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9화 (209/648)

*

"하아...."

이호연이 돌아간 후, 문수린은 아무도 없는 학생회실에서 한숨을 쉬었다.

그가 파파라치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호연의 입장에선 문수린을 떠보려고 한 말이지만, 그걸 모르는 문수린은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도 한 때 그것때문에 힘들어하던 적이 있었으니까.

"미안해 호연아...."

좋아해서 한 행동이 그를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니.

문수린은 스마트워치를 실행시키고 사진을 지우기 시작했다.

이호연이 나오는 뉴스에서 저장한 사진.

파파라치와 사생팬들이 찍은 사진. 

틈틈이 저장한 사진들을 모두 지우고, 문수린은 녹음 파일도 살폈다.

"...."

이것까지 지우면 자신의 스마트 워치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이호연과 관련된 모든 흔적이 지워진다.

"목소리는 괜찮지 않을까...."

문수린은 차마 이것까지 지울 수 없었다. 아니, 지우기 싫었다.

안 그래도 쉽게 만나지 못하는 이호연과 더 떨어지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이건 호연이가 모르니까...."

모르는데 어떻게 스트레스를 받겠어.

이건 무죄다.

문수린은 이호연의 목소리를 재생했다.

- 수린 누나. 사랑해요.

동시에 몰려오는 죄책감을 그대로 가슴에 묻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

"힘드네...."

문수린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머리가 아팠다.

처음엔 자동으로 공략되고 있어서 그저 좋았는데... 이제는 히로인 공략법을 알게 되었다.

호감도가 99까지 오르면 히로인들마다 공략을 위한 특정 행동을 해야 한다. 

그래야 호감도가 100까지 오르면서 완전공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냥 호감도가 오르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특정 행동을 찾기 더 힘들어질 수도 있으니까.

"일단 임솔 교수님도 만나야지."

문수린과는 주말에 밥을 먹기로 약속을 잡았다.

시간이 많을 때 천천히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좋겠지.

"어서 오세요. 이호연 생도님."

문수린에 대한 생각은 잠시 멈췄다.

임솔이 있는 마도관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2층 임솔 교수님 연구실 방문이에요."

로비에 있는 안내원에게 허락을 받은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까지 올라갔다.

임솔 교수의 연구실은 언제나처럼 어지러웠다.

이리저리 놓여있는 실험의 흔적들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자 마법진을 보며 눈을 찌푸리는 임솔의 모습이 보였다.

'다들 참 바쁘게 사네.'

만나러 오기만 하면 일을 하고 있어.

"교수님. 저 왔어요."

"응, 마침 잘 왔어. 네가 필요했거든."

임솔 교수는 마법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나를 맞이했다.

"그건 뭐예요? 마법진?"

"맞아. 연구의 막바지인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네."

나는 슬쩍 임솔 교수가 보는 마법진을 살펴봤다.

"음...."

"왜 그래?"

임솔 교수의 연구주제는 마법의 핵심 술식.

마법진에 담겨있는 핵심 술식을 강화해서 마법의 위력을 높이는 게 연구의 목표다.

물론 그 외에도 많은 활용도가 있지만, 그게 대표적이다.

지금 임솔이 보는 마법진은 우리가 '불규칙 마법진'이라고 이름 붙인 마법진이었다.

특수한 규칙에 따라 핵심 술식이 정해져 있는 마법진들과 다르게 불규칙하게 핵심 술식이 정해지는 마법진이다.

마법 중에서도 몇 개 없고, 그만큼 어렵고 복잡하지만... 임솔이 저렇게 고민할 정도는 아닐 텐데?

'아... 알겠다.'

"교수님, 이걸 다른 사람들한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중이셨죠?"

"... 어떻게 알았어?"

임솔은 꽤나 놀란 눈치로 내게 되물었다.

사실 어렵진 않았다.

임솔과 대화할 때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한 수준 높게 말하면 되거든.

그럼 대부분 맞더라.

"척하면 척이죠. 누구 제자인데. 잠깐 같이 커피나 한잔 해요. 그 다음에 저도 같이 봐 드릴게요."

"... 흐, 그럼 그럴까."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임솔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내 앞에 앉았다.

"이건 확실히 다르게 접근해야겠네요."

"응. 나도 그걸 고민 중이야."

나와 임솔 교수는 커피를 마시며 마법진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우리가 발견한 개념을 남들도 이해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쉬운 게 아니었다.

"마나의 흐름에 따라서 설명하는 건 어때요? 조금이지만 핵심회로에 마나가 쏠리잖아요."

"평범한 사람들은 그걸 못 느껴."

"그런가?"

"응. 그건 천재들이나 느끼는 거지."

"교수님처럼요?"

"너도 똑같잖아. 후후."

확실히 임솔 교수와 마법 얘기를 하면 잘 통하는 느낌이 든다.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수업이 지루한 이유와 비슷하다.

내 입장에서는 5분이면 이해할 내용을 1시간 내내 설명하고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나도 임솔 교수와 대화를 하는 게 편하다.

우리 둘 다 천재니까.

물론 나는 약간 편법이지만, 도둑질도 안 들키면 범죄가 아니거든.

다행히 임솔도 나와 대화를 즐기는 것 같았다.

표정이 엄청 좋았거든.

"아니면 그냥 외우라고 해야 하나."

"그게 편하긴 하죠. 불규칙이라고 써버리면 무적방패잖아요."

사실 불규칙 마법진의 규칙을 찾으려고 하는 우리가 이상한거지.

평범한 마법사였다면 넘어갔을 텐데, 임솔이라 모든 걸 완벽하게 진행하는 거다.

'이러니까 연구가 안 끝나는 거네.'

모든 마법진을 이렇게 한다면 진도가 안 나갈 수 밖에 없다.

"다음엔 이것도 봐줘."

임솔은 마법진 하나를 내밀었다.

손에 들린 마법진은 폭발.

폭발 마법진의 핵심 회로는 마지막에 마나가 모이는 곳에 있다.

"이건 폭발이네요? 

"응. 폭발 마법인데 핵심 회로가 다른 곳에 있어."

"아… 그렇네. 근데 이건 순수 압력으로 발생시키는 폭발이라 그런 것 같은데요."

"어? 그런가?"

"네. 그래서 이건…."

우리는 커피가 식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마법과 논문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 드디어 임솔이 보고 있던 마법진을 모두 풀어냈다.

임솔은 다리를 꼬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네가 있으니까 훨씬 빠르네. 자주 좀 들려."

"많이 들리잖아요. 오늘 퇴원한 사람한테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미안."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임솔 교수의 입엔 미소가 걸려있었다.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할때 나오는 미소였다.

"교수님. 그거 아세요?"

"어떤 거?"

해석을 끝낸 마법진을 뒤적뒤적하며 착착 정리하던 임솔은 내 말에 눈꼬리를 살짝 올렸다.

"교수님은 마법 얘기만 하면 표정이 달라져요. 마법에 진짜 진심이신 것 같아요."

"으음…. 맞아. 마법을 좋아하는 게 창피한 일은 아니잖아?"

"저도 칭찬으로 한 말이에요. 자부심이 있으시잖아요."

"그렇지. 그리고 너랑 대화하니까 그래."

"저랑요?"

"응. 마법에 대해서 한 시간 넘게 대화할 수 있는 게 너뿐이거든."

"그래요?"

"내가 2층을 혼자 쓰는 이유가 뭐겠어. 다른 교수들하고는 아예 대화를 못 해서 나 혼자 편하게 연구하라고 준 거야."

임솔은 씁쓸한 표정으로 책상을 정리했다.

"하긴…."

총 17층의 마도관 중 2층 전체가 임솔의 연구실이다.

다른 층에는 한 층당 평균 3~4명의 교수가 있는걸 생각했을 때, 엄청난 특혜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마법에 관해선 인정받는다고 볼 수 있지만, 외롭다는 뜻도 되겠지.

수준이 맞는 마법사가 없다는 뜻이니까.

"다시 말하지만… 널 만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덕분에 이런 수준높은 논문도 썼고."

팔랑팔랑-

임솔의 손에서 우리가 작성한 논문이 흐느적거렸다.

내부 내용은 모두 끝났으니, 이제 정리만 하면 끝이다.

"저도 교수님 만나서 좋죠. 도움도 많이 받았잖아요."

아카데미에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다.

나한테 없는 인맥이 있기도 하고, 포상을 받을 때나 여론이 휘둘릴 때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

"새삼스럽게 이런 얘기는 왜 하는 거야…. 아, 맞아. 마법박람회 일정 잡아놨어."

임솔은 주머니에서 꺼낸 티켓을 내밀었다.

"다음 주네요?"

박람회가 열리는 날은 다음주 평일 내내였다.

이 중 정해서 임솔 교수와 같이 가면 되겠지.

"응. 제일 빠른 거야."

"알겠습니다. 이날은 꼭 비워놓을게요."

중간고사 만점 내기때 가기로 한 건데, 그걸 이제서야 정했네.

나는 스마트 워치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7시 30분.

엘리스랑 집에서 보기로 했었는데, 학생회에 임솔 교수까지 보니까 시간이 좀 늦은 것 같다.

홀짝-

커피잔에 남은 믹스커피를 원샷해버리고 슬슬 나갈 준비를 했다.

"저는 슬슬 가볼게요. 약속이 있거든요."

"혹시 아영이야?"

임솔은 책상을 정리하다가 슬쩍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갑자기 웬 백아영?

"아니에요. 그냥 같은 클래스 친구."

"아하… 다행이네. 재밌게 놀고 와."

"근데 그건 왜 물어보세요?"

"아무것도 아니야. 아, 근데 그 친구 여자야?"

오늘따라 질문이 많으시네.

음, 이런 걸 거짓말할 필요는 없지.

요즘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하다보니 나쁜 놈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네. 여자예요."

"… 그러고 보니 오늘 많이 도와줬으니 보상을 줘야지."

"네?"

"연구 같이 해줬잖아. 오늘도 해야지."

어느새 소파에서 일어난 임솔은 내 앞으로 걸어왔다.

그리곤 손을 동그랗게 쥐고 위 아래로 흔들었다.

굉장히 음란한 손동작이다.

"어… 저야 좋은데. 오늘은 안 하는 분위기 아니었어요?"

뭔가 분위기 좋게 얘기도 했고, 호감도도 높아 진 것 같아서 좋아하고 있었는데.

"아니야. 당분 보충해야 해."

… 표정이 좀 무섭네.

'이 사람 갑자기 왜 이래.'

★ 히로인 상태창

[임솔]

- [ 호감도 : 69 ]

- [ 성욕 : 65 ]

- [ 식욕 : 35 ]

- [ 피로도 : 45 ]

현재 상태 : 한 번, 아니 두 번 할까…? 그러면 힘이 좀 빠질텐데.

역시 호감도는 올랐네.

내 힘을 빼서 뭐하려고 그러실까…?

혹시 견제인가?

스윽- 스르륵-

내가 상태창을 확인하는 동안, 임솔은 벌써 내 바지를 잡아 내리기 시작했다.

"교수님. 잠시만요. 그, 어… 알겠습니다."

아니 눈이 왜 무섭지…?

내 눈을 바라보는 임솔이 살짝 무서워서, 나는 조용히 바지를 밑으로 내렸다.

자지를 입에 물기 쉽도록 임솔은 소파 밑에 무릎을 꿇었다.

임솔은 내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사타구니 쪽을 건들면서 발기한 자지를 입에 집어넣었다.

"하읍. 쪽. 쪼옵. 쯉."

촉촉한 입 안 쪽 살이 내 자지를 덮는 게 느껴졌다.

기분 좋은 감촉이었다.

"교수님. 오늘따라… 아, 이빨이 닿는데, 아파요."

"으읍. 읍읍! 쫍."

" …네. 조용히 할게요."

오늘 임솔의 펠라는… 왠지 평소보다 더 열정적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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