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131화.축제(2)
"끄으…."
뒤통수가 아프다.
너무 무리한 건지, 온몸이 쑤시네.
내 품에는 아직 릴리아나가 안겨있었다. 릴리아나도 피곤했는지 깊게 잠이 든 모양이다.
주물주물.
"으으응…."
아직 내 손에 들어와 있는 부드러운 가슴을 만지면서 정신을 각성시켰다.
릴리아나에게 자라있었던 뿔과 날개는 이미 사라져있었다.
"참 신기하네."
뿔이 있던 자리를 손으로 만져봐도 똑같았다. 평평한 게 흔적도 없었다.
'각성… 같은 건가?'
나도 섹스 중에 각성했으니 릴리아나도 나를 기다리며 자위하다가 각성한 건 아닐까?
아니 그렇다고 하기엔 좀… 아무리 서큐버스라도 너무 추하지 않나?
스마트 워치를 확인하니 오후 7시였다.
내가 9시가 되기 전에 들어와서 잠자리에 들었으니 대충 10시간 정도 잤다.
근데 얘는 왜 안 일어나.
꾸욱.
"아응…."
가슴을 잡고 있던 손으로 릴리아나의 유두를 꼬집었다.
"일어나. 더 자면 잠에 취한다."
"흐응… 으읏."
꾸욱꾸욱.
젖꽂지를 가지고 놀다 보니 릴리아나가 몸을 비비며 내게 안겨 왔다.
"릴리아나. 닭꼬치 먹으러 가야지."
"으… 닭꼬치."
닭꼬치란 말에 릴리아나도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하으으…."
기지개를 피자 풍만한 가슴이 나에게 안기라는 듯 크기를 과시했다.
"벌써 밤이야. 축제도 이미 시작했을걸?"
"같이 놀자…."
릴리아나는 하품을 하며 나를 바라봤다.
"당연하지. 너 먼저 씻을래?"
"응…."
릴리아나를 욕실로 보내고, 스마트워치를 확인했다.
메시지가 엄청나게 밀려있었다.
일단 서바이벌 시험이 끝났을 무렵에 임솔에게 온 메시지에 답장했다.
- 임솔 교수님 : 서바이벌 고생했어. 연구실에 한 번 들려.
- 나 : 감사합니다. 내일이나 내일 모래 들를게요!
그 밑으로도 메시지들이 많았다.
- 수린 누나 : 오늘 정말 고생했어. 축제 기간 내에 밥 한 번 살게.
- 루시 : 친선 대련 멋있더라! 오늘 밤에 같이 놀래?!
- 루미 : 아침에 대련장에 들르지 못해서 죄송해요. 영상 봤는데 너무 멋있었어요. 호연 씨.
"후우…."
루시에게는 내일 놀자고 답장을 보냈다.
루미에게도 역시 괜찮으니 내일 놀자고 답장했고, 수린 누나한테는 감사를 전하며 다음에 보자고 답장했다.
오케이. 됐다.
이제 나갈 준비 해야지.
릴리아나가 씻고 나온 후에 나도 샤워를 했다.
오랜만에 외출이니까 머리도 좀 세팅했다.
그러면서 스마트워치를 켰다. 에브리데이의 여론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오늘도 역시 가장 위에 내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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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이호연 이중 속성 공개]
친선 대련에서 신동민 상대로 얼음 속성 공개했음.
맨 밑에 영상 보면 알겠지만, 주작 아니고 합성도 아님.
실제로 본 사람으로서 진짜 존나 멋있더라…. 손짓 한 번에 온 바다가 얼어붙는데 온 몸에 소름... 시끄럽던 관객석 싹 조용해짐.
심지어 어제까지 서바이벌 시험하느라 피곤이 다 풀리지도 않은 모습이었음.
퀭하고 충혈된 눈에 짙은 다크서클에 볼살도 홀쭉한 게 힘들어 보였어.
근데도 존나 멋있었음.
거기서 풍기는 분위기라고 하나? 어쨌든 진짜 지려 ㅋㅋ.
거기 있던 사람들은 다 공감할 듯.
어쨌든, 요즘 맨날 유명인 도촬밖에 안 올라오던데 이상한 거 보지 말고 유망주 이호연이나 보자!
[영상]
추천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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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ㅈ 진짜 존나 멋있더라.]
[멋있는 건 이호연인데 추천은 왜 네가 받냐?]
[이 영상도 도촬이잖아. 미친 새끼야 ㅋㅋㅋㅋ]
[ㄴ 맞네 시발. 도촬이네 ㅋㅋ]
[내가 서바이벌 시험 마지막 날까지 살아있었는데, 이호연 잡는다고 80명이 팀 만들었음 ㅋㅋ 근데도 이호연이 1등]
[ㄴ ㄹㅇ? 그게 말이 됨? 시험인데?]
[ㄴ 아카데미 하루 이틀 다니나. 작년 배틀로얄 때는 c 클래스 전체가 시작부터 연합해서 패악질 부리니까 열 받은 나머지 학생들이 c 클래스 먼저 죽이자고 200명 뭉침 ㅋㅋ. 그래서 그 시험 c 클래스는 다 하위권이었음 ㅋㅋ]
[저 시발놈 서바이벌 시험에서도 여자 끼고 다니던데 그냥 섹스하다가 피곤해서 늦은 거 아님?]
[ㄴ pdf 딸게요.]
[ㄴ 개소리도 정도껏 해라. 서바이벌 시험해 본 사람은 다 안다. 그날 피곤해서 12시간 넘게 잤다. 이호연 체력이 진짜 말도 안 되는 거다.]
[비추천 누르고 갑니다.]
"음. 나쁘지 않네."
이제 주작이니 뭐니 하는 소리는 보이지도 않는다.
역시 대중들 앞에서 힘을 자주 보여줘야 믿는구나.
여론도 매우 좋고… 다만 신경 쓰이는 건 문수린이다.
내 글을 제외한 다른 추천글의 대부분이 유명인들의 일상 사진이었고, 특히 문수린의 비중이 높았다.
'슬슬 맛이 갈 때가 됐는데….'
물론 피폐 문수린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또 너무 잘 버티고 있으니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감이 안 왔다.
"아, 맞다. 엘프의 정수."
갑자기 뇌리에 엘프의 정수가 스쳤다.
이거 먹어야지.
거실에 던져둔 아공간 주머니를 뒤져서 엘프의 정수를 꺼냈다.
"또 어디서 이상한 거 주워왔어? 마력석 뭉쳐놓은 거?"
머리를 말리던 릴리아나가 엘프의 정수를신기한 듯 바라봤다.
"아니, 영약이야. 운 좋게 얻었어. 지금 먹을건데 그동안 나 좀 지켜줄래?"
"알겠어."
문제가 일어날 일은 거의 없지만, 혹시 모르니까 릴리아나에게 부탁했다.
엘프의 정수를 목으로 삼켰다.
꿀꺽.
입에 넣자마자 입안에 달콤함이 퍼진다. 확실히 인간 세상에서 느낄 수 없는 맛이다. 숲의 향이 머릿속 깊은 곳까지 퍼지는 것 같다.
완전히 삼킨 후 혹시나 얼굴이 달라졌나 거울을 봤지만 별로 느껴지진 않았다.
꾸득. 뿌득.
하지만 내 몸 안쪽에서 반응이 왔다.
"아이 씹… 아프다고 말은 해줘야… 지…! 아악."
"괘, 괜찮아? 야! 뒤지면 안 돼! 닭꼬치 먹어야지!"
뿌드득.
내 혈관과 마나 회로, 장기 등이 억지로 자리를 옮긴다.
가장 아름답고 효율적인 위치와 크기로 바뀐다.
얼굴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으니 그만큼 내 몸속의 변화가 엄청났다.
"아악… 존나 아파."
"으이고. 이리 와. 내가 안아줄게."
릴리아나는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양 팔을 벌리고 나를 안아줬다.
난 그 품에 안겨 내 몸을 천천히 관측했다.
일단 머리가 맑아졌다.
몸에 기운이 넘쳐나게 되었고 마나 회로도 확장되었다.
"좋네."
이게 보약이지 뭐야.
슉슉.
섀도복싱을 하는 것처럼 허공에 주먹을 날렸다.
느낌이 좋다.
"… 정신이 나가버렸네."
릴리아나는 나를 보며 혀를 찼다.
*
아카데미에서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아카데미의 천상제는 첫날부터 뜨거운 열기를 띠고 있었다.
이호연이 잠에 빠져있는 동안 1학년 생도들도 피로를 풀고 축제를 즐기러 돌아다녔다.
축제 기간에만 허락되는 노점상들이 거리에 깔려있었고 루시는 친구들과 함께 거리를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이거 진짜 맛있당."
"대박대박. 역시 나오길 잘했어!"
노점상에서 파는 몬스터 고기 꼬치를 먹으며 루시의 친구들은 웃음을 피웠다.
다른 1학년들은 서바이벌의 피로를 풀고 있지만 루시와 친구들은 축제를 즐기기위해 피곤함을 버티고 밖으로 나왔다.
"내일은 뭐 할 거야 루시?"
"나? 아마 이호연이랑 루미랑 놀 것 같은데."
"와~ 진짜 부러워. 우리도 이호연이랑 놀고 싶어."
"그니까. 호연이는 너무 차가운 느낌이야. 차가운 도시 남자라고 할까?"
"…? 이호연이?"
이호연이 차가운 도시 남자라니, 루시는 처음 듣는 소리에 당황했다. 그런 이미지보단 착실하고 착한데다가 장난기도 있는 친구였기 때문이다.
"응, 걔는 몇몇 애들 아니면 대화도 잘 안 섞잖아. 약간 거리를 두는 느낌이지."
"그치~. 나도 몇 번 인사했는데 절대 먼저 인사 안 해주더라."
"으음…."
생각해보니 이호연이 다른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걸 본 적이 없다.
"내 생각엔 있잖아. 이호연이 너랑 루미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어, 어어?"
루시는 먹던 꼬치를 입에서 떼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맞네 맞아! 맨날 너희 쌍둥이랑 놀잖아."
"뭔지 알 것 같아! 항상 먼저 인사해주고."
"꺅! 부러워!"
루시를 둘러싼 여 생도들은 어머 어머 하며 손바닥을 부딪쳤다.
"…으음."
정말인가?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때, 루시와 친구들이 방금 떠난 꼬치집에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다른 친구들이 꺅꺅대는 동안 그 손님들은 루시의 시야에 들어왔다.
"아아, 이게 닭꼬치라는 것이다."
"오… 맛있어…!"
이호연과 처음 보는 여자가 다정하게 서서 꼬치를 먹고 있었다.
여자는 선글라스를 낀 탓에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지만, 루시에게 친숙한 사람은 아니었다.
"아~ 해봐. 내가 먹여줄게."
"왜 이래. 바깥이잖아."
"어허, 내 돈으로 사서 네가 먹는 건데 안 먹을 거야?"
"하아… 이따 보자."
냠.
"…."
여자친구겠지? 저렇게 먹여주기까지 하는데.
'그래, 나랑 아무 사이도 아닌데 여자친구가 있는 게 무슨 상관이야.'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괜히 가슴이 답답했다.
루시는 더 이상 그 광경을 지켜보기 싫어 반대편으로 뛰어나갔다.
"엥? 루시! 어디가!"
"야아, 그만 놀리자고 했잖아. 루시! 같이 가!"
아무 사정을 모르는 루시의 친구들은 루시가삐진 줄 알고 그 뒤를 따라갔다.
*
"야, 까불지 말라고 했지."
계속해서 닭꼬치를 먹여주려고 하는 릴리아나의 머리에 딱밤을 날렸다.
딱. 딱. 딱.
한대로 모자라서 세 대를 날렸다.
"미안해. 악. 미안하다고! 아파! 이거 여혐이야!"
"이 미친 서큐버스가 어디서 이상한 걸 배워왔어."
애초에 인간도 아니면서.
딱.
헛소리하는 릴리아나의 이마를 한 대 더 때렸다.
"아악! 이 말만 하면 남자한테 절대 안 맞는다고 했는데!"
그게 무적방패가 맞긴 하지. 하지만 나한테는 아니다.
"난 남녀 평등주의자라 남녀 상관없이 패. 그리고 너 그런 말 쓰면 방송 망한다."
"헉. 그래? 개청자 새끼들이 이상한 걸 알려줬네!"
릴리아나는 또 속았다면서 분개했다.
"하아…."
이마를 부여잡고 히잉 하면서 닭꼬치를 먹는 모습이 귀엽긴 한데, 참 데리고 다니기 힘들다.
나와 릴리아나에게는 가벼운 인지 방해를 걸고 있어서 다른 사람이 보기엔 일반 여성처럼 보일 거다.
물론 나와 자주 보던 사람들은 날 알아보겠지만, 운 좋게 아는 사람을 마주친 적이 없다.
주변을 둘러봐도 지인은 돌아다니지 않았다.
하긴 중요한 히로인들이 문수린을 빼면 다 1학년인데다가 시험의 마지막까지 버텼으니 지금쯤 자고 있겠지.
나는 별걱정 없이 릴리아나와 축제를 즐겼다.
"다음은 저거! 타코야끼를 먹어봐야 해! 사장님. 타코야키 50개 주세요."
"아니 50개나 어떻게먹어!"
그래도 서바이벌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라 나쁘지 않았다.
"아, 릴리아나."
"응?"
이쑤시개로 타코야키를 찍어 먹고 있는 릴리아나에게 물을 게 생각났다.
어제 당했던 마법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
"너, 그러고 보니 어제 그 마법은 뭐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