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69화. 백아영과 봉사활동!
"게임의 히로인이 아니지만, 이 세계에서 중요도가 높은 인물들을 더 공략해. 야겜이니까 능력 있는 여 캐릭터들이 많이 있잖아."
이 말을 듣자마자 임솔이 떠오른 건, 당연한 순서였다.
그리고 예쁜 서큐버스도… 얘는 아닌가?
"근데, 지금도 여자가 포화상태인데 어떻게 더 공략을 해요?"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 난이도는 더 올라가겠지만, 해내기만 한다면… 너를 신이 없는 세계에 계속 남겨줄 수도 있어. 물론 원하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도 있고."
"…꼭 해야겠네요. 무슨 일이 있어도."
처음엔 막연하게 돌아가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절대 이 세계를 포기할 수 없다.
원래 세상에서 절대 내가 겪지 못할 경험들을 계속 하고 있으니까.
"응. 그래도 특전을 좀 더 지원해 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진 마."
"무슨 특전이요?"
"여자의 몸에 네 정액이 닿으면 호감도가 조금씩 오르게 해줄게. 이건 100이 넘어도 계속 오를 거야. 나중에 큰 도움이 될걸?"
"결국 섹스구나."
섹스 아카데미니까. 뭐 당연한 건가.
"응, 원작이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어. 대신 정액으로 올리는 호감도는 시스템이 공략중이라고 인식한 여자한테만 효과가 있어."
"네. 알겠습니다."
굳이 저런 제약을 넣지 않아도 어차피 할 사람하고만 할거라 상관없는데.
여자를 너무 늘리는 것도 부담이다. 솔직히 지금도 약간 위험하거든.
"그리고 너 미약 상점을 다니는 거 같던데, 이제 자중하는 게 좋아."
"요즘은 잘 안가긴 하는데… 근데 원작 게임 내에서도 미약을 이용한 루트가 있잖아요. 그걸 이용하는 게 왜요?"
"그거 원작에서는 한 번 공략이 끝난 애들한테만 쓸 수 있잖아. 괜히 트집잡힐 일은 안하는게 좋아. 말했다시피 '섹아'의 신이 굉장히 찌질하거든."
"으음. 알겠습니다."
솔직히 이해는 안되지만, 신이 그렇다는데 어쩌겠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지금 상황도 이해가 안되는 일인데, 그렇다면 그런거지.
뭐, 그래도 요즘은 미약을 쓸 일이 없어서 괜찮긴 하다.
히로인들한테 정도 생겨서 마구 쓰기도 싫고.
스르륵-
그때였다.
내기의 신의 모습이 희미해지고, 공간이 검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어?"
"시간이 다 됐네. 그래도, 네가 처녀를 3명이나 딴 덕에 대화 시간을 꽤 많이 벌었어. 할 말은 다 했으니 됐지 뭐."
내기의 신의 몸에 달린 황금이 하나씩 사라지며, 내게 마지막 말을 건넸다.
"알겠습니다. 꼭 최선을 다할게요."
"응. 열심히 하고, 꼭 그 민폐 신 좀 죽여줘. 다음에는 다 끝나고 만나자."
내기의 신이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언제쯤 다 끝내고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천천히 내 눈이 감기기 시작했고, 곧 눈 앞이 암전됐다.
*
잠에서 깨었다. 이제는 진짜 내 방이 되어버린 기숙사에서 눈을 떴다.
얼마나 대화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릴리아나가 아직 자고있는 걸 보니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진 않은 것 같다.
"개꿈은 아니겠지?"
오래 사귄 친구처럼 편하던 내기의 신의 얼굴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걸 보면, 꿈은 아닌가?
"아니지, 나 [기억보완능력] 있잖아. 바본가?"
특전이 있으니 기억이 생생하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꿈은 아닐 것이다. 내 상상으로 저런 설정을 짰다기엔 너무 세밀한 설정이었다.
나름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신을 죽이라니, 신살자도 아니고 뭐야."
신살자라고 하니까 갑자기 오글거리네. 뭔가 엄청난 일을 하는 거 같다.
어쨌든 중요한 건 하나였다. 히로인들을 공략하고, 끝까지 도달하는 것.
[히로인 공략 시스템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히로인을 공략하기 위한 장치가 추가됩니다.]
[이제 히로인이 아닌 여성을 공략할 시, 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에 따라서 점수를 부여합니다.]
[어느정도 공략이 진행된 여성에게는, 히로인 상태창을 부여합니다.]
[현재 공략 가능성이 높은 여성 : 임솔(93점), 릴리아나(65점), 한슬아(1점), 신지아(2점)… ]
"뭐야 이거."
갑자기 눈앞에 이상한 창들이 나타났다.
확실히 꿈은 아니었네.
임솔 93점? 릴리아나 65점?
한슬아랑 신지아는 또 누구야. 점수가 1점인데?
"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 점수구나."
임솔이 93점인 걸 보니, 아마 히로인은 100점이겠지.
히로인도 아닌 여자가 혼자서 93점이나 먹고있다니, 진짜 대단한 사람이긴 하네.
한슬아랑 신지아라는 사람들은 그냥 나를 짝사랑하는 엑스트라 여자인 것 같다.
얼굴이 워낙 받쳐주다보니, 짝사랑 하는 사람도 많을 수 있다.
근데…
"왜 릴리아나가 65점이야."
아니, 어째서?
얘 그냥 지옥에 가면 흔히 있는 서큐버스 아니었어?
혹시 인간 세상이 아닌 지옥의 존재라서 65점이나 받은 건가?
나는 옆에서 자고있는 릴리아나의 얼굴을 바라봤다.
모양이 잘 잡혀있고 쳐지지 않은 가슴과 잡고 박아대기 좋은 골반.
탱탱한 엉덩이에 꼬리뼈 부근에서 튀어나와있는 하트모양 꼬리.
남자를 착정하기 위해 발달한 몸까지.
"으에… 쪽."
릴리아나의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었고 혀를 만지면서 이리저리 굴렸다. 릴리아나는 야하게 혀를 움직이며 손가락을 빨아들여왔다.
이렇게 음란한데다가, 얼굴도 비정상적으로 이쁘긴한데 다른 서큐버스 들을 본 적이 없으니 비교할 수가 없네.
"엥?"
자고있는 릴리아나의 머리맡에 편지가 놓여있었다.
어젯밤에 릴리아나가 썼던 편지지와 똑같은 크기였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편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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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아나에게
릴리아나! 나도 네가 취업했다는 사실은 보고 받았단다. 정확히 어딘지는 몰랐는데, 좋은 곳이라니 다행이야.
엄마도 네가 없는 집의 쓸쓸함을 느끼고 있단다.
30년이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야. 꼭 네가 원하는 걸 이뤄서 엄마에게도 보여주길 바란다.
엄마는 항상 널 믿어왔어. 너는 어릴 때부터 항상 예쁘다고 칭찬을 들었잖아.
우리 집안에 흐르는 짙은 서큐버스의 피는 한 번 잡은 사냥감은 절대 놓치지 않아. 알겠지?
원하는 플레이는 다 해주면서 잡아두렴. 엄마의 조기교육이 이제라도 도움이 되겠구나.
엄마 말 들어서 손해 볼 거 없다고 했지? 결국은 그렇게 쓸 날이 오잖아.
그리고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지옥에 왔을 때 엄마도 한 번 맛봐도 되겠니? 너희 아버지를 보내고 홀몸으로 너를 키우느라 고생한 엄마에게 너도 보상을 해줘야지. 그게 서큐버스의 정이잖아.
그날을 기대하고 있으마.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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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무슨 소린지는 잘 모르겠는데 위험한 내용 같다. 계약 내용은 10년인데 왜 30년이라는 거지?
릴리아나가 착각했나?
릴리아나가 깨어나면 줘야겠다. 굳이 남 가정사에 깊이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지.
나는 억지로 편지에 대한 생각을 지워냈다.
"엥? 뭐야."
이제서야 창문 밖이 어둑어둑한 걸 알아챘다.
시간을 확인했더니 벌써 오후 6시였다.
아니,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고 한 게 이 쪽이 더 빠른 거였어? 보통은 그 반대잖아.
진짜 개 같은 설정이네.
"야, 릴리아나. 일어나. 더 자면 밤에 잠 못 잔다."
자고있는 릴리아나의 볼을 콕콕 찌르면서 잠을 깨웠다.
얼마나 피곤했길래 지금까지 자는거야.
"으에에… 주인님… 아랫도리가 너무 아파…."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주인님이라고 하면서 반말을 하며 내게 달라붙었다.
릴리아나의 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얘기했다.
"미안해. 어제 너무 심했지. 치킨 시켜줄 테니까 치킨 먹자."
"으음… 좋아…."
*
상쾌한 아침이었다.
어젯밤에는 릴리아나가 아랫배가 너무 아프다면서, 입으로만 빼줬다.
왜 갑자기 솔선수범해서 내 성욕을 처리해주려는지 모르겠다. 나야 고맙긴 한데.
아침은 거르는게 일상이었으니 넘겨주고, 빠르게 샤워를 마쳤다.
오늘은 생도복으로 외출을 해야한다.
걸려있기만 하면 알아서 옷을 빳빳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옷걸이에서 생도복을 빼냈다.
착-
깔끔하게 생도복을 입고, 전신 거울 앞에 섰다.
"오늘 상태도 아주 좋아."
사실 언제봐도 상태가 좋긴 한데, 오늘따라 느낌도 좋았다.
오랜만에 홍보부 활동을 하러 가는 만큼 최상의 상태로 가야지.
"또 어디 가?"
"오늘은 주인님이 티비에 나오는 날이란다."
"머래. 병신같아."
"…."
릴리아나는 거울을 바라보는 나를 이상한 놈 보듯이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 와중에 다리를 살짝 절면서 걸어가는 꼴이 웃기면서도 약간 꼴렸다.
"그래. 너는 다음에 보자."
저 요망한 것은 나중에 자지로 실컷 복수하면 된다.
"나 나갔다 온다!"
"올 때 피자사와!"
기숙사를 나와서 천천히 걸었다.
햇빛 보육원까지는 거리가 조금 있지만,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천천히 주변을 구경하면서 상가를 거닐었다.
"뭔가 오랜만에 나오네."
요즘 돌아다닐 일이 없으니, 상가를 잘 안 오게 된다.
릴리아나 때문에 배달음식을 자주 먹기도 하고.
"루미가 좋아하던 떡볶이집… 다음에 데리고 와야겠다."
"여기가 엘리스가 좋아하는 칵테일 바… 체크해놓고."
"이 코너를 돌면 나오는 빵집이 달달한 크림빵으로 유명한 곳… 체크."
보육원에 가는 길에도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이런 사소한 디테일도 챙겨줘야 공략이 쉽게 진행된다.
얼굴만 믿고 공략할 순 없잖아. 내기의 신을 만나고 나서 더 열심히 공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다 기억할 수 있으니 정보는 많이 쟁여놓는 게 좋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햇빛 보육원에 도착했다.
밖에서 마당을 슬쩍 훔쳐보자, 뛰어노는 아이들 사이에 있는 엘리스가 보인다.
깔끔하게 정돈된 금발과 이목구비. 청순함의 상징같은 그녀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그 뒤에서 원장님이 흐뭇한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고, 전에 보았던 사진기사가 카메라를 이리저리 세팅하고 있었다.
오늘도 저 사람이 찍는구나. 저번처럼 몇 백장이나 찍진 말았으면 좋곘는데.
결국 그 사진을 다 공개하긴 했는데, 그냥 몇 십장만 찍었어도 효과가 그렇게 달랐을 거 같진 않다.
엘리스는 주저하다가 아이들에게 점점 다가갔다.
아이들과 놀아주려고 노력하는 모양이다. 쉽지 않을 텐데.
"누, 누나! 너무 이뻐요!"
"언니이. 나도 안아줘."
"한 명씩 오렴."
쉽지 않긴 개뿔. 애들이 직접 와서 앵긴다.
어린 애들도 똑같구나.
그래. 이쁘고 잘생기면 다지.
나도 쓸데없는 저글링 같은 거 하지말고 훈남 컨셉으로 밀고 갈 걸 그랬나.
"안녕하세요."
나도 빨리 가서 합류해야지.
마당 문을 열고 들어가 엘리스를 보고 있는 원장님에게 인사를 드렸다.
"아이고! 호연 씨 왔구먼. 호연 씨가 우리 보육원을 추천했다면서. 고마워요. 요즘 기부금이 쪼들렸거든."
원장님, 갑자기 그렇게 속물 같은 얘기를 하시면 어떡합니까.
착한 사람이니까 돈을 떼먹진 않겠지?
내 이미지를 위해서 추천하긴했지만 아이들이 더 잘 지내길 바라는 취지도 분명히 있었다.
"예예. 뭐, 별거 아닙니다."
"원장님, 누가 새로 오셨나요…? 읏!"
그때, 건물에서 누군가가 나오면서 흠칫거렸다.
검은 머리에 새하얀 피부. 푸른색 눈동자.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외모까지. 눈에 띄게 아름다운 오피스룩의 여자가 내 시야에 잡혔다.
"엥?"
백아영이잖아. 이 사람은 왜 여기 있어?
"뭐야, 아영 씨?"
하필 오늘 백아영이 봉사를 와서 나랑 만난다고?
아니, 근데 이런 촬영이 있으면 다른 봉사자를 안 받는 게 보통 아닌가?
"아영 씨, 봉사하러 오신거에요?"
"이, 이런 우연이 있나…! 하필 내가 봉사를 오는 날과 같이 오다니, 하하…."
"…? 성녀님. 알고 찾아오신 거 아니었습니까? 저한테 오늘 학생회가 오는 날 맞냐고 연락을 주셨…."
"꺄악! 여기 바퀴벌레가!"
갑자기 백아영이 아무것도 없는 구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소리를 질렀다.
"바퀴벌레요?! 어딥니까! 우리 햇빛보육원이 얼마나 청결을 유지하는데! 섹스코도 사용한다고요!"
원장은 어디선가 꺼낸 빗자루를 들고 구석을 향해 달려나갔다.
"아, 잠시만요. 얼룩을 잘못 봤나 봐요."
"아하. 다행입니다."
"헤헤헷…."
"…."
어색하게 웃고있는 백아영과 빗자루를 들고 안도하고 있는 원장님.
…저 두명은 대체 무슨 코미디를 하는 거야.
백아영은 내 눈을 피하는 척 하면서도 슬쩍슬쩍 내 쪽을 바라보고 있다.
"…에이. 설마."
나한테 강간당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찾아온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