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화 〉8화. 실전 수업 (8/648)



〈 8화 〉8화. 실전 수업

오후 수업은 실전 훈련이었다.


지루했던 오전 이론수업이 끝나서 그런지 다른 생도들은  들뜬 모습이었다.

"드디어 첫 실전훈련이네."

"오전에 앉아있는데 몸이 찌뿌둥해서 못 참겠더라."


거대한 훈련장을 반으로 나눠 한쪽은 근접전투군이, 나머지 한쪽은 사수들이 사용한다.


 훈련에서는 마법사도 사수군에 포함된다.

"나를 기준으로 왼쪽에 근접전투군. 오른쪽에 사수로 집합한다. 사수중에서도 마법사는  뒤로 와라."


담임 교관인 김진혁이 나타나서는 특기별로 학생들을 나눴다.


나는 마법사니까 당연히 김진혁의 뒤로 갔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목덜미를 잡혔다.


"근접들은 여기서 사용하는 무기별로 다시 나뉘게  테니 조금 기다리고... 음, 이호연 생도? 내 말을 잘 듣지 않았나 보군. 원거리 사수 중에서 마법사만 내 뒤로 오는 거다. 너는 왼쪽으로 가야지."


"네? 저 마법산데요."


"무슨 소리냐. 빅토리아 아카데미 입학지원서에 검사라고 쓰여 있는데. 아카데미 입학 전까지 꾸준히 검을 단련했다는 자료도 제출해놓고."

이게 무슨 소리야.

게임에서는 여기서 어느 특기로 합류하냐에 따라 내 특기가 결정된다.

근데 디폴트가 검이라구요? 아니, 그러면 특전으로 왜 [마력감응]을 줘요. [검성의 재능],  이런 걸 줘야지. 어이가 없네.


어쩔 수 없다. 이미 악당들이랑 가까이서 안 싸우기로 마음도 먹었고, 마법에 재능도 있는 거 같으니 지금이라도 바꾸는 수밖에.


"실은 진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 마법사가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류 제출이 저번 달이고 입학식이 엊그제였는데 무슨 고민을 했다는 거지?"


"..."

"후우, 그래. 담당 교관한테도 잘 말씀드려봐라. 그분이 괜찮다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마."

"넵. 감사합니다."


간신히 김진혁의 뒤로 가서 섰다.


"쟤는  하는 애냐 대체? 똑똑한 줄 알았더니 머리가 맛이 간 거였나?"


"글쎄, 혹시 마법 쪽으로 각성한 거 아니야?"


"신입생이 그게 말이 되냐? 현역헌터들도 아니고."

"차라리 임솔 교수님 보러 간다고 하면 믿겠다."


"진짜 그게 목적 아니야? 큭큭."


뒤에서 나에 대한 잡음이 많이 들린다.


참고로 각성이란 프로 헌터들 실력자들이 겪는 현상으로, 지금까지 갈고닦은 능력이 한층 뛰어나게 진화하는 걸 말한다.

보통 수많은 훈련과 실전경험, 혹은 격렬한 전투로 만들어진다.


정말 예외적으로, 재능만으로 각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방금 얘기했던 임솔교수. 제대로 된 훈련이나 실전도 없이 방에서 연구만 하다가 각성을 했다.


그리고 아직은 아니지만, 곧 문수린이 아카데미 생도 신분으로 각성해서 신기록이라고 난리가 난다.

그리고 그 기록을 현재 신입생들이 다시 깨게 되는데... 지금은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패스.

어쨌든, 우리는 직업군 별로 나뉘어서 훈련장으로 향했다.

"드디어 마법사 수업이구나. 이날만을 기다렸다."

"임솔 교수님한테 꼭 배워보고 싶었는데, 너무 기대돼서 미칠 거 같아 진짜."

마법사 담당 교수 임솔.

희대의 천재 마법사라 불리는 그녀는 학장이 무한으로 연구비와 재료를 지원해준다는 말에 아카데미 교수직에 임했다.

아카데미 예산의 30%가 임솔한테 나간다는 소문이 있긴 하지만, 그녀의 가치는 그 이상이었다.

게임에서도 얼굴이 예쁜 데다가 성격도 매력 있어서 인기가 많은 캐릭터였다. 아쉽게도 히로인은 아니다.

생도들이 다 모이자, 임솔 교수가 책에서 눈을 떼고 스윽 고개를 든다.

"어? 응? 뭐야, 언제 다 왔어?"

툭 툭

임솔은 의자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면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하나, 둘, 셋, … 음, 내가 전달받은 인원하고 다른데 왜 그럴까?"


"제가 오늘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사실은  진로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하다가…"


"응, 잘 왔어."

열심히 변명을 준비해왔는데 그냥 통과됐다. 원래 임솔은 이런 캐릭터다.

교육에 뜻이 있어서 교수를 했다기보단 연구를 위해 온 느낌. 그렇다고 수업을 대충 하는  아니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 사안은 귀찮은 일을 피하고자 이런 식으로 넘어가 준다.


"자, 그럼 훈련 시작할까?"



*



마법사 실전 훈련장은 사격장과 비슷하게 생겼다. 일자로 쭉 이어진 사로에서 마법을 구현하고 발사하면 임솔이 걸어다니면서  명씩 체크해주는 시스템이다.


"마력을 움직이는 게 너무 느려. 마법을 구현하는 데에만 너무 신경을 쓰는 것 같은데, 실전이었다면 이미 세 번은 죽었을 거야. 완벽한 모양으로 구현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해."

"너는 정확도가 너무 떨어지네. 빠르게 공격하려는 생각은 좋지만, 공격은 맞아야 의미가 있는 거야."

"물론 마법은 자신이 편한  최고지만, 니 마법 형태는 공격에 너무 비효율적이야. 실전에서 쓰고 싶다면 구나 화살처럼 평범한 모양으로 해."


교수직 참 쉽지 않네.

반이 넘는 생도들을 보고 나서 임솔이 떠올린 생각이다.

이런 시간 낭비를 하는  아쉽긴 하지만, 연구비를 벌기 위해 헌터 일을 하는 것보단 교수직이 시간 낭비가 적다.



교수직을 하다 보면 여러 학생들이 보인다. 재능이 뛰어난 학생들도 더러 보이지만 대부분 타고난 재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재능이 있더라도 활용하는 것 또한 그 사람의 재능이다.


그렇게 의미 없는 피드백을 이어가다가 마지막 남은  명.

입학할 때랑 다른 직군을 골랐다는데,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마법 구현을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구체형 불 마법.

구체형은 가장 이미지 하기 쉬워서 많이 애용되는 형태지만, 그만큼 마나의 손실이 크다. 마나를 계속 구형으로 압축하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많은 마나가 빠져나간다.


하지만  생도의 구는 달랐다.


말도 안 되는 응집력. 마나의 대부분이 구의 정 중앙으로 모여들고 있다.

'……저게 말이 되는 거야?'


저 정도로 마나를 잘 다루는 게 신입생이라니, 믿기지가 않지만 그게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뭔가, 뭔가가 이상했다. 어릴 때부터 현역으로 활동했기에 교수직을 제외하더라도 현역활동만 5년이 넘는 그녀였다.

그 기간 동안 별의별 마법사를  만나봤지만, 처음 보는 마나 운용 방법이었다.


보통 마법사들은 자신의 기준을 세우고 마나를 운용하는데, 뭐랄까  생도는 그런 기준이 없는 느낌...?


쾅! 게다가 정확히 표적의 머리를 맞췄다. 정확도도 완벽했다.


'굳이 따지자면 마나의 총량, 그리고 부족한 숙련도.'

저 정도의 마법사용으로 숨소리가 조금 빨라졌다. 마나의 총량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너는, 이름이 뭐니?"


"저 말입니까?"

옆모습을 봤을  얼굴도 반반하겠네. 싶었지만, 이건  심하게 반반한데?

"응, 컨트롤도 좋고 파장도 안정적이고, 아쉬운 게 있긴 하지만 이 중에선 제일 나은 거 같은데?"


"감사합니다. A클래스 이호연이라고 합니다."


이호연. 혹시 모르니까 기억해두자.


출석부에 이호연의 이름 옆에 V자로 체크했다.

밑에 작은 글씨로 '얼굴도 GOOD.' 이라고 메모해놨다.


"흐응, 그래도 수업이니까 지적을 해주자면…"







*



휴우, 오늘 수업이 다 끝났다.

오전 이론 수업도 나쁘진 않았지만, 오후의 실전 훈련은 확실히 재밌었다. 임솔 교수는  이름에 걸맞게 제대로 된 지도를 해줬다.

1학년 수업동을 나와 기숙사를 향해 걸어갔다. 오늘은 훈련소에 들러서 명상을  하고 이론 공부를  생각이다.


냐옹~


기숙사로 가는 길목에 있는 건물의 사이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린다.


아카데미에 워낙 건물이 많아서 무슨 건물인지도 모르겠다.



그대로 길을 걸어가려는데, 굉장히 어색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야... 야옹?"


냐옹~

"야~ 옹~?"

굉장히 수준 높은 대화가 골목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과연 얼마나 대단한 학생과 고양이가 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나 궁금해진다.


발끝을 들고 소리 없이 다가가 슬쩍 목만 내밀어서 골목길을 훔쳐봤다.

냐옹~

"야옹~"


냐오옹~


"냐오옹~"

오, 이제 좀 비슷한데?


뒷모습 밖에 안 보이지만, 체구가 작은 여학생인  같은데, 누구지?

★ 히로인 상태창

[루시]

- [ 호감도 : 2 ]
- [ 성욕 : 20 ]
[ 식욕 : 30 ]
- [ 피로도 : 70 ]



"엥?"

루시라고? 루시가 왜 여기서 나와?

냐오옹!

"앗. 냐옹아! 어디가!"


큰일 났다. 갑자기 루시의 상태창이 나와서 입으로 소리를 내버렸고,  소리를 들은 고양이가 도망가버렸다

"씨잉. 야! 너 뭔데 고양이 도망가게 해!"

아직 내 얼굴을 제대로 못  거 같은데,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아니지. 남자답게 지금 사과하자.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

"야, 대답 안 해? 어? 너..."

"저기, 안녕. 너랑 같은 반 이호연이라고 하는데."

"입학식 때 잤던 성추행범이잖아!"

"아니거든?"


"아니긴 뭐가 아니야! 경찰서에서 보고 싶어?"


"후우. 미안. 진짜 미안해. 입학식 때는 너무 설레다 보니 한숨도 못 자서 졸았고, 훈련소에서도 밤늦게까지 컨디션관리를 못 하고 훈련하다가 쓰러져버려서 실수했어."

허리를 거의 90도까지 숙이고 사과를 했다.


사회생활 경험상 이럴 때는 진실하게 사과하는 게 제일 효율이 좋다.


"흐음."

"정말 미안해!"

괜히 긴장되네. 루시가 사과를 안 받아줄 성격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여기서 꼬이면 앞으로 전개가 힘들어진다.


"뭐, 그래. 솔직히 그렇게 큰일은 아니었으니까. 위급상황이기도 했고."


"고마워."


휴우.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허리를 펴고 루시를 바라봤다.


"근데, 사과는  받을래."

"응?"


"사과는 내일 다시 해."

"내일?"

"응. 사과는 그때 받아줄게."

루시는 그 말을 남기고 여자기숙사 쪽으로 사라졌다.


뭐야 대체.





*





이상한 말을 하는 루시를 보내고 마나 훈련장으로 향했다.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안 돼서인지 사람이 북적북적하다. 원래 도서관이든 헬스장이든 등록만 하고 초반에 오다가 안 오는 사람이 반이라는데, 얘네들은 얼마나 갈까?


띠리링-


[1학년 A클래스 이호연 입장확인되었습니다.]

오늘은 메디테이션 룸을 찾아왔다.

마력량을 늘리는 데에는 명상 만한 게 없다. 하기는 싫지만 흘린 땀만큼 피를 아낀다는 말도 있으니, 노력은 해봐야지.


메디테이션 룸 중앙에 편하게 앉았다.


천장에 매달려있는 마나석이 농밀한 마나를 내뿜고 있는  느껴졌다.


스읍- 하-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정신을 집중하자 대기에 퍼져있는 마나가 느껴진다. 최대한 주변의 마나를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몸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는 마나석의 마나를 확실하게  안으로 잡아둬야 한다. 그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원작 게임에서도 여러 번 언급됐던 기억이 있다.


여기서 집중이 깨지면 안 된다. 최대한 집중을 끌어올리고 잡념을 지워야...

[마나가 1 상승했습니다.]


어?





*




 뒤로 한 시간 가량 명상을 해봤지만 마나가  오르진 않았다.


능력치를 그렇게 쉽게 올려주진 않으려나 보다.

그래도 남들보다는 훨씬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었다. 보통은 꾸준히  달은 명상을 해야 효과를 보기 시작한다는데, 나는 첫날부터 효과를 봤다.


이것도 역시 [마나감응] 때문인가?


기숙사로 돌아와서 책을 폈다.

[첫 게이트와 던전 이후의 인류]

제목만 봐도 더럽게 재미없어 보이는 무려 1500p짜리 책이다.


정말 세세한 사건 하나하나가 정리되어 있어 책이라기보다는 아카이브 느낌이다.


다름이 아니라 성적관리를 빡세게 해야 한다.


쓰레기 야겜의 선두주자인 '섹아'에는 무려 퇴학 엔딩이 존재한다. 힘도 세고 히로인 공략도 순항 중인데,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한다.

씨발, 야겜에서 퇴학 엔딩이 말이 되나?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즐기진 못하더라도 열심히는 해야지.

[기억보완능력]이 있어서 무엇이든 한  보기만 하면 다 외울 수 있다.

그러니 쓸데없는 요약본. 이를테면 신문, 잡지 등을 볼 바에는 조금이라도 쓸모있는 정보를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이 책을 골랐다. 나중에 괜찮은 참고서 정도만 사서 볼 생각이다.


[때는 1xx년 전, 첫 게이트는 필리핀의 한 섬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오 읽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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