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화 〉121화. 서바이벌 시험 (14)
밤 9시.
저녁 식사를 끝내고 자기 전까지 애매하게 시간이 남았다.
엘리스는 훈련을 위해 구석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고, 루시 루미 쌍둥이와 나는 모닥불 앞에 앉아서 얘기하고 있었다.
"그럼 엘리스랑 삼 일 동안 같이 있던 거네?"
"응. 그렇지?"
"그렇구나…."
루시는 엘리스와 삼 일 동안 있었다는 말에 누가봐도 부러운 눈치를 보냈다.
식량이 부러운 눈치는 아닌 것 같고, 그냥 나랑 있는게 부러웠나보다.
"호연 씨는 시험동안 몇 팀이나 만나셨어요?"
"나는 한 네 팀 정도 만났을걸."
"우와… 저희는 운이 좋게 한 팀밖에 안 만났어요."
"그래도 이겼나 보네. 대단한데?"
"네… 헤헤."
장하다 루미!
성장이 날이 갈수록 눈에 띈다. 역시 열심히 봐준 보람이 있다.
"…."
루시는 하하호호 웃고 있는 우리 둘을 보며 언제 대화에 끼어야 할지 눈치를 보고 있었다.
'얘는 날이 갈수록 루미같이 변하네.'
잘 하다가도 내가 다른 여자랑 친하면 기가 죽는다.
특히 우리 셋이 있을 때 약간씩 저런 모습이 보인다.
'루시도 공략을 하긴 해야 하는데… 축제 때 할 수 있으려나?'
요즘 대처할 수 없는 사건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면서 정작 루시 공략이 애매한 상태로 멈춰버렸다.
원작이었다면 펠릭스 사건을 해결한 후 평범하게 지내기만 해도 호감도가 알아서 오르겠지만 지금은 루시나 루미와 계속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상황이니까.
루시랑 루미를 동시에 어떻게 해보면 좋을 텐데… 그러면 루미에게 할당할 시간을 같이 할당할 수 있다.
일단 서바이벌이 끝나고 더 생각해보자.
나는 포인트 랭킹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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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섬 내의 포인트 랭킹 순위.
1. 남다은. 1,320p
2. 이호연. 450p
3. 엘리스. 404p
4. 김영한. 3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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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순위는 변동이 없다.
압도적 1위인 남다은과 2등인 나, 3등인 엘리스. 그리고 4등인 김영한.
하지만 김영한이 점점 엘리스와의 격차를 줄이며 치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내일이면 역전당할 수도 있겠어…."
포인트가 부족한 이상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날에는 싸움을 해야 한다.
물론 생존이 목표라면 상관없지만, 우리 목표는 1등이기 때문이다.
"물 좀 줄래?"
"아, 응. 여기. 너 되게 열심히 하는구나?"
꿀꺽 꿀꺽.
검을 휘두르던 엘리스가 수련을 끝내고 루시 옆에 있던 물을 마셨다.
이제 슬슬 자려는 건가?
"우리 불침번 먼저 정하자. 루시랑 루미가 제대로 잠을 못 자서 피곤할 텐데, 편한 자리에 세워도 괜찮을까?"
나는 허락을 구하기 위해 엘리스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루시랑 루미는 우리처럼 제대로 식사를 하지도 못했고 편한 자리에서 잠을 자지 않았을 테니까.
"마음대로 해"
다행히 엘리스도 허락을 해줬다.
"그럼 루미가 첫 번째. 내가 두 번째. 엘리스가 세 번째. 루시가 마지막으로. 괜찮지?"
"고마워요. 호연 씨…."
"뭐야… 고마워."
루시와 루미는 감동받은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지만, 다 계획이 있었다.
루미와 교대하면서 아까 못했던 본방을 끝내고 엘리스와 교대하면서는 마나 마사지를 해주는 엄청난 계획이다.
"그럼… 슬슬 잘까?"
*
5일차 오후.
쿠웅-!
거대한 그리즈리 베어가 괴이한 소리를 내며 지면과 부딪혔다.
배에는 커다란 자상이 남아있었고, 그 앞에는 검에 묻은 피를 터는 남다은이 서 있었다.
이미 열 마리가 넘는 몬스터를 잡았지만, 남다은은 멈추지 않았다.
바로 다음 몬스터에게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몬스터들은 남다은의 속도에 대처하지 못했고, 날카로운 검의 절단력에 속수무책으로 썰려나 갔다.
"와… 그리즈리 베어가 몬스터가 아니고 저게 몬스터 아니야?"
"사람한테 저게 뭐야, 인마."
김영한은 옆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생도의 머리를 때리며 남다은을 계속 바라봤다.
'근데 진짜 괴물이긴 하네.'
물론 옆의 멍청이처럼 티를 내진 않았다.
"고생했어."
"여기 포인트."
"응. 연락권 양도해줄게."
남다은은 대화도 별로 하지 않았다.
그저 사냥이 끝나면 와서 포인트를 분배하고, 연락권을 받아서 어딘가로 사라졌다.
"연락하는 거, 남자친구겠지? 저렇게 열심인데."
"글쎄… 나도 잘 모르겠네."
"저렇게 예쁜데 남자친구가 없을 리가 없잖아."
"됐어. 관심 두지 말고 네 일이나 열심히 해라."
"네네. 노잼대장님."
"…."
김영한은 남다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괜히 머리를 긁었다.
계획은 완벽했다.
이호연을 미끼로 생도들을 모으고, 대표로 나서서 포인트까지 모았다.
현재 김영한 팀은 70명이 넘어갔다.
들어올 마음이 없었던 생도들도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유일한 불안 요소는 남다은.
같은 팀으로 활동하고는 있지만 식량 분배도 받지 않고, 생도들과 말도 섞지 않으며 몬스터 사냥과 어딘가에 숨어서 전화만 반복하고 있다.
아직도 남다은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는 김영한은 괜히 불안해졌다.
한편, 김영한 팀과 멀어진 남다은은 모아놨던 연락권을 사용했다.
[가능 인원은 1명. 시간은 5분입니다. 아카데미 측에서는 도청이나 녹음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시험에 영향을 주는 행위가 발생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엄한 처벌이 생길 수 있습니다.]
뚜루루-
남다은은 익숙하게 스마트워치를 조작하며 연결음을 기다렸다.
- 언니?
"안녕. 잘 있었어, 우리 다희?"
- 응! 언니 전화 기다리고 있었어!
"다행이네. 심심하진 않았고?"
- 민규 아저씨가 많이 놀아줘서 좋아! 언니가 1등 했다고 과자도 사줬어! 고마워 언니!
"… 좋았겠다."
동생인 다희를 약점으로 잡고 있는 바이어 길드의 길드장. 민규 아저씨.
어릴 때부터 봐왔던 사람이라 아직도 민규 아저씨란 말이 입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애초에 남다은은 남한테 직접 욕을 해본 적도 없어서 그 방법도 몰랐다.
어릴 때 사육받은 코끼리가 커서도 반항하지 못하는 것 처럼, 동생을 건드리지 않는 이상 남다은의 방어기제는 두터웠다.
- 언니. 다음 주에 보러 올 거지?
"당연하지. 맛있는 거 많이 사 갈게."
실기 시험 1등이 확정이었으니, 민규 아저씨가 또 잘해주기 시작했다.
'그 모습만 보면 분명 어릴 때 민규 아저씨가 맞는데… 분명 한 달도 안가겠지.'
후우.
속으로 한숨을 삼킨 남다은은 다시 남다희와 통화를 이어갔다.
- 이번 주말에 오면 안 돼? 빨리 보고 싶어.
"미안해. 언니가 지금 시험 중이라서."
- 실기 시험은 다 끝난 거 아니야?
남다희는 똘망똘망한 눈빛을 보내며 남다은에게 물었다.
"그렇긴 한데… 언니가 꼭 갚아야 할 빚이 있어."
특별 시험은 실기 시험에 포함되지 않는다.
원래는 동생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인지한 순간 기권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실기 시험 1등을 양보한 이호연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마침 운 좋게 지나가다 잡은 몬스터에서 바깥과 연락권이 나온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때부터 남다은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이호연에게 점수를 전달해 1등으로 만들려는 계획.
- 그래?! 민규 아저씨가 빚은 꼭 갚으라고 했어. 안 그러면 나쁜 놈이래!
"… 그런 말 쓰면 안 돼."
- 응! 언니가 쓰지 말라고 하면 안 쓸게!
"후후… 사랑해. 다희야."
- 나도 사랑해. 언니!
남다은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통화를 이어갔다.
*
"호연 씨… 일어나세요 호연 씨…."
톡. 톡.
나를 부르며 볼을 건드리는 감각에 눈을 떴다.
"앗. 드디어 일어나셨다."
좁은 텐트 안에서 루미가 나를 깨우고 있었다.
"으응… 나갈게."
"네."
작은 텐트는 아니지만, 사람이 세 명이나 자다 보니 다닥다닥 붙어있어야 했다.
아공간 주머니에서 물을 꺼내 갈증을 해소하고, 조금씩 몸에 닿는 루시의 팔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루미는 타닥타닥 타고 있는 모닥불 앞에 앉아있었다.
"아, 호연 씨… 으음…."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난 루미를 바로 끌어안으며 입을 맞췄다.
천박한 숨소리와 침 소리가 조용한 숲에 울려 퍼졌다.
룬의 결계는 이미 텐트에서 나오면서 쳐놨다.
하늘에 떠 있는 드론이 보기에 나는 모닥불 앞에 앉아있는 모양일 거다.
"루미, 한 번 할거지?"
일부러 루미에게 원래 시간보다 30분 일찍 깨우라고 말해놨다.
시간을 보니 내 말을 아주 잘 들었다.
잠 든지 한 시간이 조금 넘어서 약간 졸리지만,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
"네, 네에… 아까 못 했던 만큼…."
"벗어."
나는 간결하게 대답하며 루미의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흐으읏…."
내 손이 루미의 몸을 더듬고, 루미는 천천히 생도 복을 벗기 시작했다.
숲에서 알몸이 되는 건 좀 그러니, 루미는 겉옷을 벗어서 바위위에 올려놓고 스타킹을 밑으로 내렸다.
"불침번 시간 내내 기대했나 보네?"
"으으으…."
이미 질척하게 젖어있는 보지는 내 자지를 받아들일 준비를 끝마치고 있었다.
"넣을게."
"네, 네에엣… 흐으읏…♡"
내 자지가 루미의 보지로 파고들었다.
*
"아, 아흑… 저, 저… 이제…!"
내 상체를 끌어안고 몸을 떨고 있는 루미가 가녀린 숨소리를 내뱉었다.
"응. 나도 쌀게…!"
뷰릇뷰릇-
루미를 끌어안고 안쪽에 마지막 정액 한 방울까지 다 쏟아냈다.
바들바들 작은 몸을 떨며 내게 안겨 온 루미는 곧 입을 겹쳐왔다.
"으음… 쪽… 흐응."
루미의 풍만한 가슴을 즐기며 키스로 여운을 즐겼다.
내 발기가 조금씩 풀리는 걸 느낀 루미는 천천히 일어나며 자지를 보지에서 빼냈다.
말하지 않아도 무릎 꿇고 입을 벌려 내 자지를 빨면서 마무리하는 루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히 밤하늘을 바라봤다.
펠라를 받으면서 보는 별은 아름다웠다.
"하아… 쭙. 쮸븝. 쮸븝…."
슬쩍 스마트워치를 보니 10분만 있으면 엘리스를 깨울 시간이다.
무아지경으로 점점 내 사타구니에 얼굴을 박고 있는 루미를 살짝 밀어냈다.
"루미. 우리 너무 오래 했어. 벌써 엘리스가 일어날 시간이야."
"쫍… 네, 네에? 벌써 두시간이나…."
"미안, 너무 오랜만이라 내가 주체를 못 했네. 일단 너 먼저 들어가서 자. 엘리스랑 교대해야 하니까."
"네. 잘… 먹었습니다. 호연 씨…!"
루미는 볼을 붉히며 내게 인사를 하고 텐트로 호다닥 도망갔다.
"뭐야… 큭."
나름대로 애교인 것 같은데, 아빠 미소가 지어졌으니 성공인가?
나는 20분 정도 약해진 모닥불을 뒤적이고 장작을 더 넣어서 불을 강하게 한 뒤, 엘리스를 깨우러 텐트에 들어갔다.
"엘리스… 일어나."
루미처럼 볼을 톡톡 찌르다가 무슨 욕을 먹을지 몰라서 말로만 깨웠다.
"…일어났어."
다행히 엘리스는 빨리 일어나줬다.
"응. 내가 딴짓 하다가 살짝 늦게 깨웠는데, 천천히 나와."
엘리스한테도 마사지를 해야 하니까, 루미가 잠들 시간까지 계산해서 조금 늦게 깨웠다.
이러면 나는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야 해서 수면 시간이 줄어들지만, 어쩔 수 없다.
하렘에 성공하려면 잠을 줄이는 수밖에.
하지만 수면 시간이 2시간도 안 되는 나보다 4시간 연속으로 잔 엘리스의 표정이 더 피곤해 보였다.
"괜찮아?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 원래 아침에 약한 타입이라서."
그렇게 말하는 엘리스는 내 얼굴을 보더니 슬쩍 눈을 피했다.
음, 아침에 피곤한 타입이 맞나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