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38화. 루시 공략 루트
"릴리아나?"
릴리아나는 연기에 휩싸이더니 말이 없어졌다. 다행히 연기는 곧 사라졌다.
"뭐야, 얘 어디 갔어?"
투명화라도 한 건가?
휘익휘익
릴리아나가 있던 곳에 손을 저어봐도 걸리는 건 없었다.
- 여기야 여기!
밑에서 릴리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닥에 붉은 보석이 박혀있는 실버 체인 목걸이가 떨어져 있었다.
"혹시 너냐?"
- 그래-! 나라고, 나!
"오. 멋있는데?"
목걸이로 변신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디자인이 깔쌈한 게 하고 다녀도 괜찮을 것 같다.
"근데 서큐버스면서 투명화나 영체화 같은 건 없어?"
- 있긴 한데, 그건 나보다 강한 마법사가 있으면 바로 걸릴걸? 이건 마법이 아니라 종족 특성 같은 거라 잘 안 걸릴 거야.
흐음. 확실히 내가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다.
마나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 이러면 상관없잖아. 그치?
"상관없긴 한데."
별문제 없겠지 뭐. 혼자 있다가 무슨 일을 당하는 것보단 내 눈에 띄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알았어. 내일부터 같이 다녀 그럼."
- 오케이!
펑!
릴리아나는 목적을 이룬 후에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으, 다 좋은데 오랜만에 해서 좀 피곤하네."
피곤하다고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피는 릴리아나를 보니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나 궁금한 거 생겼는데 물어봐도 돼?"
"응? 뭐, 너도 내 가슴 사이즈가 궁금해? 아까 방송하는데 그 질문만 백 번은 넘게 받았거든. 일단 알려주긴 했는데…."
"아니, 몰라도 되거든? 그리고 다음부턴 그런 거 알려주지 마."
이 서큐버스는 상식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하나만 정해야 나도 잘 알려줄 거 아니야.
"그럼 뭔데? 물어봐봐."
"하필네가 가슴 얘기를 꺼내서 오해할 수 도 있는데, 진짜 순수 호기심이야. 넌 서큐버스인데 정액 같은 거 안 먹냐?"
"계약자 이호연 씨. 혹시 미친 새끼세요?"
"미안하다. 순수 호기심이었는데."
타이밍이 안 좋았다. 혹시 일부러 가슴 얘기를 꺼내서 나를 나쁜 놈으로 만드려는 수작에 당해버린 건가?
"뭐, 사실 다른 서큐버스들은 정액을 즐기는 애들이 많긴 해. 내 친구들도 다 맛있게 먹는다는데, 나는 태생적으로 별로 안 당기더라고. 입에 댄 적도 없어. 오줌 싸던 곳에서 나온 더러운 걸 왜 먹어?"
"어…."
정론이긴 해. 진짜 정론이긴 한데, 그걸 하트 꼬리 달고 얘기하면 안 된다니까? 개연성 붕괴라고.
"그럼 나는 씻고 잘 거니까 수고해!"
총총총
릴리아나는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다.
"내가 서큐버스랑 동거하는 건지 수녀랑 동거하는 건지 모르겠네."
솔직히 서큐버스를 소환하면서 약간은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나도 잠이나 자야겠다."
훈련동에서 샤워는 마치고 왔으니,바로 거실 소파에 누웠다.
생각해보니 침대도 하나 시켜야겠네.
그래도 돈줄이 생겼으니 든든하다.
서큐버스가 아니라 돈 복사 기계라고 생각하자.
*
- 와, 여기가 아카데미란 곳이야? 뭐 이렇게 넓대?
릴리아나를 데리고 아카데미 1학년 수업동으로 가고 있었다.
릴리아나가 아카데미를 보고 놀라는데 별거 아니지만 괜히 내가 뿌듯했다.
"이 정도로 놀랄 거 없어. 여기가 세계에서 가장 작은 학교거든."
- 뭐? 진짜로? 인간 세상이 그렇게나 발전했다고?
"구라야."
- …? 어이가 없네 진짜. 야, 시발 너 몇 살이냐?
가는 길에 심심해서 한 번 놀려먹었는데, 바로 욕으로 돌려받았다.
여기서 '그래서 몇 살이신데요. 아줌마.' 라고 하면 더 재밌을 것 같지만, 초월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참아냈다.
"미안. 곧 사람들 많은 곳으로 나와서 대답 못 해준다 이제."
- 호연 씨. 이렇게 나오면 나도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어. 알아?
"알았다고. 알았어. 빅토리아 아카데미나 잘 봐둬. 나중에 방송에서 정보 한 번씩 흘려주면 그게 디테일이 되는 거야. 그게 모여서 완전범죄가 되는 거고."
예를 들어 곧 아카데미에서 시험일 때 '곧 학교 시험 기간이라 바빠요~.' 한 마디만 해줘도 릴리아나가 아카데미 생도라는 말의 신빙성이 확 올라간다.
'우리 학교 중앙 분수가 이뻐요~.' 라던가 '오늘 걸었던 산책로에 꽃이 예쁘게 피었더라구요~.' 같은 말을 해주면 더 좋다.
- 어떻게 된 게 어린 새끼가 사기 칠 생각밖에 없고. 쯧쯧.
"…."
부정할 말이 없어서 조용히 수업동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마나 연구학 수업이다.
저번에 임솔 교수 때문에 사고가 났던 그 수업이다. 한재영이라는 늙은 교수가 담당한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생도들이 다 자리에 앉아 있었다.
슬쩍 둘러봤는데 루시랑 루미는 구석자리에, 김영한은 다른 친구들하고 앉아있었다.
같이 앉을 애가 없네.
내 인간관계가 이렇게 좁을 줄이야.
적당히 남는 자리에 앉았다.
남들과는 한 칸 이상 떨어져 있는 자리다.
- 왜 혼자 앉아? 아싸야?
"…."
노트를 꺼내고 구석에 '닥쳐 미친 서큐버스야.' 라고 끄적였다.
- 큭큭. 얼굴이 반반하면 뭐 해. 쓰질 못하는데.
"후우…."
괜히 데려왔다. 벌써부터 후회되네.
"안녕하십니까. 마나연구학 수업을 맡은 한재영입니다."
백색 정장을 챙겨입은 노교수가 교단에서 수업을 시작했다.
"오늘은 마법진에 대한 강의를 해보겠습니다."
교수가 준비해온 프레젠테이션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났다.
"마법진이란, 기본적으로 마법을 사용할 때 필요한 도구입니다. [마나를 마법진의 형태로 바꿔서 방출해야 마법이 된다.] 같은 기본적인 요소들을 여러분들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띡 띡 띡
누군가 열심히 만들었을 프레젠테이션들이 넘어간다.
디자인이 트렌디한게 조교의 피땀 흘린 결과물 같은데. 저럴 거면 만들라고 시키질 말던가.
"마력을 마법진으로 바꿔서 방출하는 과정. 마법의 기본이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쉬운 마법은 마법진이 보이지 않고, 고위 마법일수록 마법진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죠. 너무 복잡하다 보니 시각화하지 않고서는 만들 수 없으니까요."
다들 열심히 듣고 있지만, 나는 다 아는 내용이다.
그래서 나는 내 목에 걸린 서큐버스와 잡담을 나누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 근데 저 수컷은 왜 저렇게 마른 거야? 입은 옷을 보니 돈이 없어 보이진 않는데.
[여긴 부자라고 무조건 뚱뚱하지 않아. 살을 빼려고 돈을 쓰기도 하거든.]
- 엥? 어째서 그렇게 비효율적인 일을 하는 거야? 언제 전쟁이 나서 쌓아놓은 자본이 없어질 줄 알고?
[인간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걸 걸고 전쟁할 만큼 호전적이지가 않아.]
지옥에는 게임도 있다면서, 왜 저런 건 모르는 걸까.
지옥에 사는 애들하고 가치관이 달라서 그런 건가? 나도 잘 모르겠다.
"… 다행히도 마법진을 그리는 데에는 가장 쉽고 정형화된 방법이 있습니다. 선대의 마법사들이 꾸준히 연구해온 방법이죠."
드디어 지루한 서론이 끝났는지 교수가 시범을 보이기 시작했다.
교수의 손끝에서 실체화된 마력이 가느다란 실로 변해서 마법진을 만들어간다.
"마력을 실처럼 뽑아내서 한 줄씩 그려나가는 것. 이게 가장 스탠다드한 방법입니다. 수준이 높아지면 두 줄 씩 그릴 수도 있지만, 차라리 한 줄씩 그리되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그게 더 효율이 좋으니까요."
- 근데, 인간 세상의 학교도 수업 내용이 나쁘지 않은데?
[여기가 인간 세상에서 최고인 교육기관이거든.]
- 아하, 근데 아까부터 저 구석에서 살기가 느껴지는데, 저 가슴 큰 여자애랑 무슨 사이야?
…나한테 살기를 보내는 가슴 큰 여자애라고하면 집히는 게 한 명 밖에 없다.
[어린애가 아니라 나랑 동갑이다. 내 친구야.]
- 친구 아닌 것 같은데? 살의가 느껴진다니까?
[…네가 증오의 눈초리라고 알려준 스킬 썼더니 저렇게 되더라.]
- 아하. 그거 효과가 아주 좋긴 하지. 그거 때문에 살인도 엄청 일어났거든~.
그걸 알면 미리 언질이라도 주던가. 혹시라도 더 심해져서 루시랑 돌이킬 수 없는 싸움이라도 일어났으면 어쩔 뻔 했어. 이 빡통 서큐버스년아.
참자. 내 돈줄을 건드릴 순 없지. 황금알 낳는 거위라고 생각하자.
[…다음부턴 효과를 확실하게 말해줘. 아니, 내가 배운 마법들도 효과를 다시 정리해줘.]
- 귀찮긴 한데, 특별히 해줄게.
하아. 애새끼도 아니고 무슨. 50살이라면서 뭐 이리 애 같은지.
그나저나 루시한테 살의가 느껴진다니, 이걸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모르겠네.
슬쩍 바라봤다가 눈이 마주칠까 봐 무서워서 앞만 바라봤다.
"…이런 식으로 마법진을 그려나갑니다. 수준이 높은 마법사일수록 이 속도가 빨라지죠. 참고로, 저희 빅토리아 아카데미에서 교수직을 맡고 계신 임솔 교수님도 세계에서도 손에 꼽는 실력자입니다. 전해 듣기로는 엄청난 속도로 한 번에 두 줄씩 그려나간다는데, 평범한 사람이 따라 하다간 뇌에 과부하가 올테니 따라 할 생각은 마세요."
- 근데 너는 수업 안 들어? 하긴 양아치 상인게 딱 공부 못하게 생기긴 했는데.
[난 다 아는 내용이라 안 듣는 거야.]
흠, 근데 좀 의문점이 들긴 한다.
굳이 실처럼 마력을 뽑아내서 그릴 필요가 있나? 한 번에 도장 찍듯이 찍어내면 되는 거 아니야?
[릴리아나, 너희도 저렇게 마법을 사용해?]
- 뭐, 세세한 건 달라도 큰 틀을 본다면 저런 방식이 맞지.
[마력을 마법진의 형태로 한 번에 찍어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 그게 무슨 개소리야?
[그러니까, 저 교수가 말하는 건 마력을 얇은 '실'이라는 형태로 뽑아내서 마법진을 그리라는 거잖아. 그게 아니라, '마법진'의 형태를 기억해서 실로 마법진을 그리는 과정을 생략하고 한 번에 발현시키는 거지.]
- 아아, 어, 음…. 그게 되겠니, 이 병신아? 다 알긴 무슨, 공부 더럽게 못하는구만.
"…."
릴리아나는 내 재능을 모른다.
마력 운용에 있어서는 나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모른다.
'해보면 되는 거 아닌가?'
마침 한재영 교수도 천천히 마법진을 만들어보라고 했으니, 나도 한번해봐야겠다.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몸 구석구석에 흐르는 마력들을 부여잡고 손 위로 형상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마력을 실처럼 뽑아내 마법진을 그리는 게 마법의 기본이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마법진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 아니, 계약자 호연 씨. 이상한 짓 하지 말라니까? 그게 되면 다른 마법사들도 다 그렇게 하겠지. 애초에 생명체한테는 그런 마력 제어 능력이 없어.
릴리아나가 뭐라 뭐라 떠들면서 방해를 해도 소용없다.
마력은 내 의지에 따라 손에 점점 응축된다.
몸 밖으로 방출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양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한 번에 마법진의 형태를 만들 수 있을 테니.
- 아오, 답답하다 답답해. 이래서 못 배운 새끼들은… 어?
'다 모였다.'
이제 마법진을 구성할 만큼의 마나가 모였다는 직감이 느껴졌다.
내 손에서 한 번에 터져 나온 마력들이, 허공에서 제자리를 찾아간다.
탁. 탁. 탁.
부숴진 퍼즐이 역재생되듯이, 내 마나들은 원래 여기가 자신의 자리라는 듯 마법진의 구석구석을 찾아간다.
이윽고 한 번에 마법진이 완성되고, 곧 화염구로 변화된다.
화르륵-
- 아니, 이게… 무슨… 씨발?
[안되긴 뭐가 안돼. 이 멍청한 년아. 이게 나야.]
얼빠져서 혼잣말을 뱉고 있는 릴리아나에게 한 방 날려줬다.
욕을 그렇게 처먹었는데, 한 마디 정도는 해도 되겠지.
*
화요일 오후, [놀자 동아리]의 동아리방에서 루시와 루미, 펠릭스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오오! 루미! 우리 동아리에 신입부원들 신청이 점점 들어오고 있어!"
"다행이야. 실은 나도 사람이 계속 안 들어오길래 걱정했어…"
"이게 다 이호연 그 새끼가 없어져서 그래! 속이 다 시원하네!"
"잘 됐다 루시. 축하해."
"고마워, 펠릭스!"
루시는 스마트 워치로 신입 부원 신청서들을 보면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사람들과많이 만나려고 동아리를 만든 건데, 정작 신입 부원이 안 와서 살짝 걱정하던 찰나, 신입 부원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지금까지 막혀있던 둑이 터진 듯이 들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타이밍이 맞은 이호연에게 생각이 닿았다.
"진짜 이호연 걔 때문이었네. 뭔 소문이 퍼졌길래 한 명도 신청을 안 해?"
"으음, 글쎄… 사실 나는 호연 씨에 대한 소문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뭐, 나도 직접 들어본 적은 없지만, 남자들이 뒷담화를 하는 걸 들었던 기억은 있어. 뭐가 있으니 뒷담화를 하겠지."
그녀들이 대화를 나누는 책상 위에는예쁜 꽃병 하나가 놓여있었고, 펠릭스는 대화 도중에도 꾸준히 꽃병을 만지작만지작 하고 있었다.
"펠릭스, 그 꽃병은 왜 자꾸 만지는 거야?"
"응? 그냥 꽃이 예뻐서 그렇지 뭐. 아무것도 아니야."
펠릭스는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꽃병을 책상 중앙으로 옮겨놨다.
"그러고 보니 얘들아, 곧 중간고사인데 공부 많이 했어?"
"으으, 그런 얘기 하지 마. 나는 공부가 약점이거든…."
"저도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럼 우리 내일 여기 모여서 같이 공부할까? 내가 마침 일정이 비어서."
펠릭스의 목소리는 어딘가 믿음직했다. 루시는 그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안정감을 느꼈다.
"그럴까? 나는 좋지!"
"저도 괜찮아요."
"그럼 내일 이 시간에 여기서 보는 거로 하자."
펠릭스는 믿음직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
그날 밤, 기숙사로 돌아온 이후.
"흐흐흐. 우리 동아리가 드디어 빛을 보는구나."
루시는 기분 좋게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말리면서 실실 웃고 있었다.
"아, 근데 뭐지? 뭐가 가슴에 찝찝한데…."
아까 동아리방에서부터 뭔가 잊은듯한, 가슴에 응어리가 남아있었다.
루시가 이 답답함에 대해서 골똘히 고민하던 그때였다.
띠링-
그녀의 스마트워치가 울리면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펠릭스 : 루시, 늦은 밤에 미안해. 루미가 내일 보충 수업이 있다는 걸 깜박했다고 해서, 공부를 같이 못 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 우리 둘이 하는 거 괜찮지?
"아, 맞다…. 루미 내일 보충 수업이라고 분명히 말했었는데."
분명 셋이 같이 있을 때 말했는데, 셋 다 기억을 못 하고 있었다.
루시는 자신의 일을 까먹어도 루미에 관한 일은 절대 까먹는 일이 없었다.
심지어 같은 시간에 약속을 잡았는데 자기 약속은 까먹고 루미의 약속만 챙겨준 적도 있다.
그런 루시가 루미의 일을 까먹다니, 루시는 좀 찝찝한 기분이었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뭐. 항상 기억할 수는 없잖아."
루시는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메시지를 작성했다.
나 : 둘이 하는 거 당연히 괜찮지~! 내일 보자!
루시는 답장을 보내려다, 갑자기 이호연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것만 알아줘. 난 항상 너희를 좋은 친구라고 생각 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치 않아.]
"참나."
말도 안 되는 소리. 이호연이 없어지고 나서 동아리도 사람이 늘어났고, 펠릭스라는 좋은 친구도 생겼다.
"그런 놈은 빨리 거르는 게 이득이야."
도움 안 되는 놈.
루시는 괜히 기분 나쁜 게 떠올랐다는 듯이 고개를 휘휘 젓고서는 펠릭스에게 답장을 전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