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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6화 〉116화. 서바이벌 시험 (9) (116/648)



〈 116화 〉116화. 서바이벌 시험 (9)

"배고파…."

"나도 배고프니까 말 하지 마. 에너지 낭비야."

수요일. 3일 차 아침이 밝고, 생도들에게 슬슬 한계가 찾아왔다.


무인도에는 먹을 수 있는 동식물이 많았지만, 그만큼 경쟁자들도 많았다.

수많은 육식동물과 몬스터들, 그리고 같은 생도들까지 식량 사냥을 하고 있었다.


"야, 저거 멧돼지 아니야?"

"쉿. 가보자."

숲을 뒤지던 배고픈 두 생도에게 포식할 기회가 찾아왔다.


이틀 동안 과일만 먹었으니 멧돼지에 눈이 돌아갈 만했다.


"아이씨. 너희 뭐야. 저거 우리 거거든?"


"하… 진짜 배고파서 싸울 힘도 안 나는데…."


하지만 멧돼지를 노리는 생도들은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두 생도는 수풀에서 만난 다른 생도들과 대치를 시작했다.


"야, 배고파서 힘도  나는데 그냥 좀 비켜주면  돼?"

"그렇다고 멧돼지를 양보할 순 없어. 이제 과일은 지긋지긋하거든."

"잠시만, 우리가 꼭 싸워야 할까?"

3일 차.  정도의 생도가 탈락했다. 그 말은 적어도 대부분의 생도는  두 번의 전투를 겪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눈앞에 있는 적을 쓰러뜨려도 내 배가 차지는 않는다.


보급 상자에서 나오는 식량은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몬스터를 잡아도 식량을 주지 않는다.

 싸움을 하면 할수록 에너지 소모만 더 커지는 것이다.

물론 모든 건 아카데미에서 의도한 대로였다.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적은 상황에서,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식량을 구하며 살아남는 것.


서바이벌 시험의 '생존' 테마에 딱 맞는 취지였다.


하지만 원작과 달라진 지금, 생도들은 다른 해결방법을 떠올렸다.

"차라리 힘을 합쳐서 이호연을 찾아보자. 걔가 식량 엄청나게 챙겨왔다고 하잖아."


"…맞아. 훈제 오리를 엄청나게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


"우리끼리 싸워봤자 힘들기만 할 거야."

"다른 사람들도 모으자."

생도들은 섬 어딘가에 있는 황금 고블린을 찾기 시작했다.





*



수요일 아침.

"흐으응…."

엘리스의 어깨를 조물딱거리면서 마나를 주입해줬다.

"이제 루미는 안 만나?"

며칠 같이 지냈더니 조금은 익숙해졌는지 엘리스도 가끔 먼저 말을 걸어왔다.

오늘은 뜬금없이 루미에 대한 걸 물어왔다.

"응. 루미는 루시랑 같이 하고 싶다고 해서."

"으흠…."

'루미는 왜 물어보는 거지?'


아직도 엘리스를 제대로 파악하질 못하겠다.


엘리스에게 마나를 주입해준 후에는 스마트 워치로 남은 인원을 체크했다.


"130명…."

"생각보다 줄어드는 속도가 느려."


"… 맞아."

엘리스의 말이 맞다.

이건 진짜 이상하다. 사람이 130명이나 살아 있다.


3일 차면 슬슬 100명 아래로 떨어져야 하는데… 무슨 변화가 있던 거지?


서바이벌 시험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식량이다.

몬스터들이 워낙 많아서 산짐승의 개체는 별로 없고, 물고기는 먹을  있을 만큼 큰 놈들이 없다.


결국은 나무 열매로 버티다가 보급 상자를 기다려야 한다.


생도에 비해 적게 떨어지는 보급 상자를 먹기 위해 피 터지게 싸워야 하는데… 사람이 줄지가 않네.

뭐가 문제지?

"앞에.  명."

그 때, 엘리스의 말이  정신을 깨웠다.

"아. 오케이. 딴생각을 하다가 체크 못했네. 쏘리."


몇 시간이나 걸으면서 아까 봤던 인원수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체크가 늦어졌다.

"괜찮아."

엘리스는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어진  나보다 먼저 적들을 발견해서 기쁜 것 같았다.


"두 명 씩 맡자."


"응."

"앞에 둘을 네가 맡아. 뒤에 둘을 내가 맡을게."


우리는 역할분담후에 적에게 다가갔다.

익숙한 얼굴들이다. A클래스와 B 클래스가 함께 다니는 팀이었다.


우리 둘이 상대면 약간 쫄 만도 한데, 이상하게 표정부터 싸울 생각 가득이었다.

"이호연이다! 죽여!"
"먹을 걸 내놔라!  나쁜 놈아!"
"혈색 좋은 거 봐. 도대체 얼마나 잘 먹고 다닌 거야!
"여기서도 엘리스랑 다닌다고? 앞으로 진심 비추천 테러 간다."


내가 문제였구나.


하긴 슬슬 찾아올 때가 되긴 했다.

나한테 식량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들켜버렸으니….


'잠깐만, 혹시 나 때문에 애들이 안 싸우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얘들아. 너희도 준비 열심히 해오든가. 왜 나한테 화를 내."

나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엘리스와 눈짓으로 대화를 나누고 동시에 적들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마법사 둘을 맡는 동안 엘리스는 칼잡이 둘을 맡는다.


1대2라는 불리한 싸움이지만 최상위권 생도와 상위권 생도의 차이는 그 정도로 많이 난다.

달려가면서 상체를 비틀어 날아오는 얼음 화살을 피했다. 그와 동시에 내 발을 감아오는 나무 덩굴을 불로 태우며 발을 뺐다.

'호흡이 괜찮네.'


루시와 루미처럼 원래부터 같이 다니던 관계같다.


어떻게 이겨야 깔끔하게 이길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갑자기  뒤에 서 있던 나무가 나뭇잎을 내게 날려왔다.

"아니, 이건 뭐야."


몸을 피하며 앞을 보니 생도 한 명이 바닥에 손을 얹고 나무를 조종하고 있었다. 옆에 있는 얼음 마법사는  주변에 얼음을 하나씩 소환하며 날 방해했다.

'마음 같아선 싹 다 태워버리고 싶은데….'


이래서 숲에서 화염 마법사가 귀찮다. 잘못해서 주변 숲에 불이라도 붙으면 너무 사태가 커진다.



마음 편하게 번개라도 소환해 내리 꽂고 싶지만 아직 다른 속성을 공개하긴 싫었다.


"… 아, 몰라.  죽어 그냥."

남다은 급도 아닌 것들이 덤비는 것도 귀찮다.


'가속'

내 몸의 회로를 가속시키고 발에 마나를 터트려 적들에게 달려들었다.


마법사인 내가 근접전을 유도하자 잠깐 당황했던 놈들은, 근접전에도 대비한 작전이 있는지 나무 조종을 그만두고 자신의 몸 주변을 덩굴로 감싸기 시작했다.

"이미 늦었어 새끼야."

아마 한 명이 지키는 동안 한 명이  마법을 준비하는 모양인데, 너무 단순한 작전이잖아.


'파이어 웨이브'

불꽃을 얕은 파도같이 퍼트리는 스킬이다.

예전에 실기시험에서 고철 거인의 틈새를 파고들  사용한 스킬이다.


본래라면 저 덩굴 사이로 들어간 약한 화력으로는 적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


그러나 내 [마나 감응]은 가능했다.

"소용없어! 우리 듀오는 무적이야!"


풀 마법을 사용하는 생도는 덩굴 뒤에 숨어 고급 얼음 마법을 준비하는 생도를 지키고 있었다.


자신만만한 게 꽤 내구도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덩굴 사이로 빠져나온 불꽃이 자신의 눈앞에서 합쳐질 때는 그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 잠시만. 한  발현한 마법을 어떻게 컨트롤하는… 으악!"

불꽃은 생도를 덮치고  뒤에서 마법을 사용하던 생도까지 덮쳤다.


"크억!"

"으아악!"

생도 두 명은 대비하지 않은 마법에 정신을 못 차리다가 스마트 워치에서 울리는 경고음과 함께 순간이동 되기 시작했다.

"잘 가라. 다음에는 먹을 거 많이 챙겨오고."


나는 손을 흔들어주며 친구들을 배웅했다.


"악마 새끼! 남자의 적!"

"엘리스까지 넘보는 건 내가 못 참아!"

쯧쯧. 찌질한 놈들.

결국엔 여자랑 노는 게 배 아파서 저러는 거였네.

생각보다 싸움이 늦어졌다.

당연히 엘리스는 벌써 정리했겠지.


"응?"

뒤를 돌아보자, 두 명의 검에 정신없이 밀리고 있는 엘리스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잘못 보고 있나?"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해봐도 똑같았다.


엘리스는 두 명의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검이 부딪힐 때 마다 뒤로 후퇴하고 있었다.

'개안.'

나는 개안을 키고 엘리스의  내부상태를 확인했다.

"아, 마나가 없구나."

하긴 충전하고 나서 시간이 꽤 흘렀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엘리스는 내 싸움이 끝난  알아챘는데도 내게 도움 요청을 하고 있지 않다.


직접 처리하고 싶은 자존심 때문이겠지.

나는 편하게 마음먹고 주변 넓적한 바위에 걸터앉았다.


엘리스에게 남은 마력은  줌도 되지않는다.



아마 오래 버텨봤자 10분이겠지. 버틸 수 있을만큼 내버려두었다가 다치기 직전에 구해주면 된다.


*



 30분 후.

엘리스는 결국 검을 놓쳤다. 그리고 검사 한 명이 내려찍은 검에 다치기 직전, 내가 개입했다.

"미안. 더 내버려 두면 네가 다칠까 봐."

"…."


엘리스와 검사 사이에 파고들어가 코튼 가드로 내려찍는 검을 막았다.


내 어쩔 수 없는 개입에 엘리스는 자존심이 상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뭐, 뭐야! 이호연이  여기 있어!"

"애들은?!"


검사 두 명은 집중해서 싸우느라 내가 30분이나 구경한  모르고 있었다.


"곧 너희도 볼  있을 거야."

30분 넘게 싸워서 힘이 빠질 대로 빠진 검사 두 명을 처리하는 건 코풀기보다 쉬운 일이었다.

 명이 텔레포트 당한 후, 어색한 분위기에 먼저 말을 꺼내기 힘들었다.

엘리스에게 나오고 있는 부정적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었다.

"크흠. 엘리스? 괜찮아. 다시 마나 넣어줄게."

"…."

"그, 그래도 마나 운용이 진짜 엄청나더라. 한 줌도  되는 마력으로 30분이나 버텼잖아."


"… 어떻게 알았어."

"응?"

"내 몸에 마나가 한 줌도 없던 거 어떻게 알았냐고."


엘리스는 고개를 들고 나를 무시무시한 눈으로 바라봤다.

왜 화를 내고 그래….


"그냥 내가 마나에 대한 재능이 좀 있어서 그래."

"… 그렇구나."


이것도 정보 유출이긴 하지만, 나중에 나만큼 대단한 마사지사가 없다는 것도 넌지시 알려줄 수 있고 나쁘지 않다.

"일단 이리 와. 다시 마나 채우자."


나는 엘리스의 뒤로 돌아가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하지만 엘리스의 말이  행동을 막았다.


"맨살로 하면…  효과 좋은 거 맞지?"



*



"… 생도들이 뭉치기 시작했습니다. 이호연 생도를 목표로요."

"참 답답하네. 이래선 시험이 되겠어?"

"나쁘지 않을지도 몰라요. 이런 상황은 겪기 힘드니까요. 모두에게 색다른 경험이 될 거예요."

교수들이 모인 회의실. 이들은 서바이벌 시험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채점하고 있었다.

물론 탈락하는 순간 점수집계가 끝이지만, 쌓아온 점수가 높다면 일찍 탈락해도 늦게 탈락한 사람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교수들 사이에서 임솔은, 조용히 이호연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런 마나 운용은 또 처음 보네…. 대단해.'


 때마다 자신의 마법에 도움이 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임솔은 슬슬 이호연의 후원자가 자신이라고 밝힐까 하는 고민 중이었다. 아니면 아예 제자로 받아들이거나.

그렇게 하면 아직 20살인 이호연에게 사회적으로 큰 도움이  것이다.


'일단 조금만 더 지켜보자.'



지지징-

그 때 진동 모드로 해놓은 스마트워치가 울렸다.

원래는 채점중에 스마트워치를 아예 꺼놓는 게 맞다. 하지만 임솔 교수는 학장과 이사장이 직접 데려온 초청 교수고, 시험 채점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호연 얼굴을 보러 온 거라 다른 교수들도 불만을 말하진 않았다.

"여보세요. 왜 전화했어."

임솔은 회의실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 솔아앙! 시험 채점은 어때?"

 익숙한 목소리는 민예지였다.


임솔은 텐션 높은 친구의 목소리에 한숨을 쉬었다.


"그냥 평범해.  그러는데?"


- 아니이, 서바이벌 시험이면 나한테 미리 말 좀 해주지! 이호연 생도한테 이번 주에 접촉하려고 했단 말이야!

"안 되는 거 알면서 이상한 말 할래?"


마나의 맹세를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참 귀찮은 친구였다.

- 알았어. 그럼 이호연 생도가 좋아하는 거라도 알려줘. 협상할 때 뇌물이라도 바쳐봐야지.

"뇌물…."

임솔은 항상 자지를 빨아줄 때 마다 기뻐하는  얼굴이 떠올랐다.

"호연이는…."


하지만, 네 몸으로 꼬시면 쉽게 넘어올 거라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평소에 하던 일상적인 장난이고, 민예지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않을 거다.

그런데도 말을 꺼내기 싫었다.

- 호연이는?


"…나도 몰라. 마법을 좋아해."


아니이, 마법을 좋아하는 건 나도 알지!


"모른다고.  망할 기지배야. 바쁘니까 끊어."

- 솔아! 솔아아아!


뚜우- 뚜우-


"…  쉬다 올까."


너무 이호연의 얼굴을 오래 지켜봐서 약간 머리가 이상해진 것 같았다.

내 것도 아닌데 남한테 주기 아깝다는 생각을 하다니.


"후우… 마법 연구나 하자."

임솔에게 휴식은 마법 연구였다.


하지만 마법 연구를 하고있으니, 뛰어난 제자가 더욱 머리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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