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5화 〉65화. 정기 회의 (2) (65/648)



〈 65화 〉65화. 정기 회의 (2)

갑작스럽게 날아온 비아냥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이 개새끼들은 왜 날 못 죽여서 안달인가 모르겠네.

가슴팍에 달린 파란색 브로치를 보니 땅딸보의 정체는 2학년 남생도였다.


누가 보면 아주 지가  상사인 줄 알겠어.

"홍보부 신입. 빨리 자리에 앉게. 늦었으면 엘리스 양처럼 행동이라도 빨라야지."


오른쪽에서도 가장 끝에 앉아있는 남자가 말했다.

얼굴을 보니 부회장이었다. 저번에 문수린과 찍힌 사진에서 보던 얼굴 그대로다.


대체로 오른쪽에 앉은 남자들은 내게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왔고, 왼쪽에 앉은 여자들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왔다.

…아, 뭐지. 이 좆같음은?


가슴 깊은 곳에서 오른쪽에 앉지 말라는 신호가 왔다.

★ 히로인 상태창


[문수린]


- [ 호감도 : 62]
- [ 성욕 : 40 ]
[ 식욕 : 50 ]
[ 피로도 : 85 ]


현재 상태 : 부회장 패거리가 안 그래도 피곤해 보이는 이호연에게 시비를 걸어서 매우 불쾌함. 터지기 직전.




얼굴은 어젯밤에 섹스를 너무 열심히 해서 피곤한 건데, 왠지 미안하네.

대충 상황을 알겠다.


오른쪽이 부회장 패거리고, 왼쪽이 회장 패거리인 모양이다.


나는 자연스럽게 엘리스의 옆자리에 앉았다.

오른편에서 나를 꼬나보는 시선들이 느껴지지만, 무시하고 문수린을 바라봤다.


문수린의 표정이 안 좋길래, 괜찮다는 뜻으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지금부터 정기 회의를 시작합니다. 첫 안건은 다음 주 중간고사 관련 학생들 관리였지만, 어제 발생한 던전 실습 훈련 테러를 먼저 다루겠습니다."

문수린은 내 얼굴을 보고 다행히 별말 없이 넘어갔다.

이미지를 망쳐도  이미지를 망쳐야지, 문수린의 이미지는 망쳐선 안 된다. 특히 남자 때문에 화를 낸다는 둥, 이상한 말이 돌아서 멘탈을 더 건드리는 것도 위험하다.

"사망자는 8명. 부상자는 22명.  외에 자료는 자리 앞에 정리되 있으니 참고하세요. 다른 일들은 아카데미 측에서 처리할 거고, 우리가  일은 학생들의 동요를 잠재우는 일입니다. 이에 대해서 의견 있으신  있나요."

"마침 여기 당사자가 있는데, 이호연 후배에게 물어보는  어떻습니까. 회장님?"


"… 부회장.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예요?"

"괜찮습니다. 뭐가 궁금하신데요?"


나는 문수린의 다음 말이 나오기 전에 대답했다.


부회장 신동민은 누가 봐도 적대적인 눈초리를 내게 쏘아댔다.

아무래도 슬슬 나랑 문수린이랑 친한 걸 눈치챈 모양이다.


그게 아니면 저렇게 대놓고 적대감을 보낼 리가 없지.


억지로 회의에 부른 것도 그 일환인 것 같다.


"여러가지 있겠지.  상황에 처했던 당사자로서 다른 생도들을 위해 해줄  같은 걸 생각해봐라."


'저게 시발 사람 새끼가  말인가…?'


저 말은 나를 포함해서 테러 때 발생한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언사였다.

"맞아. 아니면 오우거를 잡았다는 무용담이라도 풀어보던가. 푸흡…."

아까 내게 시비를 걸었던 땅딸보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저기요! 말이 심하잖아요! 그게 테러를 당한 후배한테 할 말이에요?"

"아니, 뭐 어때서? 이호연 후배가 테러로 손해 본 게 있나? 오히려 오우거를 잡았다는 커리어만 추가됐잖아. 안 그래?"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당신들이 진짜 학생회에요?"

학생회장 옆에 있는 서기가  대신해서 열심히 싸워준다.

고맙긴 한데, 문수린의 표정이 진짜 터지기 직전이다. 문수린이 나서기 전에 내가 나서야 한다.

"선배님들이 후배를 그렇게 챙겨주려고 하시니, 저도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 뭐라고?"

"후배의 성공을 응원해주시는 모습이 굉장히 멋있으십니다. 선배님. 저도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땅딸보 선배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얘기했다.


"참나. 여러 군데에서 띄워주니까 네가 뭐 되는  아나 본데, 그렇게 잘나신 분이 아카데미에서는  두각을 못 보이실까? 응?"


아니 시발. 아직 중간고사도 안 봤는데 무슨 두각을 보이란 거야.


동급생을 후려패도 소용이 없고, 학장이 직접 언급해도 소용이 없으니, 시험 성적을 증명한다고 믿어줄지는 의문이긴 하다.

…혹시 선배를 패면 믿어주려나?


"선배님. 그렇게 못 믿겠으면 대련 한번 하실래요? 영상은 SNS에 공개하는 조건으로."


"ㅁ, 뭐라고?"


하여튼 이런 새끼들은 약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세게 나오면 맥을 못 추린다. 멍청한 놈들.


"… 홍보부 신입. 선배를 대하는 태도가 그게 뭐지?"

당황하는 땅딸보를 보다 못한 부회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선배요? 저런 말을 하는 사람도 선배 취급을 해 줘야 합니까? 부회장?"


"… 고아 출신답게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부회장이 나를 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


순간 당황해서 말문이 막혔다.

자기한테  자 안 붙였다고 인신공격을 스트레이트로 꽂아버리네.

"부회장!"


"회장님, 제가 틀렸습니까? 부모도 없는 고아 놈을 학생회에 넣는 건… 학생회에 누가 되는 일입니다."

미친 새끼.


"미친 새끼."

부회장의 발언이 너무 또라이 같아서, 나도 모르게 생각을 그대로 입 밖으로 내뱉었다.


다행히 내가 고아로서 힘든 삶을 살아온 기억이 없어서 슬프진 않았지만, 기분은 더러웠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라는 게, 아무리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강제로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저 사람 겉보기엔 멀쩡한데 사실 게이래!'


라는 말을 들으면, 지금까지 멀쩡하게 바라보던 사람의 행동이 하나하나 어색해 보인다.

편견을 가지려고 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일이다.


저 새끼도 그걸 노린 거다.

자신의 이미지가 하락하더라도, 문수린에게 내가 고아라는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겠지.


"부회장… 정말 실망이네요. 사람을 그런 거로 판단하다니."

하지만, 그건 너무 짧은 생각이다.


문수린이 아무리 예쁘고 착한 여자라지만, 문수린은 평범한 남자가 쟁취할 만한 트로피가 아니다.


혼자서 학생회와 아카데미의 실무를 거의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다. 능력이 없고선 절대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문수린이, 비밀이 많은 남자에게 저렇게 마음을 열리가 없잖아.

이미 내 뒷조사는 끝났을 것이다.

"회장님, 모든 사람이 겉으로는 그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속마음은 다를 겁니다. 학생회는 완벽해야 해요. 굳이 허점을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그게 빅토리아 아카데미를 위한 길입니다."


와, 저걸 어떻게 하지?

저렇게 당당하게 나오니까 나도 머리가 아프다.

누가 보면 학생회를 위해 발 벗고 뛰는 열사인 줄 알겠어 아주.

"그리고, 홍보부 신입. 방금 나한테 뭐라고 한 거지? 내가  못 들은 건가?"


"…."

"부회장인 나한테 그런 언사를 보이는 건, 널 추천한 회장님의 얼굴에 먹칠하는 거다. 알고 있나?"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했다.

솔직히 처음 계획은 이렇지 않았다.


스토커를 사주한 부회장과 협력하는 척했다가, 루시를 구했을 때처럼 극적일 때 나타나려 했다.

하지만 부회장과  만남부터 이미 나를 적대하고 있었고, 펠릭스에게 생긴 트라우마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루시가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이미 계획은 망가졌다.

"지금 진심으로 사과하면, 그 실수를 주워 담을 기회를 줄  있다."


그러면, 굳이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고개 숙일 필요 있나?

애초에 저런 미친놈이랑은 협력하는 척도 하기 싫다.

딱 하나 걸리는 건, 너무 망나니처럼 굴면 나를 추천한 문수린한테도 피해가 갈까 하는 점이다.


그래도 이미지 관리는 생각해 놓은 게 있다. 홍보부 활동으로 어떻게든 무마해봐야지.



"먼저 저한테 고아라고 한 일에 대해서 사과하시면, 저도 사과하겠습니다."


"쓸데없이 자존심이 강해. 내가 싫다면, 나한테도 대련을 신청하려고? 하긴 학생회 부회장과 대련이라니, 이만큼 실력을 입증하기 좋은 기회가 어딨겠어."


신동민은 기분 나쁜 미소를 보내면서 말했다.

대련이라.


신동민이 약한 편은 아니다. 학생회 부회장을 날로 먹은 건 아니니까.

게다가 원작 게임 파워 밸런스가 워낙 이상하다.


대부분의 평범한 생도들은 괜찮지만, 3학년 네임드들은 A급 헌터급, 어쩌면 그 이상으로 강하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강해지는 만큼 나오는 악당들이 점점 강해져야 하다 보니 조절을 잘못한 모양이다.

당장 문수린도 각성하면 A급헌터 이상까지 올라간다.


신동민도 얼마나 강할지는 모르겠다.


원작 시점에서는 오우거 따위와 비교도 안 되지만, 지금은 아직 원작보다 빠른 시점이다.

나는 불속성 마법사로 알려져있다. 그리고 신동민은 분명 물 속성 마법사였다.

자기 실력에 자신도 있고, 속성도 유리하니까 저렇게 자신만만한 거다.


"판을 깔아주니까 잘 못 하는 타입인가? 네 실력을…."


"그런 좋은 기회를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내가 대련을 받아들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는지, 신동민의 눈이 찌푸려진다.


다른 선배들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문수린과 엘리스는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문수린은 내가 진짜로 오우거를 잡은 걸 알고 있으니 그렇다 쳐도, 엘리스는 왜 하나도 안 놀랐지?

"하, 그래. 언제가 좋지?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괜찮은데."


신동민은 목소리를 깔며 말해왔다.


"이왕이면 큰 무대에서 하죠.  중간고사 끝나고 축제잖아요. 축제에서 학생회 주최 친선 대련으로 열면 되겠네요."


빅토리아 아카데미의 축제 때마다 학생회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이벤트를 연다.


이번 축제의 이벤트로 나와 부회장의 대련을 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그래. 받아들이지."

"부, 부회장님. 굳이 저런 놈을 상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내가 대련을 이기면, 나를 모욕한 건에 대해서 그 즉시 무릎 꿇고 사과해라."

부회장은 옆에서 떠드는 땅딸보를 무시하고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나에게 망신을 주고 싶은 모양이다. 근데 그걸로 되겠어?


"제가 이기면 어쩔 건데요?"

"뭐?"


"제가 이기면 어쩔꺼냐고요. 저도 보상이 있어야죠."

"참나. 원하는  아무거나 들어주지. 그리고 지금 내게 대든 것까지 사과해야  거야."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솔직히  것 같진 않은데.

"부회장."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상석에 앉은 문수린이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던 표정으로 신동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회의실에서 나가세요."


"회장님. 잠시 흥분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신동민도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듯 고개를 숙여왔지만, 이미 늦었다.

★ 히로인 상태창

[문수린]

- [ 호감도 : 62]
- [ 성욕 : 40 ]
- [ 식욕 : 50 ]
- [ 피로도 : 90 ]


현재 상태 : 부회장을 당장 내 눈앞에서 치워야 해. (스트레스 극심상태. 주의 필요)

문수린이 폭발하지 않도록 내가 나선건데… 결국 터져버렸다. 하긴 이걸 참으면 보살이지.

"지금 부회장은 정상적으로 회의를 진행할  있는 상태가 아니에요.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당장 나가세요."

문수린의 분위기가 진짜 무섭다.


맹수를 마주친 초식동물처럼 본능적으로 압도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저렇게 정색하는  원작에서 스토커를 잡았을  정도인데, 지금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는지  것 같다.

애초에 나 때문에 잠시 흥분했을 뿐, 신동민은 문수린에게 덤빌  있는 위치가 아니다.

재능, 실력, 집안, 학생회에서의 입지, 인망 모든 부분에서 문수린에게 부족하다.


그걸 알기에, 스토커를 고용하면서 추하게 문수린을 괴롭히는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머리를 조금 식히고 와야겠네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신동민도 여기선 후퇴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섰다.

"자, 그럼 다시 회의 진행하겠습니다."

신동민이 사라진 회의실은, 문수린의 주도로 회의를 이어갔다.





*



"그래서, 홍보부 활동을 한 번  하려고 합니다. 어제 있던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으니, 분위기를 환기시켜야 하거든요."


회의는 마지막 안건까지 도달했다.

물론,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고 문수린이 혼자 회의를 이어갔지만.

마지막 안건은 홍보부 활동에 대한 내용이다.


안 그래도 홍보부 활동을 하자는 말이 나오면 내려고 준비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홍보부에서 봉사를 하러 가는 건 어떨까요?"

"봉사요?"


"네. 제가 주말마다 다니는 보육원이 있는데, 거기서 촬영하면 되지 않을까요? 거기 아이들이 저랑 자주 놀았어서, 그림도 괜찮게 나올텐데."

"오호…."

문수린은 그건 몰랐다는 듯 감탄하며 나를 바라봤다.


엘리스도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다 백아영 때문인데, 뭔가 뿌듯하네.


근데  뒷조사했는데도 이걸 몰랐다면, 설마 카페에서 처음 만나자마자 조사한 건가?

"괜찮네요. 봉사. 이미지 관리에 딱 좋겠어요. 게다가, 호연이가 직접 봉사하는 모습을 스토리텔링으로… 아, 아… 미, 미안해요. 방금은 실언이었어요."


"괜찮습니다. 저도 그럴 생각이었어요."


원래부터 그럴 생각이었다.

이용할 수 있는  이용해야지.

대중들은 감성팔이에 약하다.


고아 출신의 잘생긴 유망주 아카데미 생도가 사실은 매주 보육원에 다니면서 봉사를 해왔다?


이건 진짜 대박 소재가 아닐 수가 없다.


무조건 히트다 히트.




*


봉사는 당장 이번 주말로 정해졌다.


오늘이 금요일이고, 봉사는 내일모레 일요일이다.


어째서 이렇게 빠르게 정해졌냐 하면, 최대한 빨리 시선을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에 터진 테러로부터 이호연의 슬픈 스토리로 대중들의 눈을 돌려야 한다.


어찌 보면 뻔한 수작이지만, 이 뻔한 수작을 몇십 년이나 반복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

회의가 끝난 후, 나는 자리를 뜨는 땅딸보의 얼굴을 기억해놨다.


'다음 주 합동 수업 때 보자.'

중간고사가 시작하기 직전, 신입생들의 경험 상승을 위해 2학년과 합동수업을 진행한다.


어차피 부회장하고 틀어진 거,  따까리도 괴롭힐 수 있을만큼 괴롭혀야지.

"호연아."


음침한 생각을 하며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 문수린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







"루미,  쿠키를 내가 만들 수 있을까?"

"으음, 집에서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아…."


"그렇겠지…?"

루시와 루미는  카페에서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쌍둥이는 이런 여가 시간에 대부분 붙어있었다. 밥도 같이 먹고, 쇼핑도 같이 가고, 공부도 같이 모여서 했다.


둘은 머리를 맞대고 스마트 워치 하나를 보고 있었다.

요즘들어 루시가 관심이 많아진 수제쿠키에 관한 영상이었다.

"으응… 왜 그래? 혹시 호연 씨한테 만들어주려고?"


"으. 어엉? 맞긴한데. 그… 그냥, 다른 건 아니고. 고마움의 표시랄까… 헤헤."

"…."

루미가 보기에, 루시의 모습은 분명 이호연에게 호감이 있는  했다.

하지만 루미는 자신의 눈을 완전히 믿을  없었다.

지금까지 인간관계가 극히 좁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안했다.

가장 친한 친구이자 사랑하는 가족인 루시와,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는 비밀 친구 이호연.

혹시라도 루시가 이호연을 좋아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확실하게 누구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까.


"우와.  쿠키도 봐봐. 맛있어 보이지 않아? 근데 이것도 어려워 보이네."

끄응.

이호연에게 무슨 쿠키를 해줘야 할지 고민하는 루시를 보며, 루미는 점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루미? 왜 그래? 아하, 아까 먹은 케이크가 체한 거 아니야? 내가 조금만 먹으라고 했잖아~."

자신을 보며 밝은 웃음을 보내는 루시는 누구보다 믿음직스러웠다.


지금까지 서로 믿고 의지했던 나날들이 루미를 스쳐지나갔다.


최근에 겪은 사건때문에, 루시는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였다.


지금 이호연에 대해서 묻는 일은, 어쩌면 위험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루미는 이미 이호연과 관련해서 루시에게 거짓말을 해버렸다.  루시를 배신하기 싫었고, 더 이상 궁금증을 참을  없었다.

결국, 루미는 입을 열었다.

"루시. 너 혹시… 호연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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