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6화 (186/648)

*

쿵- 쿵- 쿵-

어두운 건물 안의 큰 제단.

칙칙한 색의 옷을 입고 고개를 숙인 신도들 사이에 한 남성이 서 있었다.

판데믹의 보스 마에스트로였다.

"아아... 곧 저희의 사도가 강림합니다. 우리의 등불이 되시고 희망의 불꽃이 되실 사도님이...."

저벅저벅-

기도를 끝낸 마에스트로는 마법진을 빠져나왔다.

100명의 신도를 감싸고 있는 붉은 색 마법진이었다.

"여러분들의 숭고한 희생이 저희 판데믹을 더욱 빛나게 할 것입니다."

눈빛에 생기가 없는 신도들은 고개를 숙인 채 마에스트로의 말을 들을 뿐이었다.

"시작하세요."

마에스트로의 명령에 신도들은 마력을 내뿜었다.

그들 몸에 있는 마나를 총동원해서 마법진을 가동했다.

꿀렁꿀렁-

곧 마법진이 반응했다.

붉은 빛을 내기 시작했고, 그 위에 있던 신도들이 한 명 씩 쓰러졌다.

털썩-

털썩-

곧 100명의 신도가 모두 쓰러졌을 때, 검은 불길이 타오르며 신도들의 시체를 불태웠다.

- ┞┘├╂┷┫┐┩╆┑....

잠시 후 지옥을 소리로 표현한 듯한 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신도들의 영혼이 지옥에 영원히 갇히게 되며 부르짖는 비명소리였다.

까드득-

뼈도 남지 않은 채 타버린 신도들의 재가 뭉치며, 흉악한 형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사람 같기도 하면서 말 같기도 한 이상한 생명체였다.

"사도님이 등장하신다. 모두 예를 갖추거라."

마법진 밖에 있던 판데믹의 간부들은 마력을 끌어올렸다.

지옥의 사도가 언제 돌변해 판데믹을 덮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각또각.

따각따각.

짐승이 걷는 소리가 들리며, 연기가 걷어지고 수상한 생명체가 마에스트로에게 다가왔다.

상체는 인간이며 하체는 말인 신화에서 나오는 생명체.

켄타우로스였다.

"... 너희들은 누구지."

켄타우로스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인간들을 경계했다.

"사도님. 지옥의 불길을 인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저희들이 사도님을 불러냈습니다."

마에스트로는 손을 휘저었다.

주변의 간부들은 마력을 잠재우고 고개를 숙였다. 적대하지않겠다는 표시였다.

제대로 소환에 성공했다.

말이 통하는 사도를 소환했기 때문이다.

지옥의 생명체라면 인간들을 탐내는 게 당연.

의사소통만 가능하다면 자신의 능력으로 쉽게 컨트롤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마에스트로는 웃으며 켄타우로스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마에스트로의 생각과 달리 켄타우로스는 귀찮은 듯 눈을 찌푸렸다.

"하아...."

켄타우로스의 옷에는 F라고 쓰여 있는 용병패가 달려있었다.

쪽- 쪽-.

나는 여전히 마력 밧줄에 묶여있었다.

내 다리 사이에는 무릎 꿇은 남다은이 자지를 빨고 있었고, 그 뒤에선 릴리아나가 열심히 코치 중이었다.

"거기서 좀 더 혀를 사용해야 해. 귀두만 자극하면 오히려 사정하기 힘들어져."

"쫍… 네."

"…… 하아."

이게 무슨 일이람.

남다은의 펠라치오는 특이했다.

테크닉이 좋은데도 풋풋함과 수줍음이 동시에 느껴졌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다른 느낌.

물론 기분은 좋았다.

예쁜 여자가 펠라치오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처음이라니, 남자로서 기쁠 수밖에 없다.

따끔-

하지만 답답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팔다리가 마력 밧줄에 묶인 채라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으니까.

아무것도 안 하고 애무를 받기만 하면 되는데 뭐가 문제냐?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구멍이 있으면 넣고 싶고, 넣었으면 허리를 움직이고 싶은 게 남자의 본능이다.

열심히 몸을 움찔움찔 거려봐도 마력 밧줄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야. 릴리아나. 이제 놔줘. 반항 안 할게."

뒤에서 열심히 지시하는 릴리아나에게 부탁해봤다.

들어줄 것 같진 않지만, 시도는 해봐야지.

"안돼. 나 혼낼 거잖아."

"… 그럼 평생 이러고 있을 거냐?"

"기분 좋을 때 슬쩍 풀어서 넘어갈 생각이지롱. 흐흐."

"…."

히히히 하며 웃고 있는 릴리아나를 멍하니 바라봤다.

귀엽긴 한데, 좀 짜증 나네.

쪼봅-

남다은은 계속 내 자지를 빨고 있었다.

아무리 천재라도 날 바로 사정시킬 순 없었다.

너무 답답하기도 했고, 다른 문제도 있었다.

이렇게 받기만 해선 공략에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후우."

따끔-

심호흡을 내뱉은 후에 아까부터 고통을 참고 마나를 쥐어짜던 마나 회로를 작동했다.

꽤 많이 회복되었으니 가능할까 싶어 시도해봤다.

다행히 가시에 찔리는 것처럼 온몸이 따끔거리는 고통을 참기만하면 마나를 쥐어짤 수 있었다.

아주 소량의 마력이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릴리아나와 내 사이엔 계약이 존재했으니까.

영혼에 새겨져있는 계약에 따라 릴리아나는 내 명령을 들어야 했다.

"릴리아나. 이거 다 풀어."

스르륵-

내가 입을 열자마자 팔다리를 묶고 있던 마력 밧줄들이 스르르 풀려나갔다.

"어?"

본인도 깜짝 놀란 듯했다.

하긴 내가 요즘 강제 명령을 안 쓰긴 했지.

내버려 둬도 잘하고, 우리 관계도 나름 형성되었으니 사용하지 않은 건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어쩔 수 없잖아.

"내가 풀라고 했지."

"어. 어? 미안해 봐줘!"

화난 표정을 짓자 릴리아나는 히이익 하며 손으로 얼굴을 막았다.

누가 보면 때리기라도 하는 줄 알겠어.

"됐어. 화 안 났어."

지금 중요한 건 이 서큐버스가 아니다.

내 밑에서 눈을 크게 뜨고 있는 남다은이다.

★ 히로인 상태창

[남다은]

- [ 호감도 : 86 ]

- [ 성욕 : 45 ]

- [ 식욕 : 35 ]

- [ 피로도 : 58 ]

현재 상태 : 왜 풀렸지? 분명 절대 안 풀린다고 했는데….

보나 마나 릴리아나가 자기만 믿으라고 떵떵 소리쳤겠지.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하면 안 되잖아.'

이거 강간이라고.

어제까지만 해도 병실에 꽃을 가져다주던 착한 애가 하루 만에 이렇게 변했다.

"다은아. 갑자기 왜 이랬어."

"… 릴리아나 씨가 이렇게 하면 무조건 좋아한다고 했어."

"쟤가 만악의 근원이구나."

"너도 좋았잖아!"

옆에서 소리치는 릴리아나를 무시하며 팔다리를 이리저리 풀어줬다.

남다은은 여전히 내 다리 사이에 앉아있었지만, 분위기를 읽어 자지를 빨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내 눈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계획이 어긋났으니 이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성욕이 45….'

나를 위해 섹스 연습을 했지만 정작 자신은 섹스에 관심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면 안 되지.

이게 내가 억지로 마력 밧줄을 풀어낸 이유다.

내가 공략당하는 게 아니라 남다은을 공략해야 하는 데 반대가 되버렸다.

"불쾌했다면 미안해."

남다은은 고개를 숙였다.

내가 싫어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니, 싫은 건 아니야. 근데 나한테 보답을 하려고 하는 거잖아. 맞지?"

"응."

오히려 좋으면 좋았다.

특히 보답을 하려는 저 마음가짐이 아주 보기 좋다.

그런데 애무를 받는 것보다 하는 게 재밌을 때도 있거든.

특히 처음인 여자라면 더더욱.

남다은은 눈을 깜박이며 내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일단 옷부터 벗어볼래?"

"전부?"

"응."

보답이라면 그 정도는 해야지.

*

타닥. 타다닥.

문수린은 학생회장실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개인적인 조사와 밀려있던 일들을 처리하다 보니 자유 시간을 내지 못할 정도였다.

"드디어 끝났다…."

후우.

모든 일을 끝내고 의자에 몸을 묻은 문수린은 스마트 워치를 확인했다.

"…어떻게 연락 한 통 없지?"

일 때문에 이호연의 병문안을 못 갔는데도 이호연에겐 연락이 없었다.

물론 스케줄 관리를 못 한 자신의 잘못도 있지만, 그래도 이호연을 위해 조사를 했는데 약간의 서운함을 느꼈다.

"많이 아프겠지. 성녀님이 개인 관리까지 붙었으니까…."

성녀.

백아영을 생각하며 문수린은 눈을 찌푸렸다.

'나이도 많으면서 생도한테 들이대다니 말도 안 돼.'

똑똑-

문수린이 백아영이라는 강한 경쟁자를 어떻게 밀어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아카데미의 연구원이었다.

손에는 작은 브로치가 들려있었다.

고급진 보라색 브로치였는데, 검은 마기에 오염된 채 꿀렁이고 있었다.

이호연을 덮친 해골가면의 마인.

문수린은 이호연을 위협한 그들을 찾아내고 싶었다.

그렇기에 개인적인 인맥들로 조사를 이어갔지만 증거가 너무 없다보니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결국 그들이 남긴 흔적을 찾기 위해 문수린이 파티장을 손수 조사하다가 찾은 유일한 증거가 바로 저 브로치였다.

마인들의 물건이 아닌, 인간의 물건이 변질한 것 같아서 조사를 맡겼는데 이제야 분석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결과는요?"

"그날 파티장에 있던 모든 사람과 검사해봤고, 딱 한 명 일치하는 사람을 찾아냈습니다."

"… 누구죠?"

설마 진짜 나오다니.

문수린은 긴장하며 연구원의 말을 기다렸다.

"신동민입니다. 신영길드의 신동민."

익숙한 이름을 듣자마자 문수린의 안에서 화가 솟구쳤지만, 연구원 보고있으니 마음을 가라앉혔다.

추한 모습을 남 앞에서 보이긴 싫었다.

"…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예.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연구원이 고개를 숙이고 학생회장실에서 나간 뒤.

빠득.

문수린은 이를 악물고 허공을 바라봤다.

"당신이었구나. 신동민…."

사사건건 자신을 방해하다가 이호연에게 패배하고 결국 마인에게까지 손을 벌린 것이다.

자신을 건드는 건 상관없었다.

신영 길드라는 귀찮은 뒷배가 있었기에 내버려 두고 있었는데, 신동민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

"호연이를 건드는 건 용서 못 해. 절대로. 절대로…."

문수린은 이호연을 보러 가려던 병문안 일정을 취소했다.

오늘은 정말 이호연을 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밀린 일들을 다 처리하기도 했고, 조사도 끝났으니까.

다른 경쟁자들이 이호연과 놀 생각을 하면 너무 아쉽지만… 그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신변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내가 해야 해.'

그리고 이호연과 신동민이 엮이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자신의 탓이었다.

자기가 뿌린 씨앗은 거두어야 하는 법.

문수린은 스마트 워치를 꺼내 어딘가로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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