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5화 (165/648)

*

토요일. 

파티 참여를 위해 파티장으로 향했다.

백아영과는 바로 만날 수 있었다.

파티인 만큼 꾸미고 나올 줄 알았는데, 평소 일하는 복장이었다.

하긴 평소에도 정장을 입고 일하니까 이게 단정한 복장이긴 하지.

어차피 평소에도 예뻐서 이대로 파티에 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사람 진짜 많네요."

"그러게. 원래 이런 파티긴 한데, 이번엔 더 심하다."

우리는 파티장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있었다.

파티장 앞은 유명인들을 구경하러 온 일반인들과 기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오길래 저래?

유명인을 보고 싶은 건 이해하는데, 사람이 이렇게까지 많은 건 좀 신기하네.

"저쪽으로 돌아서 가자."

백아영은 파티장의 정문이 아닌 후문을 가리켰다.

"왜요? 정문으로 가면 되잖아요."

"정문은 기자들 때문에 복잡해. 그쪽으로 가면 인터뷰 요청도 많고 사진도 많이 찍힐 거야."

"뭐 어때요."

며칠 전에는 관심받으려고 나랑 열애설을 퍼트린 사람이, 이제 와서 관심이 싫다는 게 무슨 소리야.

나는 백아영의 손을 잡고 정문으로 끌고 갔다.

"이, 아, 안돼! 사진 찍힌다니까?"

"언제는 이상한 인터뷰 해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어놓고, 누구 맘대로 도망을 가요. 아영 씨도 좀 곤란해져봐요."

"그, 그건 그냥 실수였어…."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백아영을 데리고 정문으로 향했다.

찰칵! 찰칵!

정문에서 들리는 셔터 소리와 유명인들이 들어가는 입구가 보였다.

"저기, 저기 성녀님이랑 이호연이다!"

"오, 진짜 같이 왔어!"

벌써 이쪽을 눈치챈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 뒤로 가기에도 늦은 걸 백아영도 느꼈는지 고개를 숙였다.

"가요. 아영 씨."

"이, 이게… 으…."

사람들 많은 곳에서 갑자기 빼는 것도 좀 귀엽네.

피식 웃은 뒤에 백아영의 팔을 끌고 기자들 사이를 지나갔다.

우리를 찍으며 카메라에 대고 떠들고 있는 기자들도 있었고, 내게 직접 마이크를 들이미는 기자도 있었다.

"이호연 생도! 한마디만 해주시죠! 성녀님과 어떤 관계입니까! 정말 사귀는 사이입니까?"

"공식 선상에 처음 나왔는데 인터뷰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아주 난리가 났네.

내가 백아영과 사귄다고 직접 말할 순 없다. 다른 히로인들도 신경 써야 하니까.

백아영과 같이 왔으니 부정할 수도 없다.

그냥 적당히 지나쳐가야지.

"사진이나 같이 자세 잡고 찍어봐요."

"… 응."

"긴장하지 말고."

"어떻게 그렇게 침착한 거야… 너도 이런 거 처음이잖아."

백아영은 내가 신기한 듯 했다.

나는 [뚜렷한 정신력]때문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마음만 먹으면 긴장을 풀 수 있다.

"저야 뭐, 잘난 놈이잖아요."

"하아…."

긴장한 백아영의 손을 붙잡고 입구로 향했다.

입구로 들어가기 직전, 우리는 뒤 돌아서 자세를 잡았다.

이왕 기사에 나올 거라면 예쁘게 나오는 게 좋으니까.

포토 타임을 갖는 거다.

'어우 눈부셔.'

터져 나오는 플래쉬 세례를 얼추 버티고 나서, 우리는 파티장으로 들어갔다.

"백아영 님과 동반자 1명. 입장 확인했습니다. 부디 잘 즐겨주시길."

안쪽에서 대기하던 협회 직원에게 백아영의 초대장을 내밀자 안쪽으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이미 파티는 시작되어있었다.

사실 말이 친목 파티지, 그냥 술 마시면서 떠드는 술자리다.

조금 격식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들어오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쿡.

"끄으?!"

백아영의 몸이 굳는 게 느껴져서 옆구리를 찔렀다.

"긴장하지 말라니까요."

협회에서 주최한 파티다 보니 백아영의 전 직장 동료들도 몇몇 보였다.

"아영아~."

그리고 격식 있는 파티와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쪽으로 다가오는 건 민예지였다.

"예지… 너도 왔구나."

"당연히 와야지. 우리 아영이랑…."

민예지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고양이 상의 미소가 예쁘긴한데, 뭔가 부담스러웠다.

"이호연 생도가 있는데. 반가워요. 이호연 생도. 제대로 말하는 건 처음이죠?"

"안녕하세요. 제가 진작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민예지도 내 변호를 위해 입장발표도 하고 앞장서서 나서주고 있었다.

물론 나름대로 목적이 있어서 행동하는 거겠지만,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니까.

민예지가 먼저 말을 걸어준 덕에, 다가오지 못하던 사람들도 한둘 씩 이쪽으로 다가왔다.

"아영 씨. 오랜만이에요. 아카데미는 어때요?"

"아… 아카데미도 나쁘지 않네요. 물론 협회도 좋았어요."

백아영도 아는 사람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호연아."

"?"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자 찰랑거리는 백금발이 눈에 들어왔다.

단정한 원피스를 입고 있는 문수린이었다.

"수린 누나! 여기서 보니 되게 새롭네요."

"그러게. 나도 여기서 널 보게 될 줄은 몰랐어."

문수린이 온 방향에서는 젊은 남자들이 여러 명 서 있었다.

방금까지 대화를 나눈 모양이다.

"저기 계신 분들은…?"

"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여기서 처음 본 사람들이야. 내 파트너를 노리는 사람들이거든."

"오, 역시 누나 인기 많네요."

뒤에서 술잔을 하나 씩 들고 이 쪽을 바라보는 남자들에게 승자의 미소를 흘렸다.

"후후, 고마워."

나도 잔 하나를 들고 문수린과 대화를 나누면서 파티를 즐겼다.

술을 마시진 않지만 다들 들고 있길래 나도 들어야 하는 분위기 같았거든.

"안녕하세요. 양호 선생님. 여기서는 백아영 씨라고 부를게요."

"아… 안녕하세요. 문수린 양."

문수린은 백아영에게 인사했다.

둘은 저번 던전 실습 때 인연이 생겼다.

우리를 처음 발견한 게 문수린이었으니까.

"아카데미에 양호 선생님으로 오신 후에 제대로 대화를 하는 건 여기가 처음이네요."

"그러게요. 문수린 양에겐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저에 대해 좋게 말해주셨다고 들었거든요."

둘의 대화 분위기는 좋았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니까 뭐, 당연하겠지.

"네. 하지만 설마 이런 목적이 있었을 줄은 몰랐네요."

문수린은 웃음을 지으며 나와 백아영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 분위기 좋은 거 아니었나?

"아… 그, 그런 건 아닌데."

"하하… 그래도 그런 허위 사실을 유포하시면 저희 입장에서 피곤해요. 주의해주세요."

"허, 허위 사실이…."

백아영은 말을 잇지 못하고 날 바라봤다.

아니, 지금 날 보면 어떡해요. 아영 씨.

"어머, 혹시 제가 들은 것과 사실이 다른가? 호연아?"

"… 허위 사실이라고 말하기엔 좀 그렇죠. 사귄다고 대놓고 말한 건 아니니까. 오해할만한 언사를 했을 뿐이지."

내 말을 들은 백아영은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여기서 사귄다고 말 할 수도 없잖아요. 실망하면 어쩌자는 거야.

 ★ 히로인 상태창

[백아영]

- [ 호감도 : 97 ] (+ 0.8)

- [ 성욕 : 82 ]

- [ 식욕 : 30 ]

- [ 피로도 : 65 ]

현재 상태 : 허위 사실 유포라니… 우리 여보인데….

'미안해요. 아영 씨.'

문수린도 더 날세운 대화를 이어가진 않았다.

그다음부터는 일상적이고 평화로운 대화가 이어졌다. 

실제론 어떨진 몰라도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어쨌든, 혹시나 내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을까 대화중에도 주변을 둘러봤는데, 몇몇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A클래스의 엑스트라인 도진혁이나 마법 연구부 부장인 김현도.

익숙한 악연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저 새끼들도 있었지.'

일이 너무 많아서 까먹고 있었다.

놈들은 나랑 눈이 마주칠 때마다 얼굴을 찌푸리며 눈을 피했다.

뭐, 이제 내가 너무 커져서 어떻게 할 수가 없겠지.

*

"끄읍… 끅."

콰드득-!

신동민은 파티장에 숨어있는 부하들의 카메라에서 촬영되는 영상을 보고 있었다.

뿌지직- 뿌득-!

그의 몸에서는 막을 수 없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마석에 삼켜진 마인화였다.

판데믹에 접촉하면서 마인의 길에 접어든 신동민은 더이상 몸을 컨트롤 할 수 없었다.

꿈틀꿈틀.

"아직… 아직 괜찮아."

이미 자신의 몸이 망가진 것도 모르고 그는 화면을 바라봤다.

웃으며 대화하는 문수린과 이호연의 모습은 그의 분노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저 자리가 내 것이어야 했는데.

파티의 주인공도 나여야 했고, 문수린의 옆자리도 나여야 했다.

"이호연…. 그리고 백아영까지."

신동민은 눈을 부릅뜨고 뒤에 대기하던 판데믹의 마인에게 명령했다.

"두 시간 뒤에 시작해."

"예. 레베카 님께 전하겠습니다."

판데믹의 능력은 확실히 대단했다.

자금만 대주면 어떤 일이든 해주었으니까.

이번에는 무려 파티장 전체를 덮는 결계를 제공해준다고 했다.

아버지에게 받은 돈을 거의 다 쓰긴 했지만 괜찮다. 이번 테러가 끝나면 이호연도 나락으로 떨어질테니까.

신동민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얼마 남지 않았어. 두 시간 뒤에도 그렇게 웃을 수 있는지 지켜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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