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4화. 특전
『퀘스트 완료!』
퀘스트 보상으로 마력 능력치가 1 올라갔다.
능력치도 얻었고, 문수린과 안면을 튼 것도 매우 큰 소득이다.
물론 게임도 아니고 얼굴 한 번 봤다고 바로 반하진 않겠지만, 나중에 도움은 되겠지.
그 이후로는 주변 지리를 눈에 익히기 위해 돌아다녔다.
특히나 사람의 인적이 드물 것 같은 뒷골목 위주로 돌아다녔다. 6다리를 걸쳐야 하니, 언제 도망 다닐 일이 있을지 모른다.
큰 건물들이 많다 보니 건물 사이사이로 사람이 지나다닐만한 공간이 꽤 많았다.
낮이야 무섭지 않지만, 밤에 돌아다니면 꽤 으스스할 것 같다.
대충 골목들의 지리를 외운 나는 기숙사로 돌아왔다.
책상에 앉아 가방에서 노트와 펜을 꺼냈다.
"일단 특전이란 걸 좀 알아봐야 될 거 같은데."
특전이 상황을 풀어갈 만한 유일한 열쇠다.
사실 특전이라는 걸 왜 받았는지도 아직 모르겠다. 내기의 신인지 뭔지도 정확히 모르겠다.
하긴, 야겜에 빙의한 것부터 말이 안 되는데 특전 좀 받는 거 정도야 뭐가 이상할까?
생각난 김에 특전에 대해 확실히 정리해볼까.
먼저 [마나감응].
--------「 마나 감응 」-------
▶ 특전
▶마나를 느끼고 이해하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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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창을 키는 느낌으로 마나 감응을 떠올리자 눈앞에 게임처럼 스킬창이 나타났다.
이 세계관에서 능력자들은 자신의 재능이나 스킬을 객관화해서 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상태창이 있는데, 굳이 말로 꺼내지 않아도 된다.
필요한 부분만 떠올리면 알아서 눈앞에 나타난다.
어쨌든, [마나 감응]. 굳이 설명하자면 마나를 느끼는 능력이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마나를 느끼고 이해하는 능력?
이게 뭐냐고. 좀 자세히 써주던가.
교과서라도 읽어볼까. 원래 공부는 교과서 위주로 해야 한다.
[마나학개론]
어렵다고 소문난 마나학개론의 교과서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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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나에 대한 모든 것.
마나란 무형의 '기'이다.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모두가 지니고 있는 것이며, 세상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
마나를 각성하는 법도 사람마다 다르고, 가지고 있는 마나의 속성이나 특성도 다르다.
………
현재 가장 대중적인 마나 운용법은 몸속의 혈액을 움직인다는 감각으로 마나를 컨트롤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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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끝이야?
그 뒤에는 이상한 논문 같은 걸 써놨는데 도움이 될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
'혈액을 움직이는 느낌이라고?'
쓰읍. 심장에서부터 팔 끝으로 혈액을 움직이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그래, 갑자기 뭔가 느껴지는 것도 이상하긴... 어?"
무언가 존재했다. 내 몸 안에, 그리고 이 방에, 그리고 이 세계에.
그것은 계속해서 실재해있었다. 내가 그 존재를 이제야 자각했을 뿐.
겨우 한 줄의 문장으로 마나가 존재한다는 것을 자각하자마자, 각성은 시작됐다.
이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감각들.
세상을 모두 가진듯한 느낌. 이 기쁨, 쾌락, 희열, 부유감, 그리고 황홀함.
수많은 환희의 감정들이 해일처럼 밀려 들어왔다. 하지만 내 중심에서 무언가가 나를 굳건히 잡아주고 있었다. 그 덕에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마나를 각성하는 행위. 그 황홀경에 취해있던 나는 그 순간을 음미하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하아..."
시간으로 따지면 1분은 지났을까? 하지만 그 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아까 교과서를 꺼냈던 책장에서 [실전기초마법]이라는 책을 집어 들고, 가장 첫 페이지를 펼쳤다.
가장 기본적인 마법임에도 여섯 개의 선들이 이리저리 겹쳐서 꽤 복잡한 마법진술식을 이루고 있었다.
화르륵-!
손 위에 불꽃이 타올랐다.
"와, 씨. 진짜 미쳤네."
마법은 본래 순수 재능의 영역이다.
[실존 기초 마법]이라는 교과서에는 기본적인 마법진들이 소개되 있지만, 제대로 된 현역능력자로 활동하기 위해선 자신만의 마법 체계를 구상해야 한다.
사람마다 효율적인 마법의 형태와 속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체계화시킨 공용 마법진을 익혀야 한다.
보통 이 과정을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나는 이 단계들을 뛰어넘었다.
손을 모으고 불꽃이란 개념을 떠올리자, 다시 한 번 손 위에 불꽃의 구가 타올랐다.
화르륵-!
이런 기현상이 일어났는데도 전혀 놀랍지 않았다.
현실과의 간극이나 부조화? 그런건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나에겐 마나란게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왜 못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게 마나감응..."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쉽게 해내는 것. 말 그대로 특전이었다.
다음은 [뚜렷한 정신력]. 이건 진짜 잘 모르겠다.
―――――「뚜렷한 정신력 」―――――
▶ 특전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에서 굳건히 정신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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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게임에 빙의했는데도 패닉에 빠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지금 생각하면 이상하다.
상황을 파악해 뭐든 하려고 하는 게 뚜렷한 정신력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아까 마나를 각성할 때 뭔가 느껴졌던 게 이 특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내가 존나 뛰어난 걸지도 모르니 아직 확신할 순 없겠지.
그래도 [마나감응] 처럼 특전이라고 박혀있으니 언젠간 도움이 될 거다.
마지막으로 [기억보완능력].
―――――――「기억보완능력 」―――――――
▶ 특전
▶사용자의 기억력을 보완합니다.
――――――――――――――――――――――
일단 가장 열 받는 건 이걸 받을 때 나왔던 알림이 '80%의 강제성' 이란 거다.
100%의 강제성이 아니고 왜 80%인가하고 기억을 되짚어봤다.
카톡에서 좆같은 신의 '내기하자니까?'라는 물음에 '내기고 뭐고 맘대로 하세요'라고 대답했더라.
씨발... 역시 부조리로 가득 찬 세상.
하지만 특전 자체는 좋다.
기억력이 좋아지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완벽해진다.
문수린과 나눴던 대화 때 사용한 단어 하나하나, 표정, 심지어 그녀의 마력파장까지 생각난다.
마음만 먹으면 대화를 나눴던 카페의 구조뿐만 아니라 바닥 타일까지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은 능력이다.
아카데미 수업을 어떻게 따라가야 하나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이게 있으니 걱정이 없다.
특전까지 정리를 마쳤다.
내일부터 당장 아카데미에 가야 하는데,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된다.
빅토리아 아카데미는 능력자를 양성하는 곳이다.
한국에서 최고는 물론 세계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인정받는 아카데미다.
그런 곳에 당장 내일부터 가야 하는데, 전투 경험은 고사하고 사람을 때려본 적도 없는 내가 아카데미에 적응할 수 있냐가 문제다.
"역시 훈련소에 가봐야 하나?"
시간은 밤 10시. 내일 첫 수업을 좋은 컨디션으로 시작하려면 슬슬 잘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지만, 훈련소에 한 번은 가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가야지, 가는 게 맞지."
수능 보기 전날에도 밤을 새우고 갔을 만큼 벼락치기만 했던 인생이다.
최신식 훈련기구들이 가득한 트레이닝센터로 향했다. 빅토리아 아카데미는 트레이닝센터를 쓸데없이 화려하게 만들어놨다.
트레이닝 센터는 신체단련실, 마나훈련실 등 각종 훈련을 모두 한 건물에서 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다.
센터의 출입구에 스마트 워치를 갖다 댄다.
[1학년 이호연. 입장 확인되었습니다.]
1층 로비를 지나 안쪽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3층 마나 훈련실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하긴, 입학식이 끝난 날 밤 10시에 훈련을 하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있다는 점에서 놀라야 하지 않을까?
개인 훈련을 할 수 있는 프라이빗 룸으로 들어갔다.
프라이빗 룸 안은 별거 없다. 특수 소재로 만들어진 벽면으로 둘러싸인 텅 빈 공간이었다. 공간마법이 걸려있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입구의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홀로그램과 함께 기계음이 들렸다.
[마나 훈련 시스템 가동. 원하는 설정을 말해 주십시오]
"훈련용 허수아비. 강도는 최대. 거리는 10M"
음성이 인식되자, 홀로그램이 사라지고 전방 10M 앞에 허수아비가 나타났다.
"흠."
쉬이익-
손에 마나가 모이면서 불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사실 내게 마나란 개념에 관한 깊은 통찰 같은 건 없다. 내가 해본 거라곤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누르면서 마법을 사용했을 뿐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특전인 [마나감응] 덕이겠지.
마력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어도 마나를 움직이고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재능. 그것이 [마나감응] 이었고,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는 나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마법 사용 전의 계산과 텀은 마법사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하지만 나는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쉬이이이이익ㅡ!
그냥 생각하면 끝이다. 그렇게 하면 마력은 내 의지에 응답해 형태를 갖추고 현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내 마력량의 한계로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많이 한정돼있지만,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재능인지는 깨닫고 있다.
"큭."
1분 정도 손위의 불덩이에 마나를 집중하자, 이제 한계라는 직감이 왔다.
마나를 모으던 손을 들어 훈련용 허수아비에게로 마법을 조준하고, 불덩어리를 쏘아냈다.
콰과광!
"크흡... 후우..."
겉으로 보기에도 허수아비 꼴이 말이 아니다. 그을리고, 불타고, 양팔은 사라졌다.
[손상도 : 22%]
손상도가 22%? 원래 주인공이 1년 정도 굴러야 훈련용 허수아비를 일격에 박살 낸다.
"한 번만 더 해볼까?"
온몸의 마나를 쥐어짜는 감각이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마법을 사용 하는 거에 재미가 들리기도 했고, 어떤 스포츠든 잘하면 재미가 있는 법이다.
다시 마나를 손에 모았다. 이번에는 창의 형태를 상상했다.
만약에 영창을 한다면 '파이어 스피어!' 라고 외치면 될 것 같은 마법이다.
불의 창이 점점 제대로된 형태를 갖추어 간다.
"좋아, 이대로..."
휘청.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져서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어, 아니 왜..."
힘을 줘서 일어나려고 해도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점점 눈 앞이 아득해지고 심한 두통이 찾아왔다.
털썩.
그리고 내 기억은 거기서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