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화 〉7화. 이론 수업 (7/648)



〈 7화 〉7화. 이론 수업

[3단계 테스트 시작합니다.]
[4단계 테스트 시작합니다.]
[5단계 테스트 시작합...


"와, 지긋지긋하다. 진짜."

총 10개의 테스트를 치르고나서야 끝이났다.


[테스트 결과입니다.]


촤르륵.


내가 서있는 곳에서 두발짝 정도 앞에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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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 이호연.


마나 순수도 S
마법의 강도 C
마법 시전속도 A
마법 사이의 간극 S
.
.
.
.

한줄평 : 비정상적으로 치우쳐진 숙련도가 눈에 띕니다. 특출난 부분을 갈고닦아 특기로 삼던지 부족한 부분을 채워 밸런스를 맞추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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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감탄했다.

얼마전까지 마나든지 마법이든지 전혀 개념이 없던 일반인이 이렇게 까지 해내다니.


S랭크가 두개나 있다는건 그 분야에서는 S급 헌터와 맞먹는다는 것이다.


둘다 특전빨이긴 하지만, 특전도 내 실력인데 어쩌겠어.


현재 내 수준 파악이라는 목표는 완료.

스펙만 보면 아카데미 생도 수준은 아득히 뛰어넘었다. 아직 숙련도가 부족해서 제대로 활용은 못하지만, 괜찮다. 열심히 하다보면 되겠지.


이 정도면 절대 약한편은 아니다. 아직 실전은 안해봤지만, 수업을 따라가다보면 다 해볼 기회가 생긴다.

"좀만 더 하다갈까... 시간이 애매하긴 한데."

모든 수업 일정을  꿰고있지는 않지만, 빅토리아 아카데미 이론수업에 쪽지시험이 많은건 알고 있다.


교과서든 참고서든 논문이든 한 번만 읽으면 외울 수 있으니 시간이 많을때 해놓는게 나중을 위해서 좋겠지만, 마법수련이 꽤 재밌어서 고민중이다.

본래 삶에서 느끼지 못했던 쾌감. 환상과 이상 그 사이를 오가는 느낌을 놓고 싶지 않았다.

"그래. 마법 수련도 중요하지. 이론은 자기전에 조금만 보자."


*






결국 어제는 마법훈련만 늦게까지 하다가 기숙사에 오자마자 피곤함을 못이기고 쓰러졌다.

오늘 수업 뒤에 시간이 있으니까 이론 공부는 오늘 하지 뭐.

오늘은 수요일.


첫 수업은 던전연구학이다. 던전공략과 관련된 요소들과 실전에서 통용되는 전법등을 배우는 수업이다. 아카데미에서 가장 외울 내용이 많은 이론수업이다.

물론 나는 상관 없다. 어차피  번 읽으면 다 외우거든.


교과서와 참고서는 이미 1회독 했으니 읽을 필요가 없었다.

[던전의 외부 마나값이 1500ppm 일 때, 던전 초입의 마나값이 473 ppm 이하라면 보스룸이나 그에 걸맞는 네임드 몬스터가 존재하는 것이고, 초입의 마나값이 2897 이상이라면 보스가 존재하지 않는 개방형 던전이다.]

[하지만 마나값이 10000ppm 이상인 중상급 던전부터는 다른 공식이 적용된다……]


그래서 관련 논문을 찾아보고 있다. 던전 관련 논문까지 몽땅 외워버리면 다 이해하지 못해도 왠만한 응용문제는 해결할 수 있겠지.

"저... 저기..."

"응. 어? 루미?"

"좋은 아침이에요... 어제는 답장 못해서 죄송해요오... 잠이 들어 버려서..."


눈앞에서 루미가 얘기를 하고 있지만 내 눈은 빠르게 교실을 한 번 훑었다.

'루시는 뭐 하고 있지?'


엊그제 훈련소에서 루시한테 사고를 쳐버렸으니, 여동생 사랑이 끔찍한 루시가 나랑 루미랑 얘기하는걸 내버려 둘리가 없다.

다행히 루시도 같은 팀원들과 얘기를 나누느라 바빴다. 루미도 그 틈을 타 나한테 인사를 하러 온것 같고.

"아니야, 나도 어제 훈련하느라 바빴거든."


"첫날부터 훈련이라니... 대단해요...! 그, 혹시, 저도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같이 훈련을..."


드르륵-


"반가워요. 여러분들. 던전연구학 교수 민지희입니다."

루미의 말을 끊듯이 교수가 들어왔다.


왁자지껄하던 학생들이 제 자리를 찾아갔고 루미도 "저, 저 가볼게요...!" 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자리로 돌아가 루시와 딱 붙어 앉아있는걸 보니 진짜 비슷하게 생겨서 알아보기 힘들다.


"던전에 대한 교육이 생소한 인원도 있겠지만, 던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모자랄정도로 ……"


수업 난이도는 첫날인지라 굉장히 쉬웠다. 교수가 뭐라뭐라 말 하고 있긴 한데, 이미다 아는 내용이라 눈을 돌려 다른 학생들을 바라봤다.

루시는 왼손으로 턱을 괴고 오른손으로 볼펜을 돌리고 있다. 얼굴에 지루함이 제대로 묻어있는걸 보니 수업이 어려운가보다. 루미는 그 옆에서 눈을 찌푸리고 칠판을 바라보고있다.

남다은은 엎드려 있었다. 그녀는 필기에 관심이 없었다. 사정상 실기시험만 1등을 하면 됐으니까.


나도 노트구석에 펜으로 낙서를 끄적였다.



1.히로인 공략

일단은 제일 중요한 목표다. 솔직히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긴 하다. 동시에 6명을 공략해야 하는데, 양다리도 아니고 6다리가 말이 되냐고. 두개만  늘리면 문어되겠네.

아니면 약으로 조교라도 시켜야되나? 에휴 약은 무슨...

잠깐만.

"... 괜찮지않나?"

[섹아]에서는 다회차 플레이어를 위한 조교루트도 있다. 여러 회차를 걸쳐서 돈을 모으면 암시장에서 그렇고 저런 루트를 탈  있다. 당연히 그 루트도  머릿 속에 들어 있다.

'... 일단은 생각만 해놓자.'


뭔가 게임이랑 달리 실제로 그런 행위를 한다고 하니 무섭기도 하고, 거부감이 든다.
생각해보니 루시한테 사과도 해야한다. 솔직히 잊어버리길 바랬지만, 어제 반응을 보니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어제 바로 사과를 하려고 했는데, 친화력 좋은 루시가 자기 조를 데리고 밥먹으러 가버려서 사과를 못했다.


오늘은  시간을 내봐야지.

2.  역량 강화


현실적으로 가장 우선해야할 목표다. 일단 강해져야 뭘 하던 말던 하지. 6다리 걸쳤다가 들키면 그대로 죽을 수도 있으니 내 몸을 지킬 힘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개같은 게임 답게 히로인이 습격을 당하는 이벤트도  많으니, 거기에서 점수를 따기도 좋다.

일단 앞으로 매일 훈련하면서 마법에 대해서 연구하고 실천해봐야 한다.

'아니면 운동도 해볼까? 게임이랑 다르게…'


게임에서는 직업을 한번 고르면 '훈련'이라는 행위 자체가 특정한 능력치를 올리는 행위로 바뀐다.


예를 들어 마법사를 고르면 훈련을 해도 체력이나 근력이 올라가지않고 마력만 올라가는 식이다.


하지만 여기는 현실이다. 마법사라고해서 운동을 하지 말란 법은 없지않나?

"이호연 학생? 아까부터 펜이 멈춰있는데요. 다 아는 내용인가보죠?


"에옛?"


갑자기 나를 부르는 소리에 당황해서 혀를 깨물어버렸다.


"그렇죠. 다 아는 내용이 아니면 집중을 안할리가 없죠? 그러면 화면에 떠있는 문제는 이호연 학생이 해설해보세요. 답변의 수준에 따라 태도점수를 깍을지 말지 정하겠습니다."

[당신은 현재 던전 초입부 마나값이 500ppm인 미로형 던전이 있다. 근접 2 사수 1 보조 1의 정석 파티구성인 상태로 보스형 웜뱃을 만났을 때 적절한 대처법은?]


앞에 홀로그램 화면을 보니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 문제였다. 문제 자체를 본건 아니지만 비슷한 내용을 분명 논문에서 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대답하지 못하면 마이너스 1점이에요. 모르겠나요?"


"아니요, 잠시만요."

근데 저기 팬 돌리는 애도 있고 누워서 자는 애도 있는데 왜 저를 시키시나요. 교수님.

주변 학생들의 시선과 교수의 압박, 그리고 억울함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확실히 답이 떠올랐다.

"미로형 던전은 모든 구역이 마나값이 동일합니다. 그렇기때문에 보스형 웜뱃은 제대로된 상태가 아닐겁니다."

"음?"

"500ppm이라는 낮은 마나값에선 웜뱃의 주식인 유칼투스가 자라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스형까지 자랐다면 동족상잔을 하면서 마지막에 살아남은 종이 보스형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호오, 그 다음은요?"


"3년전 동족상잔을 하면서 성장한 웜뱃에 대한 연구논문이 있었습니다. 그 논문에 따르면 본래 방어적인 웜뱃과 달리 흉포성이 증가하며 육식을 위해 날카로운 송곳니가 자라며 발톱이 예리해집니다. 그에 따라 ……"


한  말문이 뚫리니까 쭉쭉 말이 나온다. 논문에 나왔던 내용을 그대로 보면서 읽는거나 마찬가지였으니 어려울 건 없었다.


"…… 정리하자면 공격성이 증가했지만 단순해지고, 강한 맷집과 주의력이 없어졌으니 전사 둘이 최대한 시간을 끌며 버티다가 사수와 보조 둘이서 약점인 미간을 강한 한방으로 공략하는게 가장 이상적인 대처법입니다."


"……"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당연히 그렇겠지. 막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이 교수의 질문에 3년전 논문을 들먹거리면서 완벽한 답을 말한거다.

학생들은 이게 맞는지 틀린지도 모르니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대답을 듣던 교수가 입에 미소를 짓고 박수를 치며 입을 열었다.

"대단하네요. 3년전 그 논문은 저도 읽었어요. 거기서 영감을 받아서 만든 문제인데 이호연 학생이 운좋게 그 논문 하나만 읽은건 아닌 것 같고, 개인적으로 조사를 하지않고서는 불가능한 답변이네요. 정말 예습을 철저히 했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어요. 1점 플러스입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다 알고있는 내용이더라도 그렇게 수업을  듣는 티를 낸다면 싫어하는 교수님이 많을거에요."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주의하겠습니다!"

후, 다행히 넘어가긴 했다.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수업은 다시 재개되었다. 다음 화면에는 방금 내가 푼 문제에 대한 해설이 떠올랐고 교수는 그걸 보며 수업을 이어갔다. 방금 걸렸으니 수업을 좀 들어보려고 시선을 앞으로 고정했는데, 뒤에서 쑥덕이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쟤가 하는말 하나도  알아 들었어.

"저걸 알아듣는게 이상한 거야. 교수님  못들었냐? 3년전 논문에서 읽었대잖아. 아카데미 신입생이 그걸 아는게 말이 안되는거지."

"그냥 운좋게 얻어 걸린거겠네 그럼."

"근데, 교수님이 준비해온 해설보다 쟤가  대답이  자세하지않았냐?"

음, 너무 열심히 대답했나? 괜찮겠지. 어차피 원작게임에서도 주인공은 학년 1위를 달성한다.


그 과정에서 수석인 엘리스와 실기 1등인 남다은과도 접점이 생긴다.


"그럼, 다음 수업때 봐요. 예습과 복습은 꼭 철저히 합시다. 불시에 시험을 볼거에요."

수업이 끝나자 마자 강의실은 북적북적 해진다. 첫날의 어색한 분위기는 대부분 사라져 있었다. 물론 나만 빼고.


조용히 가방을 싸면서 다음 수업을 준비하는데, 뒤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3년전 논문은 무슨, 운 좋게 하나 걸렸으면서 끝까지 아니라고는 안하네."


"그니까, 그정도로 잘났으면 필기수석으로 들어왔겠지."

대놓고 나를 저격하는 말에 뒤를 돌아보니 남자와 여자 몇명으로 뭉친 그룹에서 나를 바라보며 실실 웃고 있었다.

"어, 이쪽 보는데? 뭐, 꼬우면 덤빌거야?"

"야야, 그만해라 지리겠다. 벌써 지린내가 여기까지 나잖아."

큭큭큭

별 같잖은 소리를 하면서 쪼개고 있는 년놈들의 중심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실실 웃고 있는  남자 이름이... 도진혁. 이었지 분명.


게임에서도 악역 피라미 역할 이었는데 여기서도 저러고 있구나. 한결같아서 좋은 친구네.


게임에서도 도진혁은 이호연과 악연으로 얽히지만, 이렇게 빠르진 않았다.


아무래도 괜히 눈에 뜨인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고민하는데 도진혁의 어깨 뒤에서 손이  올라왔다.


"도진혁.  괴롭히지말고 저리 꺼지지?"

"...  치워라."

도진혁은 이를 악 물더니 어깨 위의 손을 쳐낸 후, 패거리를 몰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악역 엑스트라 다운 반응이다.

"안녕?"

아까 도진혁 어깨에 손을 얹었던 남자다.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남자가... 누구지?

아, 잠시만. 저 찰랑이는 금발을 보니 기억났다. 금발양아치.

주인공의 조력자 역할인  친구 김영한이다.


보이시하게 짧게 자른 금발머리와 소매 사이로 보이는 문신은 양아치의 표본이다.

물론 진짜 양아치는 아니지만.

"음? 어... 김영한 맞지?"


"오, 뭐야 나 알아? 나 나름 잘나갈지도?"


게임에서도 김영한은 도진혁의 시비에서 이호연을 구해주면서 친구가 된다. 조금 빠르긴 하지만, 뭐 상관없겠지.


"마침 재밌는 애들이 없었는데, 너 좀 재밌어보인다?"

이렇게 까지 시원시원한 성격이니까 인기가 많지. 부럽네.

"잘 부탁해. 이호연이야."

 등골 빨아먹으러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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