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4화 〉94화. 쇼핑 (94/648)



〈 94화 〉94화. 쇼핑



"하아, 하아아…."

찰싹!


숨을 몰아쉬며 엎드려있는 릴리아나의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너무 열심히 했더니 배고프다.  시켜 먹을래?"


"자, 잠시만… 쉬고…."

릴리아나는 분명 옷을 입고있는 데도 맨살이  드러나있어서 보기 좋았다.

"앞으로 섹스할 때는 그거 입고 와. 보기 좋네."

"변태 새끼… 아흑."

쏘아대는 릴리아나의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찌를  마다 아흑 아흑 하는 게 재밌었다.

"그러니까 주인님한테 먼저 보여줬어야지."


"흐으…."


릴리아나는 아직 절정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도통 일어나질 못하고 있기에, 스마트 워치로 배달 앱을 실행시켰다.


"또 뭐 시켜 먹게?"

오늘의 메뉴를 고르고 있자, 릴리아나가  스마트 워치를 훔쳐보며 말했다.

"응? 그럼 시켜 먹어야지. 집에 먹을 게 없잖아."


"가끔은 나도 건강식이 먹고 싶어."

"… 뭐?"


이 미친 서큐버스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건강식이 왜 나오는데.


"엄마가 해주던 밥이 그리워!"

"아니, 치킨 먹고 눈물 흘리던 게 얼마나 됐다고 집밥 타령이야. 미쳤냐?"

"몰라! 나도 밥 해줘!"

릴리아나는 고개를 마구 저으면서 내게 매달려왔다.


"아이 씨. 야. 밥을 해도 네가 해야지, 내가 하냐?"


"네가 해야지! 내가 돈도 벌어줘. 섹스도 해줘. 네가 가정을 위해 하는 게 뭔데?"

릴리아나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어…?"


"너 집안일도 안 하잖아. 내가 빨래도 해주지. 청소기도 가끔 돌려주지. 돈도 내가 벌고! 섹스는 같이하는데,  하는 게 뭐야!"

"… 그런가?"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가 않는다.


사실 릴리아나가 아니라 내가 망나니였던 건가?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지만, 릴리아나의 말대로 가정을 위해 하는 건... 잠시만, 가정이라는 표현이 맞나?

아니 그리고  갑자기 집밥 타령이야.



★ 히로인 상태창


[릴리아나]

[ 호감도 : 86 ] ( +0.2)
[ 성욕 : 74 ]
- [ 식욕 : 45 ]
[ 피로도 : 35 ]

현재 상태 : 오랜만에 주인님하고 밖에 가고 싶다….

'아… 나가고 싶었구나.'


하긴 매일 집에만 있으면 답답할 만 하지.


그래도 나를 놀리는  용서할 수 없다.

"미안… 내가 장 보고 와서 밥해줄게."

나는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옷을 입었다.

"나도 가줄게. 혼자 가면 불쌍하잖아."

슬쩍 미소를 짓는  계획대로라는 표정이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아니야. 반성하는 의미로  혼자 다녀올게. 먹고 싶은 거 메시지로 보내놔."

"어, 어? 안 그래도 되는데…?"

"나는 장 보러 갈게. 메시지로 먹고 싶은 거 보내~."


나는 대충 겉옷을 걸치고 현관으로 가서 신발을 신기 시작했다.

"… 그래! 가라 가!"

릴리아나는 팔짱을 끼고는 나를 째려봤다. 삐진 티를 내는  내가 일부러 이러는 걸 알았나 보다.

너무 대놓고 미소를 지었나?


어차피 쟤를 데리고 가봤자 이거 사달라 저거 사달라 귀찮게만 하지, 쇼핑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다음에는 같이 나가자. 오늘은 기다리고 있어."

"알았어…."

서운해하는 모습을 보니 약간 마음이 약해지네.

나도 기숙사 말고 밖에 집을 구해야 하나.


릴리아나 때문에도 그렇고, 다른 여자들을 만나려면 기숙사보단 밖이 편하기도 하고.

이제 릴리아나의 방송도 안정적으로 정착했으니 굳이 생도 어그로를 끌 필요도 없다.

일단 쇼핑을 가기 위해 기숙사 문을 열었다.

"…?"


방에서 나오자마자 이상한 한기가 몸을 한 번 훑었다.

'방금 약간 전신이 싸했는데, 뭐지?'

아직도 꽃샘추위가 있나.

어쨌든, 릴리아나의 바람대로 집밥이나 해줘야지.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집밥이라곤 김치찌개밖에 없다. 김치찌개나 해줘야지.


"마트나 가볼까."


오랜만에 쇼핑하는 기분을 내러 대형 할인마트로 향했다.

사실 원래 세계에서든 여기서든 이런 대형 마트에 오는 건 오랜만이다.


특히 여기서는  달에 300만 원이나 품위 유지비가 나오니, 밥이든 생필품이든 배달시키는 게 편하다.

나같은 생도들이 많아서 이 마트도 정작 생도보다 주변 일반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다.

나도 사실 카트를 끌며 쇼핑하는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온 거지 그런 거 아니면 절대 안 왔다.


"김치찌개 레시피가, 김치랑 사골 육수랑…"


스마트 워치로 김치찌개 레시피를 확인하며 재료를 하나씩 샀다.

오랜만에 자취를 처음 하던 때가 생각나서 기분이 괜찮았다.


처음 한 달은 정말 열심히 살았었는데… 물론 결국엔 귀찮아져서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때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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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퀘스트가 전송되었습니다.』

[남다은 도와주기]

계산할 때 돈이 부족한 상황은 굉장히 어색하죠.

 넘길 수 있게 도와주세요!

- 보상 : 랜덤 능력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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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갑자기 서브 퀘스트가 뜬다고?


빠르게 주변을 훑으며 남다은을 찾았다.

  쪽 계산대로 카트를 밀고 들어가는 남다은의 얼굴이 보였다.


이상적으로 조형된 몸매와 허리까지 내려오는 흑발이 매력적이었다.

★ 히로인 상태창

[남다은]

- [ 호감도 : 11 ]
- [ 성욕 : 10 ]
- [ 식욕 : 30 ]
- [ 피로도 : 83 ]


현재 상태 : 다희가 좋아하는 과자도 사고… 샴푸가 떨어졌으니 샴푸도 사야지.

어쩐지 평소에 보여주는 우수에 찬 눈이 아니라 옅은 미소를 짓고 있더라니, 동생을 보러 가는구나.

나는 자연스럽게 남다은의 뒤에 카트를 끌고 갔다.


남다은의 카트에는 과자들과 생필품들이 담겨있었다.


동생을 위한 과자는 비싼 초콜릿이나 박스형 과자를 사놓고, 자기가 쓸 샴푸는 제일 싼 제품이었다.


심지어 바디워시나 폼클렌징도 아니고 비누만 덜렁 담겨있었다.


휴지도 세일 표시가 붙어있는 가장 싼 휴지를 골라왔다.

"13200원입니다. 손님."

"잠시만요. 현금으로 할게요."


남다은은 품위유지비로 지급받는 돈도 길드에 다 뺏기고 최소한의 용돈만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오래 써서 떼가  분홍 지갑에서 꼬깃꼬깃한 천원짜리 10장과 백원짜리를 후두두 꺼내는  보니, 진짜 마음이 아팠다.

"하나, 둘, 셋…."

"손님, 돈이 부족한데요…."


하지만, 말도 안되게 딱 100원이 부족했다.

"아, 죄송해요…."


남다은은 우물쭈물 고민하다가 결국 동생의 과자 대신 자기가 쓸 샴푸를 빼냈다.


동생의 과자를 무리해서 사다가 계산을 잘못한 것 같다.

겨우 13200원이 없는 상황이 자기도 쪽팔린지 얼굴이 새빨개졌다.


지금 끼어들어야지.

"남다은."

"어…!?"


갑자기 뒤에서 내가 등장하자 남다은은 엄청나게 당황한 것 같았다.

"카드 잃어버린 거 아직도 못 찾았어? 사장님. 이걸로 계산해주세요."


나는 스마트워치를 계산대로 내밀었다.


"예. 알겠습니다."


"아니… 고, 고마워."

내가 도와주려고 끼어든 걸 알았는지, 남다은은 내 호의를 받아들였다.


그리곤 쇼핑백을 들고 내 계산이 끝날때 까지 앞에서 기다렸다가 내게 말을 걸었다.


"돈은 다음에  갚을게."


양 손으로 쇼핑백을 들고 고개를 푹 숙여오는 게, 내가 아는 그 남다은이 맞나 싶었다.

"과자를 많이 좋아하나보네. 과자를 안 빼고 샴푸를 뺄 정도면."


"… 내 동생 거야. 오랜만에 보는 거거든."


"그래? 그럼  더 사. 내가 사줄게."


"그럴 필요까진 없어. 민폐잖아."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거면 더 많이 사가면 좋잖아. 동생도 좋아할 거야."

남다은은 동생이 좋아할거라는 말에 약간 고민하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괜찮아. 방금은 정말 고마웠어. 사실 이번 달에 돈 쓸곳이 좀 많아서, 돈이 다 떨어졌거든. 돈은 다음 달에 꼭 갚을게."

"안 갚아도 돼. 우리 같은 조잖아. 그냥 다음에는   협조해줘. 널 위해 하는말이기도 하니까 부탁해."


"… 미안해. 하지만 난 꼭 1등을 해야해."

남다은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아마도 입원한 동생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왜 그러는 건데? 1등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내겐 1등이 정말 중요한 의미가 있어. 정말 미안해. 오늘 일은 나중에 꼭 갚을게."


"됐어. 같은 조잖아. 다음에 또 보자."

나는 가만히 서있는 남다은을 내버려두고 마트를 나왔다.


[퀘스트 완료!]

"나름 찔러본건데 역시 걸리질 않네."

조금 아쉽긴하지만 마음이  닫혀있는 애를 상대로 이렇게 오래 대화를  것 자체가 성공이다.

나름대로 착한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했고.

이렇게 조금씩 마음을 여는거지 뭐.

다음에는 조별과제도 더 열심히 해주겠지. 과자도 사줬는데.


기숙사로 돌아오니 릴리아나가 반겨줬다.


"왔어?! 내 메시지대로 사왔지?"

"치킨, 피자가 집밥이냐? 오늘 내가 집밥의 진수를 보여줄게."

"으음… 알았어."

꺼림찍한 표정으로 침대에 눕는 릴리아나를 내버려두고 김치찌개를 끓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요리를 하려니까 약간 적응이 안 되네.


그래도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의 냄새가 기숙사 안에 퍼지니 누워있던 릴리아나도 슬금슬금 다가왔다.

"이건 뭐야? 떢볶이같지는 않은데."

"아아, 이것은 김치찌개라는 것이다."

"뭐래 또."

내가 손수 끓인 김치찌개를 릴리아나에게 대령했다.

따뜻한 밥에 김치찌개면 이게 집밥이지.

"으악! 매워! 뭐야 이거!"


"맵긴 뭐가 매워. 시원하구만."


"뜨겁고 맵기만 한데, 뭐가 시원해! 미친놈 아니야?"

 미친 서큐버스는 집밥을 해줘도 난리네.

"이게 K - 집밥이야 임마. 매우면 거기 계란후라이랑 같이 먹어."

"으음… 맛있는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확실히 서큐버스가 김치찌개를 옴뇸뇸 먹는 모습이 어색하긴 하다.

나는 릴리아나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창문이 열려있는  발견했다.


"릴리아나, 창문은 항상 닫으라고 했잖아. 누가 안을 훔쳐보면 어쩌려고 그래."


"응? 내가 안 열었는데?"

"내가 나갈  닫고 나갔는데 네가 아니면 누구야."


"그런가? 그랬던  같기도 하고…."


눈을 찌푸리며 기억을 더듬는 릴리아나를 보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벌써 치매가 오는 건가. 하긴 나이가  있긴 하지.

"너 표정이 마음에 안 드는데, 이상한 생각 하는 거 아니지?

"전혀. 김치찌개나 먹어."





*







"됐어. 같은 조잖아. 다음에 또 보자."


이호연은 그 말을 남기고 손을 흔들면서 마트를 나갔다.


"하아…."

남다은은  손으로 들고있는 쇼핑백 안의 과자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저렇게 착한 애를 질투하다니. 난 쓰레기야….'


이호연 덕분에 아낀 돈으로 동생을 위한 과자를  더 사고 남다은도 기숙사로 돌아왔다.

샤워를 마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남다은은 침대에 누웠다.

"쟤도 1등이 하고 싶겠지… 유망주라고 소문이 나기도 했고."

에브리데이를 실행시켜 이호연의 이름을 검색하자, 수 많은 글이 나왔다.


대부분이 이호연을 칭찬하는 글이었지만, 일부는 이유없는 비난도 존재했다.

"어째서 사람들은 이렇게 이기적일까…."


이호연이 저 악플러한테 잘못한  뭐길래 저런 비난을 들어야 할까.


쟤도 막상 편한 삶은 아니구나.

"으으…."

괜히 머리가 복잡해진 남다은은 자고있을 동생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나 : [사진] 언니가 과자 많이 사갈게! 주말에 보자!


다희가 이걸 보고 조금이라도 더 웃으면 좋을텐데.


내일은 1대1 결투가 있는 날이었다.


지금까지는 힘을 다 발휘하지 않고도 쉽게 실기 1등을 유지했다.

"이번에도 가능할까?"

동생을 잡고있는 바이어 길드와 민규 아저씨의 이득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었다.


그렇기에 딱 1등을 유지할 만큼의 실력만 내고 있는 남다은이었지만, 이호연은 확실히 강해보였다.


"1대1 결투에서 만나겠지… 이왕이면 결승전에서 만나면 좋겠다."

그래야 준우승이라도 시켜줄 수 있으니까.

남다은은 내일을 걱정하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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