전 세계의 밤을 지배한 사나이.
밤의 황제 아이작.
아이리스 길드의 길드장이자 엘리스의 아버지인 사람이다.
엘리스가 이호연에게 마사지를 받은 후 쓰러져있던 그 시간.
프랑스 아이리스 길드의 길드장실에 한 남자가 머리를 쓸어넘기며 들어왔다.
"미친 말 새끼는 어디로 도망간 거야."
쯧.
아이작은 자연스럽게 입에 시가를 물고 연기를 내뱉었다.
프랑스에 나타난 켄타우로스를 계속 추적했지만, 잡기 직전에 항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이리스 길드의 명예를 걸고 자신이 주도하는 추적팀을 구성했는데도 이렇게 결과가 처참하다니, 도저히 넘어갈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선 며칠이고 더 추적하고 싶었지만… 길드를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연락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밤에 강해지는 아이작의 특성 때문에 낮에 잠을 자고 밤에 일하는데, 어두운 밤에는 순간의 방심에도 생사가 오간다.
그렇기에 아이작은 업무 시간에 오는 모든 연락을 무시한다.
자기 일에 집중하는 그이기에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딸과 와이프의 신변이 위험한 상황에는 모든 걸 제치고 달려간다.
그게 아이작이 바람둥이지만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뻐끔뻐끔.
아이작은 연기를 내뱉으며 책상에 쌓인 서류들을 확인했다.
대부분의 일은 아래에서 처리하지만, 이렇게 직접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며칠에 한 번은 길드에 들려야 한다.
"아직은 흑자고… 쯧. 더럽게 줄었네."
며칠 비웠다고 수북이 쌓인 서류들을 하나씩 살피며 아이작은 침음을 삼켰다.
프랑스에 나타난 켄타우로스 때문에 길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
"올해는 운이 따라주나 했더니만… 별 개같은 몬스터가 나와서."
하필 저렇게 지능이 높은 보스몬스터가 왜 프랑스에 등장했을까.
심지어 놈은 마인의 마력과 비슷하면서도 약간 더 음침한 어두운 마력을 내뿜었다.
연구진들의 말로는 지금까지 등장한 적 없는 부류의 몬스터라는데, 그 말도 안되는 도주도 그 이상한 마력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서류를 하나 씩 넘기던 아이작은 대충 사인을 휘갈겼다.
피곤하기도 했고, 어차피 밑에 있는 놈들이 잘 관리했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자신이 살아가는 제일 중요한 이유인 와이프는 부길드장이자 능력있는 여자였으니까.
"아, 여기 있네."
아이작이 살아가는 이유 중 두번째.
딸인 엘리스다.
프랑스에 있는 아카데미는 수준이 높지 않기에… 세계에서 제일 수준 높은 빅토리아 아카데미로 유학을 간 상태다.
선천적 마력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도 또래중에 유망주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을 보면 딸에 대한 사랑이 샘솟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요즘은 사춘기라 약간 힘들지만… 금방 나아지겠지.
어쨌든 멀리 있는 딸을 걱정하는 아이작은 매주 엘리스에 대한 보고를 받는다.
'임무에 나가기 직전에 보고가 분명 성녀인 백아영에게 치료법을 찾는다고 했었지. 그리고 마나 마사지를 하다가 그만두기도 했고.'
마나 마사지.
아이작은 평소 그런 걸 믿지않지만, 엘리스의 치료에 관해서 작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다.
자신의 딸 엘리스니까.
"마사지사에 사용한 비용이… 음. 그럴 수 있지."
섭외비용 자체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런데 엘리스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는 조건에 돈이 많이 들어갔다.
꽤 큰 비용을 쓰고도 아무 수확이 없었지만… 괜찮다.
자신의 딸 엘리스니까.
"흐음, 시험 2등… 그리고 새로운 마나 마사지사 고용… 이름이 이호연?"
이호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이거, 의뢰권 받은 놈이잖아."
길드장에게 직접 의뢰할 수 있는 의뢰권.
돈이 있더라도 구할 수 없는 물품이다.
오랜만에 보는 엘리스의 애교에 넘어가서 홧김에 줘버린 그 의뢰권을 가져간 놈이다.
물론 거기까진 괜찮다.
자신의 딸 엘리스니까.
정말 좋은 친구라면 그 정도는 해줄 수도 있지.
게다가 다행히 자신까지 안 오고 한국 지부장 선에서 끝낼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이 놈 남자인데."
남자 마사지사 고용이라니…?
분명 세바스 찬이 말하기를 엘리스가 여자 마사지사만 원한다고 했었다.
서류에는 엘리스가 직접 효과를 느꼈다고 써있었다.
"… 사기는 아닌가?"
아이작은 스마트 워치로 이호연의 사진을 검색했다.
나오는 여러 기사들과 인터뷰.
그 중 하나를 재생시키던 아이작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저 어린 놈에게… 동류의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능글맞은 성격과 좋은 말솜씨.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입꼬리.
바람둥이 특유의 이성을 홀리는 눈웃음.
마지막으로 더럽게 잘생긴 얼굴.
게다가 능력도 엄청나게 출중하다.
전 세계 마법사들의 미래라고 평가된다고 하니까.
마치… 자신의 어릴 적을 보는 것 같았다.
아이작의 감각이 말하고 있었다.
저 놈은 평범한 놈이 아니라고.
네 딸을 행복하게 해줄 남자가 아니라고.
"잠시 휴가나 갔다올까."
마침 켄타우로스를 쫒던 추적팀에게 휴식을 줘야할 때가 됐다.
며칠정도 쉬어도 되겠지.
아이작은 그대로 엘리스에 대한 서류를 내려놓고 길드장실을 빠져나왔다.
길드장실에서 가까운 방에는 금발의 미녀가 업무중이었다.
아이작은 자연스럽게 미녀에게 다가갔다.
"허니? 나 잠시 나갔다 올 곳이 있어."
"또 여자 만나러 가는 건 아니죠?"
"그럴리가. 난 당신 뿐이잖아. 엘리스를 보러 가는거야."
"흐음. 엘리스까지 팔아먹을 인간은 아니니까… 알았어요. 쪽."
아이작은 한국으로 떠나기 위해 바로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성급한 판단 덕에 종이 뒷 장에 써있던 문장을 읽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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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혹여나 길드장님이 직접 찾아오시면 엘리스 아가씨가 무척 화를 내실 것 같습니다. 여기 일은 저에게 맡기시고 길드의 일에 집중하시지요.
- 세바스 찬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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