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5화 (215/648)

이호연의 손가락이 갈고리 모양으로 굽혀져 엘리스의 보지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찔걱- 찔걱-

손이 움직일 때마다 창피한 물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흣, 흐으읍... 끄흣...!"

엘리스는 신음이 새어 나오는 입을 손으로 직접 틀어막았다.

허리가 위로 들리고 다리가 찌릿찌릿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건 마사지니까.

참지 않으면 지금까지 해 왔던 것들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으니까.

"하아, 흡. 끄흐읍...."

이호연의 손이 클리토리스를 위아래로 문지르며 괴롭혔다.

입을 아무리 틀어막아도 새어 나오는 신음소리를 들으며, 엘리스는 이게 정말 괜찮은 걸까 생각했다.

아무리 마사지라지만 이런 건... 이상했다. 자신이 아는 상식과 너무 달랐으니까.

그때 이호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천천히 힘 빼고. 소리를 참지 마. 느끼는 걸 그대로 입 밖으로 내뱉어. 그래야 효과가 좋아지거든."

"그게 말이 되는... 흐읏. 아, 하아앙...."

말하는 중에 잠시 멈추었던 손가락이 다시 질구로 파고들었다.

입구 쪽에서 왔다 갔다 하며 자극하기도 하고 안쪽으로 들어와 튀어나온 민감한 부분을 꾸욱 누르기도 했다.

엘리스의 몸에서 성적인 쾌감이 증폭될수록, 마나 회로도 시원해지는 게 느껴졌다.

이호연이 그만큼 조절에 힘썼기 때문이다.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들리는 물소리. 그리고 살이 맞닿는 소리.

야한 소리들이 엘리스의 귀를 때렸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자신의 보지가 이호연의 손가락을 조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창피함에 어딘가로 숨고 싶었지만 막을 수 없는 쾌감은 더욱 늘어났다.

"흐읏, 흐으븝.. 하으, 하아아... 하아아아앙...."

이호연의 말이 말도 안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몸에서 느껴지는 기세는 진짜였다.

점점 몸에 마나가 도는 게 느껴졌다.

더는 부정할 수 없었다.

엘리스는 입을 막던 손을 내리고 침대를 쥐어뜯을 기세로 붙잡았다.

"흐으, 후아아... 흐으응...."

다행인건 조금이나마 쾌감에 익숙해졌다.

엘리스는 조금 편한 자세로 다리를 벌렸다.

그러자 이호연의 손 움직임도 달라졌다.

엄지로 클리토리스를 누르면서 중지와 약지를 질구에 집어넣었다.

흠뻑 젖은 자신의 보지에 손바닥이 닿는 게 느껴졌다.

"아읏, 흐읏. 자, 잠시. 읏..."

"괜찮아."

"괜찮은 게 아니…. 흐읍."

표피를 빠져나와 공기에 노출된 클리토리스가 문질러졌다.

약간 불편하다고 생각하자마자.

이호연은 자신의 마음을 읽는 것처럼 손의 위치를 바꿨다.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던 엄지를 떼고 나머지 손을 가져왔다.

그렇게 한 손으로는 클리토리스를, 남은 손으로는 질구를 자극했다.

"하아, 하아...! 흐읍, 헤흑...."

부끄럽다.

한 번도 남 앞에서 이렇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철이 든 이후 부모님의 앞에서도 행동을 조심했던 엘리스였기에, 겨우 남자 한 명의 손길로 이렇게 된다는 게 부끄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부끄러움보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쾌감이 더 중요했다.

'다 필요 없어.'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다.

그저 이호연의 마사지를 느끼고 싶었다.

이성이 사라질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몸 전체가 오싹해지고, 하복부에서 시작된 쾌감이 몸 전체로 퍼졌다.

몸을 배배 꼬아도 사라지지 않는 이상한 느낌.

자위로는 느낄 수 없는 엄청난 쾌감이 온몸을 덮었다.

머리가 뜨거워지고 입이 벌어졌다.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흘러나와 침대로 떨어졌다.

평소의 엘리스였다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찔걱- 찌븝-

엘리스의 허리가 휘어지고 침대를 부술 기세로 다리를 마구 내리쳤다.

"흐읏, 아, 하악. 하아... 하아악. 하아앙...!"

"하아, 하아...."

엘리스가 신음을 흘리는 것과 비슷하게, 이호연의 입에서도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쾌감에 빠진 자신의 모습과 이호연의 지친 모습.

다른 사람과 섹스하던 이호연의 모습이 겹쳐졌다.

항상 동영상으로만 봤지만, 저렇게 한숨을 내뱉는 모습을 직접 보니 꽤나 야했다.

왜 여자들이 남자한테 봉사하려고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흐읏, 흐그윽...."

몸이 붕 뜨는 느낌.

날아갈 것 같은 쾌감에 엘리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곧 올 것 같았다.

지금 절정의 직전인 건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느껴지는 고양감은 지금까지와 차원이 달랐다.

이게 터지면 자신이 어떻게 될지 두려울 정도였다.

"흑, 끄흑, 이상해. 잠시. 제발, 제바알... 흐읏...."

"좋아?"

"조아. 조아... 그러니까 그만... 그만해, 흑."

좋아서 눈물이 난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걸까.

엘리스는 슬프지도 않은데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몸에 가득 찬 이 감정을 내보낼 곳이 없어 눈물로 나오는 것 같았다.

어느새 온몸에서 흐르는 땀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엘리스는 눈물을 흘리며 멈춰달라고 빌었다.

이대로 가버리는 게 무서웠다.

하지만 이호연은 엘리스의 말에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반발하듯 손의 속도를 높였다.

"흑, 헤엑, 흐읏. 하앗, 멈처, 흣, 머, 멈춰달라고 했는데... 하으. 하아아아앙!

울컥울컥.

찔걱- 찔걱-

뜨겁다.

이 기분을 참을 수 없다.

기분이 좋아지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집중해. 지금 느껴지는 감각에."

"끄흣, 흑, 흐윽. 흐아앙, 헥, 흡, 하아앙...! 아, 아아아앙!"

동시에 들리는 이호연의 목소리에 엘리스는 생각을 멈추었다.

자신의 입에서 나온다는 게 의심될 정도로 높은 울음소리를 뱉어내며 이호연의 손가락에 몸을 맡겼다.

엘리스의 몸속을 돌아다니던 쾌감이 홍수처럼 터져 나왔다.

"헤, 헥, 흣, 끄흑. 후아앗, 아, 아아아...! 오, 오오흐읏..!"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진짜 절정.

남자에게 당하는 절정은 이런 거구나.

온 몸에 느껴지는 황홀함을 받아들이며 엘리스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찝- 찔걱- 찌직-

"하아, 하아...."

이호연의 소리를 듣고 고개를 살짝 돌리자, 자신의 아랫배 위에 있는 이호연의 손이 보였다.

손가락 하나하나마다 수도꼭지처럼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저게 자신의 몸에서 나온 물이라니.

엘리스는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시야가 점점 흔들렸다.

몸에 있는 모든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혹시 이게 복상사라는 걸까.

'이렇게 죽으면 안 되는데....'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결국 엘리스는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너무 피곤했으니까.

이대로 한숨 자고 싶었다.

"엘리스, ...엘리스?"

어렴풋이 들리는 이호연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엘리스의 눈앞이 까맣게 암전했다.

*

"하아...."

"헥, 헥. 헤엑, 흡, 끄흐읏...."

정말 제대로 보냈다.

내가 느껴도 지금까지 했던 애무 중 제일 잘했던 것 같다.

이 정도면 스무스하게 다음 진도를 뺄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엘리스의 얼굴을 바라보자, 엘리스의 눈이 서서히 감기고 있었다.

"... 엘리스. 엘리스?"

"...."

스윽-

엘리스의 입술 위에 손을 올리고 공기의 흐름을 느껴보니, 다행히 그냥 기절한 것 같다.

"... 이럼 안 되는데."

물론 큰일이 난 게 아니라 다행이지만... 이번 기회에 기세를 몰아붙여서 섹스까지 해버리려고 했는데, 너무 진심을 다해서 그런 걸까.

우리 엘리스는 입을 벌린 채 행복한 표정으로 기절해버렸다.

벌려진 다리에서 흘러나오는 찐득한 애액이 침대에 웅덩이를 만들었고, 온 몸이 땀에 젖어 음란한 모습이었다.

아가씨... 라고는 말하기 힘든 흐트러진 모습이네.

"흐음...."

톡. 톡.

엘리스의 만지기 좋은 가슴을 건드려봤지만, 미동도 없었다.

금방 깰 것 같진 않은데.

사실 방금 상황에서 밀어붙여서 섹스까지 해버리면 아주 편하게 공략할 수 있었다.

선을 이미 넘어버리면 사람들은 보통 포기해버리거든.

'이렇게 됐으니 될 대로 돼라'라는 식이다.

엘리스도 그렇게 만들려고 했는데... 이렇게 중간에 끊겨버리면 깨어났을 때 애매해진다.

"스칼렛."

"네. 호연님."

결국 나는 스칼렛을 불렀다.

아까부터 우리의 행위를 다 지켜봤으니 상황설명은 안 해도 되겠지.

천장에서 떨어진 스칼렛에게는 옅은 홍조가 있었다.

"얼굴이 빨갛네? 릴리아나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

"... 눈앞에서 저런 걸 보면 누구나 창피해합니다."

스칼렛을 놀리는 것도 참 반응이 재밌다.

"뭐, 어쨌든. 고마워 스칼렛. 덕분에 진도가 많이 나갔네."

스칼렛이 용기를 안 줬다면 이렇게 과감한 시도는 못 했겠지.

역시 충신이야.

다음에 꼭 릴리아나한테 잘해달라고 해야겠다.

"... 그래서 왜 부르셨습니까."

붉어진 얼굴의 스칼렛은 내게 다음 말을 재촉했다.

"엘리스가 언제쯤 일어날 지 알 것 같아?"

"글쎄요. 아마 두 세시간 정도...?"

스칼렛은 엘리스의 눈꺼풀을 살짝 들어보고, 호흡을 체크했다.

"그렇게 보면 알아?"

"이런 일을 오래 했으니까요... 근데 이건 왜 물어보세요?"

"음, 그냥. 아쉬워서."

두 세시간이면 충분하지.

나는 엘리스의 배에 손을 올린 채 마나를 주입했다.

섹스를 못 했으니, 플랜 B를 사용해야지.

'사실 진짜 엄청난 마사지였다!' 라는 설정이다.

엘리스도 정신을 차린 뒤에는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을거다.

지금은 분위기에 휩쓸려 몸을 허용했지만, 눈을 뜨면 내 행동에 화를 낼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 전에 마나 회로를 엄청나게 뚫어놓는 거다.

그리고나서 원래 이런 마사지라고 우기면 된다.

'어차피 나밖에 못 하는데, 뭐 어쩔 거야.'

음란한 마사지라고 해도 결과가 나오면 되잖아.

꼬우면 계약하지 말던가.

"... 결국 인큐버스로 진화하신겁니까?"

그때 내 사기 계약에 당한 첫 번째 피해자가 말을 걸어왔다.

"무슨 소리야."

"그러면 지금 뭐 하시는 거죠...?"

스칼렛은 엘리스의 배를 쓰다듬는 내 손을 바라보며 눈을 찌푸렸다.

"마사지하고 있잖아. 마나 마사지."

"... 지금까지 했던 건 마사지가 아니었다는 걸 고백하시는 건가요?"

"아니 뭐... 마사지는 마사지야. 그냥 더 해주는 거지. 서비스 같은 느낌으로."

나는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은 아니다.

둘 다 하긴 했거든.

스칼렛의 말에 대충 대답하고 마나를 움직이는 것에 집중하는데, 뒤에서 뭐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 라인을 잘 탄 거 맞겠지? 저거 그냥 발정 난...."

"뭐라고?"

"아닙니다. 마사지에 집중하시죠. 저는 잠시 나가있겠습니다."

"알았어. 다 끝나면 직접 나갈게."

스칼렛은 고개를 숙이고 방 밖으로 나갔다.

엘리스와 나를 단 둘이 내버려둬도 괜찮다는 뜻이겠지.

믿어준다니까 기분이 좋네.

그렇게 한 시간이나 무료 추가 서비스를 해준 뒤에, 나는 방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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