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3화 (183/648)

*

병실에 도착한 나는 손을 씻고 침대에 누웠다.

"진짜 피곤하네."

루미가 계속 응석을 부려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루시에게 속 마음을 말할 생각을 하니 후련했나 보다.

마지막까지 계속 붙어있으려 해서 간신히 키스를 하며 떨어뜨렸다.

나도 오래 놀아주고 싶긴 했지만 시간이 아슬아슬했으니까.

그 사이에 루시에게 메시지도 왔길래 답장까지 보내고 병실에 돌아왔다.

자기 전까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 스마트 워치 홀로그램을 킨 순간, 병실 천장에서 마나가 느껴졌다.

사사삭-

"… 스칼렛?"

"마나 회로를 다치셨는데도 들켰네요. 아쉽습니다."

타닥-

내가 이름을 부름과 동시에 천장에서 스칼렛이 착지했다.

"무슨 일이야? 야밤에 병실에 침입하다니… 암살?"

"아쉽게도, 계약상 그러진 못하네요. 대신 급하게 알려드릴 사항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뭔데?"

스칼렛의 진지한 표정에 나도 몸을 일으키고 경청할 준비를 했다.

"한국의 정보통들에게 극비 정보들이 퍼졌습니다. 남다은 양과 남다희 양을 찾아내라는 의뢰입니다."

"… 바이어 길드가 드디어 눈치챘네."

사실 너무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조사를 철저히 한 덕에 시간을 벌었으니 나야 좋다.

"네. 정보를 알자마자 바로 호연 님에게 뛰어왔어요."

"스칼렛… 고마워. 이건 내가 따로 비용을 지불할게."

나는 남다은의 일을 생각하기 전에 스칼렛에게 먼저 감사를 전했다.

이번 일까지 포함해서 스칼렛한테 도움을 몇 번이나 받는지 모르겠다.

스칼렛은 나를 적대하지 못하고 내 명령에 복종하는 계약이 걸려있다.

내가 시키지 않은 일을 이렇게 할 의무가 없는데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거다.

그러니 당연히 고맙지.

감사함을 표현하기위해 월급이라도 주려했는데, 스칼렛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내가 괜찮지가 않아서 그래."

"… 호연 님. 그럼 부탁드릴 게 있어요."

"얘기해봐."

혹시 계약이 많이 불편한가?

릴리아나가 너무 괴롭히나?

나는 여러 가정을 떠올리며 스칼렛을 바라봤다.

"… 릴리아나 님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숙사에 남다은 양과 남다희 양이 있다 보니…."

"아…."

스칼렛은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그제서야 생각해냈다. 스칼렛과의 첫 만남을.

'스칼렛이 고분고분해진 이유가 릴리아나였어.'

고문의 달인이라며 신나하던 릴리아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긴 돈을 줘서 뭐하겠어. 

돈 주고도 못사는 서큐버스의 꼬리가 있는데.

"죄, 죄송합니다…."

"… 아니야. 내가 미안. 최대한 빨리 해볼게."

내가 미리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 저걸 자기 입으로 말하는 게 얼마나 창피했을까.

말을 꺼내는 스칼렛의 얼굴은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제일 붉었다.

스칼렛이 진정한 뒤.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표정을 바꿨다.

지금은 진지한 얘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스칼렛. 너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래?"

내가 가진 카드는 남다은과 남다희. 그리고 바이어 길드의 약점들.

이것들을 내가 쥔 순간, 바이어 길드가 망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는 그 과정.

어떻게 남다은을 공략할 수 있을까가 중요하다.

"저라면 지금 당장 바이어 길드의 치부를 언론에 공개할 거에요. 가치를 잃은 사냥개는 어차피 버림받을 테니까요."

"음, 그게 맞긴 하지."

일반 사람이라면 당연히 저런 반응을 보일 거다.

근데 나는 그럴 수 없는 몸이거든.

남들이 보기에 미친놈 같아도 히로인을 공략을 해야한다.

나름대로 고충이 있단 말이다.

"하지만… 호연님이 남다은 양에게 마무리할 기회를 주려고 한다면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죠."

"기회?"

"네. 그것 때문에 폭로를 미루던 거 아니었나요?"

"…  어떻게 보면 그렇지."

사실 남다은 남다희 자매를 확보한 순간 이미 게임 끝이다.

여기서 어떻게 하든 내가 승리하는 건 확정이다.

저쪽에서 먼저 움직일 것도 예상했기에 증거가 확보됐음에도 시간을 끌며 남다은의 공략에 사용할 수 있을지 생각한 거다.

왜냐하면 원작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원작에서 남다은은 정말 미치도록 박민규에게 시달린다.

가난에 쪼들림과 동시에 외롭고 힘든 상황이 반년 이상 더 지속된다.

게다가 박민규의 압박이 더 심해지는 가운데에 1등까지 뺏긴다.

결국 스토리 상 폭발하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주인공이 구하게 된다. 

그래서 '복수'라는 키워드를 공략에 사용할 수 있다.

그때의 남다은은 정말 무섭거든.

저걸 진짜 공략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싸늘하고 차가운 여자.

복수를 시작으로, 동생인 남다희와 친해지면서 엄청나게 노력해야 조금씩 남다은의 마음을 열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남다은은 아직 그 정도가 아니었다.

며칠간 지켜본 결과 남다은의 상태는 꽤 평온했다.

병문안에 꽃을 사 오며 집에서 스칼렛과 릴리아나와 지내는 걸 보면 과연 복수로 호감도를 올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증오가 그만큼 쌓이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

그때 스칼렛이 말을 이었다.

"마침 남다은 양도 복수에 관심이 있는 것 같던데…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남다은, 아니 다은이가 복수에 관심이 있다고?"

그러면 얘기가 달라지지.

원래 내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으니까.

"네, 저랑 얘기해봤거든요. …근데 호연님도 알고 있었던 거 아니에요?"

"아, 응. 알았지. 당연히 알았어."

스칼렛이 날 약간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봤지만, 뭐 어쩔거야 내가 알았다는데.

남다은이 복수를 생각하고 있다면, 오히려 좋다.

하긴 증오가 몇 년이나 쌓였을 텐데 겨우 반 년 일찍 구했다고 그 미운 감정이 사라지는 것도 웃기지.

"어쨌든 고마워 스칼렛. 네가 말해주러 온 덕분에 일이 편해졌어."

"네… 대신 일 처리가 끝나면 제가 말한 것도 꼭 부탁드립니다."

"… 응. 걱정 마."

두 번이나 말하는 걸 보니 많이 급하구나.

나는 스칼렛을 보내고 남다은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

사사삭-

스칼렛은 이호연에게 보고를 마친 뒤 기숙사로 돌아왔다.

아무리 남자 기숙사라도 스칼렛의 은신 능력이라면 현관문으로 돌아다닐 수 있지만 버릇이 돼서 이제는 창문이 더 편했다.

거실에는 멍하게 TV를 보고 있는 남다은과 누워서 스마트워치를 하는 릴리아나가 있었다.

"스카웃! 왔구나!"

"네. 급한 일이 생겨서 처리하고 왔어요."

'남다은과 남다희가 정보 길드에게 노려지고 있다….' 같은 진지한 얘기를 여기서 꺼내진 않았다.

이 기숙사의 주인인 릴리아나는 그런 진지함과 거리가 있으니까.

이런 쪽에서는 배려를 하는 스칼렛이었다.

"아하아하. 밥이나 먹자구. 우리 배달 시킬 거거든."

릴리아나는 스칼렛을 웃으며 반겼고, 스칼렛은 주변을 둘러보며 의문을 꺼냈다.

"근데 다희 양은 어디 있나요?"

지금쯤 남다은의 무릎 위에서 놀아야 할 시간인데 이상하게 보이질 않았다.

"다희는 피곤해서 일찍 잠들었어요."

"아하…."

남다은은 스칼렛의 물음에 대답하고 다시 tv로 시선을 돌렸다.

이호연과 같은 나이인데도 무뚝뚝하고 무표정한 남다은을 보며 스칼렛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가끔 멍하게 허공을 보고 있는 걸 볼 때마다 무슨 생각을 할까 착잡하기도 했다.

'복수에 대한 생각일까.'

남다은은 가끔 엉뚱한 질문을 진지한 표정으로 해오곤 했다.

예를 들면 스칼렛이 입은 옷은 얼마인지, 직장은 좋은지 하는 질문이었다.

분명 순수하게 살아온 아이일 텐데 저렇게 변한 걸 보니 가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물론 정보 길드에서 일하는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위선이자 악어의 눈물이기에 절대 밖으로 티 내지 않는 스칼렛의 속마음이다.

한편 남다은은 스칼렛의 상상과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섹스는 정확히 어떤 걸까.'

남다은은 허공을 바라보며 섹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이호연에게 할만한 보답이라곤 섹스밖에 없으니까.

바이어 길드에게 협박을 받을 때도 자신의 몸을 탐냈던 걸 보면 남자는 다 몸을 좋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상하게 민규 아저씨에게 느껴졌던 생리적 혐오감이 이호연에게는 느껴지지 않았다. 

'다희를 구해줘서 그렇겠지?' 

사실 원인은 셀 수 없이 많다. 

아무리 착하게 생겼다지만 배 나온 중년 남자와 주인공인 이호연은 느낌이 다르다. 

게다가 동생인 남다희를 구해주고, 여러 도움을 받으며 쌓인 호감도는 히로인인 남다은에게 벗어날 수 없는 감정을 선사했다. 

그렇기에 몸을 허락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하지만 섹스는 쉬운 게 아니다.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가지는 것. 

몸을 섞고 은밀한 행위를 하는 것. 

남다은은 바이어 길드가 협박을 시작하기 전까진 일반적인 학교생활을 보냈기에 그쪽의 지식이 아예 없진 않았지만, 얕은 지식만 있을 뿐 실제 경험이 없으니 보답이라고 하기엔 이상한 상황이 된 것이다. 

남다은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했다. 

그런데 문득 옆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스칼렛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렇게 예쁘고 능력 있는 여자라면 경험이 많지 않을까.' 

남다은은 즉시 스칼렛을 보며 입을 열었다. 

"스칼렛 씨.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네. 얼마든지요." 

릴리아나와 배달 음식을 정하고 휴식을 취하던 스칼렛은 남다은에게 웃으며 대답해줬다. 

"… 섹스는 어떻게 잘할 수 있나요?" 

"크흡!" 

콜록콜록. 

목을 넘어간 커피가 다시 입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한 스칼렛은 괴로움을 느끼는 와중에도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나를 파악하려 애썼다. 

"다, 다은 양. 갑자기 그건 왜…." 

"너무 갑작스러웠나요.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에요. 괜찮은데…." 

남다은이 오랜 기간 동안 가스 라이팅을 당하며 사회성이 결여된 건 스칼렛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갑작스러운 질문은 괜찮지만, 그 주제가 문제였다. 

"왜 갑자기 그런 것에 관심이 생겼나요…?" 

"호연이한테 보답을 하려고요." 

"…." 

대체 누가 남다은에게 섹스를 알려준 걸까. 

스칼렛은 당연히 제일 먼저 의심 가는 서큐버스를 바라봤다. 

이 집에서 그런 짓을 할 사람은 릴리아나뿐이니까. 

하지만 스칼렛의 예상과 달리 릴리아나는 이 쪽을 보며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지금까지 본 릴리아나의 표정을 분석했을 때, 저건 정말 놀란 표정이었다. 

"너… 섹스가 궁금하구나!" 

릴리아나는 입에 물고 있던 아이스크림 스틱을 책상에 뱉고 거실에 있는 침대로 달려왔다. 

"네…?" 

"이야, 잘 찾아왔어. 여기가 이 동네에서 제일 잘하는 집이거든." 

"…?" 

"… 하아." 

릴리아나가 아니었다니. 

그럼 더 상황이 안 좋아진다. 

저 상태가 된 릴리아나를 스칼렛은 막을 수 없으니까. 

"내가 넌 꼭 도와줄게. 안 그래도 너는 착한 게 마음에 들어." 

"… 저요?" 

남다은은 대화도 별로 나누지 않은 릴리아나가 갑자기 이렇게 다가오니 당황했다. 

"응응." 

릴리아나가 본 인간의 대부분은 인터넷에서 방송인과 시청자의 입장으로 만났으니, 당연히 남다은보다 태도가 좋을 리가 없었다. 

"고맙습니다. 릴리아나 님." 

"응. 나한테 존댓말 하는 것도 마음에 들고. 지금까지 본 인간 중에 제일 좋아. 아니지. 이호연이 있으니까 두번째. 아, 스카웃도 있구나. 미안. 세번째."

"… 네." 

남다은은 릴리아나가 서큐버스인 걸 몰랐다.

그렇기에 인간 어쩌고 하는 게 정확히 이해는 안 되지만, 칭찬인 것 같아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스칼렛과 릴리아나도 이호연만큼은 아니더라도 자신을 도와준 은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집에 머물게 된 남다희와 자신을 막지 않고 따뜻하게 대해준 것만으로 감사하기엔 충분했다. 

릴리아나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섹스의 진수를 알려줄게. 자 스카웃. 이리 와. 시범교육이야!" 

"… 릴리아나 님.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아요…."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스칼렛은 자신을 부르는 릴리아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지금까지 남다은에게 좋은 어른으로 남고 싶어서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스읍. 이리 와! 벗어!" 

"…." 

하지만 릴리아나의 명령에 거절할 권리 따위 스칼렛에게 없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살랑거리는 저 꼬리를 보자마자 스칼렛의 자궁이 울리기 시작했다. 

한창 릴리아나가 꼬리로 놀아주던 시절의 감각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

스칼렛은 천천히 옷을 벗었다. 

옷을 한 꺼풀 벗을때마다 가슴이 두근댔다.

정말 추하지만…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호연에게 찾아가서 부탁을 할 만큼 기다렸던 날이기에, 남다은이 앞에 있음에도 스칼렛은 자궁의 울림을 참지 못했다.

"자. 그래. 거기 누워 스카웃." 

"…네. 릴리아나 님." 

그리고 릴리아나의 말대로 침대에 누워 다리를 벌렸다. 

도저히 남다은의 얼굴을 볼 수 없어서 얼굴은 손으로 가렸지만, 이미 교육이 끝난 스칼렛의 보지는 릴리아나의 앞에 서자마자 젖기 시작했다. 

"자, 다은아. 보이지? 이게 클리토리스라는 거고… 여기가 여자의 성감대야." 

"아…." 

"남자들은 어떤 걸 좋아하냐면…."

남다은은 갑작스러운 전개에 당황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쏙쏙 꽂히는 게 이건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하고 자세를 고쳤다.

찔꺽찔꺽.

릴리아나의 손가락이 스칼렛의 음부에 닿을 때마다 야한 물소리가 방을 채웠다.

"스읍. 스카웃. 실습에 방해되잖아."

"죄, 죄송합니다…. 릴리아나 님… 하, 하읏."

'이, 이것만 기다렸어.'

스칼렛은 오랜만에 느끼는 릴리아나의 손길에 얼굴을 가리는 것도 잊고 침대보를 잡으며 흥분했다.

꿀꺽.

그걸 지켜보던 남다은은 침을 삼켰다.

그렇게 침착하던 어른인 스칼렛이 이렇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다니, 릴리아나는 얼마나 대단한 걸까.

항상 밥만 축내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역시 이호연의 세력에 속해있는 이유가 있었다.

의도치않게 인간계에서 섹스를 제일 잘하는 종족을 스승으로 삼은 남다은은, 릴리아나의 수업을 집중하며 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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