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8화 (158/648)

*

"후우…."

-띠링

기숙사 문을 열자 익숙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릴리아나 님… 하으. 하아앗…♡"

"왔엉? 치킨 시켰당."

분명 아까는 아이리스 길드의 에이스였는데, 릴리아나와 함께 있으면 순식간에 멍멍이가 되어버린다.

스칼렛은 릴리아나의 꼬리에 쑤셔지면서 릴리아나의 가슴을 빨고 있었다.

"잘했어. 스칼렛한테 물어볼 거 있으니까 잠깐 놔봐."

"응응."

"하아… 하읍. 호연 님… 궁금하신 게 뭔가요?"

"엘리스에 대해 말할 거 있다면서."

남다은은 내일 확실하게 조사할 수 있으니, 엘리스에 대한 정보도 확인해놔야지.

"아… 엘리스 아가씨가 스마트 워치를 보며 자위하는 걸 확인했습니다. 마사지 영상은 별 의미가 없었는지 잠시 보고 꺼버렸어요."

"다른 특이사항은?"

"음. 엄청나게 격렬했고, 시간이 길었고, 호연 님의 이름을 엄청나게 연호했어요."

"…."

좋은 정보긴 한데, 뭔가 좀 그렇네.

그래도 이걸로 엘리스는 관음증 비스무리한 게 생긴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엘리스의 감시는 그만두고, 내일까지만 남다은을 감시해줘. 지금 기숙사에 있으니까 혹시나 빠져나오면 바로 말해."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혹시 이번 주 토요일에 엘리스한테 중요한 일정 같은 거 있어?"

"제가 알기론 한국의 헌터들과 대표 길드들이 파티를 연다고 하던데요. 엘리스 아가씨는 참가하지 않기로 했어요."

"파티? 파티라…."

남다은이 파티에 참가할 이유가 있을까?

혹시 바이어 길드와 같이 참가하는 건가?

"치킨 왔다~ 치킨 먹자~."

스칼렛과 대화하는 동안 배달온 치킨을 릴리아나가 들고 왔다.

나는 내일 어떻게 의뢰를 맡겨야 하나 고민하며 치킨을 뜯었다.

*

화요일 오전 수업이 끝난 후, 루시와 루미가 같이 점심을 먹자는 걸 거절하고 강효린 박사를 찾아왔다.

성적 항의를 위해서다.

강효린 박사의 연구실에 찾아간 나는 내 성적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러니까, 던전 실습과 실전 괴수 훈련에서 네가 많은 점수를 따냈고, 남다은 생도는 너에 비해 부족했어. 그러다 보니 1대1 결투에서 남다은 생도가 1등을 했지만 네가 총 점수에선 근소한 차이로 이기게 된 거야."

"… 그렇군요."

그리고 바로 설득당했다.

사실 안 될 걸 예상했지만 혹시나 해서 온 거였다.

여러 노력을 해봐야 하니까.

"원래는 이렇게 남 점수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데, 네가 너무 절박해 보여서 그런 거야. 무슨 일이 있었길래 네 점수를 직접 깎아달라고 하는거야?"

"음, 아무것도 아니에요. 채점이 잘못 된 줄 알았거든요. 감사합니다. 이만 가볼게요."

점수를 고치려는 수작은 틀렸으니 슬슬 가봐야 한다.

시간이 11시 30분인데도 아직 아이리스 길드에서 접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효린 박사의 연구실에 계속 있다가는 더더욱 접촉하기 힘들겠지.

"천천히 있다가요. 차라도 한잔하고."

"아닙니다. 제가 약속이 있어서요."

"급한 약속인가 봐요?"

강효린 박사는 뭐가 그리 좋은지 웃으면서 날 바라봤다.

근데 이거 사생활 침해 아니야? 성별이 바뀌었으면 신고감인데.

"하하, 맞아요. 그만 일어나겠습니다. 다음에 봬요."

대충 넘어가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강효린 박사가 말을 이었다.

"괜찮아요. 오전에 여기 찾아올 거라고 예상했거든요. 안 늦었으니까 앉아요."

"… 네?"

강효린 박사는 앞에 놓여있던 찻잔을 들고 맛을 음미한 뒤에 탁상에 내려놨다.

"다시 소개할까요. 아이리스 길드 한국 지부 지부장 강효린이에요. 오늘 이호연 씨의 의뢰를 받을 예정입니다. 뭐, 무슨 의뢰인지는 예상이 가지만요."

"…!"

대화의 흐름을 이해한 나는 팔에 소름이 돋았다.

동시에, 이 사람에게 내 의뢰를 말한다고 생각하니 엄청난 신뢰감이 느껴졌다.

파악-

연구실을 중심으로 단단한 결계가 펼쳐졌다.

강효린 박사는 눈웃음을 치며 말을 꺼냈다.

"그럼, 의뢰를 들어볼까요?"

나는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야 할까 고민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바이어 길드라고 아세요?"

"당연히 알죠. 어제 이호연 생도가 그 앞에 찾아간 것도 알고, 남다은 생도와 대화를 나눈 것도 알아요."

역시 대충은 파악하고 있었구나.

내 목적이 남다은인 것까지는 알고 있는 모양이다.

"바이어 길드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법적인 일의 증거가 필요해요. 알려지는 순간 바로 바이어 길드가 나락으로 떨어질만큼 확실해야해요."

일단 폭로를 위해선 증거가 필요하다.

증거를 얻기만 하면 폭로는 내가 할 수 있다.

그 정도의 유명세는 있으니까.

"설마 그게 끝은 아니죠?"

"이 다음이 제일 중요해요. 바이어 길드와 관련되어 있는 병원에 남다은의 여동생인 남다희가 감금되어 있어요. 그 아이를 빼내야 해요."

남다은이 잡혀있는 약점은 여동생인 남다희다.

내 정보를 공짜로 알려주는 게 조금 아쉽지만, 지금은 물불 가릴 때가 아니다.

"으음… 종신 계약의 조건이 여동생이었구나."

강효린은 스마트 워치를 바라보며 허공을 두드렸다.

나는 침을 삼키며 강효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 이러면 계산이 안 맞는데."

"네? 계산이요?"

혹시나 일에 지장이 있을까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방금 받은 정보 때문에 저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일이 돼버렸어요. 의뢰권을 쓴 거 치고 너무 양심에 찔려요."

"…?"

뭔 소리야 저게.

그니까 내가 준 정보가 커서 일이 너무 쉬워졌다는 건가?

"이 정도면 길드장님한테 맡길 필요도 없어요. 나 혼자 처리할 수 있거든요."

"괜찮아요. 일 처리만 해주신다면야."

남다은의 일을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의뢰권을 얻은 거다. 제대로 처리만 된다면 누가 처리하든 상관은 없다.

"안 돼요. 이건 아이리스 길드 한국 지부장의 긍지가 달린 문제거든요."

"저는 진짜 괜찮다니까요."

그냥 일 처리만 빨리해줬으면 좋겠다. 

그거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그럼 이건 어때요? 지금 이호연 생도를 음해하는 세력들을 견제해줄 테니 이거로 잔금을 치르는 거로."

갑자기 강효린 박사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근데 이건 오히려 좋은데?

"저를 음해하는 세력이요?"

"네. 이호연 생도도 알 텐데요. '이호연이 숨기는 진실'이라는 곳에서 이호연 생도에 대한 악의적인 선동을 하고 있잖아요. 그거 신영 길드 짓이에요."

"신영 길드면… 신동민?"

신영 길드는 학생회 부회장 신동민의 집안이 운영하는 길드다.

축제 때 나한테 깨지고 조용하다 싶었더니, 저런 짓을 하고 있었구나?

어쩐지 부회장이 깨진건 조용하고 나한테 여론이 몰리는 게 이상하더라. 뒤에서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원래라면 꼬리 자르기가 철저한 곳이지만, 이상하게 지금은 빈틈이 많아요. 지금이라면 충분히 파고들 수 있어요."

"뭐… 저야 감사하죠. 대신 남다은의 일을 무조건 먼저 처리해주셔야해요. 신영 길드는 그 다음이여도 괜찮아요."

임솔 교수나 백아영이 도와준다고 해도 바로 해결될 기미가 안 보였으니까.

도와준다면 좋지.

"좋아요. 그럼 관련 자료 조사가 끝나는 대로 보내줄게요. 신동민 건은 나중에 한다고 치고, 바이어 길드 쪽은… 다음 주면 끝나겠네요."

아이리스 길드의 정예인 스칼렛이 아예 파고들지 못할 정도로 방비가 뛰어난 곳인데, 일주일이라면 말도 안되게 빠른 속도다.

하지만 다음 주면 이미 파티가 끝난 후다.

파티에서 남다은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그 전에 끝냈으면 좋겠는데.

"남다은의 여동생을 구하는 일만 집중한다면요? 적어도 금요일까지는 남다희를 구해야 해요."

"으음, 여동생을 구하는 게 끝이 아닐 거잖아요. 이후 잠시간 속이려면 대역 마법진까지 설치해야 하는데… 쩝. 알겠어요. 어떻게든 금요일까지 끝내볼게요. 대신 그만큼 다른 조사는 미뤄져요."

"감사합니다. 그거면 돼요."

"좋아요. 바로 의뢰를 수행하겠습니다."

강효린 박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허공에 홀로그램 모니터를 띄우더니 어딘가 연락을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연구실을 빠져나왔다.

*

점심시간이 끝나기 직전, 임솔 교수를 찾아왔다.

임솔도 유명인이니까, 토요일에 있을 파티에 초대를 받았으면 나도 같이 끼워달라고 할 목적이었다.

"아… 벌써 불참 통보를 하셨다고요?"

"응. 당연하지. 나는 그런 사람 많은 곳은 질색이라."

홀짝.

임솔은 믹스커피를 마시며 쿠키를 집어 들었다.

아쉽게도 이미 늦은 모양이다.

하긴 성격상 파티를 선호할 성격은 아니지.

"근데 파티는 왜?"

"아… 그냥 관심이 생겨서요. 혹시나 임솔 교수님 옆에 껴서 갈 수 있지 않을까 했거든요."

"음. 아쉽네."

잠시만, 그러고 보니 임솔 교수가 초대를 받았다면 백아영도 초대를 받지 않았을까? 

백아영도 나름대로 성녀인데.

"그러고 보니 아영 씨도 초대를 받았을까요?"

쯧-.

"응. 아마 받았을걸?"

"네? 아. 그렇겠죠? 양호실에 가봐야겠네."

방금 짧게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잘 못 들은 건가?

어쨌든 임솔 교수랑 얘기를 마치면 백아영한테 가봐야겠다.

"지금 너를 음해하는 세력을 찾고있어. 금방 끝나진 않겠지만 어떻게든 처리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임솔 교수도 세력을 눈치챈 모양이다. 

하지만 신영 길드가 뒷배라는 점은 아직 모르는 듯 했다.

"저도 저 나름대로 정보를 구하고 있어요. 혹시 제가 먼저 찾아내면 교수님한테도 알려드릴게요."

"그래. 하지만 너무 무리하지는 마. 내 쪽에서도 인맥을 돌리고 있으니까."

"고맙습니다 교수님."

역시 믿음직한 임솔 눈나다.

신영 길드가 뒷배라고 미리 말해줄까 했지만, 혹시라도 임솔 교수의 자존심이 상할까봐 말하지 않았다.

아이리스 길드가 조사한 게 무조건 맞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여러 방식으로 조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하지만 아무리 고마운 임솔이라도 할 얘기가 아직 남았다.

"그건그렇고 저랑 한 약속 기억하시죠?"

"약속? 무슨 약속… 아."

"기억나셨구나. 저랑 마법 박람회 가셔야죠."

필기시험 만점을 맞으면 같이 마법 박람회를 가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아무리 바빠도 이건 시간을 내서 가야지.

"하아…."

임솔은 귀찮은 듯이 한숨을 내뱉었지만, 저렇게 티를 내도 나는 굽힐 생각이 없었다.

"약속이잖아요. 설마 교수님이 제자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도망가실 건 아니죠?"

임솔을 자극하는 방법도 이미 깨우쳤다.

자존심이 강한 임솔은 살살 긁어주면 무조건 오케이한다.

"… 그래. 꼭 가줄게. 약속이야."

"고맙습니다. 교수님. 대신 연구 열심히 도와드릴게요."

놀 때는 놀더라도 공과 사는 구분하는 남자 이호연.

할 일은 하는 남자다.

"알았어. 그럼 바지 벗어봐."

소파에서 일어난 임솔은 내 앞으로 걸어오더니 무릎을 꿇었다.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손을 사타구니로 보내기 시작했다.

"잠시만요 교수님. 논문 연구는요?"

"나 혼자 하면 돼. 너는 그냥 당분 제공만 해줘."

"제 정액에 당분은 없는… 네. 알겠습니다."

나는 임솔과 눈을 마주쳤지만, 차갑게 바라보는 눈빛에 꼬리를 내리고 바지도 내렸다.

"쭙. 쪽. 쮸웁."

임솔은 튀어나온 내 자지를 입에 물고 강하게 빨았다. 

"악. 잠시만요. 교수님. 화나신 거 아니죠?"

"으읍읍. 쭙."

뭐라는 거야.

입이 내 물건으로 꽉 차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 히로인 상태창

[임솔]

- [ 호감도 : 64 ]

- [ 성욕 : 30 ]

- [ 식욕 : 25 ]

- [ 피로도 : 45 ]

현재 상태 : 논문 완성까지 얼마 안 남긴 했는데… 약속은 지켜야지. 자존심 문제니까.

요즘 사람들은 왜 긍지니, 자존심이니 하는 걸 따질까.

"아, 아파요. 교수님. 이빨이 닿는데… 네. 가만히 있을게요."

오늘 임솔의 펠라치오는 조금 아팠다. 

그래도 부드러운 혀로 이빨이 닿은 부분을 미안한 듯 문질러 주는 게 기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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