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83 - 183.영접! 요루기츠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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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기츠네 카구라는 한창 당황하고 있었다.
요루기츠네가 빙의한 상태라도 카구라의 의식은 잠들지 않고 깨어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기에 카구라는 요루기츠네가 할 말이 있다길래 카구라는 그저 훈훈한 대화가 오갈 줄 알고 그걸 바라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루벨트를 향해 평온을 깨뜨리는 짐승이라니.
-요, 요루기츠네님! 대체 무슨 말씀을!
'가만히 듣고나 있어라, 카구라.'
요루기츠네에게 물으려고 해도 요루기츠네는 마음속으로 카구라를 제재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낯짝은 반반해서 잘도 여의 무녀들을 홀렸도다."
"음… 요루기츠네님? 혹시 제가 무슨 잘못이라고 했습니까?"
"잘못…? 지금 잘못이라고 했나? 그래, 잘못했지. 잘못 했고말고! 하지만 그 잘못을 따지기 전에… 후우."
크게 한숨을 내쉰 뒤 요루기츠네는 팔짱을 풀지 않은 채 루벨트에게 말했다.
"이 신사를 위한 원조는 감사하마. 네놈의 원조 덕에 쇠퇴할 법한 신사는 부흥하고 여의 신상까지 만들어졌으니. 게다가 여의 무녀들의 생활도 풍족해졌다. 그건 먼저 감사하지."
"아뇨, 모두 제가 하고 싶기에 한 일일 뿐이었습니다."
"네놈의 마음이 어떻든 그 행동으로 인해 신사에 도움이 된 건 변함없도다. 감사를 받아들이거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기분이 편찮아 보이시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왜…? 왜 기분이 편찮냐고? 그걸… 그걸 네놈의 입에서 꺼내는 것이냐! 이 짐승 같으니이이이이이잇!"
팔짱을 풀고 잔뜩 화난 표정을 지으며 요루기츠네는 손톱을 세우면서 포효했다.
"오면 올 때마다 여의 무녀들과 정도를 모를 정도의 교미교미교미교미교미! 여의 야기츠네 신사를 뭘로 생각하는 것이냐! 여의 신사는… 여의 영역은! 러브호텔이 아니니라아아아아앗!!!"
"아."
"아."
-아.
요루기츠네의 외침에 루벨트, 아야메, 카구라는 찔리는 점이 많았다.
그도 그렇듯이 루벨트가 신사에 오면 하는 것이 조금 야릇한 분위기를 즐겼다가 하는 폭풍 섹스.
기본 3시간 이상의 섹스의 향연을 벌이기 때문이었다.
"교미가 나쁘다고는 말 안 하마. 인간으로서 부부가 될 언약을 맺은 자들로서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네놈은 정도가 지나친 거 아니더냐!"
"나름 방음결계도 쳤는데 들리셨나요?"
"여를 섬기는 무녀의 목소리는 아무리 결계가 쳐졌다고 한들 똑똑히 여의 귀에 닿느니라! 몇 시간이고 무녀들의 신음소리를 듣게 되는 여의 심정을 알겠느냐!"
"음… 차단 같은 건 안 되나요?"
"여가 왜! 그 교미 때문에 무녀들의 목소리를 차단해야 하는 것이냐! 네놈이 적절하게 시간만 짧게 맞추고 하면 끝이지 않느냐!"
바들바들 떨며 요루기츠네는 손톱을 세웠던 손을 주먹 쥐었다.
"최근에는 그나마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로 끝난다고 하더라도 한번 올 때마다 저녁 늦게 돌아갈 때까지 쉬지도 않고 교미를 해대니 네놈이 오는 날이면 평온한 날이 없다!"
루벨트에게 실컷 외친 요루기츠네는 아야메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야메!"
"네, 네! 요루기츠네님!"
"너는… 너는 여의 무녀라는 자가 절도를! 예의라는 걸 모르는 것이냐!"
"네!? 제, 제가 무슨 실수를…!"
"저 짐승 놈이 없을 때! 여에게 유부초밥을 공양할 때 말이다!"
"호, 혹시 최근에 드린 최고급 유부초밥이 마음에 안 드셨나요? 다, 당장 브랜드를 바꿀게요!"
"아니! 그건 결코 아니야! 그건 아주 맛있었으니 앞으로도 공양하라! 중요한 건 공양한 후다!"
"공양한 후?"
아야메를 향해 삿대질하며 요루기츠네는 외쳤다.
"왜 공양한 후 바로 자위를 하는 것이냐! 유부초밥을 먹으려고 할 때마다 네 신음이 계속 들린단 말이다!"
"아앗!"
"항상! 항상! 항상! 서방님! 서방님!하면서 하는 자위도 적당히 하거라! 애초에 신에게 공양을 올린 후 바로 자위라니 무슨 생각인 게냐!"
"죄, 죄송합니다!"
"최근에는 카구라 또한 돌아오고 나서 바로 이 짐승 놈의 이름을 부르며 자위나 해대고… 여의 무녀가, 여의 무녀가 다 이 짐승 놈 때문에 이리도 음탕해진 게다!"
-아앗!
한껏 불만을 토로하며 루벨트를 탓하는 요루기츠네.
그 불평불만에 세 사람은 아무도 요루기츠네의 의견을 나무라거나 반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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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던 요루기츠네에 의한 교미소음공해 민원이 들어올 줄은 몰랐다.
게다가 신의로서의 자존심인지 신사 안의 무녀의 목소리를 차단할 마음은 없는 모양.
거기에 더해 최근 미약 후유증과 강설화와의 점심 섹스로 인한 섹스 횟수 감소에 카구라가 집에서 자위하는 횟수가 늘어났다는 새 정보까지.
요루기츠네가 말하는 불만에 대해 우선 잘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지금은 남자로서 해야 할 말이 있었다.
"요루기츠네님, 혹시 지금 카구라는 의식이 있나요?"
"있다. 여가 지금 빙의해도 카구라도 함께 여와 같은 걸 보고 듣고 있다. 애초에 그러지 않으면 카구라에게도 여의 마음이 닿지를 않으니!"
"알겠습니다. 우선 요루기츠네님의 불만에 대답하기 전에 카구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뭣이냐."
여전히 나를 노려보는 요루기츠네지만 난 그 안에서 날 보고 있을 카구라를 향해 말했다.
"미안해, 카구라. 내가 이런 후유증을 앓는 탓에 평소보다 외롭게 하고 말았어…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더 힘쓸게!"
"으아아아아! 그 말은 또 무어냐! 그건 결국 여의 무녀와 더 음탕한 짓을 한다는 거냐 다름없… 시끄럽다, 카구라! 기쁨의 비명은 그만 지르거라!"
요루기츠네의 말을 들어보니 카구라가 매우 기뻐하고 있나 보다.
"요루기츠네님."
"뭐냐!"
"저와 아야메, 그리고 카구라는 장래 부부가 될 사이입니다. 다소 사랑이 많은 건 이해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미 말하지 않았더냐! 네놈과 여의 무녀들은 그 정도가 지나치다고! 얼마나 해대는 것이냐! 발정 난 짐승도 이리도 오랫동안 하지는 않을 진데!"
캬오오오! 하는 느낌으로 더 성을 내는 요루기츠네.
그런 신을 앞에 두고 나는 한가지 궁금증이 솟아났다.
"혹시… 요루기츠네님은 성의 기쁨을 모르시는 건가요?"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뚱딴지같은 소리가 아닙니다, 요루기츠네님. 이건… 아주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중요하다고? 교미야 물론 자손을 늘리기 위한 행위니 중요하겠지. 사랑을 나누는 자들끼리 나누는 애정 표현이니 또한 중요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요루기츠네님, 저희가 요루기츠네님이 말씀하시는 교미의 시간이 많은 건… 그만큼 서로를 사랑하고 또한 그 행위가 매우… 기분 좋고 행복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루기츠네님은 무녀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어도 무녀의 기쁨은 잘 모르시나 보군요."
"뭬라?"
요루기츠네의 눈빛이 더욱 험악해졌다.
"잘도 망발을 내뱉는구나, 루벨트 엘드라…. 신인 여가 여의 무녀들의 기쁨을 모른다고?"
"네. 만약 알고 계신다면 이리도 화를 내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요루기츠네님은 혹여 인간과의 교미를 하신 경험은 없으십니까?"
"신이 인간과 그러한 짓을 벌일 리 없다! 애초에 할 필요조차 없는 짓을 어찌한단 말이더냐!"
"그렇군요. 역시 경험이 없으시군요."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경험이 없으시니 요루기츠네님은 아야메가 카구라가 얼마나 저와의 교미를 원하는지 좋아하는지 모르신다는 겁니다. 만약 요루기츠네님이 그 기쁨을 조금이라도 아셨다면 결코, 결코 그런 말을 하지 않으셨겠죠."
"잘도 지껄이는구나. 아주 오만하고 자신이 넘치는 태도야."
"당연한 사실을 말씀드리고 있을 뿐입니다. 요루기츠네님, 저는 장담할 수 있습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당당히 아직 섹스 경험이 없는 처녀신을 향해 외쳤다.
"요루기츠네님이 교미의 기쁨을 아신다면 분명 유부초밥과 동등 아니 그 이상으로 좋아하시게 될 거라는 걸 말입니다."
"뭐, 뭣이라…!"
요루기츠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무척이나 놀라고 있었다.
찡그리면서 헛소리하지 말라며 성을 내지 않고 깜짝 놀라는 모습.
그만큼 화를 내는 지점을 뛰어넘을 정도로 요루기츠네 안에서 유부초밥이란 그만큼 크게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이었다.
"유부초밥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거라! 그건 여에 대한… 아니, 오랫동안 유부초밥을 좋아한 여와 유부초밥 간의 사이를 모독하는 말이다!"
얼마나 유부초밥에 진심인 거야?
하지만 여기서는 더욱 당당히 도발하듯이 약간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물었다.
"그럼 시험해보겠습니까, 요루기츠네님? 교미가 유부초밥에 닿을지 어떨지를."
"흥! 당연히 유부초밥이 이길 게 뻔하도다! 허나 어찌 시험한다는 말이더냐! 네놈이 신과 어떻게 교미를 한다는 말이더냐, 루벨트 엘드라!"
"당연히… 카구라의 몸을 빌려서죠."
"카구라의… 몸을? 네, 네놈 설마…!"
"네. 제 추측이지만 원하신다면 요루기츠네님은 빙의한 상태에서 카구라의 몸의 감각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맞습니까?"
"맞다."
"그렇다면 카구라의 몸으로 직접 저하고의 교미를 체험해 보는 겁니다! 그것이 가장 확실한 증명방법입니다!"
"우, 웃기지 마라! 내가 어째서 내 무녀의 몸을 빌려 네놈과…!"
"겁먹으신 겁니까?"
"뭐?"
걸려들었다.
"유부초밥을 향한 마음이… 교미에 져버리지 않을까 겁먹으신 게 아닙니까, 요루기츠네님?"
"누가… 누가 겁을 먹었다고?"
꽈악!하고 요루기츠네가 주먹을 쥐었다.
도발 효과는 발군이었다.
"오냐, 좋도다… 알량한 네놈의 시험 내가 받아주마, 루벨트 엘드라… 인간의 교미 따위가! 여의 유부초밥을 향한 마음을 이길 리 없다는 걸 톡톡히 증명해주마! 그리고!"
요루기츠네가 나를 향해 검지를 겨누며 외쳤다.
"그것이 증명되면 여의 허락 없이는 결코 이 야기츠네 신사에서 멋대로 교미는 못 할 줄 알거라!"
신과의 싸움이 시작됐다.