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8화 (148/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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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은은 토요일 아침부터 기숙사 밖으로 나왔다.

축제 때 동생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을 샀더니 돈이 쪼들리는 바람에 마트에서 세일하는 물품을 선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돈이 조금 있어서 다행이다."

바이어 길드의 민규아저씨가 1등 기념으로 용돈을 더 부쳐줬다.

얼마 안 되는 비용이지만 동생의 장난감을 살 수 있어서 남다은은 행복했다.

"내일 또 만나러 가야지."

동생에게 무슨 얘기를 해줄까.

남다은의 하루는 항상 똑같았다.

아침에 일어나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듣고, 기숙사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바이어 길드에서 알바도 금지시켜서 할 일이 없었다. 솔직히 수업도 듣지 않아서 나가기 싫었지만, 중간고사가 끝나기 전까진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 최소 출석이란 게 있으니까.

이호연과 만난 이후로 훈련이라는 일과가 생겨서 심심하진 않았지만, 솔직히 동생에게 해줄 만한 재밌는 이야기는 없었다.

그래서 항상 남다은은 이야기를 만들었다.

친구들과 카페에 간 이야기, 가위바위보를 해서 딱밤맞기한 이야기, 친구 생일파티에 간 이야기. 등등 동생이 재밌어할 만한 이야기를 만드느라 항상 고심했다.

"흐으음... 샴푸. 샴푸...."

남다은은 최대한 싼 생필품을 고르면서 마트를 돌아다녔다.

"머리가 길다 보니 샴푸를 너무 빨리 쓰는데, 그냥 잘라버릴까.''

1,980원짜리 샴푸를 바구니에 담고, 지갑에 남은 돈을 계산했다.

'8,600원 있으니까.... 샴푸에 비누가 2,820원이고... 과자가 얼마지?'

남다은은 다시 한번 돈을 확인하기 위해 지갑을 꺼냈다.

너무 오래 써서 제대로 닫히지도 않는 헐은 지갑이었다.

"동전이... 어어어... 안 되는데."

짤랑 짤랑 짤랑-

언제 생겼는지 모를 구멍으로 피같은 동전들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간 가속.'

남다은은 권능까지 사용하며 동전을 하나하나 주웠다.

하지만 이상하게 돈이 모자랐다.

"어, 어, 분명 다 주웠는데... 어...."

8500원 밖에 없었다. 몇 번이나 셌으니 확실할텐데도 100원이 없어졌다.

100원이 모자라면 과자를 하나 줄일 수밖에 없다.

샴푸와 비누 같은 생필품은 모두 최저가로 사서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 동전이 멀리까지 굴러갔더라."

그때 뒤에서 남다은을 구원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남다은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이호연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밀고 있었다.

손 위에는 500원짜리 두 개와 100원짜리 하나가 있었고, 남다은은 침을 꿀꺽 삼켰다.

"죄, 죄송해요. 주인님. 죄송… 핫. 하윽… 스카웃. 그만해…!"

낼름낼름.

릴리아나의 입술에 내 자지를 비비고 있는 동안, 스칼렛은 열심히 릴리아나를 혀로 애무했다.

"아, 그, 그마… 아흑. 쪼옵. 쪽…."

슬슬 정액이 올라오면서 자지가 움찔대는 걸 느낀 건지 릴리아나가 내 귀두를 입에 물고 쪽쪽 빨았다.

나는 한 손으로 가슴을 만지면서 릴리아나의 입에 사정했다.

"합, 하읍… 쩝. 꿀꺽. 쮸붑, 끕…."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목 안으로 털어내고, 청소를 위해 릴리아나의 입 안을 쑤셨다.

입의 안쪽의 감촉을 즐기다가 자지를 입에서 빼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본방까지 해주면 릴리아나가 원하는 대로 되는 거니 해주기 싫었다.

"난 장 보고 올 테니까 둘이 놀고 있어라."

"히, 히익… 이렇게 가시면 저는 어떻게 해요."

스칼렛은 믿었던 내가 간다고 하니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붙잡았다.

하지만 릴리아나가 스칼렛의 가슴을 꽉 붙잡았다.

"스카웃. 이리 와. 감히 날 배신해?"

"네, 네엣♡"

좋으면서 뭘 어떻게 해. 

"잘 놀고 있어라."

"하앙, 핫… 하아악."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이 나쁜 년!"

릴리아나와 스칼렛이 뒹구는 걸 보다가 방에서 나왔다.

거실에서 옷을 챙겨입고, 엘리스에게 답장을 보냈다.

- 나 : 미안. 지금 확인했네. 편한 시간 알려주면 내가 맞출게.

엘리스는 자기가 보낸 스파이가 내 방에서 저러고 있는 걸 알까.

스칼렛이 우리집에서 저렇게 오래 놀아도 상관없나 싶지만, 어차피 날 감시하는 게 일이니까 대충 속여넘길 수 있겠지.

나는 기숙사를 나와 가까운 마트로 향했다.

김치찌개는 전에 먹었으니까 제육 볶음이다.

스칼렛도 몇 번 보다 보니 정이 들었다.

날 배신하려고 했던 나쁜 년이긴 해도 나름 착하기도 하고. 멍청한 게 귀엽기도 하고.

좋은 정보도 많이 가져왔으니까 맛있는 거라도 먹여줘야지. 

요즘 인터넷 검색만 해도 레시피는 다 있으니까 대충 따라 만들면 된다.

아직 오전이라 그런지 마트에 사람이 많이 없었다.

나는 고기와 양념을 좀 사고 즉석밥도 바구니에 넣었다.

야채 코너로 향하고 있는데, 내 눈에 익숙한 뒤통수가 보였다.

"남다은?"

오늘도 마트에 있구나.

아마 어제까지 기숙사 외부로 나가는 게 금지였으니 몰아서 장이라도 보는 모양이다.

남다은은 특급세일이라고 쓰여 있는 샴푸를 바구니에 넣더니 가격표를 보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 히로인 상태창

[남다은]

- [ 호감도 : 50 ]

- [ 성욕 : 17 ]

- [ 식욕 : 44 ]

- [ 피로도 : 36 ]

현재 상태 : 1,980원짜리 샴푸를 사고… 비누가 840원에 과자까지 사면 얼마지…?

'아직도 힘들게 사는구나.'

마음 같아선 후원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그런 걸 못 받는 상황이라 도와줄 방법이 없다.

그냥 가서 돈을 꽂아줄 수도 없고.

지갑은 또 왜 저렇게 헐었대.

짤랑짤랑-

그때 남다은 지갑에서 동전이 와르르 쏟아졌다.

몇 십개의 동전들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내 발 밑에 100원짜리 하나가 굴러왔다.

동전을 챙기고 남다은을 바라보자 공간지배까지 사용하며 동전을 줍고 있었다.

"…."

나는 지갑을 꺼냈다.

평소에 동전을 잘 안가지고 다녀서 500원짜리 두개 밖에 없었다.

너무 많이 줘도 티나니까, 그냥 이거라도 슬쩍 넣어줘야겠다.

"여기. 동전이 멀리까지 굴러갔더라."

동전을 세고있는 남다은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남다은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휙 돌렸다.

"고, 고마워."

내 손에 있는 동전을 보더니 남다은은 나와 눈이 마주치고, 얼굴을 붉히면서 동전을 가져갔다.

다행히 자기 돈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안 세본 모양이다.

하긴 동전이 그렇게 많았으니까. 

"오랜만이야. 동생 만나러 가나보네?"

남다은의 장바구니에는 전에 동생을 만나러 갈때 샀던 과자들이 그대로 들어있었다.

"응. 내일."

"서바이벌 끝나고 축제 때 뭐 했어?"

"그냥… 훈련하고 쉬었어."

오, 제대로 훈련을 하고 있구나.

아주 좋은 발전이다.

저번에 보니까 나랑 대련을 하고싶어하던데, 말이나 꺼내볼까?

"그럼 일요일에 대련이나 할까?"

"그, 그래도 돼?"

"당연히 되지. 친구끼리 그 정도도 못해? 저번 특별 시험 보답도 할 겸 한 번 하자."

남다은과 평범하게 대화를 나눌 정도로 친해진 건 확실히 고무적인 일이다.

나중에 공략에 큰 도움이 될거다.

마침 훈련장에 갈 생각이었으니, 가는 김에 대련도 한 번 하지 뭐.

나는 남다은과 몇 마디 더 대화를 나누고, 번호를 교환하며 헤어졌다.

*

"하아…."

남다은은 터덜터덜 기숙사로 돌아왔다.

내일 동생을 보러가는 데에 가져갈 과자 하나가 더 늘어나서 좋았지만, 솔직히 창피했다.

500원짜리 두개를 내밀던 이호연의 얼굴이 아직 떠올랐기 때문이다.

"창피하네."

이호연의 입장이 이해가 되긴 한다.

샴푸 하나 마음대로 못 사는 내가 딱해보여서 그냥 남는 동전을 슬쩍 끼워준거겠지.

그래도 역시 창피한 건 창피했다.

"…혹시 500원짜리 두개가 바닥에 떨어져있던 건가?"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다. 

아무 생각없이 바닥에 떨어져있던 동전을 남다은의 동전인 줄 알고 주워줬을 가능성도 있다.

"…모르겠다."

띠링-

기숙사에 돌아온 남다은은 책상에 앉아 노트를 펼쳤다.

동생에게 할 얘기를 생각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오늘은 이호연하고 얘기했으니까… 마트에서 장 보다가 친구 만난 얘기하고… 친구랑 대련한 얘기를 해줘야겠다."

남다은은 끄적끄적 열심히 스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

기숙사에 돌아온 나는 집밥선생의 영상을 보며 제육볶음을 만들었다.

"아무때나 오는 게 아니에요. 집주인이 먹고 싶을 때만 먹을 수 있는 K-집밥입니다."

"우, 우와아…."

짝짝.

스칼렛이 내 눈치를 보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저거 지랄하는 거 받아주면 끝도 없어….꺄아악!"

스칼렛과 다르게 이상한 소리를 하는 릴리아나의 머리를 한대 때리고, 같이 식사를 했다.

"오, 맛있어. 역시 집밥선생."

"맛있어요… 호연 님은 요리를 잘하시네요."

"그냥 알려주는대로 따라하는 게 무슨 요리야."

릴리아나는 괜히 툴툴대며 제육을 젓가락으로 콕콕 찍었다.

"그럼 네가 좀 만들어봐. 서큐버스면 내조도 잘 해야 하는거 아니냐?"

"치킨이 더 맛있는데 내가 왜 요리를 해! 치킨 시킬 돈을 주잖아! 그리고 이 제육볶음 산 돈도 내 돈 아니야?"

"… 맛있게 먹어. 릴리아나."

경제권이 없는 가장이 이렇게 살기 힘들다.

그래도 잠자리 주도권은 있으니까 그걸로 참아야지.

이따 밤에 보자.

나는 음침한 복수를 계획하며 스마트 워치를 실행했다.

밥 먹으며 핸드폰을 보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하지만 여기선 예의를 지적할 사람이 없다.

"딱히 더 나온 정보는 없네."

테러 조사는 이제 아카데미 내부에서 해결할 모양이다.

다른 글들은 유머글이나 잡담, 유명인들 사진 같은 글이었다.

"이건 뭐야?"

그런데 하나 눈에 띄는 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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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이 숨기는 진실]

이호연이 명예관을 무너뜨린 실수에 대해서 언론은 이를 숨기려하고 오히려 칭찬하고 있다.

1. 명예관에 설치되었다는 마법진에 대한 인증이 없음.

2. 아티팩트를 마나로 바꾸는 마법진이 폭발에 사용될만큼 위력이 크지 않음.

3. 일개 생도가 판데믹의 간부 주도 테러 마법진을 혼자서 막고 간부를 생포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음.

4. 언론과 기득권층, 아카데미가 루키의 탄생으로 시선을 돌리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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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30  비추천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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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신들은 뭐야."

얼마나 열등감이 심하면 이런 글이나 퍼나르고 있을까.

여기에 추천이 100개가 넘는 게 더 놀랍다.

"흠… 근데 몇 개는 해명을 해야 될 것 같기도 하고."

해명을 해야할 이유는 없지만 아예 무지한 사람이 보면 속을만한 부분이 있긴 했다.

예를 들어 마법진 같은 부분.

물론 현장에 있던 마법 교수들이 말한 증언이 있으니 굳이 해명을 해야하나 싶긴한데….

"아, 몰라. 수린 누나한테 물어봐야겠다."

이따 저녁에 만나기로 했으니 그때 물어보자.

나는 스마트워치를 끄고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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