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화 〉23화. 엘리스는 히로인 (23/648)



〈 23화 〉23화. 엘리스는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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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퀘스트가 전송되었습니다.』

[인싸의 시작은 대화부터]

엘리스는 굉장히 까다로운 캐릭터입니다.

그녀의 취향에 맞는 대화를 30분 이상 나눠보세요!

보상 : 엘리스의 호감도 소폭 상승. 랜덤 능력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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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스마트워치에 고정하고 있는 엘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되게 의외네."

"...뭐가?"


"너는 이런 거 안 할 성격 같은데. 홍보부는 귀찮잖아."


엘리스의 일상은 [등교. 공부. 훈련. 귀가]의 반복이다. 유학생인 데다가 본국의 길드를 위해서 강해져야 하는 사정이 있는 건 알겠지만... 다가오는 학생들도 다 쳐내는 덕분에 친한 학생도 별로 없다.


그런데 홍보부를 한다? 그녀의 일상에 방해되는 요소가 늘어나는 거다.


"후우. 잘 들어. 나는 귀찮은 일이 싫은 게 아니라 쓸데없는  하기를 싫어하는 거야."

"음. 감이 오는 것 같기도 하고."


"내게 전혀 도움이 안 될게 뻔한 동기들하고 놀러 가는 일이나, 달콤한 디저트를 위해 몇 시간이나 카페를 돌아다니는 일이나, 예쁜 옷을 위해 쇼핑몰을 뒤지고 다니는 일 들을 위해서 내 시간을 소비하기 싫은 거야."


"아하. 그럼 홍보부는?"


쉽게 말해 자기 계발 시간을 뺏기는  싫다는 말인 거 같다. 그럼 홍보부는 왜 온 거야?

"너도 알면서 왜 그래? 당연히 문수린 회장이라는 인맥 때문에 온 거지. 한국 최고 유망주잖아. 너도 그런 거 아니야? 아까 들어보니 학생회장하고 친한 사이 같던데."


엘리스는 문수린이라는 인맥을 잡기 위해 홍보부에 들어왔고, 나도 당연히 그렇게 들어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친하긴 한데. 글쎄, 나는 인맥을 위한 건 아니라서."

굳이 말하자면 학생회장 꼬시려고 학생회에 들어왔다.


"흔한 변명이네."

엘리스는 내 대답을 듣더니 흥미가 떨어졌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아니, 저 싸가지없는... 참자. 참아야 한다.

근데 예쁜 여자가 싸가지없게 행동하니까 매력있어 보이네.

자기 얼굴이 예쁜 걸 아니까 저렇게 막 나가는구나.


욕하는  아니다. 얼굴도 어떻게보면 자신의 능력이니까.

엘리스에게 좋은 걸 배웠다.

저 꼴을 보니 나도 앞으로 더 막 나가도 될 것 같다.


어쨌든, 지금 대화 흐름이 좋은 편은 아니다.

퀘스트를 깨려면 엘리스의 취향에 맞는 대화를 나눠야 하는데. 그녀는 내게 흥미가 떨어져 보이니까.


하지만 괜찮다.

날고 기어봤자 엘리스 너도  히로인이야.

"그, 칵테일에 대해 조금 알아? 내가 칵테일에 관심이 좀 많거든."


쫑긋.

엘리스의 귀가 흔들린다. 이쪽에 관심 없는  하고 있지만 귀로는 다 듣고 있는 거다.


"아카데미 상가에 새로 생긴 칵테일 바가 있는데 거기 진 앤 토닉이 정말 맛있더라. 프리미엄 진에 최고급 토닉 워터는 당연하고, 세계 최초로 마력 얼음을 썼다는데, 그래서인지 상쾌함이 엄청나."


"... 거기가 어딘데?"

엘리스가 내 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사실 그녀의 취향은  외우고 있으니 애초부터 실패할 수가 없는 퀘스트였다.

엘리스 루트는 당연히  기억 속에 있다.


칵테일부터 책, 영화, 클래식까지 엘리스의 취미는  꿰고 있다.


"…… 칵테일은 진 베이스가 제일 멋있다고 생각해. 싸구려 술이라는 늙은이들의 인식이 있긴 하지만, 특유의 향과 시원함을 따라올 수가 없잖아."


"의외로 나랑 취향이 맞네."

"보통 핑크레이디나 싱가폴 슬링을 자주 마셨었어."


"...나도 그런  좋아했었어."

그렇게 30분이 넘도록 엘리스와 담소를 나눴다.

아쉽게도 엘리스는 끝까지 별 관심 없는 척했지만, 눈앞에 뜨는 시스템 창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퀘스트 완료!』


엘리스는 나와 나눈 대화가 즐거웠을 것이다.







*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홍보부실 밖으로 나왔다.

엘리스는 나와 대화를 끝내자마자 훈련할 시간이 되었다면서 먼저 훈련 동으로 향했다.


"이제 가는 거야?"

"네. 할 일이 있어서 슬슬 가보려고요."


학생회실을 나가는 나에게 문수린이 말을 걸었다.


"그래도 이제 홍보부 하면 후배님하고도 자주 마주치겠네."


문수린의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핀다. 아무리 봐도 단순 호감을 넘어서 애정이 느껴지는 미소다.

... 진짜 확실해졌다.


문수린. 이 발칙한 누나.


나를 학생회에 넣으려고 홍보부를 만든 거다. 나 혼자만 넣으면 이상하니까 여자 중에 예쁜 신입생도 하나 넣은 거다.

그게 엘리스였다.


나비효과라는 게 이렇게 무섭다.

문수린을 원작보다 이른 시점에 카페에서 만났다.


 결과 문수린이 나를 더 빨리 좋아하게 되었다.

아직 문수린의 트라우마가 생기기 전이라서 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홍보부를 만들어서 나를 학생회에 넣게 했고, 구실 맞추기 때문에 엘리스까지 학생회에 들어왔다.

아, 머리 아파.


'... 별일 없겠지?'

분명 원작에 없던 일이긴 하지만, 어차피 엘리스는 동아리 파트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진 않으니까...

괜찮을 거야. 음. 괜찮아야지.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좋게 생각하면 히로인들과 연줄이 생긴 거니 이득이다.

"그러게요. 다음에 또 봐요. 누나."


"응, 호연아. 잘 가."


문수린은 항상 둘이 있을 때만 조용히 내 이름을 부른다. 나도 사람들 있을 때는 회장님이라고 부르니까 똑같긴 하지만.

방긋 웃고있는 문수린을 뒤로하고 학생회를 나섰다.


일단 오늘 할 일을 다 끝내야 한다.

루시의 친목 동아리까지 입부신청서를 넣으면 오늘  일 끝이다.

근데 루시는 어딨지? 어차피 루미랑 같이 있을 테니 루미한테 연락을 해볼까.

루미의 번호는 스마트워치에 저장되어 있으니, 홀로그램을 켜서 문자를 보냈다.

나 : 루미야, 혹시 루시하고 같이 있어?

루미 : 네, 왜 그러세요?

 : 왜긴, 친목 동아리 입부신청하려고 그러지. 동아리 서류 신청 다 끝냈지?

루미 : 어... 그게, 조금 사정이 생겨서요....


나 : 무슨 사정?

루미 : 음, 일단 저희 동아리방으로 오실래요? 205호에요.


사건이 생길 거 같은 불길한 기분이 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가서 코너를 돌아 205호의 문을 두드렸다.

"어서 와...."


그곳에는 텐션이 급격하게 떨어져 있는 루시의 모습이 보였다.

"루시, 왜 그래? 동아리 만드는 거에 문제라도 생겼어?"

"그게 실은, 응. 좀 문제야. 동아리방도 정했고 담당 교수님도 정했는데, 갑자기 학생부 동아리 담당 부서에서 오류가 난다면서 거절을 하는 거야. 그러더니 담당 교수님도 사정이 생겨서 못 하신다고 하시고.... 어쩌지."


평소에 힘이 넘치던 애가 이러니까 막 도와주고 싶고 그러네.


뭐,  그래도 도와줬겠지만.

"혹시 조금이라도 문제 될만한 건 없었어?"

"응. 동아리방도 잡았고, 담당 교수님도 있었고, 동아리 이름도 단순 친목동아리고, 최소 인원 3명도 맞췄는데...."

"흐으음....?"


그럼 문제 될게 없지 않나?


잠시만, 저 최소 인원 3명이란 게 나도 포함이잖아.

"당연하겠지만 최소 인원 3명은 너랑 루미랑 나 맞지?"

"응, 설마 마음이 바뀐 건 아니지? 안돼.... 너까지 없으면 동아리 망한다구...."

루시가  팔을 잡고 버리지 말라고 끄흑끄흑 하면서 주저앉는다.


몸이 작아서 무겁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하면 손이 가슴에 닿는데.

하지만 그 감촉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침부터 동아리에 관한 의문이 많이 생겼다.


낚시 동아리한테 당한 일도 그렇고, 총 동아리 회장이란 놈은 나랑 눈이 마주치자마자 자리를 피했고, 내 이름이 들어가 있는 친목동아리 개설은 거부당했다.

이 정도면 아무리 순수한 나라도 의심할 수밖에 없잖아?

거기에 짐작이 가는 놈들도 있다.


마력 연구부.

나한테 불만이 있어 보이던데, 마력 연구부가 동아리 중에서 입김이 가장 세다고 하니, 어쩌면 나한테 알력행사를 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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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퀘스트가 전송되었습니다.』

[루시와 루미의 동아리 만들기!]
동아리 개설에 무언가 어두운 뒷사정이 숨어있는 듯하네요!


루시를 도와 동아리를 개설해봅시다!

- 보상 : 루시의 호감도 상승. 랜덤 능력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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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깨닫자마자 퀘스트가전송되었다.

역시 무언가 있네. 어차피 퀘스트가 안 나와도 도와줄 생각이었으니 공짜 퀘스트다.

"루시. 내가 얘기했지. 학생회가 동아리에 들어오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해보라고."


"흐에에? 우리  버릴 거야?"


"걱정 마. 내가 해결해줄게."

"오!"

"같이 동아리 담당 부서로 가보자."

"응. 알았어."


동아리 담당 부서는 16층에 있었다. 17층에 학생회가 있으니 바로 밑 층이다.


동아리라는 설정이 꽤 거대한 만큼, 동아리 지원이나신규 개설을 위해 찾아오는 생도들이 많았다.

마침 신규 개설 부서에서 방금 나오는 여학생이 있길래 말을 걸었다.

"저기요. 혹시 방금 동아리 개설하신 거예요?"


"네... 넷? 아, 그, 저기, 우리 동아리가 친구들끼리 재미로 만든 단순 취미동아리긴 한데, 그, 꼭 가입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친구를 내쫓아서라도...!"


"아니, 잠시만요. 진정해보세요."


"아, 네...."

이번에 엘리스에게 잘생긴 얼굴을 활용하는 법을 배우긴 했지만, 아직도 서툰 나였다.

엘리스였으면 저런 반응을 하는 생도한테 뭔가  뜯어냈을 거 같다.


"그 신규 동아리 개설하는데 절차가 얼마나 걸렸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어, 그냥 신규 동아리 개설 서류 써서 냈더니 그 자리에서 오케이 받았는데요...."

"흐음. 감사합니다."

아직도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여학생을 뒤로하고 루시에게 돌아갔다.


이건 분명히 뭔가 있다. 서류만 제대로 썼다면 반려당할 리가 없는 일을 반려당했으니 내가 직접 말해보는 수밖에.

담당 부서에서 일하는 생도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다행히 이번엔 남정네라서 요란한 반응은 없었다. 나를 보는 눈이 아니꼽긴 했지만,  마음 나도 이해한다. 못생긴 친구.

"안녕하세요. 동아리 신규 개설 때문에 왔는데요."

"네. 관련 서류는 다 써오셨죠?"


"여기요. 친구들끼리 만든 친목동아리에요."


"네. 금방 될 테니까 잠시만... 아. 죄송합니다. 서류에 문제는 없다고 나오는데 이상하게 오류가 나네요. 지금 당장 개설이 안 될  같아요. 내일 다시 찾아와주시겠어요?"

"..."

멍청한 변명이다. 저 서류는 루시가 신규 개설을 거절당했다는 그 서류 그대로다.

혹시나 해서 이 서류를 제출해봤는데 진짜 이런 반응이 나올줄이야.


오류가 났다는 거절을 당한 뒤로 담당 교수가 사정이 생겨서  한다고 했다고 들었다.

그러니까, 현재 저 서류를 그대로 전산 시스템에 입력한다면 애초에 허위서류라고 나온다는 말이다.

근데 서류에 문제는 없지만, 오류가 생겼다? 진짜 오류가 생겼을 낮을 가능성도 있지만, 남자의 표정과 행동에서 심한 어색함을 느꼈다.


"저번에도 오류가 났다고 거절했으면서, 이번에도 또 오류가 생겼다고요?"

"네. 그렇게 됐네요."

"제가 직접 입력해봐도 되나요? 뭔가 이상한데."

"안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계속 이러시면 학생회 임원 부릅니다."


"제가 학생회인데, 학생회 임원은 불러서 뭐 하시려고요. 한  불러보세요. 어떻게 되나."

"네? 아니, 그게...."

내가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고 진상짓을 부리는 건 이유가 있다.

100% 확신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나를 견제하고 있다.

학생회라고 신분도 밝혔으니, 나를 막기 위해서 나올 수 있는 사람은 동아리 부서에서  명뿐이다.

"후배님. 이제 그만 진정하지 그래요? 이번에 새로 들어온 후배가 너무한  아닌가?"

기다리던 사람이 나왔다. 나를 보고 자리를 피했던 총 동아리 회장.


이름은 모르겠다. 기억하고 싶지도 않으니 그냥 동아리장이라고 불러야겠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희 동아리가 계속 의문의 거절을 당한다고 해서요."


"아무래도 전산상에 오류가 생긴 모양이에요. 학생회 선배인 제가 해결을 위해 힘쓸 테니 오늘은 일단 돌아가요."


동아리장은 겉으로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지만, 내 눈에는 보였다.

저 미소 뒤에는 비웃음이 확실하게 숨어 있다.

일단은 돌아가자. 나도 준비해야 할 일이 있다.


지금 더 말해봤자 내가 불리할 뿐이다.


아직 금요일까지 시간이 남아있다. 금요일까지만 해결하면 된다.

이번에도 엘리스가 맞았다.

이럴  내게 인맥이 없었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당하기만 했을 거다.


쌓아 왔던 인맥을 제대로 활용할 시간이다.

그리고 앞으로 엘리스가 하는 말은  듣기로 하자. 행동이든 말이든 틀린 적이 없네.






*







엘리스는 훈련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위해 아카데미 정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고급 외제 차에 올라탔다.


"고생하셨습니다. 아가씨."


운전석에서 대기하고 있던 중년 남자는 엘리스에게 익숙한  말을 걸었다.

"응. 땡큐."

"오늘 훈련은 진전이 있으셨습니까? 본국에 계신 아이린 님도 걱정이 많으시던데."


"지금  열 받으라고 언니 이름 꺼내는 거 맞지?"

"그럴 리가요. 그런 불경한 생각은  적도 없습니다."

중년 남자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엘리스에게 물통을 내밀었다.


"그 언니가 무슨 걱정을, 하. 됐어."


어릴 때부터 엘리스를 괴롭히던 언니 아이린에게 트라우마가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도 항상 자신의 장난감이나 갖고 싶어 하던걸 뺐으면서 즐거워하던 언니의 모습은 아직도 뇌리에 깊게 박혀있다.

한국 빅토리아 아카데미로 유학을  이유 중 하나는 언니의 품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기 위함이다.


"이번에 학생회에 들어가셨다고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별거 아니야. 그냥 얼굴 보고 뽑힌 건데 뭐."


"그 이호연이라는 생도는 어떤가요? 같은 홍보부에서 활동한다면 자주 마주치겠네요."

꿀꺽꿀꺽

고된 훈련에 지친 엘리스는 갈증을 채우면서 말을 이었다.

"잘 생기긴 했어. 재능도 있는  같긴 한데... 뭔가 꺼림칙해."

"왜요? 듣기만 해서는 아가씨가 딱 좋아하는 타입인데요."


찌릿.

놀리는 듯한 말에 엘리스가 물통을 집어 던졌지만, 남자는 그저 옅게 웃으며 물통을 받았다.

"으음... 그냥  이유 없어."


"양아치 같은 놈 아닐까요? 원래 양아치들은 아닌 척해도 태가 나는 법입니다. 이래 보여도 제가 왕년에……."

남자가 이리저리 추측하며 자기 무용담을 떠들고 있지만, 엘리스는 다른 생각을 하느라 머리가 가득 찼다.


자존심이 강한 엘리스가 자신의 입으로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

엘리스는 어릴 때부터 압도적인 재능과 미모로 항상 칭찬과 시기를 받으며 자랐다.

게다가 빨리 성숙해진 그녀는 남들의 시기와 비난이 그들의 부족함에서 나온다는 걸 깨달았고, 자신이 더 뛰어남을 알기에 화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또래를 보고 질투하거나 짜증  적이 딱 두 번 있었다.

한국의 빅토리아 아카데미에서 만난 남다은 이라는 년.


압도적인 재능과 전투력은 어째서 내가 아니라  여자를 선택했는지 신을 원망하고 싶을 정도였다.

매너없고 사교성없는 성격도 그녀를 짜증나게 했다.

그리고 이호연.


질투는 나지 않는다. 내가 질투할만한 재능은 아니다. 아예 다른 분야기도 하고.


근데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난다.


그와의 대화는 분명 나쁘지 않았다. 처음으로  취향과 맞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잘 맞았다.

칵테일부터 시작해서 책과 영화, 심지어 클래식 같은 분야까지 하나같이 흥미로운 대화였다.

하지만 뭔가 내 머리 위에서 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나를  아는 듯이 얘기하는데 그게 또 대충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가 없다.

짜증이라도 내려고 눈을 마주치면 쓸데없이 얼굴이 취향이라 화를 내기도 애매하다.

분명 짜증이 나는데 화를 낼 수는 없고 왠지 모르게 기분 좋은  이상한 느낌이 불쾌했다.



"그때 말이죠, 제 별명이 피바람이었습니다. 피바람. 나타나기만 하면 주변이 피로 범벅이 된다고…."

"좀, 그만. 그만 좀 해. 배고프니까 빨리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쩝. 알겠습니다. 항상 가던 레스토랑으로 가겠습니다."


"응. 그리고 디저트로는 '에밀리아'라는 칵테일 바로 가자."


"거긴 어딘가요? 처음 듣는 곳인데."


"... 가자면 그냥 가."


"예이 예이."

엘리스가 완전히 눈을 감고 팔짱을 끼자 남자도 포기했는지 차를 몰기 시작했다.


'하아, 이게  기분인지.'


엘리스는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그녀는 이미 히로인의 덫에 걸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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