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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6화 〉126화. 서바이벌 시험 (19) (126/648)



〈 126화 〉126화. 서바이벌 시험 (19)


이 세계관에서 엘프는 아름다운 존재가 아니다.

몬스터의 일종으로 인간 사냥을 쾌락으로 느끼는 미친놈들이다.

지능은 있지만, 언어가 달라서 말도 안 통한다.

물론 저 하이 엘프는 마법으로 조종당하고 있을 테니 통한다고 해도 말을  수 없다.

하이 엘프는 아카데미에서 마지막 날까지 숨어서 아무것도 안 하는 생도들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장치다.

서바이벌 시험의 일주일간 제대로 몬스터를 잡고 보물을 찾았다면, 200포인트 정도는 가뿐히 챙길 수 있다.

하이 엘프는 싸우지 않으며 숨고 도망 다닌 생도들을 끝까지 살려놓지 않겠다는 시험 방침이다.

물론 마지막 날까지 살아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점수를 꽤 받는다. 숨어서 생존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

어쨌든, 원작에서는 몇몇 얌체들만 처리하고 주인공과 붙는 전개였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시발 뭐야!"

"아악!"

내게 다가오던 김영한 팀은 섬 전체를 노릴 수 있는 하이엘프의 화살에 맞으며 쓰러지고 있었다.

오히려 80명이나 팀을 이룬 게 패착이었다.

사람 수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거든.

만약 저 인원들이 서로 경쟁하며 포인트를 빼앗아서 20명 정도만 남았더라면, 엘프에게 먼저 노려지진 않았을 거다.

정말로 숨어서 꿀을 빨고 있던 놈들만 노려지고 탈락했겠지.

하지만 너무 많은 생도가 살아남았다.

포인트 공급은 정해져 있는데 사람 수가 많아져 버리면 그만큼 나뉠 수밖에 없다.

물론 김영한의 잘못은 아니다. 이걸 예측하는 건 말도  되니까.

사실 힌트가 있긴 있었다.

6일 차에 나왔던 메시지.

[모든 생도의 이름과 위치가 미니맵에 실시간으로 표시됩니다. 혹시라도 살아남기 위해 도망만 치던 생도들은 주의하길 바랍니다.]

이게 하이 엘프 등장의 힌트다.

알아들으라고 넣어놓은 건지는 모르겠다. 나도 나중에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설명을 보고 알았거든.

나는 사고로 죽는 생도가 생기지 않길 바라며 포인트 랭킹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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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섬 내의 포인트 랭킹 순위.

1. 이호연. 1210p

2. 김영한. 452p

3. 엘리스. 434p

4. 루시. 2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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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200포인트를 넘는 생도는 딱 5명뿐이었다.

그 말은 즉.

"개꿀이네?"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다 처리해준다는 말이다.

이렇게 쉬울 수가.

나는 화살 때문에 혼란에 빠진 김영한 팀을 따돌리고, 지도를 보며 엘리스와 루시루미 쌍둥이의 좌표로 향했다.

루미한테 포인트 공유해주러 가야지.



*

아카데미의 회의실.

서바이벌 시험의 마지막 날을 보기위해 교수들은 집중하고 있었다

"... 이건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하이 엘프가 한 번 활을  때마다 생도가 한두 명씩 텔레포트 하는 시험의 상황에 한 교수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초기에 저희가 계산한 200포인트라는 수치가 지금은 너무 달라졌어요. 이대로 가다간 5명 빼고 전부 탈락할 거에요."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탈락했다고 실격도 아니고, 상대평가잖아요. 어차피 순서가 달라질 뿐인데."

"그렇긴 하지만... 마지막 날에 갑자기 포인트 제한으로 대거 탈락한다면 공정성 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다른 교수가 한숨을 쉬었다.

공정성. 꼭 새로 온 교수들이 저런 말을 꺼낸다.

빅토리아 아카데미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공정성? 언제부터 우리가 그런 걸 따졌다고.... 알잖아요. 아카데미 방침. 그놈의 상황 대처 능력 기르기. "

상황 대처 능력.

난데없고 느닷없는 일이 많이 생기는 직업의 특징을 미리 익히게 해주는 것.

빅토리아 아카데미는 교육기관으로서 상황 대처 능력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래도 공정성이...."

"공정성 타령할 거면 트집 잡을 게 한두 개가 아니에요. 마법사들이 생존에 더 유리한 게 사실이잖아요. 당장 클린 마법으로 최소한의 청결을 유지할 수도 있고, 마법으로 잠자리를 만드는 생도도 있었어요. 불을 붙여서 고기를 구워 먹는 생도도 있었고요. 이런 것들은 지적 안 합니까?"

"아니,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에요. 저는 애초에 이호연 생도가 식량을 가져가는 것부터 막았어야 한다고 봐요."

"작년 특별 시험에서도 혹시나 아카데미에서 이뤄질 시험을 대비해 아카데미 내부 지도를 챙겨온 학생이 있었죠. 올해 1학년 중에서도 그 얘기를 듣고 몇 명이 챙겨왔다고 해요. 그것과 비슷한 논리라고 봅니다. 대비를 하는 건 생도의 자유고, 저희는 특별 시험이 있다는 공지를 한 거로 끝이에요."

"... 그렇네요."

교수들 사이에서도 공정성에 대해 자주 논쟁이 나왔지만, 결국 빅토리아 아카데미의 방침을 이길 순 없었다.

어떤 대비를 하냐는 생도의 자유다.

아카데미에서는 그저 상황 대처 능력을 볼 뿐이다.

 상황이 유리한 상황이든 불리한 상황이든 따지지 않는다.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것도 능력이니까.

실제로 김영한은 생도들을 구슬려서 팀에 영입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드는 능력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말고 인명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하세요."

나이가 지긋한 교수가 모니터를 바라보며 일갈했다.

지금 당장은 불합리하다고 느껴져도, 저런 경험들이 반복되는 시험들로 쌓이면 튼튼한 바탕이 된다는 사실을 아카데미 출신 교수들은  알고 있었다.

"A - 13 드론 생도가 위험해 보이는데요. 강제 텔레포트 조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묻지 말고 강제 텔레포트 조치해. 그리고 이호연하고 김영한 위주로 모니터링 해봐."

교수들은 끝나가는 시험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해서 모니터를 바라봤다.



*

"휴. 다행이다. 루미. 빨리 스캔해."

"응. 고마워."

200포인트 이하의 생도들이 위험하다는 말에 급히 포인트를 공유하려고 했지만, 루시의 포인트도 210점이었다.

심지어 엘리스에게 공유해달라고 부탁했더니 공유 기능 자체가 막혀있었다.

마지막 날인만큼 서로 탈락시키지 않고 공유해서 살아남는 걸 견제한 아카데미의 술수였다.

다행히 루미의 포인트는 딱 20포인트 부족했기 때문에 지나가다 찾은 몬스터를 처리하면서 얻을 수 있었다.

원래 이호연이 포인트를 공유해줄 생각이었지만, 게임에서는 7일 차에 남한테 포인트를 공유할 기회가 없었으니 몰랐던 것이다.

게다가 남다은이 등장하면서 계획이 꼬여서 시간도 조금 틀어졌다.

"이쪽으로 오고 있어. 혼란을 틈타 빠져나왔나 봐."

"휴우, 다행이네."

"다, 다행이에요."

루시와 루미는 가슴에 손을 얹고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엘리스는 생각했다.

이 쌍둥이들은  때마다 신기하다고.

머리색만 푸른색과 검은색으로 다를 뿐, 똑같이 생겨서는 하는 짓도 귀여운 게  깨물어버리고 싶....

"크흠."

동갑한테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이호연을 보며, 엘리스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호연이 없는  둘에게 의견을 물어볼 마지막 기회다.

"너희들은 이호연을 어떻게 생각해?"

"가, 갑자기? 그야 엄청 좋은 애지."

"저, 저도... 엄청 좋은 분이라고 생각해요."

루시와 루미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대답을 잘 해줬다.

"뭔가 숨기고 있는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글쎄?"

"그, 그... 그런가요?."

둘 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엘리스는 이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  수가 없었다.

진짜 직접 뒷조사라도 해야 하나.

"얘들아!"

멀리서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

익숙한 이호연의 목소리였다.

거리가 꽤 있었는데 벌써 도착한 모양이다.

엘리스는  나지 않도록 표정을 관리했다.

*

'얘네들 표정이  이러지.'

서로 말은 안 하고 있지만 무언가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명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히로인 상태창

[루시]

- [ 호감도 : 88 ]
- [ 성욕 : 40 ]
- [ 식욕 : 60 ]
- [ 피로도 : 55 ]

현재 상태 : 좋은 사람이지... 분명.


★ 히로인 상태창

[루미]

- [ 호감도 : 92 ] (+0.3)
- [ 성욕 : 63 ]
- [ 식욕 : 25 ]
- [ 피로도 : 39 ]

현재 상태 : 비밀 친구는 힘들어.

 히로인 상태창

[엘리스]

[ 호감도 : 42 ]
- [ 성욕 : 38 ]
- [ 식욕 : 25 ]
- [ 피로도 : 45 ]

현재 상태 : 잠입 기술은 배우기 싫은데....


종잡을 수 없는 생각들을 보니 더욱 헷갈렸다.

아니지. 지금 이런 걸 신경 쓸 상황이 아니잖아.

"루미, 포인트는 어디서  거야?"

포인트 랭킹을 보니 루미의 포인트가 어느새 200점이 되어 있었다. 공유해주려고 열심히 달려온 건데.

"아, 같이 몬스터를 잡아서요."

"그래? 다행이네."

뭐, 포인트를 구했다면 과정은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다.

"일단 바로 가자."

"어디로?"

"어디긴, 엘프 잡으러 가야지."

"... 엘프를? 굳이?"

"저 총알받이들을 다 처리하면, 다음은 우리야."

200포인트 이하인 생도를 우선적으로 노린다고 했지, 그 위를  노린다고 한 게 아니다.

저  사정거리의 화살을 7일 차 내내 버틴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원작에선 주인공이 마침  중앙 주변에 위치해서 어떻게든 처리한다. 그러니 히든 피스를 위해서라도 원작대로 처리를 해야한다.

원래는 나 혼자 처리하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남다은과 싸우면서 지금은 마나가 부족했다.

달려오며 최대한 마나를 채웠지만, 굳이 모험을 하기 싫었다.

같이 잡아도 히든 피스는 나 혼자 챙길 수 있다.

나는 하이 엘프를 잡는 히든 피스 준비만 해주면 된다. 처리는 엘리스와 루시가 해주겠지.

"알았어."

"오케이. 빨리 가자."

엘리스를 설득하면 루시와 루미는 따라오는 보너스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섬 중앙을 향해 달렸다.

화살은 80명이나 되는 김영한 팀을 사냥하느라 우리를 신경 쓰지 않았다.

포인트 랭킹을 보니 이제 30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총알받이들이 줄어들기 전에 빨리 달려가야 한다.

 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나무.

그 위에서 하이 엘프는 화살을 쏘고 있었다.

나는 마법을 준비했다. 전력을 다한 '염화' 단순한 불꽃이 튀는 마법이지만, 단순하기 때문에 효과가 좋았다.

목표는 저 나무.

세계수를 불태우는 것이다.

화르륵-!

내 손에서 빠른 속도로 마법진이 그려졌고, 나무를 포함해 그 위에 서 있는 엘프까지 불꽃에 타올랐다.

-끼야아아아악!

하이 엘프는 가지고 있던 활을 놓치며 머리를 붙잡고 불에 타기 시작했다.

'뭐야.'

얘네들 괜히 데려왔나?

아무래도 내 화력을 잘못 계산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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