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5화 (185/648)

"루시. 괜찮아?"

"... 으응."

루미는 이호연의 병문안을 끝내고 바로 루시의 기숙사로 향했다.

루시의 기숙사가 더 가까우니 먼저 들릴 수 있었지만, 죽과 약을 사 오려면 어차피 밖으로 나갔어야 했기에 이호연에게 먼저 들렸다.

루미는 비닐봉지에서 죽을 꺼내 책상에 올렸다.

"죽이랑 약이랑 사 왔으니까 꼭 먹구... 냉동고에 얼음팩도 얼려놨어. 내가 이따가 갈아줄게."

"고마워. 루미...."

마음이 무너지면 몸도 무너진다.

루시는 그 말을 오늘 체감했다.

분명 건강했었는데 하루아침에 몸살이 와버렸으니까.

어젯밤부터 오늘까지도 두통이 계속됐고, 이호연과 루미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했다.

그렇기에 루미의 연락도 최대한 받지 않고, 이호연에게 답장도 보내지 않았지만... 아카데미까지 빠지며 자신을 간호하러 온 루미를 보니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루미, 아카데미는...."

"괜찮아. 성적에도 안 들어가잖아. 내가 계속 같이 있어 줄게."

루미는 루시의 손을 꼭 잡았다.

이호연에 대한 얘기를 오늘은 꼭 하고 싶었지만, 루시의 상태를 보니 진지한 얘기는 나중에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몸이 안 좋을 때 고민이 많이 필요한 얘기를 할 순 없다.

루시의 몸이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배려는 루시에게 독이었다.

차라리 얘기를 꺼냈더라면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루시는 오히려 이런 루미의 모습을 보며 더욱 머리가 아팠다.

가장 먼저 자신을 생각하는 루미와 다르게 동생이 좋아하는 사람과 이어졌는데도 그걸 보고 배 아파하고 있는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루시...."

루미는 눈을 찡그린 루시의 손을 꽉 잡고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하지 마.... 너한테도 옮아."

"내가 가져가면 루시가 낫지 않을까? 헤."

루미는 기운이 없는 루시를 달래주기 위해 웃으며 루시를 챙겼고, 루시는 그런 루미를 보며 더욱 괴로워했다.

그렇게 쌍둥이는 한 남자를 두고 다른 생각을 했지만, 서로를 배려하며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

금요일 오후.

평일의 마지막인 불금을 태우기 위해 외출증을 끊었다.

하지만 약속이 없었기에 만만한 기숙사로 향했다.

기숙사는 히로인이 두 명이나 있는 중요한 곳이었으니까.

별 생각없이 남자 기숙사를 지나다 보니 유일한 남자 친구 한 명이 떠올랐다.

'김영한은 뭐 하고 있으려나.'

남자끼리 병문안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길 가다가 한 번쯤 만나면 좋을 텐데.

내 방 앞에 올 때 까지 못 만났으니, 아무래도 운명이 아닌가 보다.

띠링-

익숙한 열림 소리와 문이 열렸고 나는 텅 빈 기숙사를 맞이했다.

"여보세요?"

왜 아무도 없지. 하는 의문을 함과 동시에 검은 마력이 내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아주 은밀하게 다가온 마력이었다.

"뭐, 뭐야. 이거 뭐야!"

나는 무언가 말할 시간도 없이 누에고치처럼 돌돌 말렸다.

마력으로 만든 밧줄이 내 몸을 감싼 것이다.

'방심했어...! 왜 전투 감각이 발동되지 않은 거지?'

순간 긴장감이 차올랐다.

안전하다고 생각한 기숙사에서 전투 감각만 믿다가 기습을 당해버렸으니까.

하지만 그 뒤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와 곧 열리는 시야가 내 불안감을 해소해줬다.

팔과 다리를 제외한 곳의 마력은 천천히 사라졌고, 밝아진 시야에는 릴리아나의 얼굴이 제일 먼저 나타났다.

"자자. 오랜만입니다~!"

"릴리아나, 너 지금... 스칼렛, 그리고... 남다은?"

기숙사의 안쪽 방에는 예상외의 얼굴들이 서 있었다.

릴리아나까진 그렇다 쳐도 스칼렛과 남다은도 나를 보는 건 좀 그러네.

"야, 이게 무슨... 하아. 빨리 놔줘. 다희는 또 어디 갔어?"

"재워놨습니다. 아이가 보기에 좋은 광경은 아니다 보니...."

"아니, 뭘 할 생각인데 대체."

물론 내 팔다리를 묶은 마력은 낯설지않았다.

이 불안한 감정.

전에 릴리아나의 폭주가 생각난다.

서바이벌 시험이 끝나자마자 릴리아나에게 덮쳐진 일이다.

아니, 그때는 일주일 동안 못 보기라도 했지 이번엔 왜 이래. 딱 봐도 정상이잖아.

"너는 성교육의 자료가 되어야 해."

의문에 가득찬 눈으로 릴리아나를 바라보는데, 릴리아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

"자, 이리와 다은아."

릴리아나의 말에 뒤에 숨어있던 남다은이 쭈뼛쭈뼛 내 앞으로 다가왔다.

성교육.

그 단어의 뜻을 이제서야 알아냈다.

"야, 야. 하지 마. 하지 말라고."

마나 회로가 아직 회복하는 중이기에 날 구속하는 릴리아나의 마력에 대항할 수 없었다.

저번에는 릴리아나가 갑자기 강해져서 계약서가 안 먹히더니, 이번에는 내가 약해졌는데도 릴리아나의 힘이 줄지 않았다.

지옥의 계약서.

이 새끼들 진짜 개 같네.

"왜. 너도 좋잖아."

릴리아나의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저건 이미 가망이 없다.

저 상태가 되면 막을 수 없거든.

"아니, 야. 스칼렛! 스칼렛! 막아줘! 너까지 그러면 안 되잖아!"

난 뒤에서 구경하고 있는 스칼렛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 다음 희망이었다.

적어도 스칼렛은 내 말을 들어야 한다.

계약서에 내 명령을 들어야 한다고 명시되어있기 때문이다.

"... 죄송합니다."

"아니, 내 명령은 들어야지!"

"너 기억 안 나? 그때 내기 때문에 스카웃은 내 명령이 우선이야."

"이런 씹...."

맞다.

언제 배신하냐 같은 시덥지않은 내기 때문에 릴리아나의 장난감으로 줘버렸지.

그래서 스칼렛의 제1 명령권자는 내가 아니라 릴리아나였다.

"자, 바지 벗겨봐."

"네."

"'네.'가 아니잖아. 야. 남다은. 아니 다은아. 정신 차려."

이러면 안 되잖아.

내가 생각했던 남다은의 공략과는 달라지고 있었다.

잔혹한 복수에 동생과 친해지기 루트를 타려고 했는데 갑자기 섹스라니 이건 아니지 않나?

하지만 곧 이어지는 남다은의 말에 나는 고민 해야 했다.

"... 혹시 이런 거 싫어해? 네가 좋아한다고 해서 연습했는데...."

"...."

말문이 막혔다

날 바라보는 남다은의 무표정이 약간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겨우 한 마디의 말이지만 남다은의 말은 거절하기 힘든 마력이 있었다.

그 남다은이다.

여동생과 순결을 지키기 위해 길드 하나를 몰살시키고 자살하는 비운의 히로인.

그런 여자가 나를 위해 섹스를 연습했다는 거다.

'상태창.'

★ 히로인 상태창

[남다은]

- [ 호감도 : 85 ]

- [ 성욕 : 30 ]

- [ 식욕 : 35 ]

- [ 피로도 : 58 ]

현재 상태 : 관계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싫어하지? 혹시 상대가 나라서 그런가...?

'... 이건 안 되겠네.'

상태창을 확인하고 판단을 내렸다.

이제와서 뭘 하기엔 늦었다.

내 계획과는 이미 180도 틀어졌고, 지금 거절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애초에 내가 묶인 순간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지금 정색해서 릴리아나랑 남다은 호감도가 떨어지면 결국 손해 보는 건 나거든.

주인공만 손해보는 개 같은 세상.

릴리아나와 스칼렛이 약간은 원망스럽지만... 이미 벌어진 이상 이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하긴 언제는 내 계획대로 풀린 적이 있었나.

항상 개판이었지.

난 남다은의 눈을 바라봤다.

나에게 거절당하진 않을까 두려워하는 눈빛.

지금까지 남다은이 감정을 회복하지 못한 사람이었다면, 지금 내 앞의 남다은은 정말 한 명의 여성 같았다.

게다가 항상 무표정하고 남에게 관심도 없는 여자가 나를 위해 섹스를 연습했다는데...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 흥분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수컷의 본능이었다.

"아니.... 좋아."

"다행이다...."

허락하는 내 말에 남다은은 안도의 한숨을 뱉었고, 그 뒤에 있던 릴리아나는 남다은을 부추겼다.

"자자, 걱정 말라니까. 그대로 바지를 직접 내려."

"... 릴리아나 넌 나중에 보자."

"네? 주인님. 무슨 소리세요?"

릴리아나는 순수한 표정으로 눈을 깜박깜박했지만, 그런다고 봐줄 리가 없잖아.

"이제 와서 그래봤자 소용없거든?"

저 미친 서큐버스는 나중에 혼내기로 하고, 일단 지금은 남다은이다.

남다은은 몸을 쭈뼛거리며 손을 올려 내 바지를 내렸다.

딱 봐도 이런 경험이 없는 게 분명했다.

변태 서큐버스가 내가 좋아하는 걸 알려준다며 부추겼겠지.

바지를 벗긴 남다은은 내 속옷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완전한 발기는 아니었지만, 여자의 얼굴이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내 물건은 커지고 있었다.

남다은의 리액션은 분명 남자를 처음 보는 처녀의 반응이다.

처음인 여자가 내 팬티를 바라보고 있는데, 어떻게 흥분 안 하겠어.

"그대로 내리면 자지가 나올 거야. 내가 얘기해준 대로 하면 돼."

"...."

나는 열심히 떠드는 릴리아나를 보고도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괜히 이상한 말을 하다가 남다은이 부담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

남다은은 떨리는 손으로 내 속옷을 벗겼다.

툭- 하고 튀어나온 물건이 남다은의 얼굴 앞에 나타났고, 남다은은 그대로 눈을 크게 떴다.

"이, 이, 이게...."

"응. 내가 알려준 대로. 알지?"

릴리아나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는 남다은의 등을 쓰다듬었다.

누가 보면 올림픽 선발 선수를 케어하는 감독인 줄 알겠어.

"... 네."

남다은은 릴리아나의 응원을 받으며 손으로 내 자지를 잡았다.

차가운 손의 감촉에 자지는 더욱더 단단해졌다.

얼굴을 더욱 가까이 댄 남다은은 귀두에 입을 맞췄다.

쪽.

"... 잘 먹겠습니다. 하읍."

"큭...."

곧 작게 벌린 입이 내 자지를 물었다.

꾸욱-

익숙한 입술과 혀의 움직임.

마치 릴리아나의 펠라치오 같았다.

난 마력 사슬에 묶인 몸을 움찔거리면서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임솔도 그렇고, 남다은도 그렇고.

천재들은 야한 일도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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