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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화 〉33화. 계약 (3) (33/648)



〈 33화 〉33화. 계약 (3)

"아이, 씨발. 레이드 돌아야 되는데 여긴 어디야. 짜증 나게."

'음…."

뭘까  상황.

[50살째 노처녀 거미줄 치기 장인 서큐버스]를 소환했는데 다행히 예쁜 서큐버스 눈나가 나오긴 했다.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야근에 찌든 아줌마 서큐버스가 나오지 않은 것은 정말 고무적인 일이다.

"아! 개새끼들이 진짜, 취업 같은 소리 하네. 우리 엄마가 아직 노동을 하고 있잖아! 내가 돈을 왜 버냐고!"

입이 굉장히 걸걸한 것만 빼면 좋았을 텐데.

서큐버스는 허공을 바라보면서 이상한 말을 지껄이고 있다.

"아니, 내가 계약을 왜 해! 취업을 안 할 거라니까 무슨 취업 서비스야  개새끼들아!"

흠. 취업은 무슨 소리지?

"서비스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 아니라! 나를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공대가 나를 기다린다니까? 악ㅡ, 씨발ㅡ!"

"…."

띠링-

상황을 몰라 어떡해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눈앞에도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지옥의 망나니 소환 계약서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큐버스 '릴리아나'와 계약되었습니다.]

[다소 불안정한 계약임을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흐음."

"야! 다음에도 이용해 주세요가 무슨 소리야! 잠깐만, 어디 갔어! 다시 나와보라고! 오크 불알 같은 새끼들이!"

릴리아나는 아직도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말하는걸 보니 릴리아나에게 나오던 시스템 창도 사라진 모양이다.

나한테 나오는 시스템 창도 꽤 불친절했으니, 저기 나오는 시스템 창도 똑같을 거다.

근데 릴리아나는 아직도 나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저기요?"

"넌 또 뭐, 헉! 인간이다! 50년 살면서 처음 봤어! 지옥 마당에 자랑해야 하는데 내 지옥 구슬 어딨어!"

"지옥 구슬? 릴리아나씨. 일단은 제가 당신 계약자인데요."

"계약? 아니  그런 거 할 생각 없다고! 빨리 집으로 돌려보내 줘!"

릴리아나는 나와 대화할 생각이 없는지 바닥을 쿵쿵 치면서 징징댔다.

망나니라 그런지 말이 안 통한다.

"…가만히 있어."

우뚝-

그래도 명색에 계약자인데, 릴리아나를 컨트롤 할 수 있나 확인해봤는데, 릴리아나의 몸이 3초 정도 정지했다가 다시 움찔거렸다.

"이, 이게 뭐야!"

'불안정한 계약이라더니, 이런 뜻인가.'

말을 듣긴 하는데, 효과가 그렇게 오래가진 않았다.

"나, 나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이, 이, 인간 놈아!"

"일어나서 만세 해봐."

이번에는 목소리에 마력을 담아 얘기해봤다.

그냥 이렇게 하면 더 효과가 좋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히익!"

릴리아나는 이상한 괴성을 내며 일어나 만세를 했다.

예상 적중이네.

"그, 그만해!"

울상인 릴리아나를 무시하고 그녀의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F컵은  보이는 가슴, 들어갈 데는 들어가고 나올 데는 나온 골반라인. 예쁜 엉덩이까지. 완벽한 모습이다.

엉덩이 위에서는 서큐버스 특유의 끝 모양이 하트인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이런 서큐버스가 왜 50년간 거미줄을 친 거지?

"나, 나를 덮치면 진짜 죽어버릴 거니까 알아서 해!"

죽여버리는 것도 아니고 죽어버린다니, 무슨 협박이나 저건?

그리고, 서큐버스가 저런 말을 하는  설정 붕괴잖아.

"너 진짜 서큐버스 맞아? 서큐버스는 덮쳐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건 그년들이 걸레인 거고! 게임만 하면  수 있는데 왜 그런 짓을 해야 해!"

"흐음."

"저기, 빨리 돌려보내 주세요. 우리 엄마가 위독해서 내가 없으면 간호할 사람이 없어요. 제발 부탁드려요."

릴리아나는 갑자기 감성팔이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감성충에 넘어갈 내가 아니지.

"아까 엄마가 노동하는데 왜 내가 일해야 하냐고 혼잣말하는 거 다 들었는데."

"들켰네! 씨발. 그럼 이 좁아터진 집에서 내보내 줘! 이 거지새끼야!"

어이가 없네. 니가 서울 고시원에서 살아봐야 정신을 차리지.

빅토리아 아카데미 기숙사 정도면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데.

"나가든가."

"으응?"

"나가라고. 나가서 뭘 하든 알아서 해."

"지, 진짜 나간다?"

"응. 잘 가."

"희망을 준 후에 강간해버리려는 더러운 수작은 아니겠지?"

"빨리 나가.  년아."

난 릴리아나의 등을 밀어서 현관으로 보냈다.

그리고 문밖까지 내보냈다.

"잘 먹고 잘살아라. 저기 커다란 정문 보이지? 지금 여기는 학교야. 저 밖으로 나가면 도시가 있으니까 거기서  지내. 그럼 안녕!"

쾅!

할 말을 다 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슬쩍 문 밑으로 마나 감지를 돌려보니 릴리아나는 의심스러운 듯 문을 바라보다가 서서히 계단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별 미친년을 다 보겠네."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저런  덩어리가 나오다니.

릴리아나인지 뭔지 예쁘긴 한데, 쓰잘데기가 없다.

느껴지는 마력도 약한 게 무력은 나 이하고, 서큐버스 주제에 섹스도 거부하고.

솔직히 서큐버스를 고른 목적이 뭐겠어.

밤일이잖아.

 안되면 섹스 잘하는 법이라도 배워보려고 했는데, 태도를 보니 아예 그런 쪽을 할 마음은 없어보인다.

저러니까 50년간 거미줄이나 치지.

결국 나한테 아무 이득도 없는데, 기숙사에서 같이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서큐버스랑 같이 살다가 걸리면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계약서 산 돈이 아깝긴 하지만, 책임져야 할 이유도 없는 서큐버스를 키워줄 수는 없다.

"쩝, 아쉽긴 하네."

솔직히 엄청 이뻐서 아쉽긴 한데, 내 히로인들도 저만큼은 친다.

"히로인을 꼬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았을텐데…. 아니면 나한테 도움이 되던지."

지금 내가 책임져야  게 너무 많았다.

찝찝한 기분으로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아까 릴리아나가 앉아있던 자리에 웬 종이 두 장이 떨어져 있었다.

"뭐야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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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망나니 소환 계약서]

계약자 이호연 과 소환수 릴리아나 는 다음과 같은 계약을 체결한다.

 1 조. 계약자는 소환수에게 약한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소환수는 그에 따라야 한다. 다만, 소환수와의 유대가 깊어 질수록 더 강한 명령권을 가진다.

제 2 조.

1. 소환수는 지옥의 자산이므로, 소환수의 생명에 지장이 생기거나 그에 준하는 장애를 얻어 생산활동에 지장이 생길 경우, 계약자가 보상한다.


2.  1항의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지옥의 사신심판관들이 대가를 수령해 간다.

 3 조. 소환수가 어느 집단 혹은 개인에게 재산적 피해를 입혔을 경우 계약자가 그에 관한 모든 책임을 진다.

제 4 조.

1. 소환수의 소유권은 지옥에게 있고, 소환수를 이용하는 대가로 계약자는 지옥에게   지옥마석을 지불한다. 다만, 지옥마석을 구하기 힘든 곳에서는  지역에 맞는 특산물로 대체한다.

2. 지구에서 지옥마석을 구하기 힘들다고 판단되기에, 매달 최고급 마나석 1개를 지불한다.

제 5 조. 소환수는 계약자의 신변 보호를 위해 계약자보다 약한 힘만을 사용할 수 있다.

 6 조. 본 계약은 계약일로부터 10년 존속한다. 별도의 해지 통보를 하지 않는다면 자동으로 1년씩 연장된다.

 계약을 증명하기 위하여 계약서 2 통을 작성하여 계약자, 피계약자가 각 1통씩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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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를 천천히 훑어봤다.

"이런 씨발. 이딴 불공정 계약이 어딨어."

계약서를 요약하자면, 나는 릴리아나의 계약자로서 약한 명령권을 가진다.

그 대가로 최고급 마나석 1개를 매달 지불해야 한다.

최고급 마나석은 1개에 천만  이상이다.

저 미친 짐덩어리년을 데리고 있으면서 매달 천만 원을 내라고?

게다가 릴리아나의 생명에 지장이 생기면 내가 보상해야 한단다. 보상 못하면 사신 심판관이 온다는데, 왠지 걔네 오면 내가 죽을 것 같은데.

거기에 계약 때문에 나보다 힘도 약해졌다고 한다.

계약서는 내 몫과 릴리아나의 몫.  장씩 떨어져 있었다.

"…."

일단 내 계약서는 당연히 챙겨야 하고, 릴리아나의 계약서도 챙겼다.

"하아, 데리러 가야겠네…."

릴리아나가 멀리 안 갔으면 좋겠는데.



*



"흥흥~"

릴리아나는 이호연의 말대로 아카데미의 정문을 지나 아카데미 상가로 향했다.

주말이라 아카데미에서 사람을 마주치진 않았지만, 상가에 가까워질수록 사람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디서 인간 주제에 서큐버스한테 덤비고 있어. 디질라고. 결국 쫄아서 도망갈 거면서 말이야."

릴리아나는 이호연이 쫄아서 자신을 내보냈다는 이상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의외로 지옥은 인간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물론 그 정보의 정확성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일단 잘생긴 남자들을 꼬신 다음에, 뭐하징?"

지옥에도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소설 같은 문화생활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인기인 건 인간이 나오는 창작물.

지옥에서 묘사되는 인간은 꿈과 상상의 존재.

인간 세상으로 말하면 창작물에 나오는 엘프 같은 존재다.

마족과 다르게 깨끗하고 고결하고 정순한 생명체.

물론 엘프와 달리 인간은 존재하는 걸 확실히 알기 때문에 더 설레는 점이 있었다.

그 증거로 지옥의 고위 마족들은 인간을 노예로 부리기도 한다. 가끔 보이는 인간 노예들의 미모는 창작물에서 묘사 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두근두근.

"인간 세상에는 얼마나 멋진 남자들이 많을까?"

실제로 인간 세상에 와보니 거짓말은 하나도 없었다.

나랑 계약했다던 그 남자 놈.

좁은 방구석에서 사는  보니 거지가 분명했다.

당연히 천한 피가 흐를 것이고, 인간 세상에서 떠받들어지는 황족이나 귀족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거지 놈의 얼굴은 빛났다.

지옥에서 보던 인간 노예들과는 비교도 안되게 멋있었고, 생기 있었고, 상큼했다.

릴리아나는 평소에 음지의 문화생활을 많이 즐겼기에 당황한 티를 내지 않았지만, 다른 마족들이 봤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럼, 뛰어난 인간들은 도대체 얼마나  생긴 걸까?

그 계약자  이상으로  생겼다고?

릴리아나는 도저히 상상을  수가 없었다.

"뭐, 이제 다 내 차지가 되겠지만!"

릴리아나는 아카데미 상가가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 앞에서 몇몇의 인간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거리가 서서히 가까워지고, 릴리아나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윽고 첫 만나는 인간 무리들은… 여고생들이었다.

"대박이잖아! 그치???"

"와, 울 오빠 찌찌파티 실화냐고. 어? 저거 뭐지? 코스프레?"

릴리아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상상하던 인간 여자들과는 전혀 다른 생명체들이 있었다.

인간은 하나하나의 개체가 다 아름답고 조각 같다고 했는데…. 지금 릴리아나의 눈에 보이는 건 조각이 아니라 좆까였다.

"그거 아니야? 그, 포탈 이동소 앞에 생긴 마녀 카페 알바?"

"아~. 맞네. 거기 앞에 마녀 코스프레한 알바 있던데, 그거랑 비슷한 건가?"

2명의 좆까들… 아니, 인간들이 릴리아나에게 다가오면서 말을 걸었다.

"언니, 이거 코스프레에요? 꼬리는 어디에 단거예요? 설마…."

"으, 으아악!"

"깜짝이야!  소리를 질러요!"

"꺄아아악!"

릴리아나는 고개를 푹 숙여서 시야를 가리고 괴성을 지르며 그녀들을 밀치고 달려 나갔다.

그 좆까들에게서 벗어난 이후, 릴리아나는 상가의 중심지에서 주변을 둘러봤다.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릴리아나 주변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도 좆까. 저기도 좆까.

조각같은 생명체 인간은 하나도 없고 모두 좆까뿐이었다!

"어, 어째서…?"

릴리아나가 상상하던 잘생긴 남자들은 커녕, 지옥에서 보던 오크처럼 생긴 남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그 오크 인간들은 릴리아나를 음흉한 눈길로 쳐다보면서 지나갔다.

"씨, 씨발새끼들. 인간 세상이 아니라 이상한 곳으로 보냈어!"

결국 인간세상을 부정하기 시작한 릴리아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일단 사람이 없는 골목길로 숨어 들어갔다.

"하아, 씨발. 도망쳐야 해. 다시 지옥으로 가야 해."

여기가 진짜 지옥이었다. 릴리아나가 살던 지옥이 그리웠다.

"잠시만, 계약자 놈은 저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안 나왔을 텐데!

릴리아나는 30분 전의 자신에게 쌍욕을 퍼부으며 골목에 주저앉았다.

계약자는 어떤 고위 귀족이 분명했다. 그 좁아터진 방구석은 나를 소환하기 위한 소환실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그냥 나오다니! 이 멍청한 년!

"하아. 이제 뭘 어떡하지."

아무 지식도 기술도 없는 그녀가 여기서 살  있는 방법은 없었다.

"오~ 저 여자 뭐냐? 이상한 코스프레 하고있는데?"

그 때, 골목길 안 쪽에서 인간 두 명이 릴리아나에게 껄렁대면서 다가왔다. 이 남자 인간 들은 배 때지가 임산부처럼 튀어나온  오크인간이 아니라 오우거 인간이었다.

"어이, 언니. 그런 옷 입고 여기서 뭐해?"

"남자 친구한테 차였나 본데? 우리랑 놀래?"

"어, 어어?"

릴리아나는 서서히 다가오는 오우거 인간을 보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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