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하셨습니다."
엘리스에게 서비스를 끝내고 방 밖으로 나오자 스칼렛이 수건을 내민 채 기다리고 있었다.
"뭐야, 갑자기 지극정성이네?"
"딱히 호연 님 때문은 아닙니다. 오늘은 엘리스 양의 집사 역할이니까요."
"아하."
나는 스칼렛이 준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물론 클린 마법이 있지만… 몸에 있던 물기가 증발하는 게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거든.
이런 식으로 한 번 닦고 클린을 쓰는게 더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클린."
수건으로 얼굴에 묻은 땀을 닦은 후에, 클린 마법으로 몸을 감쌌다.
'잠시만.'
근데 수건이 필요한 건 나 같은 사람이나 그런거고… 보통 사람은 클린 마법이면 해결될 텐데.
왜 굳이 수건을 챙긴거지?
"스칼렛. 혹시 나 때문에 일부러 수건을 준비한 거야?"
"호연님은 마법을 그렇게 잘 쓰면서도 이상하게 마법이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스칼렛은 조용히 내가 쓴 수건을 받아 갔다.
일을 너무 잘하잖아. 너.
솔직히 이건 좀 감동이었다.
"역시 에이스네. 우리 회사로 취직해라."
"아쉽게도 아직 아이리스 길드와 계약 기간이 남아서요."
진짜 아쉽네.
그래도 저런 인재랑 계약한 게 어디야.
역시 지옥의 계약서가 최고다.
"어우 피곤해. 난 슬슬 들어갈게."
"그러고보니 주말 중에 기숙사에 들려도 될까요?"
"주말?"
"네. 주말에는 세바스 찬이 일할 시간이라서, 시간이 비거든요."
"흐음…."
스칼렛이 오는 거야 나쁘지 않다.
릴리아나도 좋아할 거고, 남다은 자매도 좋아하겠지.
근데 뭐라고 할까.
이 싸한 기분.
엘리스가 나와 계약했다는 걸 아이리스 길드에 말했다고 한 이후로부터 가슴 한쪽에 자리 잡아 있다.
'뭔가 일어날 것 같단 말이야.'
나는 내 촉을 믿는다.
왜냐면 주인공이니까.
"조금만 더 참아."
"알겠습니다."
스칼렛은 내 말에 아무 대꾸 없이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거든. 뭐랄까. 야수의 감각? 너도 이해하지?"
"괜찮아요. 시간은 많으니까요."
"그래. 고맙다."
"… 네. 알겠습니다."
뭔가 반응이 안 좋네.
아무래도 오랜만이라 다들 보고 싶었나보다.
"내가 릴리아나한테 잘 말해놓을게."
"감사합니다."
이상하네.
원래 저렇게 말하면 좋아하는 티가 났는데.
엘리스의 집에 올때도 릴리아나를 보고싶다고 했었고.
흠. 잘 모르겠다.
스칼렛은 아직도 붉어져 있는 얼굴을 아래로 숙였다.
*
"어우. 온 몸이 힘드네."
지친 몸을 이끌고 기숙사로 향했다.
벌써 바깥은 어둑어둑했고 달이 떠 있었다.
오는 길에 중년 남자가 몇 번이나 내 뒤를 쫓아오는 게 느껴져서 살짝 쫄았는데, 다행히 엘리스의 집에서 어느 정도 떨어지니까 더는 쫓아오지 않았다.
아마 저 사람이 엘리스의 집사겠지.
기세를 보니 입원하기 전에는 따라오는 걸 못 느꼈을 것 같다.
'그만큼 내가 강해졌다는 거지.'
엘리스의 집에 있던 시간 계산을 해보니 약 3시간 정도 걸렸다.
마사지만 3시간을 했으면 많이 했네.
피곤할만하다.
띠링-
기숙사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실에 앉아있는 릴리아나가 보였다.
시간이 꽤 늦었으니 남다은 자매는 자는 모양이다.
릴리아나는 방송중이 아니라면 항상 강아지처럼 나와서 반겨줬는데, 오늘은 안 오네.
"릴리아나. 나 왔어."
"응, 왔네…."
"왜 그래?"
힘이 없어 보이는 릴리아나에게 다가가자, 손에 들린 편지지 한 장이 보였다.
"어? 그거…."
익숙한 편지지다.
지옥의 계약서에서 나온 편지지.
릴리아나가 내 계약서로 받은 고향인 지옥과 연락할 수단이다.
"답장이 온 거야?"
"어, 오긴 왔는데…."
릴리아나는 내게 편지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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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연락해서 미안해. 릴리아나.
어쩌다가 마왕님에 대한 얘기를 들었는지 모르겠네
마왕님은 평화로운 지옥의 통치자야.
편지로 말하기엔 내용이 길어서 지옥에 돌아오면 자세히 얘기해줄게.
다음에 또 연락하자. 릴리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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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끝이야?"
이게 대체 무슨 답장이야?
릴리아나가 물은 말에 제대로 답도 안 해주고, 안부에 대한 말도 없었다.
답장이 오래 걸린 것 치고는 너무 무성의한 편지였다.
"…."
릴리아나는 편지를 뒤로 돌리기도 하고 뚫어지라 쳐다보기도 했다.
물론 그런다고 다른 내용이 나올 리가 없지만.
"음. 많이 바쁘셨나 봐. 어머님도 일이 있으실 거 아니야."
"우리 엄마 공무원인데…."
"… 요즘 공무원들 바쁘잖아."
"지옥 공무원들은 세금 도둑이야. 건수 하나 잡히면 뇌물을 뜯어내거든."
"…."
과연 지옥은 법이란 게 있긴 할까?
들을때마다 무서운 곳이다.
릴리아나는 편지를 책상에 두고 거실 침대에 몸을 던졌다.
내버려 둘 수 없었으니, 나도 그 뒤를 따라가서 옆에 누웠다.
내가 따라오는 걸 본 릴리아나는 내게 등을 보이고 누웠다.
오늘따라 우리 릴리아나가 센치하네.
"이리 와."
릴리아나를 안아주기 위해 팔을 벌리고 기다렸는데, 릴리아나는 등을 보인 상태 그대로 말을 시작했다.
"엄마랑 연락하는 거… 많이 기대했는데."
"응."
"나만 그랬나 봐."
"아니야. 그럴 리가."
"하긴 나 같은 딸은 필요 없겠지… 없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거야…."
"…."
이거 완전 중증이네.
향수병이라도 걸린 건가.
아무래도 프랑스에 나타난 켄타우로스 이후로 지옥에 대한 생각이 점점 많이 생긴 것 같다.
★ 히로인 상태창
[릴리아나]
- [ 호감도 : 97 ] ( +1.8 )
- [ 성욕 : 78 ]
- [ 식욕 : 42 ]
- [ 피로도 : 30 ]
현재 상태 : 나 이제 망나니 아닌데….
"쩝."
지옥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에게 온 편지도 무성의해서 기분이 많이 안 좋은 모양이다.
릴리아나의 어머니에 대해 정보가 하나도 없으니 뭐 조언해줄 것도 없네.
이건 안 되겠다.
답은 충격 요법뿐이다.
나는 뒤로 돌아있는 릴리아나의 몸에 팔을 둘렀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가슴을 강하게 쥐었다.
"끼약!"
"으음…."
역시 서큐버스의 몸은 뭔가 달라.
인간보다 탱탱하고 만지기 좋은 가슴.
이건 못 참겠다.
나는 그대로 릴리아나의 등에 얼굴을 묻고 가슴을 만졌다.
"야 이 미친놈아. 지금 나 기분 안 좋다고!"
릴리아나는 쌍욕을 하며 몸을 바둥바둥 거렸다.
어느 순간부터 나한테 욕을 잘 안했는데, 이건 못 참았나보네.
내 팔을 떨어뜨리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릴리아나지만, 그런다고 풀어줄 내가 아니었다.
오히려 목 옆으로 팔을 집어넣어 남은 가슴도 잡았다.
뒤에서 끌어안은 채 양 가슴을 모두 잡은 것이다.
"이익! 미쳤어! 하앗…!"
"기분이 안 좋으니까, 기분이 좋아지는 일을 해야지. 안 그래?"
릴리아나는 내 말을 듣고 멈칫하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 너 방금까지 여자 만나다 왔잖아."
"섹스는 안 했어."
"거짓말. 네가 안 할 리가 없어."
"한 번 확인해볼래?"
릴리아나는 몸을 돌려 내 눈을 바라봤다.
나는 살짝 빨개진 눈을 보며 릴리아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릴리아나의 손을 잡아 내 자지로 이끌었다.
내 물건은 가슴을 몇 번 만진 것 만으로 단단해져 있었다.
엘리스한테 봉사만 하고 받질 못했으니까 당연한 결과였다.
"어때. 마음이 좀 변했어?"
"… 응. 주인님."
릴리아나의 눈이 다시 서큐버스의 그것으로 돌아왔다.
평소처럼 발정난 눈이었다.
'다행히 이걸로 해결했네.'
이번에는 이걸로 넘어가더라도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순 없으니까… 프랑스에 가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다음에 엘리스를 만날때 다시 찔러봐야하나…?
좀 완강해보였는데.
"주인님… 나 더 만져줘."
릴리아나의 달콤한 목소리가 내 생각을 중단시켰다.
"이리 와."
"흐으… 쫍."
나는 그대로 릴리아나의 몸 위로 올라갔고, 오늘의 릴리아나는 평소보다 격렬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