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08 - 208.던전 서바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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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 디아스는 함께 루벨트와 함께 던전을 돌면서 선생으로서 조금 안심했다.
'역시 실전에서 직접 싸우는 모습을 보니 개선점이 보이는군.'
개선점이 없으면 없는 대로 좋았지만 역시 담임으로서 루벨트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건 기쁜 일이었다.
루벨트의 개선점을 꼽자면 실력에 따른 자신감에 의해 긴장이 조금 부족하다는 거였다.
물론 항상 여유로운 마음을 지닌 건 문제없고 루벨트에게 그만한 실력은 있지만 실전은 어떻게 굴러갈지 모르는 법.
체력이나 마력의 효율을 중시해서 여유롭게 몬스터를 해치운 것보다는 확실하게 신속하게 처리해 위험요소를 줄이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게 쥬라 디아스는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건 쥬라 디아스가 A급으로 올라오면서 쌓아온 경험에 의해 형성된 사고방식이었다.
쥬라 디아스는 이대로 루벨트에게 좀 더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으면 지적해주자고 생각했다.
애초에 실력 면에서는 흠잡을 데가 없으니 행동방식에 충고를 주는 편이 더 루벨트에게 도움이 될 게 분명했으니.
'그건 그렇고 정말 다양하게 무기를 다루는군.'
첫 수업 때도 느낀 거지만 루벨트가 사용하는 무기는 다양했다.
주먹은 물론이요. 검, 창, 도끼, 총, 지팡이 등 어느 것을 써도 수준급의 숙련도를 자랑했다.
'게다가 낫까지 사용하다니.'
실전성을 따지면 효율이 낮은 무기.
하지만 막상 루벨트가 휘두르는 모습을 보면 무척이나 위협적인 무기가 됐다.
긴 리치와 함께 위치를 살짝 조정해서 세차게 휘두르는 순간 몬스터의 목과 몸통이 바로 낫의 먹잇감이 되어 뎅강 잘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영화의 한장면 같았다.
'멋모르고 이런 모습을 처음 보면 낫에 호기심과 동경을 가진 자도 나올 수준이야.'
그만큼 낫이라고 하더라도 루벨트가 다루는 순간 그건 실용적인 무기가 됐다.
"엘드라."
순조롭게 협공을 해 몬스터를 해치운 후 쥬라 디아스는 물었다.
"어째서 무기로 낫까지 다루게 된 거지?"
잘 다룬다고 해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호기심이 일어 쥬라 디아스는 물었다.
그 물음에 루벨트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왠지 멋있잖아요."
"멋있… 다고?"
"물론 제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선택한 거예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낫이란 무기가 왠지 쓰면 멋있을 거 같아서 그랬어요. 뭐, 아무래도 정말 진심을 낼 때는 낫이 아닌 다른 무기를 쓰겠지만 그래도 익혀보고 싶었거든요."
"그렇… 군."
예상치도 못한 대답에 당황하면서도 곧이어 쥬라 디아스는 풋하고 작게 웃었다.
"멋있다라… 엘드라 너도 남자였군."
단순한 성별이 아닌 또래 남자들이 갖는 쓸데없이 멋을 추구하는 그런 경향.
세계최고 재벌의 후계자이자 떠오르는 새 영웅이라고 언론에서 떠드는 루벨트 엘드라도 평범한 남자애들과 같은 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쥬라 디아스는 안심가면서도 웃기기도 했다.
"그야 남자라면 멋있는 무기를 다루고 싶은 법이잖아요? 로망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처럼요."
"하긴 그렇겠군."
훈훈하게 루벨트를 바라보며 쥬라 디아스는 싱긋 웃었다.
쥬라 디아스는 단말을 꺼내서 시간을 확인했다.
'던전에 들어온 지 벌써 2시간이나 지났군.'
"이만 돌아가도록 하지. 충고할 건 충분히 한 것 같으니."
"네, 오늘 해준 조언들을 마음 깊이 새기겠습니다, 디아스 선생님. 오늘은 시간을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애초에 내가 널 부른 거다. 오히려 갑작스러웠을 텐데 와줘서 고맙군."
훈훈하게 서로에게 미소를 지으며 그만 던전에서 귀환하려고 했던 때.
"모처럼 왔는데 그냥 가면 재미없지 않아?"
""…!""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루벨트와 쥬라 디아스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암석지대의 높게 형성된 바위의 위.
거기서 싱글벙글 웃고 있는 한 소년이 있었다.
하지만 쥬라 디아스와 루벨트는 그 소년이 평범한 자가 아니란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너는… 스트렌저 톨레이!"
"와, 나 아나 보네?"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스트렌저 톨레이.
어린 모습으로 헌터를 방심하게 만들거나 함정을 이용하여 B급 헌터의 목숨을 몇 명이나 앗아간 전적이 있는 스트렌저였다.
"강철산과 루크치아의 복수를 하러 온 거냐."
루벨트가 날카로운 눈초리로 톨레이를 노려봤다.
"와, 거기 형은 날 보는 시선이 확실히 다르긴 다르네. 그 두 명이 당하는 것도 이해돼. 뭐… 당하는 게 참 멍청했지만 말이야. 그렇지 않아?"
손가락을 허공에 빙글빙글 돌리며 스트렌저 톨레이는 말했다.
"강철산은 무식하게 겨우 E급짜리 몬스터나 사역하면서 덤비고… 강철산이 당한 거 알면서 루크치아는 또 자기 멋대로 나서다가 당하고… 정말 같은 스트렌저인 내가 다 부끄럽단 말이야. 이왕 하려면…."
씨익하고 불길한 미소를 지으며 스트렌저 톨레이는 따악! 하고 손가락을 툉겼다.
"확실히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써야지."
우우우우우웅!
그 순간 주변 공간이 진동을 하더니 루벨트와 쥬라 디아스를 감싸는 반구형의 검붉은 결계가 생겨났다.
"이건…!"
"내가 심혐을 기울여서 만들었거든? 그러니까 거기서 선생이랑 제자 사이좋게… 죽어줘~."
스트렌저 톨레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검붉은 반구 안에 있었던 루벨트와 쥬라 디아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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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이 알 수 없는 던전에 갇히게 됐지.'
순간 바뀐 시야와 함께 쥬라 디아스는 자신과 루벨트가 스트렌저들이 사용하는 전이와 비슷한 힘에 의해 이동됐다는 걸 깨달았다.
이동된 던전은 암석지대에서 우거진 숲.
게다가 스트렌저가 전이할 때 나타나는 균열이나 문처럼 검붉은 하늘이 위를 덮고 있었다.
"엘드라, 괜찮나!"
"네, 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함정에 빠지고 말았네요."
쥬라 디아스는 엘드라와 함께 상황파악을 하고 우선 빠져나가기 위해 움직이기로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수많은 C급 몬스터와 그 무리에 섞여 있는 B급 몬스터를 마주하게 되고 몬스터들을 쓰러뜨리며 탈출구와 함께 우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로 했다.
'하지만 도통 쉴만한 곳을 찾기가 어렵군.'
스트렌저의 던전으로 옮겨진 지 3시간째.
제대로 쉴만한 휴식처는 여전히 발견하지 못했다.
"하아…."
'큰일이군.'
끊임없이는 아니지만 일정한 주기로 나타나는 몬스터 때문에 이어지는 전투.
물론 쥬라 디아스도 루벨트도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에 바로 대처해서 몬스터를 해치울 순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몬스터들의 질이 아니었다.
얼마나 더 몬스터가 남아있는가.
그리고 자신들은 그런 몬스터들을 휴식 없이 어디 있는지 모를 탈출구를 찾을 때까지 계속 싸울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
'내가… 엘드라를 불러낸 탓에….'
잘못을 따지자면 이런 일을 벌인 스트렌저 톨레이의 탓이다.
하지만 쥬라 디아스는 선생으로서 생도인 루벨트를 이런 위험에 빠지게 된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부채감을 느꼈다.
"디아스 선생님."
"…."
"디아스 선생님!"
"읏! 미안하군. 집중이 끊겼었다. 무슨 일이지, 엘드라?"
자신을 부르는 루벨트의 목소리에 몸을 돌리는 쥬라 디아스.
돌아보면 루벨트가 쥬라 디아스에게 물이 담긴 페트병을 건네고 있었다.
"마시세요. 목마르시죠?"
"고맙군. 하지만 이건 어디서…."
"헤파이에 담아둔 물병 중 하나예요."
"그렇군. 하지만 나보단 네가 마셔라. 난 격전에도 익숙하니."
"아뇨, 사양하실 필요 없어요."
루벨트는 다른 손에 또 다른 물병을 꺼내게 한 뒤 방긋 디아스에게 미소를 보였다.
"제 것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감사히 마시지."
물병을 받아 목을 축이며 쥬라 디아스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미안하다, 엘드라."
"꿀꺽꿀꺽. 네? 뭐가 말인가요?"
"내 탓에 네가 스트렌저의 함정에…."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디아스 선생님. 사과해야 하는 건 오히려 접니다."
"뭐라고?"
"스트렌저 톨레이는 명백히 절 노리고 왔어요. 선생님이 부르시든 안 부르셨든 언젠가 그 함정을 저에게 쓸 생각이었겠죠. 오히려… 제 탓에 선생님까지 말려들게 돼서 죄송합니다."
'…생도답지 않게 정말 사람이 된 녀석이군.'
함정에 빠져 패닉에 빠지거나 불안 상태가 되어 자신이 아닌 주변에 책임전가를 할 수도 있었다.
극한 상황에 빠져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걸 헌터 생활을 하면서 쥬라 디아스는 많이 봐왔다.
하지만 루벨트는 불안해하지도 않고 쥬라 디아스를 향해 사과를 하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눈을 하고 있었다.
'이게 바로 시대를 이끌어갈 영웅의 재목이라는 건가.'
반드시 루벨트만은 살려서 돌려보낸다.
그게 인류를 위해 그리고 선생으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쥬라 디아스는 각오를 다잡았다.
바로 그때.
"응? 디아스 선생님! 저길 보세요!"
"저건…."
루벨트가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린 쥬라 디아스.
그곳에는 동굴이 하나 있었다.
우거진 수풀 속에 있는 동굴.
외부는 이끼와 풀이 무성하게 나 있었다.
"스트렌저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건가?"
"아니면 그냥 어쩌다 우연으로 만들어진 걸 수도 있고요. 어쨌든 저기에 몬스터가 있든 없든 장소를 확보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겠군. 가자, 엘드라."
"네, 디아스 선생님."
루벨트와 쥬라 디아스는 동굴을 향해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