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88화. 임솔의 연구실 (2)
"와, 이걸 혼자 어떻게 채점해요?"
"열심히 하면 돼."
임솔은 답안지를 채점하며 내게 대답했다.
어떻게 된 게 답안지가 채점을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임솔 교수가 맡은 과목이 전 학년 수업이라 전 학년 마법사들의 모든 답안지를 채점하고 있다.
왜 빅토리아 아카데미는 자동화가 안 돼 있는 거야.
MMR 카드라는 좋은 방식이 있잖아.
"그러고 보니 아카데미는 왜 자동화 채점을 안 하나요?"
"기계보다 사람이 더 정확해."
"네?"
뭔 소리야 저건. 나이 많은 부장이 기계는 못 믿겠다며 손수 정산을 시키는 모습 같았다.
"기계는 조작의 가능성이 있어. 기계를 조절하는 사람이든, 답안지를 쓴 사람이든 말이야."
"…그렇게 따지면 교수가 채점하는 게 더 위험하잖아요. 실수든 조작이든 가능성은 그 쪽이 더 큰데."
"마나의 맹세를 하거든. 절대 조작하지 않겠다는 맹세."
"…."
역시 마나의 맹세는 어디에서나 무적이다.
근데 더 정확한 방법이 있잖아.
"그러면 생도한테 마나의 맹세를 걸면 되는 거 아니에요? 이건 진짜 조작 가능성이 없잖아요."
"너 마나의 맹세 몰라? 그거 절차가 얼마나 복잡한데."
아하, 소설처럼 '마나의 맹세를 하겠다…!' 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잠시만, 교수들이 마나의 맹세를 했으면, 더더욱 내가 채점하면 안 되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채점하는 건 위험한 행동인 것 같은데요."
"너 남들 점수 올려줄 거 아니잖아. 그리고 실수로 잘못 채점하는 건 괜찮아. 어차피 답안지는 공개하고, 어떤 생도든 자기 점수가 1점이라도 깎이면 눈에 불을 켜고 찾아오거든."
"진짜 일 대충 하시네요."
"고마워."
임솔은 내 비아냥을 신경 쓰지 않는 듯 채점에 몰두했다.
"그래도 많이 줄었어요. 교수님."
아직 남아있는 답안지 더미를 보면 한숨만 나오지만, 처음 시작보다 눈에 띄게 줄긴 했다.
"그러게. 확실히 둘이 하니까 빨리 줄어드네. 고마워. 연구할 시간이 늘어났어."
"… 네. 아카데미 교수가 힘들긴 하네요. 노동 강도가 진짜 심한 것 같아요."
둘이서 답안지를 몇 시간 내내 채점했는데, 1/4 정도 한 거 같다.
내가 임솔과 채점하는 속도가 거의 비슷했으니, 혼자서 하면 도대체 얼마나 오래 걸리는 거야.
"그 노동을 상회하는 돈을 주거든."
"아하…."
역시 돈이면 해결 안 되는 게 없구나.
"근데 노동뿐만 아니라, 생도들한테도 엄청나게 욕먹잖아요."
에브리 데이에 매일같이 교수들의 뒷담화가 올라온다. 수업이 재미없다는 둥, 도움이 안 된다는 둥, 교수가 못생겼다는 둥, 이유 없는 악플이 익명 방패를 달고 쏟아진다.
물론 에브리데이에서 굳이 없애려는 노력을 하진 않는다. 그걸로 교수를 고르는 지표가 되기도 하고, 사실 외모 비하같은 악플을 달아봤자 욕만 먹지 좋은 소리는 못 듣는다.
대부분 수업의 질에 관한 내용이다.
"내 욕은 별로 안 하던데? 교수 평가가 항상 상위였어."
"그거야 교수님은 재능 충이잖아요."
남들이 열심히 준비하는 내용을 5분만 고민해도 떠올릴 수 있으니, 굳이 준비할 필요가 있나.
얼굴도 예뻐서 수업 듣는 재미도 있고 얼마나 좋아.
"음, 뭐. 예전부터 그런 소리를 많이 듣긴 했어.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임솔의 얼굴이 약간이지만 굳었다. 분위기도 약간 다운된 것 같았다.
"…?"
칭찬을 듣는데 왜 기분이 안 좋지?
★ 히로인 상태창
[임솔]
- [ 호감도 : 50 ]
- [ 성욕 : 25 ]
- [ 식욕 : 30 ]
- [ 피로도 : 40 ]
현재 상태 : 괴물이니 뭐니, 예전에는 참 많이 울었었는데. 괜히 생각나네. 쯧.
'어….'
이런 사정이 있었구나.
하긴, 힘든 과거가 없는 사람이 어딨어.
괜한 얘기 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어쩌지?
"그런데 정작 네가 중간고사 기간인데 이렇게 많이 도와줘도 돼?"
다행히 임솔이 먼저 안 좋은 기억을 떨쳐내려는 듯 다른 주제를 던져왔다.
하긴, 벌써 3시간 넘게 채점만 하고 있다.
"딱히 준비할 것도 없는데 뭐 어때요."
"진짜 자신만만하네. 시험 결과가 참 궁금해."
임솔은 시험 기간인데도 몇 시간째 자신을 도와주고 있는 나를 신기한 듯 바라봤다.
"잘하는 사람들은 미리 다 준비해놓죠. 내일부턴 실전인데 이제야 훈련해서 뭐해요. 컨디션 관리해야지."
"컨디션 관리한다면서 과로하는 거 같은데?"
"교수님이랑 있는 게 최고의 컨디션 관리에요."
"그래그래. 시험 꼭 잘 보고."
나름 회심의 멘트였는데, 신경도 안 써주네. 약간 슬프다.
"진짜 시험 결과로 내기하실래요? 자신 있다니까요."
"내가 내기를 별로 안 좋아한다니까."
"필기시험 만점 걸고. 어때요?"
"… 만점?"
임솔 교수도 만점이라는 말에 조금 흥미가 동한 것 같았다.
"네. 전 과목 만점. 이건 할 만하잖아요."
"얼마나 자신 있길래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만점이면 할만하지."
대물이 걸렸구나.
"저도 자신 있거든요? 뭐 거실래요?"
"네가 정해. 그렇다고 너무 심한 건 좀 그러니까 알아서 조절해서."
"그럼 제가 이기면… 어."
뭐하지? 내기 생각만 하다가 정작 보상을 안 정했네.
뭔가 임솔과 진도가 나갈만한 걸 원하는데… 임솔이 흥미가 있을 만한 게 뭐가 있지?
그때, 임솔의 연구실에 오기 위해 지난 마도관 로비에서 붙어있던 전단지가 생각났다.
'전국 마법 연구 박람회가 다음 달에 개최됩니다!'
마법 연구 박람회.
이거라면 흥미가 조금 생기지 않을까?
"제가 이기면, 같이 마법 연구 박람회 보러 가요."
"마법 연구 박람회…? 나야 괜찮은데… 그거 가봤자 늙은이들하고 마법에 미친 사람들밖에 없어서 너는 재미 없을걸?"
"교수님이랑 가는 게 중요한 거거든요. 괜찮죠?"
"그래. 그럼 내가 이기면 앞으로 하루에 두 시간은 무조건 와서 연구 도울 것."
"… 너무 센 거 같은데요. 저는 하루 같이 놀러 가는 건데…."
"그러면 이틀에 한 번은 어때?"
"그거라면 뭐…."
어차피 이길 거라 상관은 없지만, 나도 100% 확신이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겨야 임솔도 조금 안심한다.
"오케이. 그럼 네 거 먼저 채점해볼까?"
임솔은 1학년 답안지를 뒤적뒤적하더니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미안한데, 30번은 절대 못 맞추거든."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답안지를 뒤로 넘긴 임솔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크게 벌렸다.
"어, 어…?"
"30번 문제. 확실히 수준 높은 함정이었어요. 교수님 말대로 맞은 사람이 저밖에 없을 걸요."
문제에서 제공하는 마법진 간의 상호작용을 계산하는 문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문제에 제시된 마법진 두 개로 상호작용을 계산했겠지만, 첫 번째 마법진으로 만든 마법안에 새로운 마법진이 숨겨져 있었다.
그 마법진까지 포함해서 상호작용을 계산하는 문제였으니 대부분의 생도는 모두 틀렸겠지.
시험장에서 마법진을 실제로 사용해보는 사람은 없으니까.
나처럼 마법진만 봐도 어떤 마법이 발생할지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이걸 어떻게 맞춰! 내 시험에 합격자가 없도록 만든 문제란 말이야!"
임솔은 진심으로 분한 듯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아…."
생각해보니 그런 설정이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임솔 교수의 수업은 너무 수준이 높아서 만점자가 아무도 없다. 같은 쓸데없는 설정.
교수님이 의도하던 거구나.
"이제 좀 실감이 나시죠? 저 필기 만점 자신 있거든요? 혹시 이제 와서 내기 취소하는 거 아니죠?"
"… 안 해. 다른 곳에서 틀리겠지."
표정을 보니 삐진 거 같다. 좀 귀엽네.
"근데 진짜 공든 티가 나더라고요. 너무 어려웠어요. 다른 문제 푸는 시간 다 합쳐도 30번 문제 푸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어요."
사실 다 푸는데 10분도 안걸려서 큰 차이는 없었지만.
"… 응."
"아, 힘들다! 3시간 내내 채점하는 거 너무 힘들어. 무보수로 교수님을 위해 3시간이나 일하는 생도가 어딨어. 그렇죠?"
공감해봤지만 안 통하길래, 열심히 일한 티를 내봤다.
"그건 고마워."
다행히 이건 효과가 있었다.
"저한테도 급여 조금 나눠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제가 1/10 넘게 한 거 같은데."
"너는 다른 거 해주잖아."
"다른 거요?"
임솔이 입술 밖으로 혀를 내밀고, 손으로 O 링을 만들어 입 앞에서 앞뒤로 움직였다.
"아…."
"지금 해줘?"
"… 부탁드립니다."
임솔은 시험지들을 옆에 내려놓고 내 소파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이런 분위기가 되는 게 갑작스럽긴 하지만, 임솔과는 항상 이래왔다.
임솔은 분홍 면티를 스치는 머리들을 귀 뒤로 넘긴 뒤에, 내 바지를 내리고 자지를 꺼냈다.
킁킁.
"… 교수님. 냄새 맡는 거는 좀 창피한데요."
섹스를 위해 침대에서 서로 알몸인 것도 아니고, 내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상황이다 보니 조금 창피했다.
"어떻게 배설기관에서 이런 냄새가 날까 궁금해서. 혹시 그 스킬을 익힌 다른 사람이 있을까? 나도 익히고 싶은데."
"그, 글쎄요. 아마 없을걸요? 저도 어쩌다가 암시장에서 구한 거라…."
"그래? 아쉽네. 하압."
임솔도 진지하게 한 말은 아니었는지 바로 자지로 신경을 돌렸다.
부드러운 입술이 귀두를 빨아들였다. 촉촉한 혀가 기둥을 감싸는 감각에 자지에 피가 몰렸다.
"쭈웁… 쭙. 흐읍. 쪽."
어떻게 된 게 펠라를 릴리아나보다 잘하는 거 같은데… 야동이라도 보고 공부하나?
마법 천재면 섹스도 천재라는 사실을 깨달아버렸다.
"쯔붑… 쪼옵. 츄릅. 쭙."
본격적으로 임솔이 자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입 안 깊숙이 자지를 받아들이면서 혀로 기둥을 핥아오는 게, 참기 힘든 쾌락을 선사했다.
게다가 고양이상의 눈매가 가끔 내 눈을 보며 반응을 체크하는데, 눈이 마주칠 때마다 올라오는 정복감과 이런 미녀가 봉사해준다는 희열감이 올라왔다.
사정감은 얼마 가지 않아 올라왔다.
"교수님… 쌀 거 같아요."
"으읍. 쪽."
임솔은 쌀 거 같다는 말에 깊게 들어갔던 자지를 입안으로 위치시키고는, 고개를 앞뒤로 빠르게 움직이며 귀두를 자극했다.
정액을 혀 위에서 맛보겠다는 의지에 나는 참지 않고 몸을 떨며 사정했다.
하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인지, 정액을 뿜는 자지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면서 임솔의 얼굴이 끈적한 정액으로 범벅이 되었다.
"쩝. 으, 끈적해. 그리고 아까워."
임솔은 뜨거운 숨을 내쉬며 얼굴에 묻은 정액을 손으로 닦아내고 손가락을 핥아 먹었다.
"교수님. 괘, 괜찮으세요?"
"응. 괜찮아."
임솔은 손으로 먹을 수 있는 정액을 다 입으로 가져간 후에, 클린 마법으로 얼굴과 옷을 정리했다.
"오늘도 잘 먹었어. 다음에 또 와."
"넵… 가보겠습니다."
임솔의 펠라는 작별 인사와 같다.
오늘 일 도와주느라 고생했다는 인사.
처음 내 자지가 달다고 한 날 빼고는 항상 한 번밖에 안 해줘서 아쉬웠다.
*
임솔의 연구실을 나서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생각 이상으로 시간을 써버려서, 조금 쉬다가 자야 할 것 같다.
릴리아나에게 오늘 늦는다고 메시지를 보내놨으니 알아서 밥은 먹었겠지?
띠링-
내가 들어오자마자 릴리아나가 총총 마중을 나왔다.
"왔어?"
"엉. 저녁 먹었지?"
"아니. 너랑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어!"
초롱초롱.
릴리아나가 요즘따라 점점 밝아진다.
지옥에 있는 엄마랑 연락했을 때랑 내가 유명해진 영상을 봤을 때. 이 두 번이 기점이었는데, 왜인지는 모르겠다.
"다행히 나도 안 먹긴 했는데, 먹고 왔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그러면 네 정액이라도 먹어야지 뭐 어떡해."
"… 밥 먹기 전에 에피타이저로는 어때."
릴리아나의 섹드립을 진지하게 받아줬다.
안 그래도 임솔이 한 번 밖에 안 해줘서, 감칠맛 났는데 잘됐다.
"으응? 지금? 저녁도 안 먹고?"
"배달오는 동안 하고 먹고 또 하면 되지."
"나, 나야 좋은데… 으음… 주인님. 쪽."
릴리아나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며 침대로 데려갔다.
임솔의 펠라와 서큐버스의 펠라. 어디가 좋은지 실험해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