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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1화 〉141화. 테러 (3) (141/648)



〈 141화 〉141화. 테러 (3)


명예관 안쪽에서 느껴지는 마법진의 기운은 매우 강인했다.

안에는 수많은 아티팩트가 전시되어 있었다. 폭탄의 재료는 넘친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룬의 결계로 폭발을 막아볼 생각을 했지만, 저 엄청난 마나를 모두 빨아들여서 폭발한다면 내 마력으로 버틸 수 없다.

단단한 결계를 만드는 데에는 그만큼 많은 마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선택한 방법이 아티팩트를 없애는 방법이다.

아티팩트의 마력이 없는 폭발이라면  룬의 결계로 충분히 막을  있다.

아티팩트는 건물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하나하나 골라서 파괴할 시간은 없으니 차라리 건물 전체를 박살 낸다는 생각으로 임하는 게 빠를  같다.

──『 스파이럴 』 ──

▶ 고유 스킬

▶마력을 나선 형태로 꼬아서 단단하게 만들고, 나선으로 도는 구 형태로 압축한다.
매우 고도의 마력 제어 능력이 필요하다. 던지기보단 가까이서 박았을 때 파괴력이 크다.

───────


오우거의 방어력을 뚫기 위해 만들어냈던 스킬인 [스파이럴].

엄청난 속도로 도는 나선의 구가 적에게 부딪히며 상대를 갈아버리는 스킬이다.

방어력이 강한 상대나 사물을 만났을 때 애용하던 스킬이다.

이번에는 [스파이럴]의 많은 타격수에 집중할 생각이다.

단순히 뜨거운 불로 태우거나, 홍수를 일으킨다거나, 거대한 빙하나 바위를 소환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건물은 부서질지 몰라도 작은 아티팩트들은 그대로 남아서 폭탄이 된다.

그래서 선택한 게 [스파이럴]이다.

작은 아티팩트 하나까지 갈아버릴 수 있는 스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 [스파이럴]은 오우거의 배를 뚫기 위해 만든 기술이라, 그 크기가 작다.

명예관을 부수려면 평소처럼 내 손에 들어오는 작은 [스파이럴]로는 부족하다.

크기를 넓혀야한다.

나는 태풍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휩쓸고 지나가면 아무것도 남은  없이 폐허가 되어버리는 바람.

마치 태풍처럼 주변의 공기를 같이 흐르게 만들며 더욱더 빠르고 큰 기술로 만들었다.

콰과과과가각-

내 손에 스파이럴을 구현했다.

각성으로 인해 내 마법 시전 속도는 정말 눈 깜짝할 새로 변했다.

웅웅-

내 스파이럴에 마력을 담으며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마법진의 핵심 술식에 파괴의 의지를 담고, 지상을 휩쓰는 토네이도를 이미지 한다.

"저, 저게 무슨…!"

 옆에 있던 길 스티븐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걸 감지한 모양이다.

카득- 파드득-

스슷-

공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며 내 손에서 점점 커지는 스파이럴은 이제  통제를 벗어났다.

손을 하늘 위로 올려 스파이럴을 더욱 키웠다.

"후우."

공기의 흐름을 가속하자 스파이럴은 거대한 원반 같은 형태를 이루었다.

'이거 진짜 셀 거 같은데.'

아카데미의 명예관.

빅토리아 아카데미의 지금까지 운영 기록과 졸업한 선배들의 발자취, 초상화나 동상, 기증한 아티팩트까지 모두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정말 부수기 직전까지 되고 나니 이걸 박살 내버려도 되나 싶지만… 이미 늦었다.

어차피 내가 안 부수면 더  피해로 이어질 거다.

그리고 솔직히 나한테는 추억이니 자랑스러움이니 전혀 없거든.

"아아… 주인님… 제가 어떻게든…."

 스티븐은 온몸에 마나가 떨어져 탈진했는데도 나를 막기 위해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미친 광신도 새끼.

쐐애애액-

나는 파괴적으로 회전하는 [스파이럴]을 명예관으로 집어던졌다.

콰아아아앙-! 카드드드드득!

콰과광!

찰나의 시간.

명예관에 부딪힌 [스파이럴]은 엄청난 흙먼지를 일으키며 건물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사방에 바람이 휘몰아치며 주변에 있던 노점상들을 날려버렸다.

곧 콰드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핵심 지지부가 부러지며 명예관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이 스파이럴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미쳤어… 이건 주인님의 마법과… 또 다른 어떤…."

"아오, 이 미친 노인네."

 스티븐은 이제 내 신발을 잡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죽일 순 없다.

이대로 생포해서 협회에 넘겨야지.

까득- 까드드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명예관은 무너지다 못해 가루가 되고 있었다.

조각난 건물의 잔해와 동상, 그림의 흔적과 아티팩트의 조각들이 하늘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1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와후…."

거대한 굉음에 혼란에 빠진 사람들도 하나 둘 씩 이쪽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뭐, 뭐야! 건물이 무너졌어!"

"테러다! 테러!"

확실히 엄청난 위력이었다.

한 번의 스킬로 거대한 건물 하나가 박살이 나버렸으니까.

저 멀리서 무슨 일인지 뛰어오는 교수들이 보였다.

민예지와 임솔은  중에서도 제일 앞에 있었다.

나는 길 스티븐의 품을 뒤졌다.

이놈은 두뇌파인 만큼 항상 모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걸 들고 다닌다.

게임에서도 보상이 꽤 좋은 놈이다.

스륵스륵-

외투 안쪽을 뒤져보자 웬 복주머니가 있었다.

내 생도복 안쪽에 복주머니를 숨긴 후에 임솔과 민예지를 맞이했다.

"호연아, 무슨 일이야…? 건물은 왜 무너진 거고?"

덥석.

쓰러진  스티븐의 목덜미를 잡아 일으켰다.

"판데믹 간부를 잡았어요. 이 녀석의 테러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명예관을 무너뜨렸습니다."

"… 뭐?"

너무 생략을 많이 했나.

파드득- 파득!

내가 설명을 이으려던 그때, 건물의 잔해에서 마법진이 발동했다.

건물 밑에 깔려있어서 스파이럴로 지우지 못한 마법진이 이제야 발동한 것이다.

원래는 내가 룬의 결계로 막으려했지만, 교수들이 이렇게 많으면 굳이 내가 나설 필요는 없겠지.

"폭발이에요! 피하세요!"

 외침에 마법을 감지한 교수들이 쉴드 마법을 겹겹이 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콰앙!

잠시  쉴드 마법의 안쪽에서 엄청난 폭음이 들렸다.

건물의 잔재들이 하늘로 치솟았고 웅웅 하며 귀가 울렸다.

"으악!"

"괜찮아요! 여긴 안전합니다!"

결계 안에서의 엄청난 폭발.

미리 대비를 해놓은 덕에 폭발은 명예관의 잔해를 바스러트리는 걸로 마무리되었다.

"아카데미의 명예관이…."

교수 중 한 명이 건물의 잔해를 보며 중얼거렸다.

내 스파이럴에 폭발까지 당한 자랑스러운 명예관은 당연히 원래 상태를 알아볼  없을 정도로 가루가 되었다.

"… 저 폭발이 아티팩트의 마나를 흡수해서  큰 폭발로 이어지기 전에 미리 처리했습니다.  과정에서 어쩔  없이 명예관을 무너뜨렸습니다."

"대단한 대처능력이었어. 호연아."

아무도 대답을 안해서 약간 뻘쭘했는데 다행히 임솔 교수가  편을 들어줬다.

"나머지 뒤처리는 교수들이 할게. 그리고 테러 조치에 대한 공로도 내가 건의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감사합니다. 교수님."

임솔 교수의 배려 덕에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테러 현장을 빠져나왔다.

원래 이런 일은 뒤처리가 제일 귀찮은 법이거든.

*


이호연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민예지는 조용히 옆에 있는 임솔에게 속삭였다.

"솔아. 이호연 생도 마법 봤어?"

"…당연하지."

"삼중 속성이야. 분명 바람이었어."

"응. 확실해."

명예관을 무너뜨린 마법.

분명히 그건 바람속성이었다.

"우리 빼고 본 사람들이 있을까? 교수 중에선 우리가 제일 빨리 본 것 같은데."

"마법이 발생하고 5초도 안 돼서 건물이 전부 무너졌어. 아마 없을 거야."

교수들은 한창 구조와 사람들 안내에 힘쓰고 있었다.

민예지와 임솔은 상황이 정리된 후 이호연을 찾았기 때문에 제일 먼저 볼 수 있었다.

"삼중 속성… 세계에서 두 번째네? 솔아. 어떻게 생각해. 혹시 운명 아니야?  이상형에 부합할 수도 있잖아. 너보다 마법 잘하는 남자."

민예지는 진지한 대화 와중에도 장난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를 유지했기에 임솔의 표정도 조금 풀릴  있었다.

"시끄러워."

"솔아~ 나 이번에 열심히 했으니까 이호연 생도랑 접촉해도 괜찮지?"

"… 마음대로 해."


임솔은 혀로 건조해진 입술을 핥았다.

다중 속성.

천재 마법사 임솔이 구축하고 있는 유일한 영역이었다.

이중 속성까지는 드물게 존재한다.

그리고 3개 이상의 속성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도 정말 드물게 존재한다.

하지만 3개 이상의 속성을 완벽히 다루는 마법사는 임솔이 최초였다.

심지어 임솔은 삼중 속성을 넘어 다중 속성. 모든 속성의 마법을 다룰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

마법의 축복을 받은 여자.

그게 세계마법 협회에서 임솔의인식이었다.

'호연이….'

여자의 감각이라는 말을  번도 믿어본 적이 없는 임솔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이상하게 느껴졌다.

왠지 이호연도 자신과 같은 다중 속성일 것 같았다.

지금까지 본 이호연은 그랬다.

뭐든 임솔의 기대 이상을 보여주는 남자였으니까.

'하지만 이건 욕심… 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임솔은 욕심을 멈추지 못했다.

*


"와이 씨. 괜히 개고생했네."

그냥 빨리 쳐죽일걸.

괜히 정보  얻어보려고 대화를 하다가 귀찮은 일을 벌였다.

물론  스티븐을 초반에 생포한  큰 수확이고, 테러도 잘 막았으니 다행이긴 하네.

스파이럴에 너무 많은 마나를 쏟아부었더니 머리가 아픈  같기도 하고… 흠.

"아 맞다. 복주머니."

아까 길 스티븐의 주머니를 털어서 나온 복주머니가 있다.

이게 게임이라면 무조건 좋은 드랍템이 나올 타이밍인데.

나는 복주머니를 꺼냈다.

福이라는 익숙한 한자가 적혀있는 빨간색 복주머니였다.

안에 손을 넣어보자 종이 한 장이 잡혔다.

"뭐야? 종이?"

집문서라도 가지고 다니나?

종이를 꺼내 보자, 왠지 눈에 익은 계약서가 나타났다.

────[ 지옥의 계약서 ]────

▶ 등급 : 중상

▶ 강한 속박력이 있는 지옥의 계약서.

▶ 지옥의 뜨거운 불길이 영원히 존재하는 한 계약을 어길 수 있는 자는 없다.
다만, 지옥의 고위 귀족이라면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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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뭐야."

판데믹에서 지옥의 계약서를 왜 가지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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