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2화 〉142화. 계약서 (142/648)



〈 142화 〉142화. 계약서

지옥의 계약서.

처음에 릴리아나와 계약할 때 봤던 그 물건이다.

지옥의 망나니 계약서와 조금 다르지만 거의 같은 계약서였다.

그런데 그게 판데믹의 간부인 길 스티븐의 품에서 나왔다.

'지옥이라는 게… 이 세계관에서 중요한 거였나?'

판데믹과 지옥이 어떤 관계를 이루고 있는 거지?

판데믹은 보스인 마에스트로가 마왕을 소환하기 위해서 만든 조직이다.

진심으로 인간의 멸절을 바라는 미친놈이, 능력까지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악당이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마에스트로의 입장을 자세히  수 없다.

아는 거라곤 인간이란 종을 지구에서 없애겠다는 목표뿐이다.

원작에서도 판데믹과 지옥의 연관성에 관한 언급은 나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릴리아나를 처음 봤을 때 놀란 것이다.

 게임에 지옥이란 설정이 있었는지도 몰랐으니까.

'판데믹이 지옥과 무슨 연관이… 어?'

그때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대사가 있었다.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 대화였지만, 게임에는 이런 대사가 있었다.

[마왕이 강림하는 순간, 지옥이 어떤 곳인지 너희도 알  있을 거다.]

판데믹의 핵심 간부와 전투 중에 나온 대사다.

애초에 판데믹의 시점에서 전개된 적이 없으니 게임을 하는 입장에서는 마왕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었다.

대충 최종 보스가 있겠지. 싶었을 뿐이다.

이제 와서 곱씹어보면, 마왕은 지옥의 존재가 아닐까?

다른 세상에 있는 마왕을 소환하는 일이니, 제물이 필요한 것도 납득이 간다.

그 증거가  지옥의 계약서다.

어디에 있는지 감도 안 오는 지옥과, 악의 마인 집단 판데믹은 소통 중이다.

핵심 간부에게서 지옥의 물건이 나왔으니까.

'릴리아나가 마왕에 대해서 좀 알려나?'

문제는 릴리아나가  지옥과 마왕이 나오는 지옥이 같은 세상이냐는 점이다.

제발 알면 좋겠네.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던 히키코모리라고 했지만, 마왕이 유명한 존재라면 이름은 들어봤겠지.

어쩌면 마왕 공략이 더 쉬워질지도 모른다.

슥-

나는 계약서를 주머니에 넣고 기숙사로 향했다.



*



띠링-

기숙사로 오는 길은 난리도 아니었다.

테러의 후폭풍 때문에 이번  일요일까지였던 천상제는 아마 오늘로 마무리될 거다.

내일부터 테러의 조사와  스티븐 심문, 피해 복구 등으로 바쁘겠지.

오늘은 목요일이다. 아무튼 이번 주는 수업이 없을 테니 나는 좋다.

그렇게 기숙사로 들어갔는데...  쪽에서 내 방에서 들리면  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흐으읍! 크훕, 으으으응…!"

"오… 이쪽이 기분이 좋구나? 확실히 같은 여성체라도 나랑은 다르네."

"으읍! 후구읍!"

"…?"

나는 한 발로 통통 튀면서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내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여기도 좋아?"

"흐으으읍!"

"여기는?"

"우웁♡ 뉴후읍!"

"이상하네.  좋다고 하는  같은데."

내 마력 밧줄에 묶인 채 다리를 벌리고 있는 금발 스토커의 보지를 릴리아나가 쑤시고 있었다.

자신의 꼬리를 이용해서 말이다.

부드러운 꼬리가 박힌 보지에선 수도꼭지처럼 애액이 나오고 있었다.

"…."

"어, 왔어?"

릴리아나는 나를 보고도 태연히 보지 쑤시기를 계속했다.

"으으읍! 으으으으읍!"

그에 비해 금발 스토커는 내 존재를 눈치채자 더욱 미친 듯이 읍읍대기 시작했다.

"릴리아나… 뭐해?"

"나중에 다른 여자랑 같이 섹스할 때를 대비해서 얘 몸을 가지고 실험해보고 있었어. 이제 되게 착해졌어~. 반항도 안 하구."

"으읍…! 흐읍. 흐으읍…!"

"… 내가 보기엔 살려달라고 하는  같은데."

"그런가? 아닌뎅. 분명 좋아하는데."

금발 스토커의 눈은 확실히 순해졌다.

아까 내게 보내던 살기와 표독스러운 눈매는 사라지고 한 마리 연약한 초식동물의 눈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제 보니 너 고문에 소질이 있구나. 서큐버스가 고문을 잘한다는  인정할게."

물론 여자 한정이다.

"그렇지?! 드디어 인정받았다!"

릴리아나는 뭐가 좋은지 신나서 만세를 한 후, 꼬리를 금발 스토커 보지에서 빼내 그녀의 배에 문대며 애액을 닦아냈다.

몸 곳곳이 땀과 애액으로 범벅이 되고 얼굴은 새빨개진 금발 스토커의 꼴을 보고 있으니 약간 처량하기도 했다.

"… 시끄러울까 봐 입을 막아놨는데 이제 열어도 되겠다."

나는 마법진을 살짝 조작해 금발 스토커의 입을 열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이 미친년이  죽이려고 해요. 제발 살려주세요. 호연씨. 제발요 제발."

금발 스토커는 입이 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쏟아냈다.

"아니, 착해진 게 아니었네! 이 나쁜 년! 난 우리가 친해진 줄 알았는데!"

"하아악! 제발. 이제 그만… 미쳐버려… 하으아… 아앙♡."

"…."

릴리아나는 뭐가 화났는지 금발의 보지에 다시 꼬리를 집어넣었다.

아니 저게 저렇게 깊게…?  정도면 자궁까지 들어가는 거 아니야?

근데 또 말과는 다르게 꼬리가 들어오자마자 혀를 내밀고 고개를 뒤로 꺾는 게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흐악, 하악… 흐억, 힉… 악…."

아니네. 저건 상태가 좀 위험한 것 같다.

"릴리아나. 잠시만 기다려봐. 대화 좀 해보고."

나는 금발 스토커가 숨이 넘어가기 전에 릴리아나를 멈췄다.

"어때! 좋지?! 이 변태 같은 년! 아, 그랭? 알았어."


"…흐윽. 흐으읍… 흑."

"야, 울지말고 정신차려."

툭. 툭.

뭐가 그렇게 억울한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금발 스토커의 뺨을 손바닥으로 툭툭 쳤다.

"엘리스가 보낸 거 맞지? 너는 아이리스 길드의 간부고?"

"흐윽… 흑…."

"지금 대답 안 하면 내일 다시 물어본다. 릴리아나랑 하루 더 놀고 싶어?"

"맞아요. 맞아요. 제발 살려주세요. 흑… 제발…."

온순해진 걸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드디어 대화할 준비가 되었구나.

"일단  이름이 뭐야."

"스칼렛. 스칼렛 라이트에요… 흐윽."

"스칼렛 라이트…."

 기억에 없는 걸 보니 원작에서 비중이 있는 인물은 아니다.

아마 아이리스 길드의 헌터 중에 한 명이겠지.

"나를 미행한 조사 목적은?"

"흑, 당신이 여자와 문란한 관계를 맺는 광경을 영상으로 찍어오라고 해서…."

"… 이 년 구라치는 거 같은데. 릴리아나?"

"아니에요. 아니에요! 제발! 제발 믿어주세요… 흑.  오른쪽 귀 피어싱에 카메라도 있어요."

"으음…."

깨끗한 왼쪽 귀와 다르게 오른쪽 귀에 뭘 달고 있긴 하네.

나는 안력을 집중해 오른쪽 귀에 달린 피어싱을 바라봤다.


────[ 소형 카메라 ]────

▶ 등급 : 중

▶ 작은 크기의 녹화기능이 있는 카메라.

▶ 마력석이 포함되어 있어 착용자와 잘 융화됩니다.

────────────

'이거 완전 범죄용이네.'

하긴 세상에 마법이 있는데 범죄가 없을 리가 없지.

굳이 녹화본을 볼 필요는 없을 거 같고… 이 정도면 확실한  같은데.

"왜 내 영상이 필요한 거지? 이유 알아?"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위에서 시키는 대로… 흑."

"스읍…."

분명히 뭔가 이상하다.

엘리스가 아무리 차가운 성격이어도 내가 이렇게 잘해줬는데 약점을 잡으려고 할까?

그럴 리가 없다.

그렇게 비호감인 캐릭터라면 처음부터 히로인이 되지도 않았다.

즉, 내가 모르는 사실이 있는 건데… 그게 뭔지 알 방법이 없네.

"흐윽… 살려만 주세요. 뭐든지 할게요."

"아니구나. 여기 있었네.  방법."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스칼렛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스칼렛. 우리 둘 다 윈윈  방법이 있어."

"네, 네. 좋아요. 좋아요…."

나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품에서 지옥의 계약서를 꺼냈다.


*

"자, 괜찮지? 이 정도면 충분히 널 배려했다고 생각해."

"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그만큼 열심히 하면 되지 뭐."


스칼렛 라이트는 이호연에게 계약서를 받고 속으로 비웃음을 보냈다.

'이 멍청한 자식. 역시 아직 사회생활을 안 해본 티가 나.'

사인을 하기 전 마지막으로 계약서를 훑어봤다. 계약서에는 허점이 너무나도 많았다.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뜻이 달라질 수 있는 중의적인 표현도 많이 있었고, 심지어 이건 모두 스칼렛이 이호연과 가까이 있어야 적용하는 제약들이었다.

  도망치기만 하면 아무 소용없어진다는 뜻이다.

'됐어. 이번에도 임무를 해결했어! 역시 나야.'

이호연이 조금만 늦게 들어왔어도 저 미친 년한테 완전히 함락되었을 텐데, 정말 운이 좋았다.

저 미친 년은 이호연의 옆에서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이제는 얼굴만 봐도 보지가 젖는게 너무 무서웠다.

이 상황만 벗어나면 무조건 복수할 생각이었다.

"내용 확인했으면 마나 주입해. 난 이미 끝났어."

"네, 알겠습니다…."

스르륵-

스칼렛이 마나를 주입하자, 계약서가 서로 빛나며 이어졌다.

[지옥의 계약서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간 '이호연'과 계약되었습니다.]

'요즘 계약서들은 이런 것도 뜨는구나.'

스칼렛은 수 없이 많은 계약을 해봤지만 이런 계약서는 처음이었다.

"자, 스칼렛. 그러면 이제  임무야. 나를 조사하는 중이라고 보고한뒤에, 역으로 엘리스를 조사해. 이중 스파이가 되는 거야."

"… 알겠습니다."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

그럼 바로 도망…

삐이-

그 생각과 동시에, 이상한 소리가 나면서 스칼렛의 목에 개목걸이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어, 어?! 이게 뭐야!"

당황한 스칼렛이 마력을 일으켜봤지만, 개목걸이가 채워진 순간 몸에 힘이 빠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야… 설마 바로 배신 생각을  거야? 뭐 그렇게 빨라."

"봐봐. 난 저럴 줄 알았다니까.  말이 맞지?"

"그러게. 네가 이겼어. 릴리아나."

"야호! 그럼 내 장난감이다?! 약속 지켜!"

도대체 눈앞의 남녀들이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건지 스칼렛은 하나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배신 생각? 장난감?

'그게 무슨 말이야…?'

하지만 일단 침착하게 이호연과 눈을 마주쳤다.

"저, 저기. 이호연 생도? 이게 무슨… 일이죠? 저희는 분명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잖아요. 이런  계약서에 전혀 명시되어있지 않았는데…."

계약에는 그 흔한 적대 행위 금지도 쓰여 있지 않았다. 아예 상대에게 간섭할 수 있는 조항 자체가 없었다.

그렇기에 스칼렛은 방심했다. 계약서에 허점이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그런데  목걸이는 왜 생겨난 거지?

릴리아나의 머리를 쓰다듬던 이호연은 당황한 스칼렛의 모습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아하… 고객님. 지옥의 계약서는 처음이신가봐요?"

그 웃음을 보고, 스칼렛은 몸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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