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4화 (174/648)

"...."

대체 왜?

아니, 나를 어떻게 생각하길래 병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병실에서도 섹스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건가?

... 어떻게 알았지.

'확실히 사람 보는 눈이 좋네. 아이리스 길드라서 그런가.'

"흠... 스칼렛."

"네."

"그냥 섹스 영상을 너한테 줄 테니까 네가 엘리스한테 전달해. 그래도 될 것 같다."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나중에 내가 타이밍을 알려줄 테니까 몰래 찍어봐."

스칼렛도 나름 성과를 쌓아야 더 신뢰할 테니, 가끔은 그런 것도 좋겠지.

저번 영상은 릴리아나였다. 다음 영상은 고객 감동을 위해 다른 사람으로 찍어볼까.

쿡 쿡.

"지금은 괴롭혀도 반항 못 하는 거 아니야? 좋은 기회잖아. 같이 할래 스카웃?"

"저는 괜찮습니다."

릴리아나는 내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찌르면서 웃고 있었다.

환자한테 너무한 거 아니야?

"그래. 네가 즐겁다면 해라."

며칠 못 봤으니 걱정하는 마음을 장난으로 표현하는 릴리아나에게 내 옆구리를 열어줬다.

그 정도는 관대하게 참을 수 있다.

"뭐야. 꺼져. 재미없어."

릴리아나는 입을 삐쭉 내밀고 스마트 워치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 얘는 왜 이래.'

★ 히로인 상태창

[릴리아나]

- [ 호감도 : 97 ] ( +1.3 )

- [ 성욕 : 85 ]

- [ 식욕 : 55 ]

- [ 피로도 : 45 ]

현재 상태 : 걱정했는데 나는 관심도 없네. 흥

'아니 걱정 안 했다면서....'

하아.

나는 텐션을 높이고 릴리아나에게 양팔을 벌렸다.

"릴리아나~.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

"또 거짓말하네. 입만 열면 구라가 자동으로 나와."

"아니야. 입원 내내 네 생각만 했다니까."

"... 진짜?"

"당연하지. 이리 와."

나는 환자 침대를 툭툭 건드렸다.

고급 병원답게 침대도 널찍했다.

릴리아나는 못 미더운 얼굴로 내 옆에 누웠고, 나는 릴리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줬다.

"역시 제일 많이 보는 네가 제일 생각나더라고."

꼬물꼬물.

릴리아나는 내 몸을 건드리면서 나를 바라봤다.

"진짜? 진짜지?"

저 눈은... 서큐버스의 눈이다.

릴리아나는 지금 관계를 요구하고 있었다.

"지금 바로 촬영 시작할까요?"

스칼렛은 어디선가 가져온 소형 카메라로 이미 침대를 찍고 있었다.

"... 그래. 바깥 감시도 잘 해줘."

영상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뭐...

나는 카메라를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며 릴리아나의 몸에 손을 뻗었다.

*

아카데미의 자체연구실.

한 남녀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분석 결과는 어떻게 나왔죠?"

"S급 마인입니다."

문수린은 아카데미의 연구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호연이 처리한 해골 가면 마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S급... 판데믹 소속 마인이었나요?"

"저희는 그렇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마인이 쓰고 있던 가면입니다."

연구원은 문수린에게 해골 가면을 전달했다.

"특수한 효과가 있는 아티팩트는 아닙니다만... 그들이 서로를 알아보는 표식인 것 같습니다. 판데믹 내에서도 어떤 집단이 있는 게 아닐까요."

"아하... 감사해요. 이만 가볼게요."

"예.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문수린은 천천히 연구실을 빠져나왔다.

손에는 해골 가면이 들려있었다.

"S급 마인...."

이호연을 덮친 S급 마인.

S급 마인을 생도 혼자 처리하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성과였다.

당장 내일 뉴스에 나오면 또 언론이 한 번 뒤집어질거다. 

하지만 문수린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 대가로 이호연은 혼수상태에 빠져야 했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고, 내일부터 면회도 풀린다.

그래도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호연아...."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할아버지가 이호연을 변호해준다고 해서 잠시 마음을 놓았다가도, 다른 불안감이 찾아왔다.

혹시나 이런 위험이 또 생기면 어떡할까.

그때는 내가 보호해줘야 할 텐데.

- 수린 누나. 사랑해.

문수린은 이호연의 목소리 편집본을 들으며 고민했다.

'어떻게 호연이를 도울 수 있을까.'

일단은 면회를 가봐야겠지.

뭐든지 얼굴을 보고 말해야 한다.

으음. 문수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폰에 집중했다.

다음 날 아침.

어젯밤에 릴리아나와 스칼렛은 영상을 찍고 바로 돌아갔다.

스칼렛은 내 병실에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하는데, 어딘지 알면 카메라를 의식하게 된다면서 알려주질 않았다.

"자기가 영화감독이야 뭐야."

오늘 아침 일찍 남다은을 데리고 온다고 했으니, 일단 기다려볼까.

이사장은 어젯밤에 바로 아카데미의 입장을 발표해줬다.

내가 천상제때 폭발시킨 명예관의 아티팩트부터 테러 때 사용된 마법진, 예상 피해 등등 확실한 증거들을 내밀었다.

이렇게 좋은 증거들이 있었으면서 왜 진작 안 해주는 거야.

망할 노인네가.

어쨌든, 이제 나를 모함하던 놈들은 거의 사라졌다.

'이호연이 숨기는 진실'

줄여서 '이숨진'이라는 개 같은 단체들도 욕을 먹고 있었다.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는구나."

나 같은 아카데미의 인재를 푸대접하던 이상한 세상이 드디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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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 길드장 이호연 관련 인터뷰 요약]

- 실제로 만나보니 정말 대단한 친구더군요. 우리나라의 미래를 엿본 느낌입니다.

- 앞으로 국내 헌터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인정해야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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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말이 안 되긴 했어. 아무리 아카데미에서 영웅 만들기니 뭐니 해도 적당히 말이 되는 걸 꾸며야지 ㅋㅋ]

[아카데미에서는 아직 대중을 속이고 있습니다. 저 증거들은 모두 조작된 것이며, 지금 나오는 인터뷰들도 모두 섭외한 것입니다.]

[이제 좀 꺼져라 신영 길드 벌레 새끼야 ㅋㅋ]

"그래그래."

저런 벌레들은 알아서 걸러야지.

신영 길드는 논란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미 줄줄이 터지고 있는 폭로를 막을 수 없었다.

착한 관상의 아저씨를 필두로 계속 폭로가 시작되었으니까.

물론 거대길드인 신영 길드가 이거 한 방에 무너지진 않을 거다.

그래도 엄청난 타격이 있을 테니… 당분간 조용하지 않으려나.

'강효린 박사가 바이어 길드의 증거만 가져오면 돼.'

바이어 길드에서 남다희가 사라진 걸 곧 눈치챌 거다. 어쩌면 이미 눈치를 챘을지도 모른다.

강효린이 마법진을 깔아놨다곤 하지만 이미 며칠이나 지났으니까.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며 대충 커뮤니티를 둘러보고 있는데.

똑똑.

"이호연 생도님. 면회입니다."

노크 소리가 내 생각을 멈췄다.

내 담당 간호사의 목소리다.

"누가 오셨어요?"

"스카웃 이라는 분하고 두 분이 더 오셨어요."

"아… 네. 들여보내 주세요."

스카웃.

왜 스카웃인가 했더니 혹시 엘리스에게 들킬까 봐 스카웃으로 했나 보네.

같이 온 두 명은 남다은과 남다희겠지.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손님을 맞을 준비를 했다.

*

스칼렛과 남다은, 남다희 세 명은 이호연이 입원해있는 병실로 가는 길이었다.

"…."

"긴장되나 봐요?"

면회를 허락받은 후, 병실로 올라가는 동안 말없이 조용한 남다은을 보며 스칼렛이 말을 걸었다.

"약간이요."

남다은은 고민하고 있었다.

왜 자신을 도와줬는지, 어째서 그랬는지.

물어볼 게 너무 많았다.

"괜찮아. 언니. 오빠는 언니랑 짱 친한 친구잖아."

"… 응. 그런데 병실에선 조용히 해야해."

남다은의 스마트 워치가 울렸다.

띠링-

뚝.

바이어 길드에서 계속 연락이 왔지만, 모두 무시하고 있었다.

남다희가 자신의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동생을 구해준 이호연이 무시하라고 한 만큼 남다은은 그 말을 잘 듣고 있었다.

웅웅-

스칼렛의 가슴에서 무언가 부르르 떨렸다.

릴리아나가 변한 목걸이다.

기숙사에서 나올 때부터 답답하다면서 움찔거리고 있었다.

스윽-

스칼렛은 손으로 목걸이를 달래듯 어루만졌다.

"이제 곧 도착이에요. 조금만 참으세요."

잠시 후 병실에 도착했다.

"너무 긴 면회는 제한됩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담당 간호사는 일행을 병실에 데려다주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똑똑.

"호연 님. 접니다."

스칼렛은 대표로 문에 노크했다.

- 들어와.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문을 열고 병실로 들어갔다.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이호연의 모습이 일행의 눈에 들어왔다.

"아침 일찍부터 왔네. 다들 편하게 앉아. 먹을 건 없긴 한데 마실 건 냉장고에 있으니까 꺼내 먹어도 돼."

이호연은 주변을 둘러보는 남다희와 남다은을 보면서 말을 꺼냈다.

"안녕하세요. 잘생긴 오빠. 언니랑 함께 찾아왔어요."

"응. 안녕."

다소곳이 인사를 하는 남다희를 보고 남다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남다은은 평소의 무표정으로 이호연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 저건 무슨 뜻이지?'

릴리아나는 하도 오래 봤더니 눈빛만 봐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었는데 남다은은 아직이었다.

참고로 지금 릴리아나는 어느새 목걸이에서 다시 서큐버스로 변한 뒤에 냉장고를 뒤지며 무슨 음료수를 먹을까 고민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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